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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4호 이슈] 영어FM과 공동체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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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4호 / 2008년 9월 1일

 

 

영어FM과 공동체라디오



최성은 (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전국 각지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단체들이 그동안의 개별적 활동에서 벗어나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공동체라디오 운동에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협의회는 지난 7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출범 및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을 방기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항의방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실시와 활성화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은 입구를 둘러싼 전경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잘 알다시피 공동체라디오는 기초자치지역을 권역으로 하여 방송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참여 매체이다. 2005년 4월부터 전국 8곳의 시범사업자들이 방송을 수행하고 있으며, 공동체라디오는 시범사업 3년 동안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방자치에 기여해왔다. 또한 지역민들이 방송에 직접 참여하면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고, 사회에서 소외 받는 사람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등 공동체라디오의 도입 취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많은 지역에서는 공동체라디오의 취지에 공감하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여 동안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11월 29일,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정책방안과 사업추진 일정이 제시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추진하고 싶은 지역에서 스스로 가용 주파수를 찾아오라는 정말 어이없는 주문이 있었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는 지역에서는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의의와 희망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비를 들여 주파수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달이면 나온다던 주파수 결과는 현재 감감 무소식이다. 담당부서에 전화를 하면 결과가 곧 나온다, 지금 검토 중이다 하고 차일피일 하더니, 최근에는 서류를 검토해보지도, 검토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취임 전부터 영어사랑을 공고히 했던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서인지,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의 “영어FM 실시”라는 말 한마디에 없다던 주파수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공동체라디오 출력증강과 신규 사업 요구에 주파수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더니 정권이 바뀌자마자 어디선가 주파수가 “짠”하고 나타났단 말인가? 게다가 주파수를 찾기 위해 방송발전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11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한 불과 10w(와트) 이상으로 출력을 높여달라는 공동체라디오의 요구에는 그토록 인색하던 방통위원회가, 영어FM을 위해서는 현재 공동체라디오 1w의 1000배에 이르는 1kw의 출력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 영어 FM은 지난 7월 3일 수도권 신규 영어FM 사업자로 서울특별시를 선정했고 올 연말이면 본 방송을 실시한다고 한다. 부산과, 광주는 영어FM사업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절차를 진행 중이며 9월중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지난 5월 2일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영어 FM 개국을 위한 기본 계획을 심의·의결한지 2개월여 만에 그리고 5월 30일 영어FM 심사기준 확정, 1개월만의 일이다. 기본 계획 수립에서 사업자 선정까지 두 달 만에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3년여 동안의 공동체라디오 진행과정과 너무나 극명한 대조다. 수차례 토론회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쳤던 공동체라디오와 달리 공표자료도 없이 단 한 번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린 그야말로 독단적 행위이다.


이에 전국에서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준비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등 미디어 운동단체는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정규사업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후 간담회 자리에서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 준비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와 신규사업자들과의 공식적 채널 자체가 기존의 시범사업자 중심의 협의체인 커라협(한국커뮤니티라디오방송협의회) 이외에 없다는 것과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주체들이 함께 얘기하고 함께 대응하기 위한 구심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6월 19일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 준비 협의체 구성이 제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협의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6월 26일 전주에서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 협의체 구성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구성을 결의하고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추진을 위한 방통위 항의방문과 법적대응, 국회와의 연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단순히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라디오의 조기 시행과 정책관련 사항 그리고 공동체라디오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노력도 함께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방통위원회 항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4일 방통위원회는 지난 3년간 진행돼 온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을 또다시 1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원장은 “일단 넘기고 금년 말까지 필요한 문제를 점검하자.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낮은 출력과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갈수록 상업화되고 중앙 집중화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주민 참여와 소수자 참여를 통해 미디어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공동체라디오 도입 취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이제 와서 필요성 자체를 재검토하라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기 전에 오히려 영어FM부터 필요성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책을 집행할 때 의견 수렴과정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공청회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사회적 합의도 무시한 채 오로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영어 FM 방송이야 말로 필요성을 재검토할 대상인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영어 FM 추진의 이유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신규 영어FM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라디오는 소통의 매체이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상호간의 소통을 매개한다. 이 정부가 진정 누구와 소통을 하고자 하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거금을 들여 찾아낸 주파수가 꼭 영어FM 방송을 위한 것이어야만 하는지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8월 21일 천안에서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모임이 있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공식 출범과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조직 강화 및 세부 활동 방향,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 연장에 따른 대응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20개 지역이 협의회에 참여를 표명하였는데,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대중화를 위해 토론회나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추진 경과
○ 6월 4일 퍼블릭액세스-공동체라디오 긴급토론회(전주)
○ 6월 12일 이명박정부의 영어FM추진 중단과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실시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단체 기자회견

○ 6월 12일 공동체 라디오 신규 사업자 간담회
○ 6월 19일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 준비 협의체 구성 제안
○ 6월 26일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 협의체 구성을 위한 긴급토론회(전주)
○ 7월 17일 방통위원장 항의면담 및 기자회견 진행
○ 8월 13일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 재허가 심사관련 의견서 제출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와 
             공동 진행

○ 8월 21일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출범 관련 회의 진행 예정


○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참여 지역 :
구미 / 대전 유성 대덕 / 마산 / 서울 성동구 / 안산 / 안성 / 여수 / 오산 / 울산 북구 / 원주 / 익산 / 전주 / 제천 / 진주 / 창원 / 천안 / 태백 / 평택 /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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