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43호 인터뷰] 진보운동의 새로운 대중소통 전략 - 프리레인지 스튜디오 인터뷰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인터뷰

by acteditor 2016. 8. 12. 16:26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3호 / 2007년 7월 6일

 

 

진보운동의 새로운 대중소통 전략 - 프리레인지 스튜디오 인터뷰

김 지 현 (ACT! 편집위원회)
 
몇 년 전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미트릭스>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어쩜 그렇게 재치 있게 대형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사회운동 프로파간다로 감쪽같이 바꿔놓을 수 있을까? 얼마 전 나온 <마우스 레볼루션 The Mouth Revolution>에서도 햄버거와 같은 “쓰레기” 음식이 아니라 진짜 음식, 유기농 식품을 요구하는 입들의 혁명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거꾸로 촬영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그 기발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소위 진보 운동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구나! 프리레인지 스튜디오(Free Range Studios) 작품들의 이러한 대중성과 접근성은 웹과 만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진보운동의 새로운 대중 소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듯 환경운동의 세계적 명사가 된 프리레인지 스튜디오의 루이스 폭스(Louis Fox)가 제4회 서울환경영화제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2007년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환경영화제를 찾은 그를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이들의 대중적 성공에 대한 단순한 흥미에서 시작하였으나 인터뷰가 끝날 때쯤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운동을 생계로 만들어낸 그들의 탁월한 사업 수완이랄까? 운동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가라는 원초적이면서도 요원한 질문에 대해 이들은 뭔가 해답을 발견해가는 것 같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 먼저 단체 소개를 부탁한다. 

  

-프리레인지 스튜디오는 1999년, 어린 시절 친구인 조나 삭스와 함께 우리들이 가진 창조적 능력을 진보운동을 위해 사용하고자 만든 커뮤니케이션 기업(communications firm)이다. 진보운동의 메시지가 좀 더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될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는 일은 인쇄물 디자인, 웹 디자인, 영화 제작,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이다. 

Q. 둘 다 이 회사를 차리기 전에 기자 혹은 영화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두 친구가 모여 진보운동과 관계된 회사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조나는 대학교 때 학보사 편집일을 하면서 컴퓨터 그래픽스를 배울 수 있었고 졸업 후엔 프리랜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회운동을 위한 홍보회사를 차리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 논의했다. 조나 삭스가 그런 쪽으로 먼저 그래픽 일을 시작하다가 내게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고 내가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상업 문화에 반대하고 있었고 한편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쪽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 기업에서 상품을 마케팅하는 대신 우리는 사상(idea)을 마케팅하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Q. 조직을 운영해나가기에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가?
- 그렇다. 회사는 매우 잘 되고 있다. 처음에 2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20명의 직원들을 두고 있고 월급도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프리레인지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이렇게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일단 무엇보다 인터넷 덕분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코드를 사용한 것도 인기를 얻게 된 좋은 전략 중 하나였다. 또 단순히 인기를 끌거나 상품을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요하고 좋은 메시지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Q. 작품 배급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는가?
- 작품을 만들 때마다 사람들에게 새로 나온 작품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이메일리스트에 가입하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메일리스트를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의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된 사람은 130,000명 정도이다. 간혹 영화제나 TV에서 방영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은 인터넷으로 배급된다. 단체와 힘을 모아 이메일로 영화를 알려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달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바이러스 효과(viral effect), 이른바 입소문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굳이 우리가 퍼 나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알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작품을 전달하며 확산시킨다. 물론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것은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한편 블로거와 접촉하거나 오프라인 미디어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 가령 CNN과 같은 주류 미디어에서 보도되면 그 다음날엔 사이트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바이러스 효과는 더욱 가속화된다.
Q. 그럼 작품 홍보를 위해 CNN과 같은 큰 미디어 기업에 프로모션도 하는가?
- 우리가 직접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혹 의뢰 단체 쪽에서 그렇게 진행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웹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 자체, 그리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작품을 친구들에게 퍼 나르며 확산시키는 현상인 바이러스성 배급 자체가 일종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웹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Q. 프리레인지 스튜디오는 환경문제에만 관심이 있는가?- 아니다. 노동, 인권, 인종, 환경 등 여러 이슈를 다루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어떤 열정, 정의, 진실에 대한 추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Q. 프리레인지의 작품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가? 

- 지금까지 약 90편을 만들었는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는 우리 홈페이지에, 일부는 우리에게 제작을 의뢰했던 고객 홈페이지에 있다. (작품 감상은 이 글 말미의 참고자료를 참고할 것.)

Q.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사회운동 영화들은 보통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대중성이 약하다. 우리의 목표는 이 진보적 메시지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장편 다큐멘터리라는 형식보다는 뭔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만화(cartoon)가 이런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화란 형식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재미있고 마음을 열도록 만든다. 플래쉬를 이용한 것은 이것이 낮은 대역폭(low-band width)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우리가 처음 활동하던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대용량 애니메이션을 올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플래시란 웹에서 low-band width 애니메이션을 연결해주는 방법이다. 그 당시에는 플래시가 매우 드문 것이라 플래시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프리레인지는 신기술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에 진보 메시지에 신기술을 접목시켰던 것이다. 

Q.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가?

- 애니 레너드(Annie Leonard)란 뛰어난 액티비스트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다. 그녀는 쓰레기의 이동을 따라다니며 이것이 갖는 의미와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실사, HD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모두 동원한 20분짜리 작품으로 쓰레기의 이동에 관한 그녀의 모놀로그 형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녀는 언뜻 보면 서로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백 가지의 문제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너무나 통찰력 있게 설명해낸다. 액티비즘의 미래는 이렇게 서로 떨어져있는 듯 보이는 문제들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통합해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상호관련성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을 때 운동의 힘도 배가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매우 기대된다. 우리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에 관한 웹사이트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노하우와 자원들, 고민들을 가져와서 그동안 단절되어 있던 소통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이건 마치 액트비즘의 혁명을 보는 것과 같다. 이 영화가 그동안 제각기 진행되어오던 사회운동 이슈, 노동 이슈, 환경/오염 이슈, 인권 이슈, 경제적 평등 이슈, 소비 문제, 미디어 이슈 등을 서로 연결시켜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진화하는 것 같다.
Q. 그녀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 그녀는 소각로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액티비스트이다. 예전에 그린피스(Green Peace)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쓰레기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 운동가이다. 직접 소각장과 쓰레기가 처분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눈으로 봐왔을 뿐 아니라 연구도 많이 하는 학자이다. 그러니까 이 분야에선 권위자인 셈이다. 그녀는 쓰레기 문제 하나를 가지고 여기에 많은 정보들을 모아낼 줄 안다. 당신도 우리 웹사이트에 등록해두면 나중에 영화가 나왔을 때 소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Q. 지금까지 했던 캠페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캠페인은 무엇이었나?
- 예전에 티벳 독립 운동 단체를 위해 일한 적이 있다. 그 때 중국 정부에게 사형선고를 받은 티벳 승려 텐진 델렉의 구명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텐진은 티벳인들에게는 매우 존경받고 사랑받는 승려였는데 중국 정부는 그를 테러리스트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우리는 그를 위해 그의 얼굴에 관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의 얼굴과 로고를 길거리 곳곳에 스텐실로 등사해 붙였다. 다행히 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고 중국 정부는 텐진의 사형 집행을 취소하고 무기징역으로 형을 낮췄다. 정말 기뻤다. 
 
 
Q. 미국에는 당신과 같은 회사가 많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년 한두 개씩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금까지는 별로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경쟁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로서도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단체나 의뢰인들이 더 늘어나서 이 분야의 사업규모가 더 커졌으면 하면 바람이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회사가 더 많은 진보운동 단체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Q. 프리레인지의 작품을 보면 블록버스터를 패러디하는 경우가 많다.
- 자주 그런다. 지금은 조금 지겨워지고 있다.
Q. 나도 그 점을 물어보려고 했다. 블록버스터를 패러디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블록버스터를 패러디하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환경이나 사회운동 이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 이슈에 대해 보고 듣게 할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이나 환경오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스타워즈 팬들의 관심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이 이슈들의 진지함이나 심각성을 훼손할지도 모르지만 진지한 설명은 좀 있으면 따분해지지 않나. 좋은 패러디 작품들이 그만 나와야할 이유는 없다. 

Q. 서울 환경영화제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 일단 이런 환경영화제가 열리는 것이 기쁘다. 환경영화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 그리고 이것이 4회나 맞고 있으며 이를 후원하는 재원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환경영화제이니만큼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거나 전기 대신 풍력과 같은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하거나 뭔가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등 환경영화제가 주장하는 바를 실천에 옮기는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페스티벌이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행사이지만 말로만 환경을 외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 끔찍한 일이다. 진정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환경운동 이벤트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가 그린(green)이어야한다.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변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에 대한 주장은 그냥 또 다른 마케팅 수단이 될 뿐이다. 한 가지 더 말하면, 여기서 심사위원을 맡아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문제를 진술만 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영화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실 문제를 진술하기만 하는 것이 환경운동 미디어의 현 상황이다. 나는 환경 영화가 좀 더 유연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길 바란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영화들은 별로 그렇게 영감을 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영화들이 아니었다.
Q. 이번 질문은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것이다. 비영리적 목적을 위해 일하는 영리집단, 당신의 회사를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가? 이 사이에 모순이나 갈등은 없는가?
- 이윤이 우리의 최고 목표는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올바른 메시지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즉 회사의 주인이 어떤 마인드와 가치관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를 해고할 수 있는 이사회는 없다. 우리는 신념과 가치에 최우선을 둔 회사라는 기업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기존의 기업에 대한 통념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여느 비영리집단처럼 우리도 재원이 필요하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도 벌이가 있어야 생활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운영비를 충당하고 남은 잉여(extra) 자본은 파트너들에게 분배되고 보통 다시 회사에 재투자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더 많은 일을 하는 데 사용한다. 어떤 단체가 법률적으로 영리단체인지 아니면 비영리단체인지를 나누는 것은 세금을 먹이려는 정부의 관점이다. 하지만 회사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봐야한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사회변화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자생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계속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나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돌(Dole)과 같은 거대 청과기업이 우리에게 일을 제안해왔을 때도 우리는 돌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메시지를 캠페인에 담을 것을 주장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들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영양에 관한 교육물을 만들길 원했지만 우리는 영양에 대한 얘기보다는 유기농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고 만약 이것에 동의한다면 기꺼이 돌의 돈을 받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기에 영양에 관한 교육물은 사회 변화와 관계가 없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돌의 모습에 어긋난 것이기도 했다. 돌은 계속해서 살충제 등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데 영양에 관한 메시지를 떠드는 것은 돌의 실제 모습을 희석(greenwash)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Q. 돌처럼 큰 회사들이 당신 회사에 와서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적이 많은가?- 그렇다. <마우스 레볼루션 Mouth Revolution>이 그런 경우이다. 애니스 홈그로운(Annie's Homegrown)의 의뢰 하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떤 음식이 먹어도 괜찮고 어떤 음식이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사회운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돌의 제작의뢰를 거절하고 애니스 홈그로운을 받아들였다. 간혹 큰 회사들이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스토어 워즈 Store Wars>가 그런 경우였는데 이 작품은 유기농협회(The Organic Trade Association)의 제작 의뢰로 만들어졌다. 유기농협회는 유기농 식품을 옹호하고 장려하는 협회인데 이 협회의 멤버 중 일부는 돌과 같은 거대 식품기업이어서 이 작품 때문에 마찰을 빚을 뻔한 일이 있었다. 돌도 제품 중에 유기농 식품을 일부 가지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2~5% 정도 유기농 식품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화학 살충제로 키운 식품들이다. 유기농협회는 처음에 이 문제에 관해 별 고려 없이 유기농 식품이 대량생산 방식으로 생산되는 제품보다 더 낫다는 메시지의 작품을 의뢰해왔다.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량생산 방식의 나쁜 점들을 파헤쳤고 이것이 이 협회의 일부 멤버들을 경악케 한 것이다. 이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자 유기농협회가 이 작품에서 발을 빼기란 매우 어려워졌다. 협회 멤버 중 힘센 기업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이 작품을 철수하기로 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우리는 유기농에 관한 메시지를 가벼운 방식이 아니라 강력한 방식으로 다루길 원했고 다행히 협회에서 이 작품을 출시하기 전에 멤버들에게 충분히 검토를 거치지 않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메시지를 옹호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웹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스스로 유투브 등을 통해 이 작품을 전파시켰고 이 작품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웹을 통해 작품들은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생명을 갖게 되고 프리레인지는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Q. 재원이 있는 작품들만 제작하는가?

- 거의 그렇다. 우리가 다루고 싶은 내용의 계약들이 밀려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감사의 기금(gratitude grant)을 통해 우리가 벌어들인 수익으로 무료로 작품 하나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감사의 기금으로 만든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미트릭스>이다. 미트릭스가 우리에게 가져온 성공은 단지 사회운동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났다. (우리가 뭔가를 사회에 환원했을 때 돌아온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이런 점에서 운동적 관점은 물론 사업적 관점에서 볼 때 무료로 제작을 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다.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을 추구하는 것. 이 두 목표는 서로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돈보다 먼저 두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일반 기업과 우리를 구분시켜주는 차이이다. 돈을 먼저 두면 신념도 타협시키게 될 뿐 아니라 사업에도 손해를 입히게 된다. 언제나 가치를 먼저 두어야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던져버릴 필요는 없다. 돈을 위해 진보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을 하면서 그것이 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이것이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이다. 돈보다 가치를 추구할 때 실제로 이것이 사업도 강화시킨다. 우리의 이런 마인드와 비즈니스 모델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의 목표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셈이다. 우리의 사업 형식(business form)도 우리 운동의 일부이다. 주류에서도 우리의 모델이 돈이 되는 사업이 되자 매력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실제로 돈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8년간 프리레인지에서 일하면서 배운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이렇게 성공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신념에 기반하여 출발했을 뿐.
Q. 당신들의 모델은 한국의 미디어활동가들과 사회운동가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 그렇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운동을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을 분리하거나 서로 상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고 돈도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신념을 위해 사는 것은 단 1분도 시간낭비일 뿐, 행복한 삶이 아니다. 프리레인지는 신념과 돈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Q.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진 않는가?
- 그렇다. 나도 인정한다. 매우 운이 좋은 경우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처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점점 성장하고 있고 우리도 그 문화의 일부이다. 우리가 이 문화에서 성공할 수 있었듯이 식품, 운송, 에너지, 가구 등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와 같은 모델들이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사람들에게 이런 존중의 문화에 대해 설득해낼 수 있으면 이걸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전쟁과 기아, 이상 기후 등 문제가 많아질수록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매력을 얻게 된다. 내 목표는 그런 삶을 지금 당장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산업들이 바로 앞으로의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 노동자를 학대하면 당연히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기듯이 기존의 산업/사업 모델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새로운 산업을 찾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경향이 너무 늦지 않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이런 경향이 지배적인 것이 되기 전에 지구가 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과 같은 착취, 환경오염으로 가다가는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 
<참고자료>
프리레인지 스튜디오 웹사이트 http://www.freerangegraphics.com
<미트릭스> www.themeatrix.com
<(바이오)다버시티코드> www.daversitycode.com 
<스토어워즈> www.storewars.org
<마우스 레볼루션> http://www.mouthrevolution.com/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