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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6호 인터뷰] 소통하라! 행동하라! 그리고 미래를 만들라! -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전철원 사무국장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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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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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6호 / 2007년 10월 19일

 

 

소통하라! 행동하라! 그리고 미래를 만들라! 


-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전철원 사무국장을 만나다. -
인터뷰 : 박채은
정 리 : 박규민, 박채은
(ACT! 편집위원회)

 
2003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천에서 미디어센터설립을 위한 활동가들의 모임이 꾸려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많은 지역에서 미디어센터설립운동이 봇물 터지듯이(?) 활발하게 논의되던 그 시점이었다. 지역에서, 현장에서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주체들 문제로 고민을 하던 활동가들에게 미디어센터는 만병통치약 같은 거였다. 당시 미디어센터 관련한 토론회와 워크샵에 참여한 각 지역 활동가들에게서 그런 열정과 열망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인천의 미디어활동가들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2007년 9월, 드디어 4년 만에 인천에 미디어센터가 세워졌다. 아직 미디어센터가 설립되지 못한 지역이 많으니, 누군가는 인천은 빨리 세워졌다고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설립의 지난한 과정을 절대적 시간 기준으로 말할 수 있을까?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상 못한 변수들과 공적기금을 통해 만들어지는 미디어센터가 감당해 내야할 몫, 이러한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가느라 몇 달 사이 수척해진(^^)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전철원 사무국장을 만났다. 개관식이 끝나면 좀 여유를 찾을 줄 알았는데, 일이 끝나지 않는다며 푸념을 내려 놓는다. 지역에 온전히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힘과 오랫동안 지역을 근거지로 미디어 활동을 해 온 활동가들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미디어센터이니 만큼 몇 년 후에는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으로 공동체들과의 끈끈한 연대의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래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설립과정의 이야기들, 주안센터의 고민이 담겨있다. 그리고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활동가들에게 전하는 <센터 준비할 때 명심해야 할 세 가지> 독점 공개한다! ^^

ACT! : 지역에서 노동영상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안다. 왜 지역에서 미디어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가?

전철원 : 인천에서 노동문화운동의 차원에서 영상 부문을 담당했고, 노동자영상패 씨에서 활동했다. 초기에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영상으로 발언하는 활동이 주였다. 노동자영상이 주로 뉴스, 속보였는데, 뉴스를 만들어 내지만 보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현실에 계속 한계를 느꼈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영상이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보게 할 것인가, 노동자 영상인데 정작 노동자들은 안보는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을 할 것인가 그게 고민이었다. 결국 노동자 영상을 이해하고 활동을 할 수 있는 대중 풀을 만드는 게 우선이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그 풀에서 제작자도 나올 수 있고, 뉴스뿐만 아니라 노동자영화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보여지고 소통될 수 있는 구조, 재생산될 수 있는 재정적 구조까지 만들 수 있는 풀을 확장하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노동자영상패 씨에서도 제작도 제작이지만 교육에 방점을 찍었다. 미디어 센터의 필요성도 그것으로부터 느낀거다. 교육을 해야 하는데 개인 장비 말고는 갖고 있는 게 별로 없고 갖고 있는 개인장비라고 해봐야 컴퓨터, 카메라, 약간의 공간, 교육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업실이 전부였다. 그런데 미디액트가 만들어지고 그 즈음에 미디어센터에 대해 접하면서 지역에 센터가 있으면 교육과 상영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지가 될 수 있겠구나 했다.
ACT! : 센터 설립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준비를 해왔는가?
전철원 : 처음에는 지역에 미디어센터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몇 명이 모였다. 민예총 지역영상위원회에서 얘기가 시작되어서 그 당시에 영상미디어센터 관련한 이야기를 진행해 볼 수 있었던 지역 그룹들이 참여했다. 인권영화제, 지역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퍼포먼스 반지하, 노동자영상패 씨, 지역 영상패들, 당시 굉장히 건강했던 iTV 노동조합, 인천연대 등이 함께 했다. 이 단위들이 모여 <공공미디어센터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ACT! : 그게 언제였나?
전철원 : 2003년 초에 만들었다. 2004년부터는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 세미나를 진행했다.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세미나와 미디어센터 관련 세미나를 열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에 문화관광부의 지역미디어센터사업이 시작되었고, 사업신청을 추진했다. 인천광역시에 영상위원회가 있지만 산업적 측면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인천시 남구 구청장은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지원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남구에서도 미디어센터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되면서 2005년 6월에 사업신청을 하게 되었다.
ACT! : 2005년에 문광부의 미디어센터사업에 선정되었으나, 실제 개관은 2007년 9월에 했다. 이렇게 개관시기가 늦춰진 배경과 실제 설립 추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전철원 : 사업신청하고 선정되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에는 실무적인 일들이 좀 있긴 했지만 별 어려움은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된다 이런 생각도 했었다.(웃음) 그런데 2006년도에 설립을 해야 하는데 구의회에서 예산승인이 나지 않고 구청장도 바뀌면서 센터 설립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운영주체 문제였다. 구청장이 바뀌면서 운영주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문광부에 올라간 사업계획서에 위탁운영 주체로 인천민예총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ACT! : 그럼 어떤 게 가장 문제였나?
전철원 : 문제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미디어센터의 사무실과 교육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영화공간 주안>의 극장 2개 중에 하나를 복층공사를 해서 교육공간과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이렇게 리모델링을 하려면 건물 전체 입주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되는 입주자들 몇 사람들 도장을 받지 못해서 결국 들어갈 수 없었다. 다른 곳에 공간을 알아보려 했지만 계속 문제가 생겼다. 결국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간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개관을 못 할 거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그렇게 공간을 찾다 찾다가 올해까지 넘어 왔다.
그러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처음에 구의회에서 예산문제 지연시키고, 구청장 바뀌고 나서는 운영주체 문제 설득하느라 시간 걸리고, 공간 찾는데 7~8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다 구청에서는 급작스럽게 올해 3월에 개관하자라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계속 지연되다보니 우리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서 이미 지역활동을 쫘악~ 벌려놨었는데 갑자기 2~3월에 일을 수습하려니까 다들 죽을 맛이다. (웃음)
ACT! : 계속 구의회에서 지연시켰던 예산 문제는 어떤가?
전철원 : 내년 예산은 아직 확정 안 되었다. 올해 예산은 사업비 예산은 없고, 운영예산만 있다. 사업예산 짰다가 다 폐기하고 사업을 거의 축소했다. 그래도 일이 너무 많다. 사업비가 없으니까 스탭들이 다들 직접 교육하고, 지역 공동체미디어활동을 코디네이터해야할 대안미디어팀도 직접 현장에 교육 지원 나가고 있다.
ACT! : 힘든 상황이겠다. 이제 활동, 사업 얘기를 해보자. 활동 방향이나 구체적 사업들을 잡기 위해서 지역조사 혹은 지역적 요구를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는가?
전철원 : 2007년은 모든 것에 대해서 시범 운영이다. 실험하는 것! 원래 지역사업을 광범위하게 할 예정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이것도 예산 부분에서 막혔다. 실무자들은 일이 많아서 뛰어 다니면서 조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고 개관 이전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대대적 지역 조사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그동안 활동하면서 갖고 있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사업하면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가면서 요구를 구체적으로 찾아나가려고 한다.
ACT! : 센터 개관식 때, ‘공동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주안센터가 생각하는 ‘공동체’, ‘공동체미디어’는 무엇인가?
전철원 : 미디액트는 서울에 있지만 지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센터는 아니다. 물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사업들이 있지만 거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이제 미디어센터가 지역에 여러 개 만들어지고 있는데 지역마다 센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것이다. 그러면 인천은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이냐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공동체', '공동체미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요즘은 거의 공동체가 화두여서 이제 살짝 질리는데... (웃음) '공동체'가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개념은 아니다. 전혀 계급적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애매한 지점도 있고... 그렇다고 '대안'이라는 개념도 '안티'의 개념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자기 활동 방향을 잡아주는 개념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에게는 분명한 개념은 없는 셈이다.
그럼 개념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미디어운동은 무엇이어야 할까? 인천은 전통적으로 노동운동이 강하였고 시민사회운동도 강하다.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자기의 실천을 만들어가는 단위가 제법 많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생협조직, 공부방운동, 이주노동운동 등 자기 영역에서 활동을 만들어가는 단위들이 많다. 그 각각의 영역들이 자기 운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미디어 운동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예를 들어 방송국이라면 각각의 운동이 펼쳐지는 국면에 대해서 그 운동의 국면을 채널로 연결해주는 활동으로 결합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방식의 방송국을 만들어서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운동 단위들이 자기의 발언을 자기들의 매체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펼쳐낼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운동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을방송국으로 대표될 수 있다. 마을방송 혹은 이주노동자라면 이주노동자방송 이런 형태, 그것이 어떤 규모를 가지든 상관없다. 이러한 방송은 제작과 채널확보를 위한 액세스 활동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야기들을 모으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자신들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그것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제작 과정, 그리고 이것이 다시 내부로 커뮤니케이션되는 것과 동시에 외부로 이야기가 소통되어 나가는 것", 이것들을 전체 포괄하기 위해서 마을방송, 공동체 방송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공동체, 공동체방송이라고 이야기하는 지점이 바로 그거다. 운동하고 있는 단위, 세부단위, 그것이 크든 작든 자기 매체를 가지고 자기 발언을 사회적으로 표현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방식으로 갈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형태의 공동체들이 지역에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 방향이다. 센터의 대안미디어팀이 바로 그 역할을 하는 팀이다. 집중적으로 대안미디어팀은 그런 가능성이 있는 공동체들을 발굴하고 기존에 있는 공동체에 자기 발언을 갖기 위한 매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떤 매체로부터 공동체가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는 팀이다.
ACT! : 다른 센터에는 없는 대안미디어팀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그런데 공동체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대안미디어팀과 미디어교육팀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궁금하다. 두 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전철원 : 그게 여전히 우리 안에서도 약간 애매한 지점이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으로 포괄될 수도 있는데 그것과는 구분을 했다. 대안미디어팀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공동체에서 제작, 방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공동체가 미디어를 사용하여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과정 전체를 코디네이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 필요한 부분들이 때때로 교육이면 교육, 지원이면 지원 이런 방식으로 결합되는 거다. 미디어교육은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 잡히면 이 교육프로그램에 필요한 사람들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찾아가는 미디어교육도 프로그램을 공동체와 함께 기획했다 하더라도 이 교육이 필요한 사람과 만나져서 교육이라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이와 달리 대안미디어팀의 교육은 제작, 생산, 소통 이 전체를 코디하는 과정 중에 교육이 오히려 종속적으로 필요할 때 배치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과정과 교육의 목적이 다르다 보니 미디어교육팀에서 대안미디어팀의 교육을 할 수는 없다. 그 공동체의 전체적 코디네이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긴밀한 소통을 하면서 서로 간의 협조관계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전체 관할은 대안미디어팀이 하는 거고, 가령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면 교육팀과의 이야기 속에서 교육팀이 확보한 프로그램과 교사가 결합될 수 있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과정에서는 코디네이터 혹은 대안미디어팀에 속한 어느 활동가가 전체를 관할하게 될 것이다. 대안미디어팀은 공동체를 강화하는 프로세스를 조금 더 긴밀하게 가면서 구체적인 생산주체를 형성하는 부분, 그리고 그 생산주체들이 자기 활동을 꾸준히 풀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ACT! : 그런데 이런 대안미디어팀의 활동들이 구체적으로 사업화되고, 사업예산으로 반영되기 힘든 지점이 있지 않나?
전철원 : 그렇다. 대안미디어팀의 사업 예산은 결국은 활동비이다. 올해는 아예 사업예산이 없었지만 내년에 이 사업이 어떤 식으로 반영될 지가 문제이다. 공식적인 처리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기마다 교육과 제작 지원 방식, 그리고 전문 코디네이터가 결합하는 것! 공동체가 방송 전체 과정을 배우면서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이후 계속해서 이끌어주는 인력으로 코디네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한 활동비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ACT! : 대안미디어팀과 다르게 미디어교육팀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안센터 미디어교육팀의 주된 방향은 무엇인가?전철원 : 미디어교육팀이 집중하고 있는 지점은 대안미디어팀과는 또 다르다. 그동안 지역에서 미디어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왔다. 미디어교육은 교육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교육 대상과 접근하는 방법, 그리고 안에서 실제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에 대한 평가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기능 중심적이거나 교육 자체가 한 강사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는 것이 미디어교육팀 사업의 핵심이다.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실제 교육 서비스일 뿐이지만, 교육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사이 사이에 교사들과 계속 만나고 미디어 교육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촬영 기초 6시간 강좌 하는 데에도 대략 5번 정도의 회의를 한다. 교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촬영 기초라도 교육 내용에서 무엇이 고민되어야 하는지를 토론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교과들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 “민중들이 자기의 매체를 확보하고 다룰 수 있도록 개개의 작은 교육 하나하나에도 모두 그 내용들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교안과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게 미디어교육팀 활동의 핵심이다.
ACT! : 구에서 교육과정에 노동자란 말을 못쓰게 한다는데... (웃음)
전철원 : 그거는 안하는 게 아니고 피해가는 거다. 정치적인 문제다. 노동자라는 말을 쓰고 안 쓰고는 현재로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 문제에 대해 센터 스탭들이 구랑 부딪혀서 결론이 날 문제인가? 아니라는 거다. 그 결론을 내 주는 건 결국은 노동자다. 이름을 뭐라 걸든 노동자교육은 하는 거다. 노동자들이 계속 센터에 와야 한다. 그런데 센터에 오라는 것은 센터로부터 조직되라는 게 아니라 그 그룹들이 센터를 둘러치라는 거다. 노동자, 학생, 시민사회단체들... 이 사람들이 센터를 둘러치고 나서 센터를 압박해야 하는 거다. 우리는 즐겁게 압박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웃음)
ACT! : 초기 미디어센터설립사업이 시작될 때에는 센터와 상영관 모델이 같이 논의되었는데, 실제로 이 둘 모두가 설립된 곳은 인천이 처음이다. 미디어센터의 상영관은 어떤 모델로 가야하며, 구체적으로 인천지역에서 이 센터상영관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전철원 : 미디어센터가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상영관을 운영하는 게 맞을지 지역적 판단을 해야 한다. 센터상영관이 독립영화전용관은 아니지만, 현재 지역에서는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고, 상업극장이나 예술영화전용관이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지역에서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틀로 미디어센터의 상영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미디어교육 결과물을 보고, 지역주민들과 같이 시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센터상영관이 작은 규모이면 상관 없는데 큰 규모가 되는 순간부터 규모에 맞게 사업을 하기 위한 상영 정책이 필요하다. 사실 그게 어디서도 정리 안되어 있다. 그걸 정리하는 일들을 해 나가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의 고민은 관객개발의 문제다. 관객이라는 표현이 상업적 표현이라서 좀 그런데... 독립영화가 되었든, 예술영화, 노동영화가 되었든 기존의 상업극장에 걸리지 않는 영화들을 찾아서 보는, 그런 영화들을 봐야겠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건 홍보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공간 주안>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한국영화 특별전을 했다. <칠수와 만수>, <바람 불어 좋은 날> 2편을 상영했다. 같은 건물 5층에 당구장이 있는데, 당구 치러가는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셋이서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특별전 홍보물을 보고는 얘기를 하더라. “어~ 이거 뭐냐? 극장 생겼나?” “뭐 그런 거 있잖아, 성인영화 동시상영 해주는데...” <바람 불어 좋은 날> 영화제목 보고는 “맞네” 이러는 거다. 내가 옆에서 하도 어의가 없어가지고... (웃음) 근데 그게 현실이다. 예술영화, 독립영화, 한국의 고전영화를 알고 있는 친구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건 상영프로그램을 잘 기획해서 프로그램을 걸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서울은 이걸 고민 안해도 된다. 관심있는 애들은 다 몰리니까. 근데 지역은 이 문제를 반드시 고민해야 된다. 이건 극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ACT! : 마지막으로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을 고민하는 지역의 미디어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전철원 : 첫째, 무엇보다 미디어센터를 만들 때에는 주체가 튼튼해야 한다. 공공 기관은 활용은 할 수 있으나 기댈 수 있는 데가 아니다. 우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구청장이 바뀌고 휘청했지 않나. 그래도 미디어센터 운영주체 문제에 대해 시간은 지연되었으나 크게 마찰 없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갖고 있는 힘이라고 본다. 이 운동을 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은 자기 힘이 없으면 그 힘을 갖고 있는 주체, 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통로를 지역 내에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휩쓸려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은 운이 좋은 편이다. 주체의 힘이 지역에서 있었으니까. 지역의 자기 역량이 확실해야 한다. 미디어센터를 만들 때 미디어센터가 아무리 좋아보여도 자기가 하는 운동 단위를 갖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자기의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결국 정말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된다. 신경 쓰고 견제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생겨 버린 것이 될 수 있다. 그럼 없느니만 못하다.
둘째는 어쨌든 미디어센터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내의 파트너를 만들어내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갈 수 있는 그런 파트너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는 보직 순환을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실제 실무 인력들과의 파트너쉽은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통로를 마련해 놔야 한다. 구의 행정공무원 외에도 의회, 지자체의 여러 의견형성그룹들과의 통로들을 만들어 놔야 한다. 지역에서 미디어센터 만들 때에도 지역의 정치를 읽고 움직일 수 있는 파트너들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거기서부터 밀린다.
셋째, 미디어센터를 만들어서 무엇을 할 건인지가 확실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미디어센터 있으면 좋겠다" 이 정도 생각으로는 안된다. 거기서부터 밀리는 거다. 나중 되면 어쨌든 미디어센터는 있으니까... 이렇게 되어버린다. 우리가 미디어센터를 만들어서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주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사회를 설득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다른 여러 가지 행정쪽 통로도 확보될 수 있다. 지역미디어센터가 실패했던 지역은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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