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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4호 인터뷰] 정주할 수 없는 도시 이주민들의 자기 기록 : 용산 4구역 [구술사 프로젝트]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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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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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정주할 수 없는 도시 이주민들의 자기 기록
: 용산 4구역 [구술사 프로젝트]를 듣다

 
 
정리: 김 윤 진 (ACT! 편집위원)

 

 

 

끝나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는 노래

 

 

  용산역에서 나와 길을 건넌다. 빗방울이 떨어졌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사람들이 줄줄이 우산을 편 채 기다리고 있는 횡단보도 건너편에 영화 [스크림]의 기괴한 가면을 쓴 누군가가 있었다.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그는 팻말을 들고 거기, 있었다. 팻말 속의 글은 이랬다. <여러분은 지금 용산참사역에 내리셨습니다.>
잠시 동안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다. 어느 새 시간은 훌쩍 지나버려 여름 우기의 마지막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용산의 비가(悲歌)는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다. 여전히 아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우린 용산역을 용산참사역이라 말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끝난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끝난 게 없는 자리에서 무언가 시작하고 있었다. 정주할 수 없어 이주해야 했던 이들은 자신들이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역사를 얘기하기 시작한다. 조용한 그들의 읊조림은 더 이상 갈 데 없어 물러설 수 없었던 그들 스스로에 대한 노래다. 그렇게 그들의 비공식적 역사는 ‘기록'되고 있었다. 공식적이진 않은, 하지만 실재로서의 개인사가 어떻게 노래되고 있는지, 비 내리던 날 용산4구역 촛불방송국이 있는 카페 레아를 찾아가 들었다. [구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전철원 씨에게서다.

 


잊혀진 자기 발언의 복원, 구술사 프로젝트

 


ACT!: 먼저 구술사 프로젝트로 용산에 대해 조명하는데 구술사라는 게 생소하다. 개인의 역사를 구술한다는데 어떤 작업인가.

 

 

전철원: 역사라는 게 주로 문자로 되어 있는 공적 기록이다. 용산에 대한 이야기도 문서화 되어 있는 기록이 존재하는데 그런 것들은 모두 공적 기록이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삶을 살아왔던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자기 발언은 아닌 것이다.
구술사가 뭐냐 묻는다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역사 연구 방법의 한 방법론이라 말할 수 있다. 공식화되어 있지 않는, 하지만 실제 삶에 있어왔던 기층민들의 이야기, 그걸 있는 그대로 발굴해내는 방법. 그런 연구방법론으로 있는 거다. 구술사 워크샵 자료집에서 4.3 항쟁과 관련한 예를 들었었는데, 그런 것처럼 공적기록만으로 알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발굴해내는 게 구술사라고 할 수 있다.

 

 

ACT!: 다큐멘터리 영상기록과 구술사 프로젝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철원: 일단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리가 굳이 다큐멘터리라 표현하지 않고 구술사라 얘기했던 건 그것이 갖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 (기존의 영상작업이나 접근과는 다른)새로운 형태의 영상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카메라가 취하고 있는 대상과 방향을 제외하고 형식적으로 미학적으로 제도권의 다큐멘터리와 우리의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우리의 영상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우리의 다큐멘터리에서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이야기, 미학, 프레임 등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게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에 대한 한 방법이 영상구술사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ACT!: 사실 인터뷰 오기 전에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염두에 뒀다. 일본위안부 지원모임에서 찍었던 10여 년 동안의 송신도 할머니 관련 필름을 한국의 감독님께 넘겨서 편집을 한 게 영화로 나온 것이지 않나. 그런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를 수 있겠다.

 

 

전철원: <송환> 같은 경우도 김동원 감독님이 10여 년 동안 옆에서 기록해 오신 거다. 그런데 그건 어쨌든 전문가나 활동가의 시선에서 본 타자의 기록이다. 물론 그 안에 삶의 이야기가 녹긴 하지만 분명 촬영분을 보면 어떻게 태어나셨고 어떻게 살았고 이게 다 있었을 거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구축한 방법론이나 특징이 있다. 거기에 맞춰서 편집된다. 나는 그 방법론을 다시 고민하자라는 것이다. 현재의 촬영방식이라거나 이런 건 크게 수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촬영된 결과를 편집하는 부분에 대한 얘기다. 조금 더 삶 전체에 대한 시선을 주는 것. 그리고 화자가 직접적인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의 필요 말이다.
모든 작업이 어쨌든 촬영하고 편집하는 자의 의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는 특정 인물들이 입을 빌려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구술사를 한다고 해서 이 부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비중 자체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역전되는 그런 게 필요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형식의 작업은 다 없어져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건 당연히 유효하다. 다만 다른 방식, 다른 시선의 작업이 보완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

 

 

ACT!: 그런 구술사 프로젝트를 용산에서 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무엇인가.

 


 

전철원: 용산이라는 곳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진 건 그 자체로 보면 아주 우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층 민중들이 끊임없는 재개발로 쫓겨 다니는 그 삶 자체는 어떤 과정을 일정하게 밟아 오는 것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 땅에서 자라오고 살아왔는가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 개인의 생애를 추적하는 충실한 기록이 넓게 존재할 수 있다면, 단순히 재개발로 쫓겨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어쩌다 보니 발생한 아주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이 땅의 자본과 권력이 민중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온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게 생생하게 보일 것이다. 그런 게 되기 위해선 생애 전반에 걸친 구술 기록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이하 철대위) 분들은 굉장히 맺혀있는 게 많으시다. 평소에는 재밌는 얘기도 서로 하시고, 식사하면서 웃으시기도 하지만 워낙 큰 고통을 한 순간에 받으신 게 아닌가. 해결이 나더라도 자연스럽게 모두 해소 되진 않을 것이다. 때론 기억하기 싫은 얘기도 있을 수 있고 때론 행복했던 즐거웠던 기억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기억들을 풀어놓으면서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뭘 잘못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폭력에 의해 내가 다치고 힘들었을 뿐이라는 것에 대한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교육 같은 거 하면서 초점이 그런 것에 가있는 분들이 있다. 매스미디어에 의해서 기획되고 꾸며진 이야기들이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기층민중, 실제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자기 방어를 하는 기회를 만드는 작업일 수 있다. 그래서 이게 용산 4구역 철거민뿐만 아니라 일반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적극적인 자기 발언의 기회이고, 한편으론 민중들의 생생한 자기 기록이며, 공식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제도화된 집단에 의한 역사기록이 아니라 노동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자기기록이 이 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 아구술사란 그런 의미를 갖낔가 생역사연구나 이런 측면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고, 또 아역사연구하 아분들이 그런 것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서 진짜 민중들의 자기기록을 만들어 가는 게 되는 것, 자기 발언의 기회로 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술사 프로젝트 진행상황

 


ACT!: 그렇지만 아직 국내 미디어운동 내에선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니라서 이전의 선례가 없는 작업일 텐데 진행상황이 궁금하다.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걸 영상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진행에 있어 틀이 있을 텐데, 그 틀이 어떻게 짜여 있고 얼마만큼 왔나.

 

 

전철원: 철대위 분들과는 다 말씀을 나눴지만 본인이 원하시지 않으면 방법이 없고, 원하는 한 용산4구역 철대위 스물한 명 모든 분들과 같이 한다는 게 계획이다. 일단 1차는 4분과 진행을 했다. 두 번의 워크샵과 각각 세 차례의 인터뷰도 있었다. 1차 작업의 결과물로 나머지 다른 분들에게 저희가 하고자 하는 구술작업이 이런 것이라며 좀 더 수월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있을 것이다. 또 우리도 사실 처음 하는 거라서 영상으로 작업된 자료를 보지 못해서 이걸 영상으로 작업할 때 방법을 어떻게 취해야 하는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지금은 1차 작업 후 워크샵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결과를 만들 것인가로 논의를 하고 있는 생태다.

 

 

ACT!: 1차 결과물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전철원: 책으로는 만들 것 같다. 단행본 형태의 책으로 만드는 걸 당장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구술사 기록이 철대위 분들과 일정 수준에서 거의 다 완결 되었을 때 책 작업을 한다. 물론 진행과정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동일선상에서는 오디오작업을 가지고 라디오 작업을 하는 것, <행동하는 라디오>를 통해 방송에 오디오를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
또 일단 1차 작업하신 4분에 대한 영상을 발췌해 5분 내외 정도의 데모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이달 말 정도에 같이 상영회로 철대위분들 전체 21분을 모시고 구술사 설명을 드리고 싶다. 그 뒤, 본격적으로 더 추진하는 형태로 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그 개인분들과 철대위 모두에게 협의가 되어야 하는데 용산 철대위 공적자료로서 사용했으면 한다. 여기와, 확장하면 순천향병원의 분향소 두 곳에 공적자료로 비치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것까지 추진할 생각이다. 그런 진행과정에 놓여 있다.

 

 

ACT!: 아직 결과물로 확실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1,2차 워크샵을 통해 어느 정도 작업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말한 거대한 프로젝트의 1절 정도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전철원: 1절이 끝났다고 볼 수 없고, 스타트를 이제 끊은 거다. 사실 1차 워크샵 때는 이러이러한 기획의도 정도가 있는 거고, 그런 기회의도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한데 연구나 이런 분야의 구술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는 분도 있고 짧게 브리핑된 게 있기도 했지만, 이게 미디어운동 진영에서 영상으로 한다는 건 어떤 거지? 이런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다. 그것에 약간의 구체화된 그림을 1차 작업을 통해 고민하고 상상하게 되었다. 직접 만나서 구술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몸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그런 걸 2차 워크샵 과정에서 조금 구체화된 정도다. 남은 17명의 철대위 분들과 더 구술작업을 하면 그러면 아마 뭔가 나오지 않을까.

 


비공식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용산에 대한 재조명

 

 

ACT!: 1차 워크샵을 끝나고 네 분과 인터뷰를 세 차례 이상 진행했고, 다시 2차 워크샵을 통해 1차 작업의 마무리 과정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한데 첫 번째 워크샵을 마치고 네 분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걸 중요하게 생각해야겠다며 주안점을 뒀던 게 있나.

 

 

전철원: 어쨌든 강력한 답변이 존재하지 않나. 용산참사와 철대위 투쟁이라는 강력한 사건이 가장 최근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은 삶의 자리, 투쟁의 현장이자 삶의 자리니까, 후반부 그러니까 태어나셔서 지금까지 이야기를 쭉 가져오지만 실은 이 용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풍부하다.
하지만 투쟁과 관련한 용산 이야기만 있다는 게 아니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특이한 건, 아니 특이한 게 아니라 사실 서울이란 데가 원래 그러니까, 다들 지역이 다르다. 서울로 다들 젊으셨을 때 20-30대에 서울로 오셔서 여기에서 이곳저곳에서 살아오신 그중의 많은 부분을 용산 일대에서 삶을 영위하신 분들이다. 그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네 분하고 인터뷰했는데 상당한 긴 시간 동안 용산 이 일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다. 용산이라는 지역이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추적이 되더라. 위에서부터 보는 시야가 아니라 기층에서 바라보는 변화, 역사의 추적이다. 2차 워크샵에서 그런 부분이 얘기가 됐는데 용산에 대한 공식적인 시선 말고, 비공식적이나 삶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의 용산에 대한 재조명, 기록 이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ACT!: 그건 용산에서 구술사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와 맞물리는 것 같다.

 

 

전철원: 그렇다. 무엇보다 그런 부분이 많이 보였다. 용산 4구역의 지금은, 어떻게 삶을 시작하셨든 어느 지역에 사셨든, 용산 4구역 철대위분들과의 구술기록이다. 용산 일대의 삶의 이야기가 얘기 되는 게 맞다 본다.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게 이야기의 한 중심축이고, 용산 4구역이라는 곳에 모여서 삶을 가져가시게 됐던 전사(前史), 그 전 삶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으로 존재하겠다. 출판도 그런 기획 구성을 가져가 보자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주의 역사, 그리고 공동체성의 재발견

 

 

ACT!: 어쨌든 구술사가 필요했던 것과 일련의 준비과정들을 진행했고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던 것 같다. 21명의 구술사 작업을 목표로 하고 있고 4명을 우선 진행됐다. 주술사가 한 명을 대상으로 하시는 게 아니고 어쨌든 용산의 이름으로 하는 거라 한 명이 아닌 대상이 되는 그룹이 있고, 그렇다면 그룹 중 일부 혹은 전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데 인터뷰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게 있다면, 그래서 2차 워크샵 이후 어떻게 수렴되어야 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전철원: 아직 네 분이라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걸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네 분에게서만 두고 본다면 다 이주해 오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주의 역사가 보인다. 용산이라는 지역 자체도 이주에 대한 얘기가 많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만 이주노동자는 아니지 않나. 그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도시와 농촌,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발생했던 것이고 현재도 이주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거대화되면 될수록 계속 이주민들의 규모가 성장한다. 그렇게 이주의 역사가 보이는 게 하나 있다. 두 번째는 위에서 말했듯 워낙 이 일대에서 거주하시고 생계를 유지하셨기 때문에 용산 일대의 역사가 보인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래서 우리가 최종 결과를 가지고서는 더 많은 분들의 인터뷰가 필요하겠다 생각한 점이기도 한데, 그 안에서도 특별하게 오랫동안 접점을 갖고 생활하신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주해 오셨는데 포장마차를 하신 분들이 있다. 한 분은 먼저 인터뷰 하신 네 분 중 한 분이시고 다른 한 분은 아직 인터뷰를 안 하셨는데 여기에서 포장마차를 하셨다. 같이 붙어서 오래 포장마차를 하신 거다. 이 실제 두 분은 굉장히 친밀하며 삶의 역사를 굉장히 많이 공유하고 있다. 그 안에서 함께 살아오신 역사, 공동체성, 이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 같은 경우는 촬영작업한 팀이 (참여하지 않으셨던 다른 분도)같이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했었다. 다음에는 이분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더 많은 분들하고 작업을 하면 그 안에서의 개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함께 살아왔던 분들이 함께 했던 삶의 과정도 또 보일 것이다. 한 지역에서 살아오신 분들과의 구술사 작업이 삶의 공간, 그리고 내가 살아온 지역, 함께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재발견의 과정일 수 있겠다 싶었다.

 

 

ACT!: 의미들을 발견하면서 철대위 스물한 분 중 나머지 분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겠다. 하지만 반면에 작업하면서 들었던 아쉬움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나.

 

 

전철원: 이 지역에선 정말 아쉬울 수밖에 없는 건데, 허물어지기 전에, 재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작업을 했다면 훨씬 좋았겠다. 어떤 영상기록이 남을 수 있는 게 많이 있다, 없다를 떠나 지역에서, 철거와 재개발과 관련하여 저항 반대하는 투쟁 이전부터 작업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서로 간의 이해와 공통의 이해, 단순히 돈 한두 푼의 얘기가 아니라, 내 삶을 지키고 내 옆 사람의 삶을 지키는 것으로서의 투쟁 부분이 이해되고 조직될 수 있었을 것이다.
도시라는 곳이 특히나 정주 개념이 없다. 도시 외부에서 내부로 이주하기도 하지만 도시 내부에서도 계속 떠돈다. 같은 동네에 오랜 시간 살 수 없다. 같은 동네 오래 살 수 있는 건 돈이 많은 자만 가능하다. 돈이 없으면 떠돌 수밖에 없고 직장 따라 옮겨야 하고, 돈 없으니까 쫓겨나고 재개발해서 쫓겨나고. 정주개념을 가질 수 없는 문화인 거다. 나는 그게 안 되니까 도시 공동체가 어려운 거라고 본다. 10년 살다 딴 데 가면 그 10년의 삶의 역사가 사라지는 거니까. 삶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근데 계속 거기 살면 내 기억에, 내 옆 사람의 기억에, 기억으로 삶이 기록되는 게 가능한데 그게 안 되니까 어려운 거라 생각하는 거다.

 

 

ACT!: 용산이 어쨌든 장기 프로젝트겠지만 구술사가 다른 프로젝트로도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대된다

.

 

전철원: 개인적으로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하고 싶다. 구술사와는 다른 얘긴데, 용산투쟁 때문에 이 공간 레아도 그렇고 여기에서 있었던 다양한 활동들도 그렇고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레아라는 공간과 레아 주변으로 이뤄진 다양한 활동들은, 활동하는 사람들이 의식했건 아니건 결과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바쁘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용산투쟁이 끝나고 나면 그것에 대한 정리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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