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곳에서 맨땅에 헤딩하기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신진 2인 탐색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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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주영, 김지현
녹취 및 정리 : 장문정 참여 : 보경, 재환, 허경 |
편집자주
청년 실업. 너무나 자주 들어서 아주 친근하기까지 한 말이다. 그 친근한 말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은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영어점수, 학점, 해외연수, 상식 등 취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들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청년들도 분명 존재한다. 아주 조금. 그래서 그들은 희귀하고 신기하다. 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일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에 새로운 활동가들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았다. 비슷한 나이의 필자이기에 조금 더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보경, 재환, 그리고 전미네의 올드보이 허경을 만났다.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래서 더 재미있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어쩌면 베일에 싸인(?) 조직 전미네의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ACT: 그냥 자기소개는 좀 식상하지 않나. 먼저 간단하게 서로에 대해서 소개해주면 어떨까한다.
재환: 보경은 얼마 전부터 저랑 같이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 사무국에 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학생이고 예전에는 평택 들소리 방송국에서 활동을 했었다. 뭔가 갖은 일을 다 해본 것 같은 느낌이다.(웃음) 나이에 비해 인생경험이 풍부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공장라인에서 포장하는 일도 하고... 보경에게서 재미있는 인생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보경: 재환은 낙동강에 잘못 갔다가 허경에게 낚여 전미네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미네 간사 일과 함께 액트 편집위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조금 4차원인 것 같다.(웃음) 특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그가 정말 남다르다.
ACT : 전미네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뭔가.
보경: 근데 뭔가...되게 재미없게 인터뷰하는 기분이다.
ACT(주영): 원래 처음에는 재미가 없는 거다. 기본적인 질문들이 필요하니까.
재환: 지금 당장 판단하지 말자.
ACT(주영): 오, 그렇죠. 그렇죠.
허경: 조급하지 말자가 우리의 모토잖아....
ACT(주영): 그렇죠! 우리 조급하지 말자구요...
재환: 나 너무 알아서 잘 하는 거 같지 않아요?
지현: 응응, 역시나 센스 있어!!
일동: (폭소)
보경: 아무튼 넝쿨이 소개해줘서 어쩌다 보니까? 어쨌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재밌는 일이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잘 낚여서(?) 전미네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재환: 일단 액트 편집위원 활동들을 하면서, 그 때 한참 미디어 운동 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떤 단체에 지원을 하기도 했었는데, 떨어졌고 그 후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가, 액트 편집위원 활동으로 낙동강에 갔었고 거기서 허경이 제안을 했다. 그래서... 낚였어요. 허경은 전미네에서 일하게 되면 뭔가... 처음에는 오래 안 해도 될 거 같은 식으로 얘기했다. 전미네 간사로 한 1년 정도 활동을 하는 건 미디어운동 전반에 대해 알아가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허경: 그래서 앞으로 5년 계약을 하려고 한다. (웃음)
ACT(주영): 그래서 보경은 허경이 어떻게 꼬셨던 건가?
보경: 원래 꼬신다고 넘어갈 타입이 아니다. 그냥... 재미있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고... 어쨌든 학교가 아닌 다른 거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ACT: 전미네 활동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보경: 재미가 없었다. 학교 다니고, 계속 아르바이트하고, 아르바이트하다가... 평택 들소리방송국 활동도 하고... 얼마 전까지 독립다큐 수업 듣고, 안산에서 이주노동자 교육도 하고, 그 정도?
재환: 나는 대학생이었고 토목과였다. (참고로 보경은 사회과학부이다.) 음악동아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고, 토목과에서 석사 과정으로 대학원에 들어갈 뻔했고, 그 와중에 대학원에 입학을 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섰었다. 근데 여기에 들어가면 내가 마음대로 못살겠구나. 내 삶은 정해지고, 나는 내가 아닌 삶을 살아야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아닌 삶을 살면서 돈을 벌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막 나갈 것인가 정도의 고민을 했었는데...지금 막 나가고 있다. (웃음) 어쨌든 그때는 미디어운동을 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막 나가기로 하며 1년 반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정해진 코스 이외의 곳으로 눈을 돌리고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다 미디어운동을 발견하게 됐다.
ACT: 전미네 간사 활동하는 걸 집에서는 알고 계신가?
보경: 집에선 항상 제가 뭘 하는지 모른다. 우리 집에서 아는 건 그냥 학교에 다니면서 뭔가 일을 하겠지 정도다.
재환: 가족들까지는 알고 있다. 부모님들과는 소통이 잘 하는 편이다. 뭘 해도 많이 싫어하시는 경우가 드물고.... 그냥 걱정은 하신다. 나중에 아픈데 돈이 없어서 못 챙기면 어떡하나...하는.
ACT(주영): 누가 아플 때요?
재환: 부모님이...
일동: 아! 부모님이....(폭소)
ACT(주영): 전미네 간사 활동을 어떻게 설명 드렸나?
재환: 일단 미디어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렴풋이 라도 설명을 해드렸고, 나는 그 안에서 사람들과 활동들을 서로 엮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ACT(주영): 사실 나도 미디어운동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힘들어 했었다.
재환: 그래도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니까... 아는 형이 요즘 뭘 하냐고 묻기에 어떤 네트워크 같은 곳에서 일한다고 하니, 정말 진지하게 걱정하며 무슨 다단계냐 라고 말한 적도 있다.
ACT: 전미네 간사 활동을 한지 약 3개월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재환: 아직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단계다. 모토가 조급하게 하지 말자이기도 하고... 결국 지금 전미네가 뭘 하느냐에 대한 대답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당장은 앞으로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서 전미네 사무국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ACT(주영): 수입은 어떤가?
재환: (웃음) 정확히 밝혀야 하는 건가?
보경: 반상근 활동비는 50이다.
ACT(주영): 반상근이라고는 하지만, 일이 많지는 않나?
보경: 그래도 아직은 허경이 대부분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재환: 일의 성격이 좀 그렇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네가 해. 라고 딱 넘길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단 허경이 이제까지 했던 일들에 대한 정리가 좀 필요하고,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존의 활동들을 받아서 하기 보다는 새로운 활동들을 새롭게 계획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돈 받은 만큼 일하자라는 마음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딱 반만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하여튼 일이 계획되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ACT: 막상 간사가 되어보니 어떤가?
보경: 일단 간사가 된 것이 아직은 좀 얼떨떨하다.
재환: 포지션이 정해지면 안정을 어느 정도 찾을 줄 알았는데 더 불안해진 느낌이다. 이제 뭐하지? 그런 것? (웃음)
ACT: 활동을 시작한지 이제 3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 재미를 느끼기에는 활동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 있었다면?
보경: 셋이 모두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한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를 이야기하고 또 그러면서 앞으로 뭘 할지를 찾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 걸 하기가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일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치이고, 서로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 할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재환: 나도 그런 것 같다.
ACT: 전미네 활동을 하기 이전에 봐왔던 전미네의 활동과 현재 일하면서 보이는 전미네의 활동은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보경, 재환: 밖에서는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ACT(주영): 전미네가 무슨 비밀조직인가?
재환: 그래도 밖에서 얼핏얼핏 본 거는 허경이 가끔 보낸 메일? 그런데 안에서 보니까 메일만 보낸 게 아니었더라.
보경: (자지러짐)
ACT(주영): 보경은 어땠나?
보경: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헌데 이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주로 괜찮겠느냐, 견딜 수 있겠냐,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등이었다. 아마도 일이 힘들 거라는 예상에서 했던 말들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밖에서 전미네를 바라보는 시선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아직 잘 모르겠다. 일이 딱히 힘들고 힘들지 않고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 것 같다.
재환: 지금까지 한 경험이라는 것들이... 3개월이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무엇 무엇을 했다고 나열하라 한다면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경험 자체에 대해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ACT: 재미를 위한 질문이다. 전미네 활동을 다섯 글자로 말해보면?
재환: 이런 거 꼭 해야 되는 건가?
보경: 어리버리...? 알쏭달쏭해.
재환: 맨땅에 헤딩.
ACT(주영): 이거 제목으로 뽑아야겠다. 전미네 활동, 알쏭달쏭해, 맨땅에 헤딩. (웃음)
보경: 일단 해보고?!
ACT: 준비해온 질문들이 너무 빨리 끝나 당황스럽다. 라디오 스타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도 비슷하게 질문하려고 한다. 각자에게 미디어운동이란?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재환: 어렵다.
ACT(주영): 그럼 쉬운 거부터 가자. 보경에게 허경이란?
보경: 계획표. 모든 게 짜여 있다. 일거리가 끊임없이 있다.
허경 : 사실 만나서 우린 계획만 짜는 거다.
재환 : 등대
보경 : 깜박깜박해서...? 근데 좀 식상하다.
재환 : 좋은 거다. 언제나 그 자리에 항상 우리랑 전미네와 함께 있어주니... 울산 바위라든지... 안 움직이는 거 있지 않나. 쉽게 못 가는 것.
ACT: 전미네 간사일은 어떤 방식으로 알아가고 있는 건가?
재환: 웹진 같은 경우에는 반복되는 정해진 일과 목표가 있다. 하지만 전미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누가 전미네가 뭘 하는 곳이냐고 물어도, 두리뭉실하게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일을 한다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일 같기도 하고... 전미네는 내가 이해하기로는 사무국에서 우리가 활동을 만들고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 사람들을 묶는 역할인건데... 또 아직 정리가 안 되는 것 같다...
ACT(주영): 사실 세 달이라고 하더라도, 반상근이면 이제 막 한 달 반이다. 모든 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일하는 방법이 있지 않는가?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어떤가?
보경, 재환: 일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없다.
재환: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미네에 들어와서 당장 이 일이 급하니까 해라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명확한 데드라인이 있는 일들도 아닌 거고... 일단, 일을 배우려면 일이 있어야 하는데, 전미네 사무국은 그렇게 명확하게 던져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없다.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 같다.
보경: 전미네는 네트워크고,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렇게 가는 것이니까... 일을 배운다는 거나, 뭘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만나고 어쨌든 그 사람들이 나에게 우리는 이렇고, 이런 것들을 해주었으면 한다거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나 방법을 알아간다는 것이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부터 인 것 같다.
재환: 하여튼,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안 가르쳐준다. 세상이? (웃음) 일단 지금은 사람들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할 때인데, 그것에 대해서 딱히 가르쳐 줄 것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지역 내려가며 티켓 끊는 법 이런 것은 다 아니까...
ACT(주영): 그동안 어디어디 다녀왔나?
재환: 일본. 진안, 부산(보경이 개인적으로) 이정도이다. 곧 진주를 갈 예정. 조만간 지역 순회를 하며 인사하고, 의논도 하며 배우지 않을까 한다. 사실 전미네 들어오면 바로 지역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줄 알았다. 하지만 모토가 조급해하지 말자가 모토다 보니...
허경: 조급하지 말자가 모토인 만큼 거꾸로 조급해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다. 전미네가 체계가 딱 정리되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정해져 있는 일상 업무가 있다면 그런 일들부터 진행해 나가면 될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 아까 이야기 했던 큰 그림 속에서 전미네 사무국에 해야 할 역할이 뭔지에 대해서 먼저 파악해나가야 하고, 그런 부분들이 내가 파악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공백을 발견하고,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해서 발견할 때까지는 조급해지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또 아주 긴 시간일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재환이는 일본 갔다 왔고, 둘 다 13회 전미네 워크숍을 함께 준비했다. 특수한 건 보경은 독립다큐제작 과정의 수료작을 제작하는 중이었고, 수료작에 대한 마음을 나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 재환은 제작할 계획이 당장 없지만 전미네 내에서는 제작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보경이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일단 그것부터 치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결국 수료하자마자, 용산 국민법정 영상 제작을 바로 한 것이기도 하다. 큰 그림과 자기 계획을 찾기까지 나는 3년 걸렸다. 나는 미디어운동을 하겠다는 젊은 활동가들이 그것을 책에서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활동하는 대안 미디어나 독립미디어의 실체 속에서 부딪히며 확인해갔으면 좋겠다.
난 이걸 할 테니 허경은 나가서 이걸 해 달라 이러면 정말 최고일 것 같다. 전미네 주간 점검리스트 이런 걸 만들어서 체크해볼 수도 있다. 전국의 미디어운동 단체들 상황과 각 영역들의 상황들을 매일매일 점검해서 그걸 브리핑 하자고 할 수도 있다. 언젠가 그게 필요할 수도 있는 것 같지만, 근데 난 그게 지금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좀 답답할 수 있는 거는 전미네 상황이 지금 재조정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래서 지난 5년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5년 계획을 정리해가는 단계인 것인데, 그 단계를 같이 해나갈 수 있어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ACT(주영): 이건 사이드 질문인데 허경에게 전미네는?
허경: 나는 맨땅에 헤딩인데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근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전미네 라는 것이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맨땅에 헤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 (내년 초까지), 또 하나는 안정적인 활동조건을 최대한 만드는 것이다.
보경: 허경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까 우리가 굉장히 잘 파악한 것 같다.
재환: 아까 맨땅에 헤딩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허경이 잔디가 되어주고 있다.
ACT: 전미네 사무국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라던가, 현재 전미네 사무국 활동 중에 좀 더 채워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CT(주영): 예를 들자면, 허경을 몰아내고 싶다던가? 허경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던가, 그런 것. (웃음)
지현: 허경은 그럼 완전 좋아할 거다.
보경: 근데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서 그걸 꼭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전미네의 약한 부분이라는 것이 조직적 단결력이지만, 그런 게 꼭 있어야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재환: 전미네 사무국은 돈이 없다. 그걸 채워 넣고 싶다...
일동: (폭소)
재환: 아직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전체를 보는 눈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빈 부분이 보이면 거기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면 되겠구나 하는. 그런 게 지금 보이면 좋을 텐데, 사실 아직은 전체를 보고 있지는 못 한 것 같다. 처음에 전미네에 들어올 때 전미네 사무국 자체를 생각했다기보다는 나는 미디어운동을 하고 싶었던 거고, 전미네가 사람들을 서로 엮어주고, 말로 무언가를 정리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 나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들어온 계기가 내 자신을 위주로 생각했던 거고, 그래서인지 조직자체에 대해서 생각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ACT(주영):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의 계기와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뭘 하든, 전미네는 특히 더 미디어운동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뭘 해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
보경: 나의 목표는 언제나 삶을 더 재미있게 사는 거다. 사람 많이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난 내가 뭘 더 하고 싶어 하던 간에, 이건 맞다. 이건 아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 어떠하냐? 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든, 재환이나 허경에게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ACT(주영): 뭔가 재미에 대해 추구하고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건가?
보경: 그렇게 얘기하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운동들 보다 미디어운동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좀 더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맞는 방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방향이 있기 때문에, 이게 더 재밌어 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ACT(주영): 어쩌면 그런 부분들이 간사활동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서로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제안하는 일들이 전미네 사무국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재환은 어떤가? 미디어운동이 재밌는가?
재환: 사실 재미라는 것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굳이 재미라고 한다면, 미디어운동이 재미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다. 이전에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헌데 그 고민을 같이 얘기하거나 적절히 해결할 통로가 아무데도 없었던 것인데, 그 통로를 다른 것이 아닌 미디어운동에서 찾은 것 같다. 내가 고민하던 주제들을 고민을 하고 있고,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처음 찾은 거니까... 그래서인지 그냥 그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래도 모르죠. 1,2,3년 지나고 나면 어떻게 달라질지...
ACT: 1년 뒤에는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보경: 1년 뒤에 워크샵?
허경: 그때도 계속 알쏭달쏭할걸.
ACT(주영): 계속 미디어운동을 하고 있을까?
재환: 적어도 1년은 하지 않을까.
허경: 그래도 1년은 해야지.
ACT(주영): 계약되어 있는 건가? 허경과 계약?
일동: (폭소)
재환: 뭔가 크게 잘 못해서 쫓겨나지 않는 한, 1년은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익숙해지기에 1년이 충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1년 후에도 어리버리하고 있을 것 같고.
보경: 1년 후에도 일을 하고 있겠다. 전미네 일도 어쨌든 할 거고. 근데 1년은 너무 짧은 것 같다.
ACT(주영): 그럼 5년 뒤라고 했을 때 생각해 놓은 것이 있는가?
보경: 5년 후면 서른이다. 결혼이라도 할까? (웃음)
재환: 이런 것 때문에 부모님이 계속 뭐라고 하시는 것 같다. 몇 년 후에 뭐하고 있을 거냐 묻는다면 딱 내놓을 수 있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보경: 근데 5년 후에 뭐 할 것 같아? 회사 다녀. 10년 후에 뭐 할 것 같아? 회사 다녀. 15년 후에 뭐 할 것 같아? 회사 다녀. 그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재환: 아까도 얘기했지만, 딱 정해져 있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그때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ACT(주영):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전미네가 아니더라도 미디어운동과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닌가?
재환: 지금 생각으로는 그럴 것 같다.
ACT: 허경에게 더 바라는 점이 있나?
재환: 더 있어라...허경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일동: 교주다 교주... (폭소)
보경: 누구에게 뭘 바란 적이 없어서...
ACT(주영): 1년 후엔 바뀔 거다. (웃음)
ACT: 혹시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인터뷰를 읽어볼 지역 활동가들이나 전미네 사무국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잠재적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재환: 돈을 달라...
일동: (폭소)
재환: 지금은 못 미덥고, 좀 불안하겠지만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 배우고 싶다!!
ACT(주영): 뭘 배우고 싶나?
재환: 모르겠다. (웃음) 그냥 다 가르쳐 달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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