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9호 / 2008년 3월 11일
미완의 미디어교육진흥법 |
오정훈(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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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열면서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고, 나아가 미디어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문화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2007년 4월4일 미디어교육진흥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 발의의 실효성을 차치하고라도 당시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미디어 오늘만이 법 제안과 논란점을 간단히 정리하고 있었을 정도이다. 이 법은 무관심(?) 속에서 제269회 국회(정기회) 제10차 전체회의(2007/11/20)에 상정되었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이관되었다. 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국회가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이번 회기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7대 국회에서 미디어교육진흥법처럼 국회에 제출된 의안은 총 8312건이고 이중에 가결된 의안 수는 2484건으로 약 30%만이 법률적 효과를 발휘하여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는 폐기되는 것이다. 미디어교육진흥법도 폐기되는 70%에 들어갈 모양새이다. 이렇게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법을 다시 언급하고자 하는 이유는 미디어교육이 점차 확장되어감에 따라 제도적 장치 특히 법률로서 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 발의자들이 이번 회기에는 어렵겠지만, 다음 회기에 또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으며, 법이 아니더라도 미디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진흥체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2. 미디어교육진흥법안 검토 ⑴ 법 제안 배경과 의견수렴 발의된 법 제안 이유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먼저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높아져가고 있고, 미디어의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부정적인 요소 즉, 중독현상이라든가 UCC 광풍이 일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미디어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고 법제화를 검토한다. 미디어문화를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히 보장하고 접근 및 문화향유권을 위해 법제정이 필요하다. 이 법은 미디어교육의 활성화,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 국가의 문화 역량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숙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http://blog.daum.net/ewill/6037982)에서 법 필요성을 제기한 표현을 빌리자면,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미디어에 대해 무방비하게 노출됨으로써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물론, 미디어 특유의 중독성은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중독증을 가지게 하며 나아가 미디어에서의 경험을 현실적 경험처럼 느끼는 정신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 ‘아동·청소년들이 미디어를 과잉 접촉하게 되면서 수면부족, 학습능률 저하, 산만함, 수업태도 이완 현상 등의 부정적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은 물론 게임과 인터넷을 포함한 미디어는 직접적인 대인 접촉의 횟수를 줄여, 가족과 친구 간의 유대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들이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으로 미디어를 접해왔던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디어를 선별하여 자신의 목적에 합당한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며 또한, 미디어 생산자로서 아동?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관을 잘 표현하고, 미디어를 건전한 여가와 놀이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을 밝히는 대목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높아져 간다거나 미디어문화에 대한 보편적 교육의 필요성 그리고 향유권 보장을 위해 제기하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나, 미디어에 대한 부정성 특히 ‘무방비하게 노출됨으로써’ 라는 시각은 다르다. 미디어교육이 미디어로부터 비판적 이해능력을 길러주는 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나, 미디어에 대해 무방비하게 노출됨으로써 그것을 막는 방편이 미디어교육이라는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미디어가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것은 미디어를 비상업적이고 비선정적이고 비폭력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 보다 직접적이고 절실한 문제 해결의 방법이지, 교육을 통해서 상업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바꾸어내는 것은 본질을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을 통해 상업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차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바꾸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고, 원인에 대한 직접적 해결 없이 교육을 통해 차단하거나 방어하는 것은 결국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인정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좀 더 비약하자면, 미디어교육을 하기 위해서, 비판적인 사고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업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미디어의 존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과잉 접촉하게 되면서 수면부족, 학습능률 저하, 산만함, 수업태도 이완 현상 등의 부정적 현상을 초래’하게 되면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EBS 수능방송부터 당장 폐지해야 하며, 많은 온라인 학습 사이트들은 문을 먼저 닫아야 한다. 미디어에 대해 과신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디어를 막연히 차단하거나 방어하는 차원으로 미디어교육을 사고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이다. 오히려, 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인간의 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어가고 있고, 미디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는 미디어 융합시대에 미디어에 대한 학습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누구나 미디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시대가 되었고, 미디어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보다 진보적으로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미디어를 배우는 것은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래서 이를 법으로 제정하여 ‘미디어교육의 활성화,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 국가의 문화 역량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센터라는 미디어교육 전문기관이 방송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문화부 등에 의해 전국 20여개 도시에 설립, 운영되어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7차 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 관련 과목이나 단원을 도입하여 미디어에 대한 것을 학교 교육에 적용하여 가르치고 있고, 방송위원회, 한국언론재단,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의 공적 기관들의 미디어교육 관련 지원과 교육이 있으니, 이를 보다 일관된 정책 속에서 공적 지원 제도를 체계화하고 통합적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 불구하고도 한 가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와 합의를 이루는 민주적 의사수렴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정책에만 ‘몰입’하도록 하여, 실제 당사자들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면 그 정책은 곧바로 수렁으로 ‘몰입’됨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법 제정의 필요성은 미디어에 대해 방어적이고 경계심만을 강조하는 것을 넘는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제안된 법은 그 필요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법 제정에 앞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사수렴과정을 거치지 못하였다. 미디어교육은 미디어만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교육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 ‘미디어교육’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자기 지위를 갖고 있기도 하고, 다른 관련 학문의 관련성이 깊다. 학계에 있어서도 미디어교육학회, 언론학회, 방송학회, 교육학회, 국어교육학회, 영화학회 등이 관련이 있고, 미디어교육 기관 및 단체에서도 시민사회단체, 미디어센터, 청소년기관 등이 연결되어 있으며, 미디어교육 지원기관으로 있는 방송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언론재단 등과도 떼어 놓고 다룰 수 없다. 이처럼 미디어교육은 다양한 영역에 걸친 이해 당사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혹은 법안이 제출된 뒤에라도 상호 의견을 교환하거나 논의의 핵심을 다루고자 했던 적이 없었다. 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하나의 정책을 법조문으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생활의 문제로 다가온다. 누가 미디어교육을 지원하고, 그 예산은 어떠한지, 누가 가르칠 것이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중앙 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은 어떠하고,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수많은 질문과 고민 속에서 법조문 하나하나는 커다란 무게가 되어 우리의 일상생활을 통제하기도 하고 윤택하게도 만든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만약 이와 같은 법이 다시 제안된다면,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오류를 겪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과연 법 제정이 필요한 시기인지, 미디어교육 활성화 과정에서 법 제정이 우선적 과제인지, 법 구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충분한 예측과 실효성 검토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몇몇 법 제안자가 아니라 미디어교육을 만들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과 같이 충분한 의사수렴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⑵ 법안 주요 내용 ○ 목적 :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고, 나아가 미디어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문화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 미디어교육 정의 : 미디어에 관한 건전한 이해와 활용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미디어교육”이라 하고(안 제2조) ○ 진흥주체 : 문화관광부장관은 미디어교육의 체계적?효율적 진흥을 위하여 미디어교육에 관한 종합적인 진흥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함(안 제6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미디어교육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안 제4조) ※ 이 법에 따른 문화관광부장관의 권한은 그 일부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진흥기관에 위탁(19조) ○ 진흥 수행(위탁) 주체 : 미디어교육의 진흥을 위한 각종 사업을 수행하도록 미디어교육진흥기관을 지정?운영함(안 제8조) ○ 진흥 수행(위탁) 주체의 역할 1. 미디어교육기관?미디어교육시설 및 학교 간의 상호 연계 협력망의 구축?운영 2. 미디어교육의 진흥을 위한 학술 연구?조사 3. 미디어교육기관?미디어교육시설에 대한 평가 4. 미디어교육전문인력의 양성 및 연수 5. 미디어교육에 필요한 시설?장비의 확충 및 정비 6. 그 밖에 진흥기관 지정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 진흥 정책 생산 : 미디어교육에 관한 정책 등 중요사항을 자문하기 위하여 문화관광부장관 소속 하에 미디어교육자문위원회를 둠(안 제7조) ※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자 상호 간의 협의 및 협력증진을 위하여 미디어교육협의회를 둠(안 제9조). ○ 진흥 내용과 방법 : 진흥기관, 재정 지원, 공공시설이용지원, 학교 지원, 미디어교육사 - 미디어교육진흥기관 지정운영(8조) -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는 진흥기관의 운영 및 사업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 - 미디어교육기관 또는 미디어교육시설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 공공시설 이용 지원(안 제11조?제12조) - 학교에 대하여 미디어교육 관련 시설? 장비의 확충 및 교원연수?연구에 필요한 지원(13조) - 학교의 장이 요청할 경우 미디어교육기관 및 지원시설은 미디어교육사를 지원(안 제18조) ○ 인력 - 양성기관 지정 : 진흥기관, 국·공립 교육시설, 대학 및 관련 전문기관을 미디어교육사 양성기관(이하 “양성기관”이라 한다)으로 지정(안 제16조)- 미디어교육사 의무배치 : 미디어교육기관 및 미디어교육시설에는 효율적인 미디어교육의 실시를 위하여 미디어교육사를 배치하여야 한다.(18조) - 자격조건 : 미디어교육시설 등에서 미디어교육 관련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 관한 기획?분석?평가?교수업무를 일정기간 수행한 자 또는 제16조에 따른 미디어교육사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자(15조) ○ ? : 미디어의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미디어교육의 학습장 및 체험관으로서의 기능수행을 위하여 문화관광부장관은 미디어박물관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장은 미디어체험관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다.(14조) ⑶ 법안의 문제점 미디어교육 정의와 목적의 협소함 미디어교육진흥법은 그 제정 목적을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고, 나아가 미디어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문화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에 관한 건전한 이해와 활용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안 제2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른 법에서 정의와 목적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면,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제1조 (목적) 이 법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법 목적을 기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겠지만, 미디어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문화역량 강화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미디어교육을 시행하는 목적이 미디어의 발전과 연관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미디어의 건전한 발전은 미디어교육이 아니라 미디어 관련법에서 정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점은 법 제정 배경에 대해 방어적 보호적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언급했던 부분이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시행하는 단체나 기관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오프컴(Ofcom)의 경우는 접근, 이해, 창조라는 세 가지 내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양한 맥락에서 접근하고 이해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하고 이를 진흥하고자 한다. 홉스(Hobbs)는 ‘미디어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2006년에 나온 방송위원회에서 나온 보고서에서는 ‘미디어 교육은 다양한 연령 및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에 대한 접근과 활용능력,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능력,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 능력,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나눔과 참여능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체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이 학술지는 아니지만 ‘미디어에 대한 건전한 이해와 활용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는 것은 근거가 미약하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정의와 함께 문화예술을 교육내용으로 하거나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교육으로 정의하며,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 이해와 활용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진흥법과는 달리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에 대해 이해와 활용의 차원으로만 정의하게 되면, 미디어교육에 대한 정의 중에 가장 많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비판적 이해 능력’ ‘창조적인 표현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인데 이러한 미디어교육의 내용에 대한 정의가 제외된 정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 정의를 하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세부 정의가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물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 법 적용 범위의 타당성 근거와 분산적 지원체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체계 부재 법 제정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특히 기존 법이나 제도와 중복성 여부는 일차적 검토대상이 될 것이다. 미디어교육진흥법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 기존 법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중복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서 활성화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미디어교육만을 지원하거나 활성화하는 법은 없으나, 문화예술교육지원법 범위 안에서 충분히 미디어교육을 포함하여 진흥할 수는 있다. 이 점은 법안에 대한 국회전문위원보고서에서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외에 미디어교육에만 특별히 적용되는「미디어교육진흥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임’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구체적 정의나 범위를 지정하지는 않지만 법 중에서 유일하게 ‘미디어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방송법이다. 방송법 제38조 방송발전기금의 용도에 ‘미디어교육 및 시청자단체의 활동’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 규정으로 2007년의 경우 방송위원회는 미디어교육 사업에 대해 약 12억을 지원하였고, 방송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 사업(36억)이나 지역미디어센터 연계사업(5억)까지 포함하면 약 53억 원을 추산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사업 중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이 2007년 182억 정도인데, 이 사업 예산으로 3800개 학교에 강사 파견을 이룬다고 봤을 때, 방송위원회 미디어교육 관련 사업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송발전기금 전체 2169억에 비해 미디어교육 관련 지원 53억(2.3%)은 미약하다. 결국은 기존 법이나 제도로서 미디어교육 활성화시키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예술교육 일부와 방송발전기금의 확대, 그리고 관련부처의 예산을 통합하는 시뮬레이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별도로 조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한 근거로 작동하기에는 어렵다. 또, 제안된 법은 미디어교육의 진흥주체를 문화부로 설정(안 제6조)하고 있는데, 미디어교육이 교육, 문화, 청소년, 여성 등 해당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어느 하나의 부처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갖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경우는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정의 속에서 문화부가 기존 담당하던 문화예술 진흥의 차원에서 연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미디어가 문화부의 ‘영역’이라는 것을 용어 정의에서 드러내 놓고 있지 못하다. 법안에서는 미디어의 정의를 1. “미디어”란 방송?통신?신문?잡지?출판?영화?광고?인터넷 등으로 광범위하게 잡고 있어, 소관부처가 누구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반해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서는 문화부 관련법인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등에 근거하여 문화예술교육이 문화부 소관임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미디어융합 환경 속에서 미디어 규제와 지원 기구의 통합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되고, 이 속에서 미디어교육을 어느 정도 규모로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변수가 있기에 더더욱 속단하기는 어렵다. 미디어융합기구의 출범과 더불어 미디어교육의 진흥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도 굉장히 정치적 과제 중에 하나이다. 진흥주체를 정하는 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역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문화부로 진흥주체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관계 속에서 논의되고 결정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출된 법안은 법 적용 범위의 근거가 미약하며, 관련 소관 부처와 예산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교육진흥의 비체계성 미디어교육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①정부의 진흥주체(소관부처) ②진흥기관 ③미디어교육 실행 기관 및 단체 ④교사교육(양성교육의 체계)과 인력체계 ⑤학교와 학교 밖 교육의 균등한 성장 정책 ⑥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 ⑦정책 생산과 평가의 참여?개방성 ⑧예산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하나의 일관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제안된 법안은 이러한 항목이 있기는 하나 불명확하고 비체계적이 면이 없지 않다. 먼저 정부 소관부처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이고, 두 번째 진흥기관의 경우를 살피면, 미디어교육진흥기관이 미디어교육 진흥의 핵심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디어교육 기관 중에서 지정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교육을 하나로 연결하여 새롭게 통합하는 필요한 시점에서 기존 기관을 지정 운영한다는 것은 기관 이기주의에 빠질뿐더러 통합적 과제를 수행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또 진흥의 핵심기구를 설립하지 않고 지정하는 것으로 정하면서도 박물관이나 체험관은 설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형태이다. 박물관, 체험관 성격은 이미 지역 미디어센터가 늘어가고 있으며(2010년까지 전국 30여개), 기존 설립된 미디어센터가 체험관 박물관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을 또 다시 설립하는 것은 모양내기에 지나지 않는 발상이다. 비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박물관 체험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보다는 진흥의 핵심기구를 설립 운영하고 지역별 미디어센터 등 미디어교육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연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진흥기관은 미디어교육, 연구, 아카이브, 네트워크, 정책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기관일 것이다. 그런데, 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흥기관의 역할에서는 미디어교육 지원 역할이 제외되어 있다.(안 제8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경우도 ‘교육시설 및 교육단체에 대한 지원 평가’ 항목이 있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미디어교육진흥기관이 평가하고 연구하는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교육이 바탕 되지 않는 평가와 연구는 있을 수 없다. 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관이라고 할 때 교육지원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미디어교육 정책 생산을 위해 문화부장관 소속의 미디어교육자문위원회를 두고 있고, 미디어교육 진흥계획 수립을 위해 미디어교육기관협의회를 두고 있는데, 이 둘의 상호 역할과 관계성이 모호한 점, 진흥기관과 미디어교육기관, 시설 등의 정의가 명확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점, 미디어교육 진흥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정책 수립과 예산지원으로 한정하여 자율적 지역발전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점, 학교와 학교 밖의 교육이 동시적, 균형적으로 사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미디어교육사의 규정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런 모든 것은 진흥에 대한 ①~⑧의 요소가 체계적이지 않고, 유기적이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거꾸로 증명하고 있다. 3. 나가며 제안된 법을 중심으로 법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다루어보았다. 기본적으로 법 제정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상식적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한계를 노출한 법이 아닌가싶다. 미디어교육이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그 목적이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미디어교육의 제도화 논의와 더불어 시급한 것은 어떤 제도화인가? 무엇을 위한 제도화인가? 라는 질문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미디어교육진흥을 위해 나서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있다. 서로 자신의 교육 현장에서 또는 배움터에서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숙성되는 과정을 먼저 겪으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교육현장에 머물게 놔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늘 무언가를 아주 쉽게 들고 나와서 미디어교육 현장을 뒤흔들어 놓으니 말이다. 법안을 보면서 참 미리 준비해 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법안이 아니라 과연 미디어교육 진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지,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그림을 함께 나누고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머릿속 그림은 언제나 머릿속에 갇혀 지낼 것이다. 머릿속 그림의 외출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 1)미디어오늘 미디어교육진흥법 관련 기사(2007.5.21) http://news.media.daum.net/society/media/200705/21/mediatoday/v16802809.html 2) 국회 의안통계 2008.2.27 기준 http://likms.assembly.go.kr/bill/jsp/StatFinishBill.jsp 3) ? 를 한 이유는 미디어교육진흥법 체계 안에서 박물관과 체험관의 위치가 갖는 애매함 때문이다. 4) 문화예술교육지원법과 미디어교육진흥법은 그 체계에 있어 유사성이 높아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한다. 5) 문화예술교육지원법과 미디어교육진흥법은 그 체계에 있어 유사성이 높아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한다. 6) 안정임, 전경란,”(한국 미디어교육의 체계화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방송위원회, 2006 7) 김종현, 미디어교육진흥법안 검토보고서, 문화관광위 수석전문위원, 2007 8) 시청자미디어센터 광주와 부산의 운영비로 이중에 미디어교육에 사용되는 부분은 정확히 추정하기 어려우나, 기관 자체가 미디어교육을 핵심사업으로 하고 있어 전체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포함하였다. 방송위 다른 예산액도 추정액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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