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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9호 읽을거리] 초록나라 치유시 성장구 도봉리 이야기 - [치유와 키움, 기적의 풀뿌리 주민운동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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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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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나라 치유시 성장구 도봉리 이야기

- [치유와 키움, 기적의 풀뿌리 주민운동 체험기]


김 윤 진 (ACT! 편집위원)

0. 콘크리트 도시를 ‘여행하기’

며칠 전, 가끔 걷기여행을 함께 가곤 하는 친구들과 서울 근교의 도시를 다녀왔다. 처음에는 겨울바다에 갈까 하고 생각했던 여행이지만 도착한 곳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낯선 공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가 한가득 떨어질 것 같은 회색 하늘 아래로 콘크리트가 장난처럼 흩어져 있었고, 폐허 같은 도시의 주변부는 무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전에 다녀온 강릉이나 정선, 평창, 혹은 괴산 등에 비해 우울한 배경을 등에 지고 걸었다고 해서 여행의 의미가 사라질 리는 없다. 여전히도 걷기 여행을 함께 하는 우리들은 느리게 걷는 동안 서로를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솔직해지고, 즐겁거나 머쓱하게 웃기도 한다. 게다가 앞으로의 여행에서 여기는 이제 다시 오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우습긴 해도 나름 긍정의 해석을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 모든 건 여행을 시작하려는 간소한 의지, 일상의 소소한 바람에서 시작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으며 가까운 어딘가를 하루 종일 다니는 것도 좋았다. 긴 시간 머무르지 않고 하루라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은 많았다. 굳이 엄밀한 시간계획이나 절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여행을 하려는 마음과 여행하고 있는 순간, 걷고 있는 우리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1. 들풀에 이름을 달고

도봉시민회의 풀뿌리 주민운동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다녀온 걷기여행을 내내 생각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설령 그 여행이 멀리 갈 필요도 없는, 가까운 어딘가를 잠시 다녀오는 것일지라도 그렇다. 나름대로 여행은 일상에 대한 전복이며, 어느 정도 그에 따른 육체적 피로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여행에 대해 망설이며 주저하고, 그렇게 소소한 의지만을 남겨둔 채 ‘언젠가는..’ 이라며 내일로 미루어둔다. 하지만 소소한 의지를 남겨둔 내일들은, 곧 우리의 어제가 되어 수북이 쌓이기 마련이다. 
내일에 있을 것만 같았던, 하지만 어느 샌가 어제로 가버린 우리의 의지들을 다시 찾으려고 할 때, 그래서 어떤 특별한 계기로 인해, 혹은 갑작스럽게 폭발하듯 어제에 쌓여 있던 그 모든 것이 소급되어 현재의 의지로 전화함에 따라, 오늘 즈음 어느 순간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그렇게 떠나게 되는 여행은 여행 자체의 피로감을 넘어서는 자기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에서의 소소한 의지였을지 모르나, 그러한 의지가 구현되는 순간부터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소소한 것이 아니다. [치유와 키움, 기적의 풀뿌리 주민운동 체험기]를 보면서 며칠 전의 걷기 여행을 떠올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주저하고 망설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수줍은 모습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의 처음이 주저함과 망설임이었을지 모르나, 그들은 지금 이미 자신을 바꿔가고 있었고, 지역을 바꿔가고 있었으며, 자신들이 바꿔가는 세계를 알려내고 있었다. 
물론 여행에 대해 각자 개인이 갖는 의미가 다를 것과 마찬가지로 도봉시민회의 풀뿌리 주민운동이 도봉동 사람들 각자 개인에게 미치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지역공동체운동과 개인이 처음 만났을 때의 작은 접촉이 지금은 각 개인과 지역을 구성해가는 커다란 힘이 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처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두는 어쩜 처음엔 그저 도봉동 사람들 중 한 명, 이름 없는 들풀이었을지 모른다. 한데 지역공동체사업을 진행하면서 하나하나의 이름 없는 들풀에 이름을 달기 시작한다. 이 책을 쓴 도깨비, 수피, 햇살 외에도 동글, 강물, 나무 등 이들은 누구누구 엄마 대신, 아줌마 대신 이들의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행복한 학교, 즐거운 멤버, 즐거운 코디네이터 등의 프로그램은 주민들에게 자신을 찾는 여행이 되었으며 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프로그램 이수자에서 다시 자원활동가, 실무활동가, 시민회원이 되어 자신의, 지역공동체의 사업-또 다른 여행-을 기획하였다. 이렇게 해서 초등사회 교과서 따라해 보기, 도봉 자연 생태학교, 주부 독서모임, 정보화 나눔 교육, 주민활동가 양성학교 등을 여러 활동가들이 스스로의 이름들을 걸고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굳이 엄밀한 시간계획이나 절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는 없다. 하고 싶은 사업은 할 수 있게 지지하며, 실수(실패)해도 괜찮다(시민회 리더십 3), 자기성찰과 지역활동을 통한 성장, 서로 성장하기 위한 배려, 그리고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최우선이다(시민회 리더십 4)라는, 실패해도 실패가 아닌 긍정의 해석이 있는 것이다. 여느 여행이 그렇듯, 이 길이 즐거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이미 긍정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혹은 기획, 혹은 여행, 그게 뭐라 불리든) 이전에 중요한 것은 치유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치유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도봉시민회는 실제적인 의사결정 기관이자 가장 바쁜 핵심활동가들의 모임인 ‘즐거운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의 80%가 치유와 성장에 관한 것이고 회의는 나머지 20%에 불과하다. 저자 중 한 명인 도깨비는 아무리 바빠도 ‘즐거운 코디네이터’는 치유와 성장 프로그램을 우선시 한다고 했다. ‘내 느낌 표현하기를 통해 개인의 느낌과 개인의 역사를 소통한다. 이것을 통해 회원의 느낌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시민회 리더십 1)’, ‘다름을 인정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다양한 인간을 이해하도록 돕는 스승이다(시민회 리더십 2)’ 등은 이러한 생각의 반영일 것이다.


2. 민들레 씨는 날아서

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도봉시민회의 운동은 자기 성찰과 치유의 여행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키움의 철학으로 나아간다. 이와 관련하여 도깨비는 아이를 키울 때에 비유해 이렇게 말한다. “넌 이미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민들레 씨 안에는 이미 지구가 들어있다. 중요한 것은 민들레 씨가 날아가 스스로 품고 있는 세계를 피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키움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키움의 과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처음은 소통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키움 운동의 첫 번째 과정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임파워먼트, 즉 시민적 용기를 북돋우고 사회운동의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당신 스스로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키움의 운동이 가장 잘 적용된 사례는 초록나라도서관의 탄생이었다. 이 책 3부의 저자이며 도봉시민회 이전부터 동네에서 작은 주부모임을 이끌어 왔던 햇살은, 시민회 실무활동가가 된 이후 시민회 공모사업을 통해 아동도서관 설립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초록나라도서관이 만들어졌다. 동네의 주부모임에서 시민회 실무활동가로, 다시 초록나라도서관의 운영지기로, 이렇게 동네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은 도봉시민회 키움의 운동 맥락 하에 있었다. 이 책의 3부는 햇살의 지역활동가로서 10년간의 자기 역사 고백이면서 키움의 운동에 의한 초록나라도서관의 설립과정기이다. 이밖에도 초록나라도서관 이외에 도봉시민회가 퍼뜨린 민들레 씨는 도봉동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3. 콘크리트 도시 위에서 초록나라 보기

저자 중 한 명인 도깨비는 80년대를 혁명과 전투의 시대로, 90년대를 전문가가 주도하는 시민참여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90년대의 운동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며 묻는다. 그렇다면 다음 시대의 운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고. 그리고 도봉시민회는 지금 지역공동체에서 실천하고 있는 치유와 키움의 운동에 그 답이 있음을 확신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어떻게 여행하는가는 여행하는 자의 자유이지만, 지금 도봉시민회가 가고 있는 여행의 방법은 조금 더 생각의 틈을 열어준다. 모든 사람이 다음 시대의 운동이 치유와 키움의 운동에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이들이 열어놓은 그 틈을 통해, 콘크리트 도시 위에서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초록나라를 한 번쯤은 다시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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