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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4호 인터뷰] 세 명의 성전환 남성 이야기 - <3xFTM>의 상영기획단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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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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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4호 / 2008년 9월 1일

 

 

세 명의 성전환 남성 이야기 - <3xFTM>의 상영기획단을 만나다. 



장문정(ACT! 편집위원회)
 
앨릭슨 벡델의 <재미난 집>을 읽은 적이 있다. 동성애자 아버지의 여성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가의 남성성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일상과 그 이해의 과정을 다룬 글과 그림이, 아버지와 딸의 대화가 되어주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과 함께 막연하면서도 서글프게 다가 왔었다. 예를 들자면 이해라는 것, 누군가가 누군가의 낯설음을 받아들이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삶의 과정 같은 느낌.
벡델의 자전적 이야기가 그 이해의 과정에 대한 느낌에서 맴돌았다면, <세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 3xFTM>의 다큐멘터리 북은 내가 갖고 있는 남성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또 혹은 타인의 낯설음을 이해해가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좀 더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하나의 산을 넘어가며 몇 백 개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들쑤시고, 한 번 더 그 수많은 긴장들 속에서 조금은 모자란 내가 갖고 있는 언어의 부재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 투. 그리고 쓸데없는 마침표.



8월 20일, 다큐멘터리 <3xFTM>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 시사회가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서로 다른 정체성에 대한 계기와 일상의 긴장감들에서, 조금은 평면적이고 나열되는 느낌으로, 그 차이를 구분하고,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면, 다큐멘터리는 한무지씨, 고종우씨, 김명진씨의 지난한 삶에서의 공통점을, 혹은 나와 그들의 공통점을, 혹은 친밀함을, 좀 더 입체적으로 느끼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시사회는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영상문화공작소 지따' 그리고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이렇게 세 단체가 모여서 꾸려진 다큐멘터리 <3xFTM>의 상영기획단을 중심으로, 좀 더 실천적인 이슈들을 끌어내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연대활동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진행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상영회가 끝나고, 보통의 상영회에서 진행되는 관객들과의 대화와는 조금 다르게, 상영기획단이 준비한 발제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꺼리들”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여성주의자로서 성전환 남성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고민과 긴장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트렌스젠더들에게는 일상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법적 제도의 문제와 그것들이 갖고 있는 의미들, 성전환과정과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씩 엇갈리기도, 혹은 서로의 접점을 찾아가면서 토론거리로 중심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겹겹이 쌓여가고 쉽지 않은 문제들이 다양한 관계 맺기를 통해 풀어져갔다.



ACT! 편집위원회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대상의 시사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영 및 배급 활동을 시작한 <3xFTM> 상영기획단을 만났다. 성적소수자에 관한 문화 및 영상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제작단체인 ‘연분홍치마'와 트랜스젠더에 관한 인권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렁이', 대안적인 배급활동 및 다양한 영상문화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지따'로 구성된 상영기획단은 서로의 고민과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상영활동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그에 비롯해 다큐멘터리 북이 발간되고, 또 다양한 상영회를 통해 이슈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들에서, 천천히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3xFTM> 상영기획단의 이야기들을 통해, 좀 더 많은 다큐멘터리가 좀 더 많은 이들과 만나는 좀 더 다양한 순간들을 상상해봤으면 좋겠다.


* 인터뷰 참여자 : 김일란(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3XFTM 감독), 조혜영(영상문화공작소 지따), 캔디.D(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활동가)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장문정, 박혜미(ACT! 편집위원회)




ACT! : 먼저 <3xFTM>을 못 보신 ACT! 독자들을 위해 <3xFTM>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나요?


김일란 : 2005년 가을에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겠냐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성별변경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몇몇 단체들이 모여서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공동연대를 꾸렸죠. 그래서 그때 당시에, 사회인권단체들, 여성단체들, 성소수자 단체들이 모여서 2006년 4월에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개정을 위한 공동연대가 발족을 했구요. 그러면서 그 법개정 운동을 진행을 하던 중에 성전환자의 어떤 제도적인 부분들을 마련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전환자가 한국사회에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그 삶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공동연대와는 약간 좀 독립적인 기획단을 또 하나 꾸렸는데, 그게 이제 성전환자 인권실태 조사 기획단이었어요. 그래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례적으로 알리는 것과 동시에 성전환자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하게 됐구요. 실태조사를 하면서 그때 주인공분들도 만나게 된거고, 실태조사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알리는 그런 것 외에 좀 더 다른 방식의 성전환자, 특히 FTM(Female to/word Male, 성전환남성)의 삶을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작을 하게 됐죠.


ACT! : 그럼 실태조사 팀에 연분홍치마가 결합을 하신 건가요 ?


김일란 : 그러니까 공동연대에도 있었고, 기획단에도 있었고.


ACT! :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인공분들을 섭외하는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김일란 : 그렇지는 않았어요. 일단 만드는 과정에서 한무지씨 같은 경우에는, 실태조사가 마무리될 즈음해서 당사자 모임이 조직화되는 과정에 있었고, 그게 '지렁이'로 조직화되었고, 그게 아마 다큐 찍고... ?


캔디: 초반 모임이 8월, 발족이 11월이에요.


김일란 : 그 즈음에 실태조사 마무리되고, 법안 발의하고. 문화제할 때였으니까, '지렁이'가 발족을 한 상황이었고, 그때 주인공 중에 한명인 무지씨한테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을 해줬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을 해주면 어떻겠냐. 주인공 섭외를 할 때 그런 부분들에 초점을 뒀던 것 같아요. 일단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분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거나, 커밍아웃의 의미를 가져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결심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섭외를 하고... 그러면서 무지씨랑 명진씨랑 고종우씨 이렇게 세분이 섭외가 됐고, 그런 과정에 별 무리는 없었어요. 주인공분들이 굉장히 적극적이었고. 저희들에게 되게 호의적이었거든요. 이미 실태조사를 하면서 만났었던 것도 있고 해서 별로 어려움은 없었어요.


ACT! : 보통 다큐멘터리를 보면 제작자와 대상의 관계가 드러나는데,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둘의 관계가 굉장히 친밀하고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그게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의 뒤로 가면서 그런 관계들이 보이고, 그 관계들을 통해 주인공들이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이 좋았어요. 제작하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이나 좋았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일란 :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들은 다른 거라기보다 다큐에도 나오는 건데요. 주인공분들이 자기 삶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보여준다라고 하는 것이 찍는 동안에는 사실 어떻게 찍히는지 모르니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데, 찍는 동안에는 어쨌든 누군가에게 자기의 일상을 계속 공유해야하는 거잖아요, 촬영을 하려면. 그런 과정들이 좀 어려웠던 것 같고. 그리고 또 고종우씨가 잠수타고 했던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계속 알리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떤 순간들에 계속 부대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누군가에게 자기가 보여진다고 했을 때, 자신의 모습이 자기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조차도 그것들을 보여야 할 때, 이럴 때 되게 힘든데... 어쨌든 다큐 안에서는 다양한 정체성 안에서 성전환 남성의 삶이기 때문에 되게 힘들어지는 상황을 보여야 하잖아요. 다른 것 때문에 힘든 거면, 사실 이게 성전환 남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굳이 찍을 필요가 없는데. 그 사람의 삶에서 어떤 사건들이 그 사람은 되게 힘든 일이지만, 어쨌든 성전환 남성의 삶이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상황은 다큐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이 되는 거고, 그것들을 찍어야하는 어떤 상황들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찍을 때도 있었고 안 찍을 때도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것들이 합의되면서 찍을 수 있었는데, 아마 초반에는 그런 것들이 주인공분들한테는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거를 같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또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한다면 촬영이라는 것이 카메라가 누군가의 일상을 계속 침범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힘들어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던 것 같구요. 어떤 분들은 찍는 동안에 -제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대상 상영회에서 발제한 것처럼- 여성주의자인데 성전환 남성을 대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냐 그런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그거는 어떻게 보면 다큐 전체의 과정에서라기보다는, 실태조사를 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이미 좀 만나서 많은 것들이 해소가 된 다음에 다큐를 찍었기 때문에 사실은 다큐를 찍으면서는 아니었는데요. 성전환 남성들과의 소통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좀 어려웠던 부분들이었죠.
오히려 편집을 하고 나서는 주인공 세 분이 영상으로 만들어진, 그러니까 재구성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것인지가 걱정이었는데, 명진씨나 무지씨는 큰 문제는 없었구요. 명진씨는 계속 포토샵 안 해주냐고(웃음). 얼굴의 여드름이 그냥 여드름이 아니라 사실은 남성 호르몬 부작용이라서 예전엔 피부가 좀 깔끔했었는데, 어쨌든 계속 포토샵 얘기를 했던 거. 그리고 무지씨는 "내가 저렇게 껄렁껄렁해요?" 그런 정도, 약간 만족스러운 농담들이 나오는 정도였는데. 종우씨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충분히 남성적으로 비춰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 같은 것이 있었는데, 보고 나서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거든요. 그런 한순간 한순간들이 좀 어렵죠.
근데, 주인공들하고 정말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다큐가 말이 많아 그래서(웃음). 정말 많은 얘기를 했고, 정말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북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진짜 수다를 많이 떨었던 것 같아요. 진짜 인터뷰도 많이 하고. 테이프 분량의 거의 반이 인터뷰인 것 같아요. 예전에 혜영이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말의 의존도가 되게 높은 것이 다큐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고 단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상영공간이 안 좋을 때는 다큐 전달이 잘 안될 때가 있어요. 혜영이하고도 얘기를 많이 했고, 조연출인 성희하고도 얘기를 되게 많이 했는데, 관객분들이 가끔 외설스러운 호기심을 가질 때가 있어요. 성전환자라고 했을 때,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외설스러운 질문들을 자기 안에 막 던지는 거죠. ‘어, 저 사람들은 그래서 가슴이 어떤거지?' 아니면 FTM 남성을 보면서 계속 여성스러운 외모들을 찾는다던가. 뭐 이런 식으로 그 이미지 안에서 외설스러운 어떤 호기심이 있는데, 그 외설스러운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 외설스러운 호기심을 느꼈을 때, 스스로 다큐를 보면서 반성했으면 좋겠다, 성찰했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 같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주인공분들의 말 속에서 좀 성찰의 계기들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다큐가 말이 많아요. 오죽했으면 다큐멘터리 북이 다 나왔을까(웃음). 그러면서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분들의 생각이 많이 좀 변했죠. 여성주의자와 성전환 남성이 부딪히는 지점들이 있었을텐데, 그 분들이 이 다큐를 보면서 만족했냐, 여성주의적인 시각 같은 것들에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냐 이런 식의 질문을 받았었는데요. 그런 것들이 이제 다큐를 쭉 찍으면서 많이 좀 논의가 됐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가 좀 많이 되어서 그런 지점에서의 충돌은 좀 적었던 것 같아요. 과정상에서는 있었는데, 결과물 자체에서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혜영 : 이야기 했던 것 중에 영화에서 그런 장면 있잖아요. 한무지씨가 퀴어 축제에서 상의를 탈의하는(웃음). 되게 즐거워하는 그런 장면 같은 경우에, 사실 저희는 처음에는 그냥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되게 해방감이라든가, 아니면 가슴 수술에 대한 무지씨의 감정이라든가, 거기서 오는 양가적인 어떤 느낌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미지만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보여주고 나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해서 관객의 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워낙 별로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잘 보이지 않고, 거기에 대해 무지씨가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떤 장면에서는 이미지로 보여줬는데, 또 설명해야하는 경우. 그런 것들은 사실 그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말하게 하려고, 감독님이 엄청나게 노력을 하셨어요. 사람들의 시각적인 것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 감정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ACT! : 말씀하신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서 다큐멘터리 북을 출판하셨어요. 저도 책에 대한 정보를 한겨례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셨는지, 책을 보고 영화 상영 요구가 있다거나, 다큐멘터리 북이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일란 : 체감하기 쉽지 않아요(웃음). 그 아이디어는 조연출을 맡았던 성희씨가 ‘인터뷰가 너무 아까운데, 그 인터뷰들을 좀 잘 묶어서 다른 방식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해서 그 다큐멘터리 북이 나오게 된 거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책 작업을 했던 세 명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조혜영 : 생각보다는 책이 많이 나가는 것 같아요. 처음 생각하기에는 사실 출판사에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출판사인 그린비 쪽이랑 작업을 할 때 되게 좋게 작업을 했었거든요. 편집자 분도, 담당하시는 분들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도와 감수성, 인권 감수성이 워낙에 높으셨던 분들이라. 서로 소통을 잘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시일이 빠듯했던 것 빼놓고는. 근데 사실 작업하면서도, 속으로는 (책이 많이 안 팔릴까봐) 약간 출판사에 죄가 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실 저희도 좀 궁금한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반응은 직접 상영하면서 볼 수 있는데,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볼 수가 없어서. 도대체 누가 이 책을 구입하는지 저희도 궁금해요(웃음).


김일란 : 세미나 자료로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캔디.D : 주위 사람들이 책 먼저 읽어보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고, 책보고 영화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김일란 : 제주여성영화제에 상영하러 갔을 때도, 책은 안 봤는데, 한겨례 기사 보신 분들이 있었어요. 한겨례 기사의 파워가 컸어요(웃음).


ACT! : 책을 보신 분들이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거나 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다큐멘터리 북이 좋은 기획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큐멘터리 북에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대부분은 세 주인공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더라구요. 그런데 책이 되게 예뻤던 것 같아요(웃음).


김일란: 다큐를 보신 분들은 책도 많이 사고 그러니까. 삽화를 조혜영씨 동생분이 해주신 거에요. 디자인에 좀 공을 들였죠(웃음).


조혜영 : 왜냐하면 보통 영화 관련 서적들은 시각적인 것들이 풍부하니 사진이라든가 자료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래야 더 효과적으로 다큐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그럴텐데... 사실 이 책은 사진을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거죠. 오토바이 타는 뒷모습 같은 정도 밖에 없어서. 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삽화를 넣자 이렇게 얘기를 한거죠.


ACT! : 다큐멘터리를 처음 기획했을 때 생각하는 어떤 관객층, 대상층이 있고, 영화가 완성되거나 아니면 관객들을 만나면서 좀 바뀌거나, 뭐 이런 게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관객에 관한 부분에서 처음이랑 달라진 게 있었나요?


김일란 : 처음에 기획했을 때는, 주요 관객을 젠더를 중심으로 고민하는 어떤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게 여성주의자, 여성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든,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건, 어쨌든 젠더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민감성이 있는, 긴장감을 갖고 있는 어떤 그룹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정도였었는데, 다큐가 완성이 되고 나서, 주변의 분들이 좀 더 대중적 상영이 가능한 영화가 아니겠냐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오히려 현장에서 만드는 조연출이나 저 같은 경우에는 "이게 정말 대중적인 영화야?"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조피디나 몇몇 분들은 어떤 입문서적인 성격도 있고, 편안하게 만들어져있는 부분들도 있어서 대중적으로 트랜스젠더, 특히 FTM분들의 사회적 존재를 알리는 과정에서 대중적인 상영도 가능하지 않겠냐 이렇게 얘기가 되었어요. 지금 상영기획단도 그런 층을 약간 구분해서 일정 정도 트랜스젠더나 젠더, 혹은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영과 좀 더 대중적인 상영 두 가지 차원을 고민하고 있죠.


조혜영 : 저도 사실 (제작과정에) 관여를 한 스텝 중 한명이긴 한데, 제가 현장에 그렇게 계속 자주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제가 보기엔 대중 -사실 대중이라고 하는 것이 되게 모호하긴 한데- <3xFTM>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과 제작자의 관계가 굉장히 친밀하고 편한데, 오히려 제작진이 거기에 과도하게 들어가거나 하지 않으면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직접 주인공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 부분이 있어요. 또 하나는 그 분들의 삶이 물론 좋은 것도 있고, 굉장히 힘든 부분들도 많은데 묘사되는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좋은 것만 있는 거는 아니잖아요. 생각해보면 되게 힘든 상황들에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거를 너무 과도하게, 고통스럽게 보여주면 안 될 것 같다라고 조연출 했던 분이 말씀을 하셔서.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대중들이 그런 면에서 그 분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도 그리고 너무 깊이 더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왜냐면 실태조사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논쟁지점과 더 디테일한 그런 부분들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게 첫 영화잖아요. FTM 혹은 MTF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많지 않으니까. FTM에 대한 첫 다큐멘터리이니까. 좀 그런 얘기들을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좀 쉽게 우선 이게 단계적인건 아니지만, 처음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부분에 대한 기반을 만든 다음에. 사실 만들다가 욕심이 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보기에는 훨씬 더 재미있거나, 훨씬 더 논쟁적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근데 거기까지 가게 되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첫 번째 다큐멘터리로서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그런 작품. 저는 맨날 입문서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웃음). 입문서적인 성격을 지닌,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실제로는 편안하지 
않지만 그런 다큐멘터리가 되게 하자는 얘기를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ACT! :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영상문화공작소 지따 이렇게 세 곳이 모여서 <3xFTM> 상영기획단을 꾸리셨는데요.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일란 : 한국의 인권적 상황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자들이나 혹은 이 사안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좀 다른 지점 속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이 다큐를 기획했던 것만큼, 이 사안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단체들이 연대해서 같이 상영활동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조혜영 : 갑자기 쨘하고 그냥 이 단체들이 이렇게 묶인 건 아니구요. 사실 그 이전부터 계속 좀 개인적으로 관여를 하거나 연계했던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김일란 : 어쨌든 혜영이 얘기한 것처럼, 후반작업할 때쯤에서 세 단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찾으면서 진행을 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상영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것은 두어달 정도 밖에 안됐지만, 그 이전부터 계속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찾았었고, 그래서 이제 다큐가 완성이 되면, 본격적으로 그것들을 활동으로 외화시켜가자라고 했어요.


ACT! : 앞에서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상영을 하려고 하신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상영 계획이나, 고려하고 있는 단체나 관객층이 있나요?


조혜영 : 상영기획단을 만든 이유도 성격이 세 단체가 좀 다르거든요. 물론 연분홍치마랑 지따 같은 경우에도 공통점이 있고, 연분홍치마랑 지렁이 같은 경우에도 공통점이 있고 다 공통분모가 있어서 세 단체가 모이긴 한건데. 나름대로 영역이라든가 약간 차이들이 좀 있어요. 지렁이 같은 경우에는 FTM, 트랜스젠더 당사자 커뮤니티나 혹은 이슈와 관련된 곳들. 지금 영화를 그냥 상영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액션으로 가기까지의 이슈들을 대중을 향해서든, 아니면 감수성이 더 높은 사람들을 향해서든,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서든, 그런 것들 좀 가져가야 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렁이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캔디.D : 상영을 하는데 사실 트랜스젠더 이슈 같은 경우에는, 내부 안에서만 소화해내기 보다 법안을 만든다거나 의료영역으로 들어가도 굉장히 많은 영역들하고 얽혀있고, 어떻게 보면 인간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얽힐 수밖에 없고,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분야들이 컨택이 될 수 있는 것. 우리가 이슈 파이팅을 할 때, 좀 더 확장된 이슈 파이팅에서 도움이 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단위들을 찾아서 영화 상영을 하고, 좀 더 깊은 얘기들을 나누고 단체들은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성소수자 단체들도 많이 생각을 하고 있고, 법이나 의료 쪽이나 여성 등 다양한 쪽으로 많이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조혜영 : 단체 상영을 하는 부분과 커뮤니티라던가, 아니면 지역여성단체라던가, 지역 성소수자 단체나 인권단체, 아니면 아까 얘기한 의료문제와 관련한 단체, 아니면 진보신당과 상영회를 같이 해서 법안에 대해 같이 논의한다거나 이런 각 영역에 있는 인권이나 정책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과 지역의 노동자 단체 - 사실 비정규직 문제를 고종우씨나 김명진씨 같은 경우도, 물론 대기업에 다녔다가 성전환 문제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되는 문제들이 있었잖아요, 직장을 잘 옮기지 못 한다거나. 그런 것들을 비정규직 단체들과 함께 논의한다면 좋겠다. 그러면서 이슈를 같이 만들고 연대하는 그래서 인권운동사랑방에서의 상영활동도 사실 그 일환 중에 하나였고, 또 그 다음에 독립영화 네트워크나 아트플러스 네트워크나 그런 것들을 좀 타거나, 혹은 그 쪽에서 하는 어떤 상영관들 있잖아요. 지역 상영관들과 같이 연계하는 방식. 기존의 독립영화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에 확정이 된 것은 아닌데, 개봉이나 대중상영을 좀 고려하고 있죠. 아직 더 구체적으로 얘기는 해봐야하는데, 왜냐하면 (상영이나 배급) 라인이 조금씩 달라지면 저희가 처음에 주인공 분들하고 얘기했던 것보다 더 확장된 부분들이 있어서, 주인공분들하고 상영기획이라던가 상영의 어떤 방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에 있어서 계속 같이 호흡을 맞춰나가고, 얘기를 해나가면서 페이스를 같이 맞춰나가는 그런 기획들을 같이 좀 해보려고 해요. 단순히 (주인공들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이 커밍아웃이 아니라 어디에 보여지느냐도 또 커밍아웃의 문제잖아요. 그래서 주인공분들과 커밍아웃의 문제를 같이 고민해봐야겠다. 다른 여러 단계나 상황이 달라질 때, 그런 것들을 같이 좀 얘기를 하고 있죠.



ACT! : 세 단체가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겠지만, <3xFTM> 상영기획단 활동을 하면서 각자의 목표나 강조점이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캔디.D : 사실 고민은 굉장히 많아요. 여기서 이렇게 제작을 하고, 배급을 하고 지렁이는 뭐가 있나 생각을 해보면, 인력풀이 있다(웃음). 주인공이 지렁이 활동가다(웃음). 사실 업혀가는 것도 없지 않다라고 생각을 해요(웃음). 여기 상영기획단에 들어온다라는 것 자체만으로 저희도 기대하는 바도 되게 많고, 부담이 되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기도 하고. 사실상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단체가 지렁이 밖에 없으니까, 다른 단체들에서 트랜스젠더 관련한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기도 하구요.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기대가 굉장히 많고, 그것을 이제 슬슬 펼쳐나가고, 기획을 하는 단계에서 같이 상영기획단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뭐 그런 아이디어라던가 저희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사업들에 대한 네트워킹이라던가, 그걸 같이 할 수 있는 기반 작업을 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상영기획단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몸으로 뛰는 일을 해보려구요(웃음).


조혜영 :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상해보는 배급? 말은 좀 거창하긴 한데(웃음), 사실 저희들도 고민 투성이에요. 지금 사실 그렇게는 못 하고 있는데, 아직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조금 더 키워나가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3xFTM>도 저희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되게 실험적인 방식 -그러니까, 각 작품마다 배급방식을 이제 다르게 갖고 가는거죠. 개인 감독이나 단체하고 할 때 좀 다르게 갖고 가고, 작품의 성격마다 물론 개봉관에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상영기획단을 만들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다른 미디어들과 연계해서 갤러리에서 퍼포먼스와 연계해서 한다거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실행을 하려고 생각중이구요.


ACT! : 구체적으로 <3xFTM>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알려내고, 상영회를 조직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일란 : 저희 연분홍치마가 영상단체이기도 하지만, 또 어쨌든 활동 단체로서 그 전에 갖고 왔던 관계들이 있잖아요. 활동하면서 만났던. 그 관계들 속에서 서로 제안을 하거나, 그 단체가 다른 단체에게 소개를 시켜주거나 이런 방식인 거죠. 그러니까 그동안의 활동 속에서 알아왔던 사람들의 관계가 있으니까.


조혜영 : <3xFTM> 블로그가 있어요. 저희 블로그에 상영요청서를 띄워서요. 우선 신청을 받아서 하려고 해요. 그리고 관련 단체들 쪽에도 큰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단체 중에 상영을 한번 해보고 서로 얘기가 된 단체들에 배너나 이런 것들을 띄워서 하려고 해요.


ACT! : 주인공들이 함께 관객과의 대화나 상영회에 참여하셨다고 했는데요. 참여하고 난 후의 반응은 어떠신가요? 카메라에 찍히는 경험과 또 다를 것 같아요.


김일란 : 한켠에서는 희열을 느끼고, 그건 정말 주인공 분들의 특권인 것 같아요. 또 한켠에서는 두려움도 느끼는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하겠지만, 희열은 뭐 상상하실 수 있겠지만, 그 관객들의 반응이라고 하는 것 속에서 어쨌든 안정이랄까, 인정받는다는 느낌. 또 일종의 해방감이랄까. 자기의 모습이 전혀 자기가 우려했던 것만큼 타인에게 어색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이 그런 것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 희열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 희열은 다큐멘터리를 통한 커밍아웃에 대한 자기 긍정이나 그런 부분들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다큐를 통해서 커밍아웃을 잘 했다라고 느껴지는 또 한 편에서는 그것만큼의 우려도 느껴지는 건데, 이 공간에 와서 본 사람들이 혹시 아우팅으로 연결되는 상황들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이런 것들이 어쨌든 동시에 있는데요. 전반적인 경향은 이 주인공들의 삶에 되게 결정적인 이벤트가 된 것 같구요. 상영을 통한 관객들과의 호흡이라고 하는 게 주인공들에게 큰 변화를 주게 된 것 같아요. 특히 그 중에서 종우씨가 변화가 가장 현격한 사람인데, 상영활동에서 누구보다도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GV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되면 GV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상영활동을 하는데서 GV를 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종우씨의 고민은 다큐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지금 자기의 모습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다큐 이후에, 그러니까 상영활동 이후에 많이 변했죠. 캔디가 더 잘 알텐데, 지금 지렁이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캔디. D : 고종우씨 같은 경우 예전에는 지렁이 활동을 외부에서 한 명의 FTM으로 지켜보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되게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활동에 임하는 본인의 마음이나 활동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의 전망까지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아요.


김일란 : 그런 변화된 모습들이 다큐멘터리에 없어서, 보시는 관객분들은 자기의 과거만을 보고 있다는 거고 그 과거는 다큐에서 변하지 않는다라는 거죠. 그 변화를 다 새로 찍지 않는 한, 그 변화가 다큐 안에는 없으니까 그 간극이 되게 쑥스럽다, 힘들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어떻게 보면 활동이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바꾼 것 같아요. 그것도 하나의 변화일텐데, 그래서 지금은 그런 변화를 자기의 언어로 충분히 말할 수 있을 때 보다 더 상영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죠.


ACT! : 상영기획단활동을 정리하고 축적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정일 것 같은데요, 혹시 그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낮은 목소리>의 경우 1편부터 3편까지 제작과 배급 과정을 담은 제작일지를 출판했는데, 그런 것들이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김일란 : 저희 내부적으로는 만들고 있는데, 공개할 수준이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내부적으로는 지금 계속 쌓아가고 있구요. 그건 이제 지렁이든, 연분홍치마든, 지따든 계속 활동하는데 중요한 지점일 것 같아서 내부적으로는 좀 만들어 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간단하게 연락처부터 시작해서, 단체의 성격과 어떤 방식으로 상영회를 하는지 계속 데이터를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데, 그것을 공개하고 외부적으로 공유할 정도가 되려나 잘 모르겠어요. 연분홍 치마의 경우 한 1-2년 정도 경험이 축적되면 누군가에게 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매뉴얼북이나 이런 것들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올해 안의 계획은 없구요. 그리고 지따 같은 경우에도 그런 데이터들이 쌓이면 지따가 생각하는 다양한 배급에 좋은 결과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직 뭐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상영활동이라고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과정은 - 연분홍치마 안의 어떤 다른 고민들도 있었고 하기 때문인데, 연분홍치마가 충분히 상영활동이라는 것을 고민할 만큼의 어떤 결과물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두 번째에요. 예전에는 <마마상>이 있었고, 지금은 <3xFTM>인데, <3xFTM> 제작을 하면서 조금 생각이 변하게 되었던 건 예전에는 배급활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만드는 것만으로도 너무 급급했고, 어떤 내용들을 생산해낼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벅찼었구요. 배급이다, 상영이다 이런 부분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은 후반작업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은데. 일단 다큐를 만들고 나서, 다큐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운동이지만, 이 다큐에 담긴 내용들을 어떻게 관객들이 또 다른 행동으로, 액션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액션플랜을 짜보는 것이 이제 배급이고, 상영활동이다고 생각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3xFTM>을 보면 -많은 다큐가 그렇지만- 마음이 움직인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웃음).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런 얘기들을 했는데, 그 얘기를 듣다보니까, 기왕에 관객들이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 마음이 어떤 현실적인 액션으로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의 액션플랜을 짜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상영활동이고, 배급활동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상영이나 배급루트를 찾아가는 것들이 중요하겠다라고 뒤늦게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따의 혜영이나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그런 고민들을 이미 하셨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뒤늦게 상영이나 배급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왜 만들고 나면 상영공간이 없을까 생각했던 반면에 <3xFTM>에서는 제가 좀 생각도 변했고, 연분홍치마도 생각이 좀 변했던 것 같은데 보다 더 적극적이고 조금 공격적인 상영의 루트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객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되게 중요하겠고, 기왕에 텍스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긍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들을 가지고 좀 더 현실적인 변화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독립영화의 공동체상영네트워크도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기존에 많이 고민해오셨던 분들, 다큐를 찍고, 그렇게 상영회를 고민해 왔던 분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도 그런 고민을 하게 되면서 그런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니까, 앞서서 이런 고민들을 해왔겠구나, 이런 한계들을 많이 느꼈겠구나라는 것들을 좀 알게 되는 것 같고, 그러면 우리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이런 고민들도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구요. 그러면서 개봉이라고 하는 것도 고민의 한 범주로 고려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커밍아웃이나 이런 저런 복잡한 문제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할지 안할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예전 같았으면 개봉의 문제를 완전히 접어두고 했다면, 지금은 개봉이라는 문제도 감정적인 거부감이나 우려만을 갖기보다는 어떤 부분들을 이렇게 돌파하면서 잘 해낼 것인가라는 것으로 고민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개봉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배급활동이나 상영활동의 연장에서 개봉이라고 하는 것도, 극장 라인을 따라서 상영을 한다라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영역으로 설정했다는 것이 좀 차이가 있는 것 같구요. 여전히 극장개봉이라고 하는 부분이 갖고 있는 우려점들이 있죠. 그 부분이 이제 경험을 통해서 훨씬 더 구체화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조금 막연한데, 물론 이제 겪어보지 않아도 예상되는 우려점들은 있지만, 아우팅이라던가 하는 것들에서. 근데 어쨌든, 안하는 결정을 내리던, 하는 결정을 내리던, 저희 연분홍치마 내부로는 이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설정했다라는 것이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상영기획단 안에서 지따의 고민과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그런 의미에서 지렁이의 고민과도 더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혜영 : 저희도 많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감독님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나면 너무 힘이 빠지고,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 상영이 되게 잘 되면 좋긴 한데, 그걸 자기가 혼자 다 컨트롤하기에는 너무 힘들거나, 피디나 조연출이 그걸 계속해서 맡아주기도 쉽지 않고.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쪽은 준비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워낙 더욱 힘들고 그렇게 되다 보니까 이렇게 일 년이고 몇 년이고 계속 갈 수 있는 거라서 참 그런 게 되게 힘든 문제인 것 같아요.


ACT! : <3xFTM>을 보고 관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했으면 좋겠다,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으세요?


김일란 : 아직은 없어요. 캔디도 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그런 이슈들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그런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만약에 개봉이 아니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중상영을 한다고 했을 때, 대중 상영의 목표점이나 그 관객의 효과가 어디로 낙하할 것인지에 대한 이런 부분들이 좀 더 많이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서, 텍스트 안에 충분히 있는 이야기지만,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좀 더 발현될 수 있는 지점들이 무엇일지를 활동 단체들과의 토론회나 그런 것들을 통해서 좀 더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활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상영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그 활동의 접점들을 찾고, 그것들이 이슈파이팅 할 수 있는 지점들, 그러니까 좀 더 캠페인적인 어떤 것으로 끌어낼 수 있는 지점들을 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단체들에게 서로 제안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성전환자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활동단체들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그들이 기존의 활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점들은 같이 상상해볼 수 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일정 정도 두꺼워지면 그것들 토대로 좀 더 대중상영을 기획하는 식의 단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ACT! : 언제까지 상영회를 할 계획이세요?


김일란 : 대략 내년 이맘때 쯤까지가 아닐까?


조혜영 : 다들 그 정도까지는 각오하고 있어요(웃음).


ACT! : 그럼 상영회를 모두 마치고 일 년후에 다시 인터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일란 : 특히 세 단체가 각자 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지점들이 있는데, 그 성장의 지점들이 자기 변화로 이야기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고, 그게 더 알려지면 좋을 것 같아요.


ACT! : 해외영화제에 출품한다거나 해외로 네트워크하는 계획도 있나요?


조혜영 : 지금 사실 상영기획단 안에서는 국내에서의 상영활동만 함께 하고 있구요. 해외 배급 같은 경우에는 지따가 독립적으로 맡아서 저희가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만여성영화제에서의 상영이 기획되어 있고, 이후 해외의 트랜스젠더 영화제나 아니면 LGBT영화제들, 서구엔 사실 더 많거든요. 세분화되어서 되게 많아요. 그런 데에서 좀 상영을 하고, 아시아 쪽하고도 상영하려구요. 사실 좀 원대한 포부는 그런 쪽하고 상영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물론 저희가 독립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긴 하지만, 만약에 잘 되면 그런 단체들하고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럴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을 좀 하고 있구요. 그 다음에 다큐멘터리 영화제나 독립영화제 쪽이나 이쪽으로 좀 많이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미국의 경우만 보면 워낙 지역연구나 젠더 스터디에서 포럼하고 같이 영화제를 기획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데도 좀 많이 보내고, 대학이나 센터들과 하는 거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


* <3xFTM>의 상영을 원하시는 분들은 상영을 원하시는 분들은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3ftm )에 글을 남기거나 3ftm@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연분홍치마 블로그 http://www.pinks.or.kr/


<3xFTM> 블로그 http://blog.naver.com/3f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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