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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9호 이슈] 정치권력의 확성기가 정치권력 감시자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 방송통신위 설립, 재논의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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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9호 / 2008년 3월 11일

 

 

정치권력의 확성기가 정치권력 감시자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 방송통신위 설립, 재논의 되어야 한다.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 http://www.bcc.go.kr/ )에 들어가면 조직표만 하나 달랑 있고, 아직 아무런 내용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에 기인해서라고 한다. 방송-통신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고 전통적인 산업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재 방송통신 융합현상에 가장 잘 들어맞는 예가 IPTV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도 이 IPTV 때문이다.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는 흔히 메가TV나 하나로TV처럼 그냥 텔레비전이다.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송방식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인터넷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KT와 같은 거대 통신업자들이 방송 산업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IPTV가 TV지만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 사이에 어정쩡하게 위치하기 때문에 ‘방송'이 아니라 ‘통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TV를 통한 통신자본의 방송시장 진입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막을 수 없는 조류처럼 주장되어왔다. IPTV는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힘센 부서 중 하나였던 정보통신부를 통해 휴대전화와 함께 IT(Information Technology or Internet Technology) 산업의 첨단에 있는 것처럼 포장돼 왔다. 방송-통신 융합을 둘러싸고 통신자본을 등에 업은 정보통신부와 기존의 유료방송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간의 논쟁은 통신자본과 MSO(Multiple System Operator : 복수의 케이블망 사업자)의 대리전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IPTV를 ‘방송'으로 규정해야 하는가, ‘통신'으로 규정해야 하는가를 두고 2년 넘게 논쟁만 벌였다. 이는 지난 2007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를 위해 구성된 ‘국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에서까지도 단골 논쟁 꺼리였다. 이 논쟁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헤게모니 싸움이자, 통신 자본솨 MSO간의 주도권 다툼이기도 했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지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지난 10년을 끌어온 방송-통신 융합 기구설치 논의가 정리되어가는 듯했다. 지난해 12월까지였던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올해 3월까지로 연장된 이유도 아직 내부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논의진행이 이뤄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0년을 끌던 논의가 한순간 정리되었다. 지난 26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원내총무가 합의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함됨으로써 지난 10년간의 논의가 정략적 합의에 의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합의하고, 총 5명의 위원 가운데 ‘위원장'과 위원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에서 1명의 위원을, 야당에서 나머지 2명의 위원을 지명하기로 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정치권력에 확실히 복속시켰다. 26일, 양당 원내총무간의 합의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입안되고, 공포되는 데까지 단 3일이 소요되었을 뿐이다. 


이에 언론단체와 언론 현업자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야합이 이뤄진 2월 20일 즉각 성명을 내고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 논의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여-야의 합의가 “정략적인 야합”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력의 방송장악 기도는 한두 번이 아니다. 방송위원회의 8년간 짧은 역사 속에서도 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정 기도를 통해, 때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대변인을 방송위원 자리에 임명함으로써 끊임없이 방송매체를 견제하고 길들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력의 기도는 방송위원회의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좌절되기도 하고, 방송위원회를 감시하는 시민사회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 그나마 방송위원회가 어느 정도의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방송위원회가 무소속 독립기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1기, 2기, 3기 방송위원회를 평가해 보면 정치권력의 통제-간섭을 배척할 수 없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지명하고, 나머지 방송위원을 여당과 야당이 나누는 상황에서 방송위원회 전체회의는 정략 투쟁의 장이 되었다. 방송위원회가 KBS 이사를 추천하고, MBC 방송문화진흥재단의 이사를 선임하는 한편, SBS 등 민영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통해 허가취소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님으로써 방송 매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화관광위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했던 친구의 말에 의하면 비공개로 진행된 방송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에 드러난 방송위원 회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위원들 사이에 욕설이 난무하고, 서류를 던지는 등 국회의원들의 지저분한 정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방송위원의 정치적 줄서기는 지난 2007년 이른 바 ‘강동순 사태'로 인해 폭로된다. 당시 방송위원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했던 강 씨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와 한나라당을 위해 KBS를 장악하고, 빨갱이 노조를 몰아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다니다 측근의 폭로로 망언이 공개됐다. 방송위원이 당연히 지녀야 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한 것이다. 


사실 방송위원회의 강동순도 그리 큰 힘을 직접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방송위원회를 감시하는 여러 언론·시민단체의 눈과 방송위원회가 무소속 독립기구라는 위상에 의해서였다. 언론·시민단체가 강 씨를 질타할 수 있었던 것도 무소속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의 위원으로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배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강동순 위원 사퇴촉구와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창형 방송기술인협회장은 강동순에 분노하기보다 방송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한 선배들을 생각하며, 방송위원회의 모습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치적 독립과 공익성, 공적 의무를 다하는 방송위를 출범시키기 위해 많은 방송노동자들이 감옥에 가고 징계를 받았다”고 밝히며, “선배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현행 방송법과 방송위원회는 1999년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라고 일컬어진다. 방송법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조항, 무소속 독립기구로서의 방송위원회의 위상 등은 자본과 정치권력의 압력을 막아내고 다시는 정치권력의 확성기가 되어야 했던 오욕의 역사를 되돌리지 않으려는 언론노동자들과 언론·시민운동 진영 활동가들의 노력이 깃든 것이다. 


지난 8년간 방송위가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이것이 제도의 문제점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강동순 사태와 같이 구성원과 운영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맥을 이어가며, 방송과 통신 매체를 정치권력의 바람으로부터 막아야 하는 방송통신위원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정해졌다. ‘대통령 직속'은 최고 정치권력에의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소속 독립기구에서도 국회의장과 문화관광위원장의 동의와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위원들은 자신들 뒤에 있는 정치권력을 위해 얼굴을 붉히며 대리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된 방송통신융합위원회는 이제 당당한 정치투쟁의 공간이 되었다. 정치투쟁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내정으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최 씨는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신문 출신으로 방송과 통신에 관련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정치자문역을 담당했으며, 대선기간 중 이명박 후보 진영의 ‘6인회' 멤버로 이명박 대통령의 활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의 하나다. 언론을 통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대통령이 자신의 ‘멘토'에게 방송과 통신매체의 관리를 맡긴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논의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등 방송 독립에 대해서 이견을 달지 않았다. 언론·시민사회가 주장한 ‘무소속 독립기구 안'을 무시하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방송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대통령 직속이더라도 직무상의 독립은 명확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방송위원 선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 마다, ‘선의'를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의 ‘멘토'에 바쳐질 보은 선물로써의 ‘선의'였던 것이다. 


대통령의 보은에 흥에 겨운 집들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다.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을 노리며 끊임없이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 삭제를 요청했던 집들이다.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까지 지낸 신문 인사가 방송과 통신 매체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른다. 벌써부터 성급한 매체(CNB뉴스)는 <동아일보, 언론계 장악?…KBS라디오 방송 되찾기?>라는 기사를 게재하고, 빼앗긴 ‘동아방송'을 KBS로 되찾을 것(?)이라는 될 법한 추측까지 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조선일보는 <방통위 초대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 李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 기사 등을 통해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소개하며, 선거기간 중 최 씨의 업적 찬양에 바쁘다. 


반면에 아주 곤혹스런 집이 있다. 바로 통합민주당이다. 지난 2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정략적으로 합의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의 손아귀에 쥐어 주었던 당사자는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이다. 김 씨는 2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통위를 대통령과 독립기구로 존치할 것을 주장했지만 직속기관으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최시중이라는 이명박 대선캠프의 핵심인사를 위원장으로 내정했다”며, “방통위는 중립성이 어느 기관보다 중요한데 심각한 우려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방송통신위원회를 고이 바치고 나서, 대통령의 측근을 내정했다고 반발하는 것. 대통령에게 방송통신위원회를 고이 바치고 나면, 위원장 자리라도 돌아올 걸로 착각한 모양이다.


언론시민단체는 이 같은 사태를 지켜보며 단호히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듯 언론 자유의 근간이 되는 방송독립을 폐기시키고 역사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폭거를 자행하였다(전국언론노동조합)” 


“최시중씨를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 (방송인총연합회)”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한 악법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음모 좌시하지 않겠다.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고, 시민사회단체는 낙선운동을 비롯한 정권퇴진 운동에 즉각 돌입할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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