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2호 / 2008년 6월 19일
초등학교 미디어교육 교재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 평가 |
문경환(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인천가현초등학교) |
시작하며 연일 계속되는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촛불집회 앞에 정부와 여당은 매우 곤혹스러운 눈치다. 과거의 중앙 집권적인 방송권력의 일방적인 폭격이 아닌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집회영상과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미디어를 대하는 시민의 모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리게 한다. 이 점은 정보통신이 과도할 만큼 진보한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한 모습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하고 이를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형태는 일반 시민이 정보의 일방적인 소비자가 아닌 생비자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듯하다. 미디어에 대한/통한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미디어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한다.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은 2000년대 접어들며 미디어에 대한 수용자 교육을 넘어 제작과 비판 그리고 이를 통한 소통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 발전 속에는 미디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성향의 시민단체가 보다 더 많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많은 교사연수와 워크샵 등이 열렸고 미디어교육을 위한 많은 교재들이 출간되었다. 출간된 교재들은 많은 비판과 개정을 거듭하면서 질적인 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방송위원회에서는 초등학교 미디어교육을 위해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라는 초등 저·고학년용 지침서와 워크북을 발간했다. 이 교재는 미디어교육계에서 많은 영향력과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는 교수진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현장교사의 노력으로 기존 교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용 그리고 각각의 지침서까지 총 4권으로 구성된 교재는 2002년 언론재단에서 발간한 「미디어교육 길잡이」의 초등학생용 미디어교육교재 이후 처음으로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여된 장기적인 사업이며 동시에 초등학교용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미디어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각 단체에서 많은 양의 교재가 출간되었으나 자기복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베껴쓰기 정도의 교재에 지친 많은 미디어교육교사들에게 새로운 교육내용과 활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특히 그간 중학교 이상의 교육현장에서 폭 넓게 시도되었던 미디어교육의 초등학교용 교재라는 부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는 미디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몇몇 교사들이 정규수업시간 재량활동에 미디어를 활용하여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효과적인 미디어교육과정과 마땅한 교재가 없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위한 교재의 등장은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교육교사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던 방송위원회의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는 실제 학교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방송위원회의 “미디어 알아보기”과 “미디어 세상보기”를 살펴보겠다.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를 살펴보면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교사용 지도서를 포함하여 각기 2권 총 4권이 발간되었다.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를 분석하기 위해 책의 겉모양과 활자 그리고 디자인 등의 외형적 구성 체계를 살펴보고 미디어에 대한 가치관, 세부단원 등의 내부적 구성체계를 살펴보겠다. 초등학교 교재는 책의 내부적 구성뿐 아니라 외형적 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상이 성장발달이 부족한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며 책 내부의 삽화를 비롯한 디자인은 학생들의 접근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외형적 구조 외형적 구조에 있어서 다양한 삽화가 삽입된 것은 저학년의 성장 발달을 생각해 볼 때 효과적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단원별로 일관성 없는 형태의 구성이 산만함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고려해 보면 저학년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라고 생각할 때 3학년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점은 내부적 구성체제와 연관지어 볼 때 1, 2학년 수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삽입된 사진의 경우 충분히 활용가능하나 책속의 사진이나 영상이 CD-ROM으로 제공된다면 교사와 학생에게 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매품으로 나온 책인 만큼 학교현장에서 대량으로 쓰일 경우 교재의 질적 저하가 걱정된다. 기존의 미디어교육교재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질 높은 외형을 보인다. ◎ 구성체제 구성체제에 있어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첫째, 이 책이 초등학생 교육용이라는 데 있다. 1~6학년을 저·고학년으로 나누는 일방적인 구분은 대단히 폭력적이다. 최소한 저·중·고 3개 학년으로 나눌 수 있지는 않을까? 이 부분은 구성체제의 근본적인 오류다. 또한 이 부분은 2002년 언론재단에서 발간한「미디어교육 길잡이」의 초등학생용 미디어교육 교재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단원별로 제시하는 문항을 해결하기 위해 물음 자체를 질문해야 하는 넌센스가 책 곳곳에 있다. 교재에서 1~2학년 학생들 대부분은 책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 고학년용의 경우에도 1단원 <미디어와 삶>의 두 번째 차시는 총 11개의 질문을 이어 붙여 차시를 구성한다. 4학년 학생에게 11개의 질문은 너무나 과하다. 저·고학년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학생의 발달 단계를 충분히 고려해서 교재집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초등미디어교육 교육과정이라는 큰 틀을 고민하지 않고 연구기획진과 집필진의 필요와 관심사가 교재의 내용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비롯하여 학습수준을 공식적 교육과정의 수준과 실제적 교육과정의 수준의 울타리에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또한 잠재적인 교육과정의 수준에서 미디어교육의 효과에 대한 논의에 대해 교육학적 접근이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점은 미디어교육이 언론학적 입장 뿐 아니라 교육학적 입장과 현장교사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때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적인 활동이 중심이다. 미디어교육은 글로 표현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서는 미디어교육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데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글을 쓰는 것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를 직접 만들어보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미디어의 유통과 배급의 경우도 느껴 볼 수 있고 창의적인 제작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교육을 하다 보면 평가 부분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평가에 관한 어려움은 많은 미디어교육교사들로 하여금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가 아닌 자의적 기준에 따른 평가를 하게 한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여된 장기적인 사업이며 미디어교육에 관련하여 많은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는 연구·집필진이 함께 했던 본 교재라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목표에 맞는 성취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가 존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평가는 학습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일련의 방편이며 평가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보다 더 열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넷째, 초등학교의 1개반은 보통 30명 이상이다. 30명이 4명씩 모둠을 결성해도 7개 모둠이 넘는다. 과연 본 교재에서 다루고 있는 교육내용을 1차시에 할 수 있을까? 1단원의 1개 소단원에서 가능한 부분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내용요소를 보다 더 세밀하고 학년별로 체계적으로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기존의 미디어교육 교재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그림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미디어와 삽입된 글의 조응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시각미디어를 바라보는 다양하고 올바른 태도를 기르도록 했다. 본 교재의 아쉬움은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미디어교육과정의 부재이다. 이전 교재들에 비해 본 교재의 질적인 향상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본 교재 내용의 내용체계의 부재와 학년별 혹은 대상별 성취기준의 부재는 해변가의 모래성 같아 보인다. □ * 편집자 주 1. 방송위원회에서 발간한 초등학교 미디어교육 교재 “미디어 알아보기”와 “미디어 세상보기”는 방송위원회 미디어교육 아카이브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http://edumedia.kbc.go.kr/Data/mdb2.asp 2. 방송위원회에서 나온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용 교재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의견, 그리고 집필진의 의견은 RTV <미디어로 여는 세상> 51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로 여는 세상 51회 보기 ⇒ http://cr08c.rtv.or.kr/tc/5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