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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6호 인터뷰] 미누에게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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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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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6호 / 2009년 10월 29일


 

미누 : 친구들의 이야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지현(ACT! 편집위원회)

오재환(ACT! 편집위원회)

 

[편집자 주] 18년 전에 네팔에서 한국으로 건너와서 지금까지 공장 노동자로, 다국적 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멤버로, MWTV의 미디어 활동가로 바쁘게 살아온 미누(미노드 목탄)가 지난 10월 8일에 불법 체류라는 이유로 연행되었다. 미누를 알던 수많은 사람들이 미누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10월 23일에 결국 미누는 강제 출국을 당하고 말았다. ACT!에서는, 미누와 알고 지내던 5명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 제프

 

 

 

ACT!: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면?

 

 

 

- 3년 반 한국에서 살면서 미디어활동을 했어요. 대추리, 도두리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운동을 위한 국제연대 웹사이트를 만들고, 누구나 미디어를 올려놓을 수 있는 다국어 웹사이트인 korea.indymedia.org에도 참여했어요. 주류언론에 나오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영어로 알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 중이에요. 지금 한국에서 군사주의 및 양심적 병역 거부운동에 대한 다큐를 만들고 있습니다.

 

 

 

ACT!: 미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대추리에서 만났던 무나라는 동지를 통해서 마붑과 MWTV를 알게 되었고, 그 때 밴드 공연을 하는 미누를 처음 봤어요. 나중에는 MWTV방송에 같이 합류해 영어 앵커를 하고 다른 봉사활동도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은 사무실과 가까운 집에서 미누와 같이 살게 되었어요.

 

 

 

ACT!: 미누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의 모범이에요. 미누의 활동은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생각해요.

 

 

 

ACT!: 이번 연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개인적으로 아주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미누 없는 한국을 상상하기 힘드니까. 이번 사건으로 한국의 다문화와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사회적인 활동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생각해요.

 

 

 

ACT!: 마지막으로 미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미누야, 너의 존재 덕에 사람들이 감사하면서, 정당하고 다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거야.

 

 

 

 

 

2. 소희

 

 

 

ACT!: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 저는 소희라고 합니다. 현재 노인과 이주민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ACT!: 미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제가 RTV에서 시민제작지원실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MWTV가 설립되었고, 방송 제작을 위해 필요한 기초 교육에 짧게 참여하면서 MWTV를 알게 되었고, 어느 날 MWTV에서 활동하는 미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RTV를 그만두고 MWTV에서 개최하는 2회 이주노동자영화제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ACT!: 미누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사실 처음엔 외국인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가끔 섞여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나는 웬 전라도 아저씨가 MWTV에서 활동을 하고 있나...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네팔분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죠.

 

 

 

미누는 언제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지요. 좋아하는 일에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울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요. 음...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침에 해 뜰 때까지 같이 술 마시며 떠들고 얘기를 한 적도 많지요. 그때 제가 농담 삼아 이제는 해 뜨는 것만은 보지 말자고 했는데... 한동안은 같이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슬프네요.

 

 

 

ACT!: 이번 연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마음이 아픕니다. 어제 면회를 다녀오면서...가기 전에는 아무런 감정이 안 들 줄 알았는데... 창살이 있는 유리창 너머에서 '보호 외국인'이란 마크가 찍힘 파란 츄리닝을 입은 미누를 봤을 때 울컥 했습니다. 말이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언제나 까만 남방을 깔끔하게 챙겨 입던 미누인데요. 가수 미누에게 저런 초라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거울도 없어 면도를 하지 못한 미누의 모습은 더 초췌해 보였고요.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에 사는 백인 말고는)다른 민족에 배타적인 나라도 몇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는 법이 그런 거니까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현재의 법이 잘못 되었다면 바꿔야한다고 봅니다. 법은 법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 아닙니까? 차 몇 십만 대 팔고 외화를 얼마나 벌어들였냐만이 한국사회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미누가 단일민족 신화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데(다양성을 인정하고, 다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사회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으로써는 이렇게 편협한 생각을 가진 한국이 불쌍하다는 미누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ACT!: 마지막으로 미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다시 해 뜰 때까지 술 마시며 얘기할 수 있었으며 좋겠어요. 
 
3. 마붑

 

 

 

ACT!: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 이름은 마붑 알엄이고, 이주노조의 집행 위원장입니다. 국적은 방글라데시이고, 미디어 활동, 연기,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고요.

 


 

 

 

ACT!: 미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2003년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이주 노동자 농성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 후에는 각종 행사에서 미누가 공연을 하니까 자주 봤고요. 미디어 활동 시작하고 나서는 RTV를 통해서 만났고, 그 후 2005년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꾸준히 같이 했어요.

 

 

 

ACT!: 미누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뭘 하려고 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어요. 저랑 일하는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밥도 먹지 않으면서 일할 만큼 책임감이 강했어요. 같이 일하면서 배운 점도 많고, 즐거운 추억도 많아요.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었고, 한국에 대한 경험이 많아서 힘이 많이 됐어요.

 

 

 

ACT!: 이번 연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는 미누처럼 문화 활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지지를 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단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강제 출국을 당했어요. 사실 활동가였다는 것도 강제 출국의 이유였던 것 같아요. 미누가 한국 사회가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맞는 것 같아요. 한국이 글로벌한 사회가 되는 시점에서 다문화에 관련된 활동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단속만을 하는 것은, 사회에 좋지 않고 이상한 영향을 미쳐요. 미등록 체류자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인데, 이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크게 만들고 있어요. 사실 불법 사장이나 고용주라는 말은 없잖아요. 힘없는 소수자만 불법 취급을 받고 있어요. 이런 한국 사회가 불쌍해요.

 

 

 

ACT!: 마지막으로 미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미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법무부나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겠죠. 하지만 미누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미누를 싫어하는 사람은 일부일 뿐이에요. 하지만 미누는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18년 동안 살아온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네팔에 돌아간다고 해도 적응하기 힘들 거예요. 물론 미누는 네팔에 가고 싶어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죠. 미누가 많이 힘들고 지친 것 같아요.

 

한국에서 같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 버렸네. 우리가 신경 많이 쓰고 관심도 가지고 기억할테니, 힘내라. 한국을 떠났지만, 한국과 관계 잘 유지하면서 함께 좋은 일 많이 하자.(*주1)

 

 
 
4. 김디온

 

 

 

ACT!: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 게스트하우스 빈집 3호에 살고 있는 김디온입니다.

 

 

 

ACT!: 미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3년 전, 수유+너머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같은 공간을 쓰는 MWTV(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 일하던 미누 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연구실에서 매일같이 얼굴 보고 인사하고 같이 밥 먹고 공연도 가고... 미누씨가 가끔 영상에 넣을 한글 자막의 맞춤법을 봐달라고 해서 조금 도와드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올 초에 미누 씨가 친구들과 함께 살던 집이 빈집 4호로 편입되면서 한 마을 사람으로 회의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ACT!: 미누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밝고요. 정이 많고 착한 분이죠. 그렇지만 가슴에 불기둥을 품고 있는 듯이 정의감에 활활 타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장난도 치고 농담도 던지지만 가끔 곁에 있는 사람까지 숙연하게 할 정도로 삶에 진지한 분이랄까. 그런 게 노래할 때 다 나와요. 2집에 있는 ‘손무덤' 그 노래는 우연이 아니죠. ‘We make Korea'라는 노래도 그렇고... 밖으로는 굉장히 힘찬데 속으로는 무척 아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아마 마음은 여릴 것 같아요.

 

 

 

생활은... 한 마을에 살았어도 한 집에 산 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늘 바쁘고 열심히 사셔서 얼굴 보기 힘들었달까...(웃음) 그래도 언제나 깔끔하고 반듯한 모습이었어요. 옷도 잘 입으시고.

 

 

 

 

 

 

ACT!: 이번 연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결사반대했지요. 안타깝게도 금요일 밤에 강제출국 당해 이 시간이면 네팔에 있을 겁니다만. 기본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하고 불법화하는 현 고용허가제에 반대하기 때문에 미누 뿐 아니라 이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반대하는데, 속상하고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죠. 제가 미누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존경했지만, 미누가 18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 사회와 이주민 커뮤니티 사이를 잇는 많은 활동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미누의 연행은 사전답사 등 준비를 철저히 한 명백한 표적 단속이었는데, 출입국관리소는 표적단속이 아니라고 기만적인 언행들을 펼치더군요. 나중에 강제출국 시킬 때는 또 각종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위험인물인 것처럼, 그래서 내보내는 것처럼 소개시켜 놓고. 아무 근거도 없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주변인들이 미누의 소식을 듣고 법과 제도가 우리 삶을 더 왜곡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고 제도를 정비하고자 요청했는데, 이렇게 빨리 강제출국 시키다니. 이 사회의 관료들의 몰지각성이 혐오스럽고, 잘못된 법과 제도를 맹목적으로 적용시킨 법무부와 이 정권이 분노스럽습니다.

 

 

 

ACT!: 마지막으로 미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곧 만납시다. 어디서든 당당한 모습으로.
 
 
5. 아웅팅툰

 

 

 

ACT!: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 이름은 아웅팅툰입니다. 1994년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고, 지금은 MWTV에서 영상미디어 교육 팀장을 맡고 있어요.

 

 

 

ACT!: 미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스탑크랙다운 시작 전인 2003년부터 알고 지냈어요.

 

 

 

ACT!: 미누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한국 사람하고 비슷했고, 한국인처럼 일도 열심히 많이 했어요. 매일같이 밤 11시가 넘게 일했어요. 일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이주민에 관심이 많았고. 노래나 음악을 통해 이주민의 이야기를 한국 사회에 많이 알리고 싶어 했어요. 한국 사회를 안타까워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죠.

 

 

 

ACT!: 이번 연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잖아요. 그래서 자본가들에 대항하고 이주노동자를 대변하는 ‘월급날' 같은 노래를 들으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한국 사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다가 노조나 이런 쪽과도 관계를 맺고, 집회에서 공연도 하고 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싫어했을 것 같아요. 그런 활동을 더 할까봐 내쫓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요. 그러면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왜 왔나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노동력이 필요해서 노동자를 불러온 건데도, 한국에서는 이주민들에게 비자 문제가 생기면 범죄자로만 취급을 해요. 어쩔 수 없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도, 그저 돈 벌러 왔다고만 생각을 하고요. 18년이란 세월이 참 길어요. 아기를 낳아서 18살 될 때까지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어요. 이렇게 긴 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한 젊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너희는 여기서 돈 벌려고 온 거고, 비자가 없으면 불법이라고만 하니까 너무 억울해요. 한국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고 아시아의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한국에 와서 한국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ACT!: 마지막으로 미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정부가 내쫓더라도 마음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네팔에 가서도 좋은 활동 많이 하고, 한국과 네팔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네팔 이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주는 활동가가 됐으면 좋겠다.

 

 

 

*주1:

 

 

 

마붑은 방글라데시에서 미디어 센터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미누도 네팔에서 독립미디어 센터를 만들어서, 서로 연계하며 꾸준히 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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