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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0호 인터뷰] 용산 촛불방송국 「레아」를 가다 : 폐허에서 다시 일구는 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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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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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0호 / 2009년 4월 22일

 

 

용산 촛불방송국 「레아」를 가다
: 폐허에서 다시 일구는 삶의 공간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현, 장문정 (ACT! 편집위원회)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세 달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시들해진지도 오래다. 이렇게 눈 먼 개발이 불러온 필연적 재앙은 또다시 우리의 의식 저편으로 그냥 사라지고 말 것인가? 그러나 세간의 관심 또는 무관심과는 상관없이 (애초에 그런 것에는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유가족과 용산 4가 철거민들은 여전히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그 자리에 남아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여러 촛불과 미디어 활동가들도 모이고 있다.


이런 장기적인 싸움에서 미디어(활동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얼마 전 문을 열었다. 철거민과 시민들의 미디어활동을 지원하는 사랑방이 되겠다는 ‘촛불미디어센터'가 바로 그것. 참사가 일어난 건물 바로 뒤편 호프집 「레아」 2층에 둥지를 튼 이 공간을 거점으로 다양한 미디어행동 프로젝트들이 시작되고 있다. 촛불미디어센터에는 십시일반 모인 컴퓨터와 촬영 장비, 간이 스튜디오 등이 있다. 또 철거민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가는 촛불방송국(영상 및 라디오)과, 해외에 소식을 알리는 용산 다국어뉴스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이 만드는 촛불뉴스, 독립영화 정기상영회와 용산4가 폭력감시 영상단 활동, 미디어제작 교육 등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 시설도 구비해 취재진들의 프레스룸 역할까지 맡게 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중 ‘촛불 방송국 레아', 그 중에서도 라디오가 아닌 영상뉴스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푸른 영상의 김준호 감독과 인터넷 생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네티즌 크롬님을 만나보았다.


ACT!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준호 : 여기 참여하기 전에 푸른영상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여기서는 뉴스 제작팀에서 촬영과 편집, 그리고 연출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함께 할 활동가들이 많아지게 되면, 주로 촬영과 편집을 하게 될 것 같다.


크롬 : 처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몇몇 분들이 미디어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자리가 있으니까 써라.” 그런 의미로 처음에 왔는데, 사실 낚인 것 같다. (웃음) 전에는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계속 해왔다. 지금은 관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지만, 용산이 사안이 크고, 용산에서 매일 활동이 있으니까... 사실 사무공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일단 이쪽으로 왔다. 하지만 솔직히 이쪽에서의 미디어 제작이 우리의 생중계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카메라 잡는 방식이라든지, 기법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180도 틀리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미리 동선을 파악하고 촬영을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 현장에서 10초나 20초 내로 어떻게 그 장면을 잡을 수 있을까를 판단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점은 배우고 싶다. 사실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다.(웃음)


ACT! : 촛불미디어센터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촛불미디어센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크롬 : 일단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도 여러 미디어센터들이 있지만, 모두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곳이 처음에 만들어지게 된 취지는 영상 활동가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궁극적인 취지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에 있었다. 100%는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많은 부분에 참여해서 미디어센터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런 과정을 처음부터 시민들이 직접 해나가기는 어려우니까, 기존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처음의 토대를 닦는 것뿐이다. 나중에 철거민이나 촛불시민들이 직접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ACT! : 용산의 상황을 좀 알려 달라. 주민 분들은 현재 얼마나 남아 계신가?


크롬 :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분들이 20분 정도 남아계시고, 민노당 세입자대책위원회 분들도 한 20-30분 정도 계시다. 또 비상대책위 분들도 계시다. 그 외에 몇몇 분이 계시기는 한데, 대부분 전철연, 민노당 세입자대책위, 비상대책위 세 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고 보시면 된다. 원래 이 동네 주민 분들은 많이 나가셨고, 지금은 한두 가정 정도 남아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이곳은 대한민국 땅이 아니다. 밤중에 철거지역으로 들어간다고 한다면,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때는 카메라를 빼앗길 각오, 전치 몇 주 정도의 각오를 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


김준호 :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이 다 전에 여기서 장사하시던 세입자분들이다. 이곳이 사실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이다 보니까, 여기 사시던 분들은 한두 가정 빼고는 거의 대부분 나가셨다.


크롬 : 안쪽으로 주택이 있던 구역에는 지금 용역 사무실이 차려져 있고, 대부분 철거되었다.






ACT! : 밤에 촬영을 하다가 실제로 위협이 받거나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크롬 : 모 신문사 소속의 허모 기자가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가 망가진 적이 있었다. 낮에도 한 두 분이 촬영을 하다가 두 번 정도 용역들에게 카메라를 빼앗길 뻔한 위협이 있었고, 실제로 몸에 상해를 입기도 했다.


김준호 : 두세 명씩 카메라가 함께 가면 용역들도 조심하려고 하는데, 혼자 가거나 그러면 카메라가 있어도 욕을 해댄다. 정말 삭막하다.


크롬 : 기본적으로 두세 명이 들어간다고 해도, 용역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한다. 두세 명이 들어가면 그냥 두세 명이 맞는 경우 밖에 안 된다. 카메라를 실제로 들이대고 찍지 못한다. KBS, MBC, SBS 카메라도 실제로 철거가 이루어진 날, ENG를 들고 왔는데 제대로 못 찍고 나갔다. 그 정도다. 방송국 ENG도 여기 와서 한 컷 이상 못 찍고 돌아간다.


김준호 : 두 시 정도에 집회를 하는데 그 때 철거지역에 가서 공사를 막는다던지 하곤 하는데, 그 때 가서 찍는 거다. 그냥 개인적으로 찍는 게 아니라, 그 때 같이 들어가는 거다.


크롬 : 그러니까, 카메라를 두세 명 이상이 보호하지 않는 이상 못 들어가고 만약 두시 집회에 카메라가 따라 들어간다 하더라도, 카메라는 거의 뺏긴다고 보면 된다.




ACT! : 두 분은 센터 준비과정에도 참여했었나? 준비과정을 소개해 달라.


크롬 : 한두 달 전 한 미디어활동가가 이 아이디어를 촛불연석회의에 제안했고, 센터를 열 자리를 알아보느라 몇 달이 걸렸다. 실제로 준비과정은 두 분 정도가 2주 동안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단체나 활동가들에게 제안을 돌렸고, 3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번의 공개 토론회를 가지면서 준비과정에 들어갔다.


ACT! : 철거민 뉴스를 준비하고 계신데, 철거민 분들과는 이야기가 얼마나 진행되었나? 또 프로그램 구성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김준호 : 철거민 분들에게 얘기했더니 참여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좋아하셨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냐,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곳을 통해서 방송을 할 예정이냐는 아직 안정해졌다.


크롬 : 첫 회를 만들기 전에, 작가와 구성을 짜려고 했지만 너무 프로처럼 제작하는 방송으로 가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 첫 회는 좀 부드럽게 철거민들이 할 수 있는 얘기를 중심으로 하자고 했고 그래서 아무 구성없이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그냥 있는 그대로 담기로 했다. 일단 배포는 인터넷을 위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곳에다 올릴 예정이다. 인터넷에 생각보다 동영상을 올려서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접근해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따로 홍보하기 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다음팟이나 유투브 같은 곳을 이용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ACT! : 주류미디어에서도 재개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었거나, 다루려고 한다. 주류 방송과는 어떤 차별화를 두려고 하는가?
크롬 : EBS에서인가? 재개발 문제를 다룬 <쌈>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작가들이 모두 구성하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철거민뉴스는 작가들이 써내려간 영상이 아니라, 철거민들이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들려주려고 하는 거다. 철거민들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과, 제3자인 작가가 투입되어서 그 이야기에 대한 구성을 하는 것은 180도 틀리다. 누군가 손을 댔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누군가 손을 댄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맞춰진 영상 말고, 실제로 생생한 이야기를 철거민 분들이 하고 싶어 하신다.


김준호 : 아니 뭐, 앞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뭐 그런...(웃음) 예를 들어, 1회 방송은 사실 아직 기획회의도 안 했다. 원래 철거민 분들이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상황이 급하다 보니 그렇게 못한 것도 있다. 앞으로 그렇게 할 예정이다.


ACT! : 첫 방송은 언제 하는가?


크롬 : 아마도 다음 주에 제작을 하고, 추가되는 영상들을 좀 덧붙여서 내보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편집자주: 실제로 첫 방송 예정일은 4월 20일이다.)




ACT! : 만드는 과정에서의 소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롬 : 옆에 계신 김모 감독님이 순천향 병원에 찾아간 적이 있다. 원래 거기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다. 얼굴 처음 들이밀고, 카메라를 거기다 들이미니까 전철연 분들이나 비대위 분들이 많이 놀라시고...


김준호 : 그래서 아예 촬영을 안했다. 카메라를 아예 안 매고... 맬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촬영하기가 좀 애매했다.


크롬 : 분위기가 살벌했던 거다...


김준호 : 분위기가 살벌한 것도 있지만, 일단 내가 철대위 위원장님께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찍겠나.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그래서 안 찍었다. 그러니까 여기 계신 분이 그럼 저녁에 가서 찍어보자 하셔서 저녁에 가서 찍긴 했는데... 좀 애매하다. 순천향 병원 같은 경우에는 뉴스로 나가면...좀... 간단히 뉴스로 내보내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촬영하기엔 좀...많이 걸렸다. 이걸 찍어서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찍긴 찍었는데...이걸 찍었으면 잘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하루 찍어서는 없었다. 뉴스면 그냥 밖에 풍경 보여주고 그렇게 하면 되는데...그랬다. 이제 열심히 해야죠. (웃음)


ACT! : 병원 상황은 어떤가?


김준호 : 장례식장 안에 수배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검문을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거의 병원 안에서 지내고 있고, 학생인 유가족들의 자녀분들은 거기서 밥 먹고 학교에 다닌다. 거의 80일이 넘었다. 그리고 병원 영안실 이용료가 하루에 177만원이나 한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처음엔 유가족 친구 분들인 줄 알았는데 다들 어디 위원장님들이시더라. 그러니까 지금 용산과 같은 지역들이 엄청 많은 거다.


크롬 : 그 분들이 밤에 그곳을 안 지키면, 경찰들이 어떻게 할지 모르는 거다. 일반 사람들은 모르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경찰들이 건드린다.


김준호 : 원칙을 지키자고 하면서 한 번씩 건드리는 거지...


크롬 : 유가족을 경찰 호송버스에 태운다던지, 괜히 시비를 걸어서 두들겨 팬다던지 그런 게 많다.


김준호 : 병원 옆에 보면, 천막이 있어서 같이 연대하러 오신 분들이 지키기도 한다. 그러니 하루 찍어서 되겠는가? (웃음) 3, 4일 붙어 있으면 좀 나아질 텐데... 병원 가보면 분위기가 이해될 거다.


ACT! : 이제는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다. 김준호 감독님은 대추리에서 「길」을 만드셨다. 그때 황새울 방송국에도 같이 참여하신 건가?


김준호 : 같이 한 건 아니다. 황새울 방송국은 들소리 친구들이 만든 거다. 그 친구들은 하루에 한 번씩 방송했다. 장난이 아니죠.(웃음) 게다가 그 친구들은 촬영이나 편집 같은 걸 전혀 모르고 시작했다. 그러다가, 친한 대책위 형님 한분이 너는 왜 여기서 영화 찍는데 이 친구들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하는 말에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들소리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ACT! : 혹자는 감독님을 보고 “대추리에선 영화를 만들었지만 용산에선 뉴스를 만든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준호 : ...글쎄...(웃음) 약간 내용이 도발적인 느낌이라..


ACT! : 어쨌든 대추리에서 영화도 만들고 황새울 방송국에도 참여하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여기 와서는 뉴스제작 쪽에 결합하게 된 것일 텐데, 생각이 그렇게 바뀌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준호 : 문제의식이 생긴 건 맞다. 일단 여기는 상황이 급박하다. 여기서 무슨 작업을 하겠는가? 그것 때문에 그런 거다. 여기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명도소송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이 넘어가느냐 안 넘어가느냐의 문제다. 현재 법적으로는 안 넘어갔지만, 5월 가면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맨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정말 삭막했다. 여기 건물 개소식도 하고, 신부님이 들어와서 미사하기 시작하면서 살기 좋아졌지, 그 전에는 진짜 삭막해서...(웃음)


ACT! : 작가가 구성해서 만드는 영상과 당사자가 직접 제작해서 만드는 영상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어떻게 다른지 들소리 방송국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징을 좀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


김준호 : 들소리 같은 경우에는 마을 분들이 그 방송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거다. 그리고 그 방송이 RTV나 참세상을 통해 외부로도 나갔다. 근데 예를 들어 MBC나 KBS같은 방송국에서 취재를 온다고 하면, 그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보여주는 거고, 들소리 같은 경우에는 그런 측면에서 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ACT! : 실제로 영상 안에 담기는 내용에 있어서는 어떻게 다른가?


크롬 : 내용이 예를 들면 제3자가 카메라를 한 번 들고 와서, ‘어 이거 한번 찍어야겠네.' 하는 것과, 실제로 그곳의 당사자가 그 곳에 살면서 ‘내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이 이야기를 찍어서 내보내고 싶다.'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 그냥 하루 놀러온 사람이 그 집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그들은 잠시 스쳐지나가며 찍어서 내보내는 것뿐이다. 그것과 내가 눈을 감고 그 집 방 안에서 그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180도 다르다.


김준호 : 글쎄... 잘 만들면 별 차이가 없는데, 가끔씩 잘 못 만들 때가 있는 거다. 예전에 KBS에서 대추리에 와서 살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좀 잘 만들었더라. 잘 만들었다는 건, 예를 들어... 가끔 방송국에서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아주 교묘하게 앞 뒤 다 자르고 결과만 내놓는 거다. 그런 걸 얘기하는 거다. 왜, 심층취재라는 걸 하잖나. 솔직히 말하면 방송국 구조가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뭐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 대신 방송국이 못 하는 것을 우리가 하니까... 그렇게 갔으면 좋겠지만 여기나 대추리나 관심이 떨어지면 취재를 안 온다. 지금 여기도 현재 그런 상황인데 거기서 문제가 확실히 틀리다.


ACT! : 크롬님은 작년 촛불에서 벌였던 활동과 연결할 때 지금 용산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크롬 : 작년 6월에 종각에 있었다. 방송 카메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뭐냐면 전경이 방패를 들고 사람 얼굴을 때릴 때는 카메라가 없었을 때였고, 그냥 방패 들고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카메라가 있었을 때였다. 그러니까 길바닥에 피바다가 뿌려질 때는 MBC, KBS, SBS 카메라가 없었을 때였고, 물대포가 뿌려질 때는 카메라가 있었던 때였다. 그 때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많이 느꼈을 것이다. 카메라가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의 차이를 그런 때 느낀다.
여기 있으면 그렇다. 사람들에게는 자기 일이 아니니까 이 약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거기까진 괜찮다. 그런데 약자들이 강한 자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내는데 거기에 공권력이 투입되어서 조금만 해도 사람을 연행해가고 구속하는 상황은 잘못된 것 같다. 솔직히 약자와 연대하는 분들이 모든 것을 다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권력이란 부분, 정부에서 들어오는 압력을 미디어가 어느 정도는 막아주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머지는 철거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권력이나 다른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력을 많이 줄여주는 것이고 그 역할을 하고 싶다.




ACT! : 김준호 감독은 어떤가?


김준호 : 솔직히 그런 건 나중에 가서 느끼는 거지만 지금 일단은 답답함이다. 나 같은 경우는.. 여기 일들이 그냥 묻히는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고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촬영이나 편집인데 마침 용산에 함께 하자는 메일이 뿌려졌다. 그래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여기 철거민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가지고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지금 한국 사회를 보면 이것이 굉장히 힘든데,,, 힘든 게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그렇더라도 용산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이라도 소식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기서 지켜보면 이외로 여기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딱히 뭘 할 순 없고 왜냐면 각자 가정이 있을 수 있고 돈을 벌어야하고 학생이고 등등등... 아직 잘 정리가 안 된다. 일단은 빨리 빵꾸를 메워서 다음 주에 방송을 해야...


ACT! : 일단은 다음 주에 방송을 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말씀이신가?


김준호 : 빨리 1호 방송을 하고 싶다.


ACT! : 지금 이 용산 싸움도 6월이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렇게 전망하는가?


김준호 :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은 계속해야한다. 선택의 문제다. 그렇게 될 때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선택의 문제고, 그 선택 이후에라도 예를 들어 여기 깨부수고 저기 깨부수면 정말 다 묻히는 건데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이 회의해서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건 그 때 가서 얘기해봐야 할 문제이다. 아마 내 생각엔 촛불 뉴스 같은 경우엔 이어지겠지만 철거민 뉴스 같은 경우에는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되는 일정과는 별개로, 현재 한 팀만 있는 방송팀을 세 팀 정도로 만들고, 꾸준히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방송을 하려고 한다. 만약 사람이 모자란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헤드라인 뉴스는 기본적으로 나가고 그 외에 외부에서 전혀 못 보는 얘기들... 예를 들면 철대위 계시는 분들의 얘기들을 재구성해서 방송을 한다든지 아니면 다른 재개발 지역과 철거민들의 얘기를 여기와 연결해서 얘기를 하는 등, 그렇게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할 만한 사람들을 모아야한다고 생각한다.


ACT! : 두서없는 질문에 답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감사하다.




* * * * * * *


이상 인터뷰에서 보다시피 용산 촛불미디어센터와 촛불방송국은 그동안 평택 들소리 방송국(2006~2007년)이나 촛불의 네티즌들(2008), 그리고 독립미디어센터(IMC) 운동(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등 다양한 미디어활동의 경험들에서 그 원동력과 활동 모델을 찾고 있다. 기존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와 결합된 미디어행동이나 미디어활동가들의 활동방식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과 달리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나 미디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용산 문제를 드러내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 철거민 당사자와 촛불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용산 문제를 직접 발언하고 소통, 기록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주체들의 결합 및 활동 방식을 만들어내는 문제와 관련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과연 얼마나 큰 파급력과 의미를 남길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직접 미디어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사례가 탄생하길 기대하며 ACT!는 이후의 활동들에 대해서도 계속 기록해나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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