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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4호 현장] 장애인 미디어권 요구 1인 시위 100일과 향후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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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4호 / 2008년 9월 1일

 

 

장애인 미디어권 요구 1인 시위 100일과 향후의 운동

김철환(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지난 달 31일, 국회본청 기자회견장에서 ‘장애인 미디어권 요구 1인 시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기자회견은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가 진행했던 1인 시위 100일을 정리하고자 마련한 자리로, ‘미디어행동(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주최로 진행하였다. 기자회견 사회는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맡았고, 장애누리 회장의 1인 시위 경과보고 및 인사말, 언론시민단체에서 지지발언, 청각장애인의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라 기자회견은 수화언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월 초 한 장애인이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접근이 어려우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민원을 장애누리에 보내왔다. 장애누리는 민원에 의거하여 인수위원회에 홈페이지를 평가 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홈페이지를 수정해줄 것을 인수위원회에 요구했다. 또한 지난해 4월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바탕으로 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는 인권위원회를 통하여 수정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장애누리는 인수위원회 진행과정에서 내놓은 장애인관련 정책들 또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장애인의 정보와 방송통신정책의 분리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서도 장애누리는 인수위원회에 의견을 냈으나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장애누리는 인수위원회에 직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고자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누리가 1인 시위와 공문서, 언론을 통하여 인수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인수위원회는 끝끝내 장애인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홈페이지를 닫아버렸고, 장애인의 정보와 방송통신정책을 분리한 정부조직개편안은 인수위원회의 안대로 국회를 통과해 버렸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자 장애누리는 1인 시위를 멈출 수 없었다. 본래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접근을 보장해 달라는 단순한 요구에서 시작하였던 1인 시위는, 출범하는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비판하고 장애인의 미디어 정책을 바로 세울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러한 1인 시위는 인수위원회 앞에서,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사 앞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18대 국회 개원식에 맞추어 6개월 동안 100일간 진행되었다.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장애누리는 장애인 미디어 접근권의 필요성을 장애계 내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미디어를 바라보는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함께 진행하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진행하였던 장애인 미디어권 요구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과 싸움들, IPTV사업법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장애인 단체들과의 기자회견, 언론단체들과 같이 진행하였던 기자회견들, 장애인 미디어권에 관한 토론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맞추어 진정하였던 장애인 미디어 차별 인권위원회 집단진정,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인권위원회 진정 및 공개서한 발송, 미디어 사업을 하는 장애인단체들의 운동 결속을 위한 시도, 그리고 수많은 성명과 논평의 발표들이 그것이었다.


100일 동안 진행한 1인 시위와 장애인단체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의 장애인 미디어권에 대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관련하여 지상파 중심의 정책을 고수했던 것에 비교하면 최근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은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장애인 미디어 지원 사업을 보면, 진행하고 있는 방송수신기 보급에 대하여 기존의 보급방식과 함께 디지털수신이 가능한 TV일체형 자막방송수신기와 라디오와 mP3기능이 부가된 화면해설 방송수신기를 보급하겠다고 한다. 또한 시?청각 장애학생을 대상 한 EBS수능 방송물 제작과 지원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한하여 총 방송시간의 80%, 장애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중 뉴스, 드라마의 90%이상을 자막방송 하겠다고 하였다. 특히 IPTV등 뉴미디어와 관련하여서는, 시청각 장애인의 IPTV방송접근권을 보장하고, IPTV콘텐츠사업자들이 장애인의 편의성을 고려한 IPTV의 리모컨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며, 매체 간의 기술 호환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또한 IPTV 서비스에 음성안내 기능을 부가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보편적 방송접근성 구현 방안을 허가 심사항목에 반영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정책도 장애인의 미디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의 실효성의 문제도 있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진행되면서 장애인 미디어권도 과거의 방식대로 방송접근권만 가지고 논할 수는 없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서 장애인 미디어권에 대한 논의는 방송을 어느 정도 시청할 수 있느냐를 넘어서서 미디어 전반에 걸친 접근 및 참여에 대한 문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즉, 인쇄매체에서부터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등 시각과 청각을 통하여 정보가 전달되는 미디어가 총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미디어권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장애인의 경제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고려되어야 한다.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52%에 불과하고, 국민기초생활 보호 대상자 또한 비장애인 가구의 6.8%에 비해 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의 경제활동도 열악하여, 장애인 실업자 비율은 23.1%에 달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의 월평균 소득도 115만원으로 상용종업원 월평균 임금 45%에 불과하다. 정보통신 이용에 대한 격차 또한 심각하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일반국민 대비 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의 격차는 26%이다. 방송통신 융합과정에서 더 많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일반국민 대비 33.9%∼43.4%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경우는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구축한 전자정부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직접 동사무소까지 가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가야 한다. 또한 인터넷뱅킹을 사용할 수 없어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하고, 원하는 은행을 가지 못했을 경우 다른 은행의 이체업무 등으로 비싼 수수료까지 내야한다. 이와 함께 웹을 이용한 홈쇼핑도 이용할 수 없으며, 웹을 통하여 운영하는 e-러닝도 접근이 안 되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도 시범사업을 통하여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지원하는 몇 개의 한국영화 이외에는 관람이 불가능하며, 비디오나 DVD 등 영상물도 관련 정책이 없어 제작업체에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넣어주는 영상물 이외에는 감상할 수 없다. 장애인의 도서접근 또한 열악하여 편의시설 혹은 의사소통의 문제로 장애인들의 공공도서관 이용이 어렵다. 또한 연간 발행되는 5만여 종의 출판물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점역 등을 지원하는 출판물은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점역이나 음성프로그램을 통하여 출판물을 읽기 위해서는 책이 출판한 뒤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장애인의 방송접근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책으로 많은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 IPTV의 초기화면에 접근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끼며, 리모컨 조작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설령 리모컨을 조작할 수 있고, 초기회면에 접근하더라도 접근 서비스가 없어 방송물을 시청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와 함께 매체에 가입하거나 콘텐츠를 이용할 돈을 지불하여만 한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보았듯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책이 모호하고, 업체의 규제를 통하여 장애인의 권리를 담보하겠다는 입장이라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간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데이터 방송이나 홈쇼핑 등 부가서비스를 어떻게 장애인들이 접근하고 이용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이나 위성TV에 대한 정책도 현재는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지상파방송사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해설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방송의 경우 지상파방송에서도 6%내외로 저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 외에도 아날로그 TV의 자막 반도체 내장 법제화 문제, 속기의 다양화와 독과점 문제, 화면해설 제작방식의 다양화 등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정책은 근본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장애누리가 진행했던 100일 동안의 1인 시위는 어쩌면 요식행위로 보일 수 있다. 분명 1인 시위는 장애인 미디어권 문제를 장애계 내부뿐만 아니라 언론시민단체에 알리는데 일조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이 방송통신위원회 장애인 정책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1인 시위과정에서 장애인 미디어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방송접근이라는 단편적인 문제만 부각시켰다는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장애누리는 1인 시위 100일을 정리하며 장애인 미디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방송에서의 접근권을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과 IPTV관련 법률의 개정,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한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정보접근과 방송통신 소외계층 정책의 통합, 공익채널과 프로그램의 확보,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정책 확보를 위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과 방송장악의 폭압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도외시한 장애인의 권리 확보는 의미가 없음을 인지하며, 지금까지 그러했듯 언론시민단체들의 싸움의 대열에 계속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열한 장애누리의 향후 계획은 장애누리라는 개별 단체의 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미디어 사업을 하는 장애인단체들이 같이 풀어가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누리는 향후 운동의 진행과정에서 장애인단체나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데도 역점을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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