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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0호 이슈] 광태 씨, [지금 보고 계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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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0호 / 2008년 4월 17일

 

 
광태 씨, [지금 보고 계신거죠?] 


김 영 순 (광주전남미디어행동연대 사무국장)
 
2007년 3월 7일 속옷만 걸친 40-50대 아주머니들이 구호를 외치고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녔다.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 하면, 광주광역시청 청사 청소 일을 맡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시청 건물의 대부분, 유리창, 계단, 복도, 화장실 등 아주머니들이 쓸고 닦던 그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종처럼 일만 하다, 정말 종처럼 허드렛일만 하다가 사람대접 조금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탄압은 시작 되었다. 종처럼 일만 하다가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관리자들의 너무 지나친 대접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최소한의 권리라도 찾자고 한 것이다. 광주시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괘씸죄에 해당한다. 민주노총이 없어져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믿는 박광태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게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괘씸죄의 한 가운데 있었다. 노동조합을 만든 시청 청소용역 아주머니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 가입한 조합원들만 계속 고용이 거부된 것이다. 청사가 새로 지어질 때부터 궂은일은 도맡아 해왔고, 심지어 시청 직원들 체육대회 행사 설거지까지 했던 아주머니들, 그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몇 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해오던 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일할 권리, 계속 일할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시장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용역업체 사장에게 말하라'였고, 광주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농성이 길어지고 해결점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광주시는 관련부서(회계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농성 중인 아주머니들을 강제로 끌어내었다. 그 과정에서 시청직원들의 폭력과 폭언, 이불에 둘둘 말아 김밥 꼴로 끌어내던 직원들은 어제까지 동료라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광주시청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은 시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2007년이라는 시기적 상황에서, 보편적 인간의 권리가 그렇게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 짓밟혀도 되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광주광역시청 시장실 앞 복도에서, 그것도 2007년 3월 7일, 세계여성의 날 하루 전에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여러 비정규직 투쟁 상황들을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접했었지만 인권의 도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 바쳐 항쟁했던 곳 광주에서, 그것도 시민들의 공복이어야 할 행정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점을 알려 내고자 하는 사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자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마침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 의견이 맞아 ‘영상으로 제작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내자. 아주머니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고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작된 영상은 같은 해 호남인권영상공모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을 떠나 광주광역시청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 40-50대 아주머니들이 속옷 시위를 벌여낸 것을 영상에 담았다는 것만으로 인권영상공모전의 대상 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광주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제작된 영상이 공모전 대상을 받은 것 못지않게 중요한 지점이 있다. 바로 영상 제작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다. 영상을 만들면서 공동 제작자 세 사람은 제작과정에서 비정규직문제가 단순히 직장의 문제, 해고와 생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임금에서부터 모든 권리의 반도 안 되는 대우를 받지만 그와 반대로 모든 의무는 동등하게 지고 있다는 것, 차별 받지 말아야 하는데 차별 받고 살고 있다는 것, 그 차별 때문에 같은 일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불신하고, 불화하는 등 갈등 또한 심각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늘려 비용을 줄이고, 그렇게 남는 이윤은 다시 재투자되기보다는 자본을 투자한 곳으로 들어가더라는 거였다. 

그렇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닌, 행정기관인 광주광역시청은 왜 청소 업무를 외주 용역에게 맡겨 비용을 줄이려 하였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히 광주시청 공무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정부에 의해 ‘청소나 건물관리, 기계관리 등은 외주 용역을 주어 비용을 줄이라'는 공식적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영상 제작 단계에서 조사를 위해 전화로 광주시청 공무원과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할 때 나왔던 말이니 신빙성 있는 것은 확실 하지만 그 당사자의 신분을 밝히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문건을 통해 청소 용역 등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분들도 간단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고용유연화 정책을 폈던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것 아니겠는가?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좋은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좋은 조건 중에서 하나의 방법으로 국내 기업은 비정규직을 활용하여 고용을 유연화 -아무 때고 해고와 고용이 가능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 자본이 투자를 한다고 믿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고용유연화 정책이 그것일 것이다. 그 진위나 실효성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광주광역시장 박광태는 -개인적으로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패러디하여)명박이 동생 광태라고 부름- 청계천 복원 사업을 그대로 따라 배우는 모범생이다. 그런 박광태 시장이 정부의 정책을 솔선수범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이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해낼 광주광역시가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카메라 하나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고용유연화 정책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고용유연화 정책의 희생양이 된 광주시청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은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영상을 처음 만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를 바랐고, 공감하게 되는 의견이 광주시에 전달되기를 바랐다. 제작자들의 바람대로 어찌 되었건 광주시 공무원들도 영상을 보았다고 했다. 영상을 본 광주시청 공무원들이 잘 하던 방식대로, 고소고발도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고소고발 당했고,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도 벌금 등을 물고 있음- 고려했다고 했다. 고소고발 하고 싶었으나 영상 내용이 고소고발을 할 수 있을 만큼 비사실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광주시청공무원이 1인 시위조차 막아 나서면서 카메라를 든 우리에게 했던 말들이다.


이제 광주시청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계속해서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며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광주시가 어떻게 하면 변화될 수 있게 카메라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상황을 공유하고, 부조리한 부분을 고쳐 낼 방법은 없을까? 
호남인권영상공모전 대상 수상 후 [지금 보고 계신거죠?]는 공공노조, 광주전남미디어행동연대, 광주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상영회 사업을 벌여 내고 있다. 상영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추리전쟁], [우리학교] 등 상영회를 보면서 착안 한 것이다. 작품의 수준과 질(?)을 떠나서 조금이라도 많이 알려내고 싶었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의 영향으로 광주시청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가 단순히 몇몇 노동자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지역에서 많은 단체들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고 있던 때를 같이 하여 광주시청비정규직 문제가 일부 문화예술 단체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그 중 광주시청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놀이패 신명]의 연극공연 [하느님, 우리들의 하느님]이 광주시에 의해 대관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2007년 11월, 광주시에서 관리하는 5.18기념문화회관 대관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공연 내용이 처음 대관 신청한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 대관 취소 이유였으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공연 내용은 ‘광주시청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이것을 고깝게 생각했던 공무원,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담당 공무원의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예술 공연에 대해 광주시만의 독특한 잣대로 재단하는 현 상황에 대해 ‘신명'과 문화예술 단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은 문화난장을 통해 현 실정을 알려내고 있는 정도다. 문화난장은 격주로 진행하며, 놀이패 신명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여러 문화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점입가경,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얼마 전부터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1인 시위가 광주시청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처음 며칠은 별 문제 없이 진행 되었는데 1인 시위조차도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광주시민 1명이 하는 시위, 그 1인 시위조차 막으려는 광주시청 직원들의 초법적이고 몰상식한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1인 시위자에게 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과 욕설, 수십 명이 달라붙어 시위자를 시청 마당 밖으로 끌어내는 오만함. 지나가는 시민에게는 세금 쥐꼬리만큼 내면서 시민 행세한다고 비아냥거린다. 비정규직 복직 시켜달라고 1인 시위하는데 그것마저 막아 나서는 공무원들, 이것이 광주시가 감추고 싶은 모습이다. 그래서 카메라맨이 나타나면 렌즈부터 가린다. 그리고 초상권 있다고 우긴다. 공무 중인 공무원에게 무슨 초상권이란 말인가?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시장님을 향한 충성심만 보여주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바로 [지금 보고 계신거죠?] 제작자들이 일인시위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그 장면은 http://gjcc.net/ 에 가면 볼 수 있다. 시청비정규직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영상을 통해 무언가 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고 계신거죠?]의 제작자가 비정규직 철폐 프로젝트 [비상]으로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1차 영상 제작은 완료했지만 2차, 3차 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다. 광주시청비정규직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되는 한 제작은 계속 되어야 하지 않을까?



관련 내용을 담은 곳입니다. http://gj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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