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50호 현장] RTV 정규지원액세스, 2년을 돌아보다 -RTV의 진정한 'RTV'(Revolution of TV)를 위하여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0호 / 2008년 4월 17일
RTV 정규지원액세스, 2년을 돌아보다 - RTV의 진정한 'RTV'(Revolution of TV)를 위하여 - |
마혜원(RTV 기획실) |
지난 3월 7일 RTV는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의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이란 시청자제작자들이 주1회 혹은 월 1회씩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혹은 1년 이상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맡아 제작 방송하는 프로그램 형식이다. 이전까지의 시청자제작자들이 일회성으로 만든 영상을 갖고 방영신청을 해 오면 방송 테이프를 틀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른 포맷의 제작형식이다. RTV는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시작해 모두 10여개의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RTV, 정규 액세스 프로그램 왜 하나? 그렇다면 RTV가 일반 공모 형태의 시청자제작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영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RTV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전문방송국이다. 지난해 RTV가 방송을 내보낸 총 방송시간 6,205시간 가운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방영 시간은 5,088시간으로 총 편성의 82%를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으로 채워가고 있다. 시청자제작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 의무 사항인 ‘열린 채널'을 통해 한 달에 100분씩, 일 년에 스무 시간 정도를 시청자제작에 할애하는 KBS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RTV가 시청자제작 전문채널이라는 것이 더욱 확연해진다. RTV의 시청자제작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지난 2005년에는 78%였으며, 2006년에는 80.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88%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TV는 이렇게 매년 5000여 방송시간을 시청자들의 몫으로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참여 시간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시청자제작 전문채널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RTV가 왜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운용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라 통칭되는 ‘퍼블릭 액세스' 방송 형식은 사실상 전파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방송권을 돌려주는 시청자주권운동이다.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거대 주류 방송들이나, 아예 태생적으로 자본의 논리만을 쫒아가는 상업방송들이 애초부터 할 수 없었거나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은 이런 시청자프로그램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시청자의 참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방송 참여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실질적인 방송 접근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 1년에 5000시간, 당신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RTV는 2006년 3월 ‘지원 액세스 분야 정규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공모하여 지금까지 「노동자, 노동자」,「영화, 날개를 달다」, 「미디어로 여는 세상」,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V」, 「시사프로젝트 피플 파워」,「이주노동자 세상」,「다국어 이주동자뉴스」, 「달리는 대학 청년을 말한다」, 「나는 장애인이다」등 10여개의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노무사와 노동문화 활동가가 직접 MC를 맡아 진행한 노동자 전문 프로그램에서부터, 국내외의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대중영화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는 영화프로그램,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TV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격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역의 이슈를 직접 전하는 프로그램, 장애인들이 직접 스튜디오 MC로 나서 장애문제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10여 개국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다국어 뉴스까지. RTV가 지난 2년 동안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통해 해온 방송은 그 형식과 내용면에서 이전의 어떤 방송을 통해서도 다뤄지지 않았던 본격 시청자제작프로그램들이라 부를만한 것들이었다. 시청자 제작자들은 월 8회에서 1회까지 정규 액세스 방송을 제작하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청자 주체들로는 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독립영화집단, 미디어단체, 대학생 등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민주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각각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청자 주권신장뿐 아니라 콘텐츠의 다양성, 나아가 방송의 공공성을 구현에 기여한 바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지난 2년여 동안 RTV 편성의 가장 큰 뼈대는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이었다. 2006년 봄 개편 당시, RTV는 이러한 개편 사실을 알리며 “RTV, 'RTV'(Revolution of TV)를 시작한다!”, “노동자와 지역, 이주노동자가 주체로 나선 ‘TV 혁명' 전개”라는 카피로 대대적인 RTV의 개편을 예고했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과연 RTV의 그 TV혁명의 어디쯤 와 있을까? 가시적 성과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과 한계 존재 RTV가 한정된 재원과 방송장비, 인력 상황에서도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용해온 것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였으며 시민방송의 설립 취지와 목적인 시민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방송의 실질적인 참여·접근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형식적으로나마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의 기틀을 마련하고 안정화시키는데 있어서는 일정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06년에 이어서 07년까지 대부분의 정규 액세스 프로그램들은 제작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없이 큰 문제없이 원활하게 제작되어 편성되고 있으며 현재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평가를 6개월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시기별 상황에 따라 내용, 구성 등의 부분 개편을 단행함으로써 지원 액세스 정규 프로그램으로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방송을 시작한 후 2년이 되면서 관련 소재 고갈, 제작인력 확보 어려움, 프로그램 성격 변화, 제작지원금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정규액세스 프로그램의 역할과 방향이 분명해질 필요가 있음이 제기되었다. 또한 정규액세스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방송의 제작 지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시민사회 및 지역 미디어활동가 등 조금 더 다양한 제작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져 온 것 또한 사실이다. RTV는 얼마 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RTV의 지난 2년여의 실험을 평가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그것이 바로 지난 3월 7일 열린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의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 이었다. 이날 RTV 정규 액세스프로그램 제작주체들과 RTV 편성국, 시민사회단체 미디어 활동가,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은 그간의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꾸려온 정규 액세스프로그램들의 성과와 한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원의 방식은 목적에서 나오는 것' … 선택과 집중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 토론회를 통해 한계로 지적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RTV 차원의 문제로 정규 액세스프로그램 제작의 지원 방식에 대한 지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RTV 시청자 조직 문제였다. 이날 정규 액세스프로그램 제작 주체로서 발제자로 나선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V'의 강수연 코디네이터는 “RTV의 지원 액세스란 무엇이며, 왜 액션V라는 프로그램이 토론자가 아니라 발제자로 나섰나 하는 고민들을 해주시기를 부탁한다” 면서 “그게 바로 오늘 토론회의 답이 아닐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V'는 전국의 지역 활동가들의 네트워킹하고 다양한 지역의 이슈와 이야기들을 지역의 활동가들을 통해 듣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강수연씨가 앞에서 밝혔듯이 ‘액션V' 제작자가 토론자가 아닌 발제자로 나선 이유는 바로 '액션V' 제작팀이 전국의 미디어활동가들을 네트워킹하고 조직하면서 사실상 작은 RTV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액션 V'의 제작팀은 2명이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이었다. ‘액션V' 제작팀은 RTV가 지원 액세스 정규 프로그램 제작팀을 지원하듯 일종의 제작 지원자 역할을 하며 작은 RTV와 같이 활동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작해온 '액션V' 제작팀은 RTV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정규 액세스프로그램 운용 방법은 ‘지원 방식은 목적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원칙 속에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방송을 해 오다가 액세스를 중단한 RTV 지원 액세스 프로그램 ‘나는 장애인이다'의 박종필 프로듀서 역시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나는 장애인이다'의 경우 제작 속도의 문제로 다른 팀보다 더 많은 인원이 투여됐다”면서 “당연히 속도 문제에서 오는 비용 부담이 있는데도 타 프로그램과 같은 기준으로 방송채택료가 지급되어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고 밝히며 다양한 지원 형태가 고려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강수연 코디네이터는 이러한 지원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원 액세스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RTV 내부와 제작주체들이 더 많이 토론하고 실천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기계적인 공공성 공정선 같은 것들은 좀 배제시키고 RTV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규 액세스 제작팀은 제작팀대로 부문 운동과 RTV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RTV를 이용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RTV는 이 수많은 제작자를 어떻게 조직하고 어떻게 훈련시키고 그러면서 RTV를 이용하게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의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TV'는 경계해야 …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청자 조직해야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을 좀 더 배려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 ‘성서 FM'의 이경희 피디는 “발제문에 있는 평가서를 보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와 RTV와의 관계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면서 “사실 궁금한 것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피디는 “프로그램을 누가 보느냐 하는 문제는 지원 액세스 제작팀이 아니라 RTV나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피디는 또, 성서 FM의 청취자 조직 활동의 경험을 살려 “RTV 같은 채널들은 RTV가 나서서 이 방송을 꼭 봐야할 시청자들을 직접 발굴하고 조직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제작프로그램 형식 가운데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이 지니는 중요성을 인정하는 한편, 지난 2년여 동안 기틀을 다지기 위해 조금 안정적인 실험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욱 적극적인 방식의 지원과 프로그램 운용이 이뤄져야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년 전 ‘TV 혁명'이라는 기치로 시작한 RTV의 실험은 이제 한시기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제기된 정규액세스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방송의 제작 지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시민사회 및 지역 미디어활동가 등 좀 더 다양한 제작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RTV가 되기 위해서는 RTV도 더 많이 고민해야하지만, 지금까지 정규 액세스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자들과 독립제작자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RTV를 아끼는 시청자들이 RTV와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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