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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0 호 인터뷰] 변화된 상황에 맞는 변화된 체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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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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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0호 / 2010년 7월 29일


 
 
 
 
변화된 상황에 맞는 변화된 체계를
- 손동혁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대표 인터뷰
 
 
인터뷰 : 최은정 (ACT! 편집위원회 )
녹취 및 정리 : 오재환 (ACT! 편집위원회 )

 

 

 

 

 

* 편집자 주 : 지난 5 월 14 일 , 전국의 미디어센터 간의 협의체인 ‘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 가 창립되었다 . 이 협의회에는 강릉영상미디어센터 , 미디액트 , 안동영상미디어센터 ,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 전남영상미디어센터 준비위원회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 제천영상미디어센터 , 주안영상미디어센터 ,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등 9 개 지역 미디어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 이번 호 ACT! 에서는 , 센터협의회의 초대 대표를 맡게 된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손동혁 소장을 만나서 , 센터협의회가 만들어진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ACT!: 우선 한국 영상미디어센터 협의회 ( 이하 센터협 ) 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알고 싶어요 .

 

손동혁 : 미디어센터들 간의 교류 자체는 몇 년 전부터 있어 왔어요 . 하지만 이제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 갖춰진 체계로서의 네트워크가 필요했기 때문에 협의회를 만들게 된 거죠 . 여기서 갖춰진 체계라는 건 한 편으로는 행정적 부분을 말하는 거예요 . 문화체육관광부 ( 이하 문광부 ), 방송통신위원회 ( 이하 방통위 ), 영화진흥위원회 ( 이하 영진위 ) 등 실제로 미디어센터들이 함께 해야 할 행정기관과의 관계를 원활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센터들 사이의 관계 자체를 좀 더 일상적 ,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었고요 .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형태가 좋겠는지 논의했고 , 그 결과로 센터협이 만들어진 거죠 . 이 두 가지는 원래 있었던 미디어센터 네트워크에서도 느슨한 형태로 이루어졌던 일이지만 , 이번에는 이것들이 좀 더 제도화 , 정식화 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

 

 

ACT!: 그럼 센터협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미디어센터 간의 교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건가요 ?

 

 

손동혁 : 예전에 미디어센터라는 것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 , 미디어센터 추진모임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 국내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미디어센터라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 미디어센터의 설립에 대해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 그러한 논의의 결과를 정부에 정책적으로 제안하기 위한 틀로서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 이 모임에서 논의된 것들 중 많은 부분이 문광부 등을 통해 정책화되면서 미디어센터 설립 사업이 본격화되고 , 여러 미디어센터들이 만들어졌습니다 . 그 이후에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미디어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단체들의 네트워크 , 이하 전미네 ) 안에 미디어센터네트워크가 별도로 만들어져 운영되어 왔던 것이죠 . 이 네트워크는 그 전에 미디어센터 추진모임이 해 왔던 역할들인 , 미디어센터를 지역별로 더 확장하여 설립하는 사업과 설립된 센터 간의 교류 , 이 두 가지 일을 함께 진행시켰어요

 

 

그런데 2008 ~ 2009 년 오면서 각 지역의 센터 설립이 일단은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 이제 센터의 운영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생겼어요 . 이런 이야기가 2008 년 주안에서 진행된 전국 미디어센터 워크샵에서 제기되었고 , 그럼 운영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정식화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 지역 미디어센터의 다수가 반관 반민의 형태이기 때문에 , 미디어센터가 모여서 공동사업을 진행한다거나 하더라도 갖춰진 체계가 필요하거든요 . 그런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협의회라는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이죠 .

 

 

ACT!: 센터협에 참여하는 미디어센터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나요 ?

 

 

손동혁 : 센터협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를 지체되게 했던 내부요인 중 하나가 , 미디어센터의 설립기관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 영진위 , 방통위 , 문광부에서 설립한 미디어센터도 있고 , 민간이 설립한 독립 미디어센터도 있고 . 이렇다보니 센터협의 참여 범위를 어떻게 정할 거냐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달랐어요 . 
 
 

우선 설립 기관 별로 협의회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이런 방식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 일단 장점은 행정적인 부분 , 설립 기관과의 파트너쉽과 관련된 문제가 단순 명확해진다는 거죠 . 하지만 단점은 센터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데는 약한 지점이 있다는 거예요 . 그럼 모든 미디어센터가 다 모인다면 ? 우선 미디어센터마다 다른 점이 있는데 모여질 것인가가 문제였고 , 모이더라도 미디어센터 간의 교류는 구조적으로 해결되지만 , 행정적 파트너쉽 부분은 여전히 혼란스러워지는 거죠 . 이 지점에 대한 의견이 가장 분분했어요 .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공유지점을 넓히는 과정이 있었고 , 전부 다 모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 설립을 추진한 행정기관 보다는 미디어센터란 것 자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한 것이죠 .

 

 

이렇게 해서 현재는 9 개 센터가 참여하고 있어요 . 영진위 , 문광부 , 독립 미디어센터들이 들어와 있고 , 방통위 , 방송문화진흥위원회 ( 이하 방문진 ) 쪽의 미디어센터는 각 센터에서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 올 하반과 내년 초에 좀 더 참여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ACT!: 미디어센터마다 , 또 미디어센터의 설립기관이 어디이냐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를 텐데 , 협의회 내에서 미디어센터들 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

 

 

동혁 : 상황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는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먼저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각각의 케이스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 , 이런 태도가 더 중요한 거겠죠 .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 센터협에서 미디어센터 간의 공통지점을 최대한 찾아내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합니다 . 그게 뭐냐고 한다면 , 일차적으로는 행정기관과의 파트너쉽이 될 거예요 . 특히 문광부 미디어센터의 경우는 문광부와의 관계가 중요해요 . 문광부 미디어센터들이 주로 중간 규모의 지역에 기반하고 있어서 ,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 지역 차원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거든요 . 3 년 넘어가는 문광부 미디어센터의 경우는 장비 업그레이드 문제가 있는데 , 이런 문제도 지역의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힘들고요 . 그래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실제로 절실합니다 .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 뿐 아니라 , 전체적으로는 미디어센터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문제도 있어요 . 여기서 법적 지위라 함은 미디어센터를 공공 시설로 규정하는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 문화회관 , 문화원은 공공시설로 규정이 되어 있지만 , 미디어센터는 법률로 규정된 공공시설이 아니거든요 . 행정기관과의 파트너쉽을 위한 노력에 이런 부분도 포함될 수 있을 거예요 . 이런 건 모든 미디어센터가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겠죠 .

 

 

행정적인 부분 이외에도 공통지점 중 하나는 , 지금까지 제일 많이 이뤄졌고 제일 절실한 일인데 , 미디어센터들 간의 교류입니다 . 미디어센터간의 인적 교류 , 내용 교류 , 더 크게 본다면 국제적 교류 , 이러한 것들을 좀 더 안정화시키고 일상화시키는 것이 모든 센터 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일 거라고 봅니다 . 그러한 교류의 한 형태로 , 미디어센터들이 함께 하는 공동사업이 있겠죠 . 지금까지 몇몇 미디어센터가 모여서 공동사업을 한 사례는 몇 개 있지만 ,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이야기된 공공사업들의 예를 들자면 , 우선 아직 시민들이 미디어센터란 시설을 낯설어하기 때문에 센터 자체를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게 공동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가장 먼저 나왔어요 . 그 외에 공동의 아카이브를 만들자거나 , 청소년 대상의 여름 캠프를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고요 .

 

 

ACT!: 아까 말씀하셨듯이 센터협의회의 전신인 미디어센터네트워크는 전미네 소속이었잖아요 .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 네트워크가 출발할 땐 미디어운동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건데 , 이번에 센터협이 창립되면서 단순한 이익단체로 변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

 

 

손동혁 : 이 문제에 대해서는 , 미디어센터 , 특히 공공영역에서 만든 미디어센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 민간 미디어센터의 위상과 역할은 설립주체 안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면 되겠죠 . 하지만 설립 주체가 공공영역인 미디어센터의 위상과 역할은 , 공적 설립 주체가 만든 것인 만큼 그 위상이 중립적이어야 하고 , 그런 중립적인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 전미네 활동가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 미디어센터들이 해야 하는 사업의 목표를 일방적으로 운동으로 보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 하지만 어떤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내용을 통해서는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주체들이 ( 운동의 측면에서 )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 주안미디어센터의 예를 들면 , 미디어센터 자체는 공적 기관이라는 걸 명확히 했지만 , 전미네에 가입하느냐 마느냐는 스텝들 개인의 문제였거든요 . 어느 한 편에서만 바라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본다면 , 이미 센터가 공적지원을 통해서 공공기관으로 만들어진 시점부터 , ‘ 운동 ' 네트워크에서 멤버쉽을 가지는 것 자체가 상극인 것 아니겠어요 ? 공적 장치를 통해 사업을 현실화하면서 내용상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되는 거지 , 상징적으로 전미네에 속해있다 아니다에 대해서는 크게 논쟁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ACT!: 그럼 앞으로 전미네와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 건가요 ?

 

 

손동혁 : 센터협이 전미네 등의 다른 네트워크에 소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 하지만 중복가입이 안된다는 조항은 없는 것이니 , 센터협 내의 미디어센터들이 다른 네트워크에 참여하느냐는 각자 판단하면 되는 거겠죠 . 또 센터협과 전미네가 서로 필요한 게 있으면 대등한 네트워크의 자격을 가지고 협의를 해 갈 수도 있는 거고요 .

 

 

ACT!: 주안미디어센터나 미디액트의 경우 , 지자체나 설립기관에 생긴 변화에 의해서 큰 위기를 겪었잖아요 . 공공영역의 미디어센터가 이러한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공공시설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손동혁 : 사회적으로 공공영역을 규정하는 건 그걸 이용하는 시민의 몫입니다 . 상당히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저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 시민이 미디어센터의 필요성과 역할을 지속하는 힘인 것이고 , 그걸 빼면 실제로 권력에 휘둘리게 됩니다 . 그러니 이용자들이 미디어센터가 필요하다 , 이 미디어센터가 이런 주체들에 의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이렇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 그러기 위해서는 미디어센터에서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할 겁니다 . 그 장치는 예를 들어 회원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 이 시스템을 통해 스텝들 몇 명 뿐 아니라 회원들이 미디어센터의 운영에 함께 참여하도록 할 수도 있을 거예요 .  
 


ACT!: 마지막으로 , 앞으로 미디어센터의 발전 방향과 전망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

 

 

 

동혁 : 앞으로는 미디어센터가 점점 많아질 것 같아요 .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미디어센터들은 문광부 미디어센터의 모델을 따르는 것들입니다 . 아마도 지금까지 미디어센터 운동을 해 왔던 분들이 합의했던 미디어센터의 형태와 내용들이 문광부의 지역미디어센터설립사업을 통해 표현되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 하지만 제 생각에 앞으로는 다른 버전의 미디어센터가 점점 많이 나올 것입니다 . 예를 들어서 , 지금의 주안미디어센터 같은 것을 앞으로 인천의 10 개 구 , 군에 하나씩 다 세우지는 않을 것 같아요 . 그런식으로 미디어센터가 만들어지더라도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도 못할 거고요 . 한 지역 전체를 놓고 볼 때 , 지금까지는 거점으로서의 미디어센터가 필요했지만 , 앞으로는 다양한 요구에 맞춰서 지금과 유사하면서도 아주 다른 여러 형태의 미디어센터가 출현할 것이라고 봅니다 .

 

 

그렇게 되면 이전엔 없었던 네트워크가 존재할 수 있겠죠 . 새로운 미디어센터를 구성할 때 그걸 하나의 고립된 형태로 보는 게 아니라 , 이쪽에 이런 센터가 있으니까 저 쪽은 저렇게 만들면 되겠다 , 이렇게 네트워크를 통한 효율성을 생각하면서 미디어센터가 디자인될 가능성이 높아요 . 예전에는 미디어센터의 전체적인 상에 대해서 논의하는 네트워크는 있었지만 , 지역 내에 있는 미디어센터 간의 네트워크는 없었습니다 . 앞으로 미디어센터가 지역 내로 더 확산되어 들어간다면 , 네트워크에 기반한 효율성 또는 차별성이 중요해지겠죠 . 예를 들어 큰 센터가 하나 있으면 , 그보다 작은 센터를 여러 개 만들면서 , 그 중에 어떤 것은 미디어 아트 영역으로 차별화시키고 , 어떤 건 매체 중심으로 차별화하고 , 어느 한 곳에서는 도서관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 이렇게 지역 내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 한국사회의 미디어센터는 이미 그 형태와 필요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미규정을 해 내고 , 그걸 실물로도 보여주고 있어요 . 이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해나갈 것이냐를 생각해 본다면 , 이제는 지역을 토대로 가야 하겠죠 . 앞으로의 미디어센터는 이렇게 지역 네트워크 안에서의 효율성과 차별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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