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50호 이슈] 4.9 총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0호 / 2008년 4월 17일

 

 

4.9 총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박 민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부소장)
 


지난 3월 18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가 발족기자회견을 가졌다. 전주영시미를 포함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지역언론학계, 지역언론노조 등 언론계 인사들로 구성된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디어산업론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기구*1)로서 성격을 갖는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말 그대로 지역 차원에서의 미디어공공성 확보를 위해 구성되었다. 지역 차원에서의 미디어공공성이 사회 일반에서 제시되는 미디어공공성의 이념과 차별성을 갖는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합의되어 온 미디어공공성의 구체적 실천 단위로서의 지역에 주목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지역방송영역과 지역신문영역 그리고 시민미디어영역 등 3대 영역에 걸친 공공성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총선국면에서 적극 의제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신문과 방송의 결합은 지역미디어를 통한 의제화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그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



4?9 총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우선 총선용이다. 이는 총선국면이 향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의 향방을 가름 할 중요한 분수령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관련된다. 인수위 시절 각종 산업론적 미디어정책이 언급되었지만, 총선에서의 과반의석을 전제로 한 법제화 필요성 탓에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이는 총선과정에서의 우리의 대응여부가 미디어공공성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디어공공성위원회가 총선용인 또 다른 이유는 작금 선거문화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본래적 의미의 총선과정이란 우리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과정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과정에서 그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미래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지역주의 정당구조와 후진적인 정치문화, 천민자본주의와 결합된 경제 우선주의에 경도당해 버린 선거과정에서 국민은 더 이상 주권자가 아니다.
정책과 공약으로 대표되는 의제화과정이 생략된 현재 총선지형은 미디어공공성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가 아니면 민주당이 견제세력으로 부상하는가는 본질적인 측면이 아니다. 민주당이 공공성의 수호자일리도 만무하지만, 총선과정에서 미디어공공론이 의제화 되지 않은 조건에서 기술론과 산업론에 의해 추동되는 미디어환경 변화를 제어할 힘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이번 선거 국면을 우리의 의제로 치러 내자는 적극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 그것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과정에서 예견되는 미디어공공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근래 들어 보수언론의 공세 속에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잘 살아보세'의 ‘신화(神話)'가 사회 전 영역에 ‘실용주의'로 치장한 ‘신자유주의' 이념을 전파시키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은 눈에 띠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란 한 마디로 “모든 ‘사회적 관계'를 ‘시장경제적 관계'로 개편하여 종속시킴으로서 자본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운동 혹은 이념*2)”이다. 한미FTA에 대한 왜곡된 환상,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당선은 그 구체적 결과물이다.
신자유주의의 득세는 곧바로 공공영역에 대한 해체로 이어진다. 규제철폐와 경쟁원리 도입이라는 미명아래 공익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규제틀이 일거에 무장해제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디어공공성 위기의 본질은 여기서 비롯된다.
여기에 한국사회에서 지역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미디어공공성의 위기는 곧 지역성의 위기다.


지역성은 미디어공공성을 구성하는 최고 가치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미디어정책에서 중요한 정책목표였다. 신규미디어 도입과정에서 전개된 지상파재전송논란이나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통한 지역신문에 대한 공적지원구조 확보 등은 그 대표적 사례다.
미디어공공성의 핵심에 지역성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논리적 귀결이다. 민주주의의 요체를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이를 통한 다양성의 실현이라 할 때, 서울 중심의 일극구조에서 탈피하여 지역 중심의 다극체제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과도한 중앙집중구조는 이미 자체 성장동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서울과 지역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 지역의 현실이다.
지역사회의 이해와 요구, 관심사를 반영하고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 내 공론장으로서의 지역언론의 존재 없이, 한국사회에 오랜 내재적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역언론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일극중심구조에서 파생되는 지역의 위기가 지역언론의 위기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언론에 대한 공적지원구조의 확보가 시급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실 지역언론이 지역성 담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가라는 의문에서 비롯된 반론이다.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이 사업자 배불리기에 그칠 뿐, 지역민의 커뮤니케이션권 확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문제는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현실 지역언론을 대체할 만한 대안언론, 대안적 미디어 공간을 창출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은 그 ‘지역'언론이라는 존재적 특성으로부터 지역성 구현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매체이다. 현실 지역언론의 문제는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지, 무시하거나 버리고 가야하는 ‘근거'가 아니다.



융합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공성의 철학은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권 실현에 맞춰져야 한다.


미디어가 갖는 공공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가치는 산업적 가치에 대체되거나 종속될 수 없는 본질적 지위를 갖는다. 디지털혁명과 방통융합기구개편에 대한 산업주의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표현과 소통의 권리 즉 커뮤니케이션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공공성의 이념을 재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퍼블릭액세스, 시민미디어센터, 공동체라디오 등 시민들의 직접 발언과 참여를 돕는 다양한 시민미디어영역의 확장과 공적지원구조 마련은 새로운 매체환경에서 미디어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다른 측면에서 시민미디어영역의 확장은 현실 지역언론의 한계를 제어하고 극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공공성의 이념과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실천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 주관적 특성과 측성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미디어 생산물에 대한 공공성의 측정이 매번 시도되기 어렵다는 점도 시민들의 참여구조 확보라는 절차적 공공성, 과정적 지역성의 의미를 높여준다. 시민미디어영역의 확장은 현실 지역언론구조를 변화시키는 수단이자 통로이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지역사회 내의 소통구조이자 혁신체계이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무엇보다 이번 4?9총선에서의 미디어공공성 의제화에 집중한다. 이는 미디어산업론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이 총선 이후 안정적 과반의석에 기반한 법제화과정을 통해 실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디어공공성의 확보가 비단 정책담당자나 사업자의 이해관계에서가 아닌 시민적 권리, 지역사회의 권리로 인식되고 합의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역사회의 상을 구축하고, 그 집행자서의 지역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공간이야말로 시민들의 목소리가 표출될 가장 유력한 소통의 공간이다.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지역방송과 지역신문, 시민미디어영역을 포괄하는 지역미디어공공성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적극 의제화 할 계획이다. 동시에 지역사회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후보들로 하여금 지역사회 공론장으로서의 지역언론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이들 대표자가 향후 예견되는 미디어산업론의 공세 속에서 지역 미디어공공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역신문 난립구조 해소, 지역방송 경쟁력 강화, 커뮤니케이션권 확대를 위한 시민미디어 확장은 우리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전제위에서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지역 언론환경 개선을 위한 내부 구성원 스스로의 혁신의지이자, 정체되어있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지역 혁신체계이기도 하다는 점도 또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 주
1) 지역미디어 공공성의제 발굴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총선과정에서 한시적 활동에 집중한다. 하지만 총선 이후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총선 이후 참여단체들로 구성된 ‘지역미디어공공성연대'로 연대의 폭과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2) 김세균. 「신자유주의와 정치구조의 변화」. 문화과학사. 1998.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