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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0호 현장] 백발을 넘어 푸르름으로 - 관악 인터블루 라디오방송국 개국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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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0호 / 2008년 4월 17일

 

 

백발을 넘어 푸르름으로
- 관악 인터블루 라디오방송국 개국식을 찾아서 


김주영(ACT! 편집위원회)
 
노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할까?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라는 말처럼 삶의 지혜와 연륜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고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많은 노인들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곤 한다. 물론 여기에는 새로운 시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함께 사회적 여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들을 모두 이겨내고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어르신들이 있다. 단순히 늙고 지친 사람으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자 방송국을 만들어가는 인터블루의 구성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3월 12일 인터블루 첫 방송 및 개관식을 한다는 소식에 행사가 진행된 시립관악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갔다.



‘관악 인터블루(100.3Mhz)'는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노인 라디오 방송국의 이름이다. 보통 노인과 관련된 색을 이야기할 때 회색이나 백색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게 인터블루는 젊음을 상징하는 블루 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방송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인지 개관식장 안은 정말 많은 어르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강당을 가득 채운 어르신들은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너무나 열심히 박수도 치고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오늘 행사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계신지 궁금했다.


액트 : 오늘 처음 인터블루가 개국하는데 어르신은 어떠세요? 

안옥순 (시립관악노인종합복지관 자원봉사자) : 이 방송을 오늘 시작하는 첫 날이잖아요. 너무 즐겁고 좋네요. 인터블루가 전국에 인터넷으로 나가잖아요. 참 좋을 것 같아요. 나이 먹은 사람들하고 세대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젊은 사람들도 우리같이 나이 먹은 과정이 있을 거 아니예요. 그래서 그런 (세대 간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블루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악 인터블루에 바라는 것들이야 참가한 어르신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방송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만큼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관악 인터블루는 미디어불평등 해소를 위한 미디어교육사례의 개발, 그리고 각 계층과 지역에 기반한 독립적 방송국 운영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시작된 노인 미디어 교육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1년여 동안 시립관악노인종합복지관 내 컴퓨터실에서 관악FM의 PD들과 교육을 진행했다. 그 기간 동안 어르신들은 라디오방송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배웠고 그 결과로 인터블루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워낙은 6개월의 과정으로 교육이 계획되었지만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노인대상 라디오미디어교육이었기 때문인지 커리큘럼구성, 난이도 등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새로운 기술들을 익힌다는 것에도 어려움이 존재했다. 방송에 사용되는 기술, 지식들이 어르신들에게 워낙 생소한 것들인 경우가 많았고, 어르신들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듣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의 문제들이 어르신들을 어려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들은 교육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게 만들었다. 교육에 강사로 참여했던 김정인 PD(관악FM)은 어르신들이 호소하셨던 어려움들을 솔직히 말해주었다.


김정인 (관악FM PD) : 처음에 참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하시면서 계속 나는 못하겠다고 하셨던 분들도 있는데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계속 반복을 하면 본인들 몸에 익으면서 이제는 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아까도 보셨듯이 생방송할 때 엔지니어링을 본인이 직접 하셨어요. (어르신들이 직접 방송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죠.


이렇듯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육을 마치신 어르신들은 이 날도 개국을 축하하기 위한 방송을 진행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방송에서는 현직 관악구청장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노인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방송되기도 했다. 사실 나이가 어린 본 필자가 인터블루의 방송으로부터 흥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을 직접하고 또 방송을 듣는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즐겁고 재미있는 방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르신들 역시 젊은이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의 대다수 라디오 방송들을 들으며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어르신들이 엔지니어링부터 작가, 앵커까지 모든 역할을 직접 맡아 2시간의 방송 시간을 책임진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인터블루가 노인에 의한 방송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고, 구성원들이 1년 동안의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전국으로 보내지는 방송을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부담과 어려움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과연 인터블루의 구성원들은 방송을 준비하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엔지니어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액트 : 엔지니어라고 하던데 방송을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최영자 (인터블루 엔지니어 & DJ, 71) : 난 맨날 안 하려고 했어. 옆에서 빠지면 안 된다고 끌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래서 오늘까지 오게 되었어요. (웃음) 힘들었어요. 일단은 컴퓨터를 만져야 하는데 오늘 배우면 다음 주에 1주일 만에 하니까 잊어버리고 선생님들이 힘드셨죠. 그 때는 내 자신이 너무 싫고.. 한번만 알려주면 알아야지.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뭐 세월이 흐르고 오늘 이렇게 하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액트 :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 하셨나요? 

최영자 : 말은 사회적으로 실버들 위해서, 노인들 위해서 복지관도 많아지고 발전이 되었지만 내 마음 속에서 정말 듣고 싶어하는 소리 같은 거 그런 것은 듣기 힘들고 하니까 우리가 이것(인터블루)를 하면서 실질적인 것,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가장 슬픈 곳을 쓰다듬어줄 수 있는 그런 우리들이 되어야겠다. 방송에 의미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어요.



액트 : 다른 어르신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최영자 : (누구나 다 방송에 참여) 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방송이 되어야지 어느 누가 한정된 사람만 방송에 참여하면 의미가 없어요. 우리들이 게스트로 누구든지 다 불러서 자기 속마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방송국이 되어야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들 있지만은 용기를 가지고 이것을 함으로써 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젊어질 수 있는 곳이니까 다들 용기를 가지고 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사람들과 그것들을 나누기 위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라면 충분히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블루의 제작진들 역시 그런 가치를 알고 있기에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방송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관악 인터블루의 개관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인터블루의 방송은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어르신들이 방송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여러 세대와 공유해나가며 인터블루가 지금보다 더 의미 있는 방송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또한 무엇보다 방송을 하는 모든 어르신들이 정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본인들이 즐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며 재미있는 삶을 꾸려나가시길 기원한다.□


* 관악 인터블루 정규편성표 (http://www.radiogfm.net/)


1. 프로그램 명 : 행복한 라디오 쾌지나 청춘


2. 방송시간: 매일 AM 6:00~7:00


3. 프로그램 주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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