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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6호 길라잡이] 지금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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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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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6호 / 2008년 11월 6일

 

 



지금 이 곳 




“우리 블라디보스토크로 갈까?”
친구들과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고 웃음이 나오는 농담들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또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이탈리아가 나오기도 했고 인도가 나오기도 했으며 양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 도시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찾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딱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지금 이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은 참 살기 어렵다. 그리고 행복하기도 너무나 어렵다. 그 유명한 88만원 세대들도, 끝없는 경쟁과 압박으로 맘 편히 잠 못 이루는 그 아래 세대들도, 자신과 가족들을 고민하느라 흰머리가 늘어가는 그 윗세대들도 모두 삶의 무거운 무게로 참 힘들어 보인다.


...하루하루에 눌려 계속 질려 가지
삶이 우리를 눌러 계속 지쳐 가지...
- 현실도피 by 퍼니파우더




현실이 우리에게 희망을 쉽게 던져주지 않을 때 우리는 현실도피를 바라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실제로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 혹은 그곳이 살기 좋은 곳인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은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곳은 아름답다. 현실에서 찾기 어려웠던 꿈과 희망들은 현실도피의 공간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우리는 그곳에 꿈 또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아마도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가 현실보다는 꿈에 훨씬 더 가깝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현실적으로 재단하거나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슬프게도 우리는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예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현실도피를 현실로 만들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꿈꾸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지 않은 현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자면 현실과 꿈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라고나 할까.


이번 호 ACT!의 원고들에도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희망들이 현실의 모습들과 함께 담겨져 있다.『내년에는 활동을 매개로 만나요 : 한일미디어활동가캠프에 대한 지역미디어활동가의 짧은 후일담 』원고에는 일본 활동가들과 더 활발한 교류를 꿈꾸는 지역 활동가의 희망이, 『미디어 통합법, 아래로부터의 정책이 될 것인가 : 미디어융합 법제 개편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원고에는 참여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형성을 위한 민주적 미디어 법/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꿈이 담겨 있다. 10년의 과거를 정리하며 더 밝은 미래를 꿈꾸는 원고를 찾을 수도 있고 외국의 사례를 바라보며 우리의 변화를 꿈꾸는 원고도 있다.


물론 ACT! 편집위원들과 독자들 모두 꿈이 바로 현실로 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글로써 조금씩 그 간극을 줄여나가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길라잡이에서는 독자들에게 글 읽기 방법을 하나 추천하고 싶다. 이번 호 ACT!를 읽으면서 과연 원고에 담긴 그 꿈들은 현실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간극이 줄어들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물론 고민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 고민들을 하는 자체로 여러분은 꿈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는 데에 동참할 수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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