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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9호 길라잡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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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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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9호 / 2009년 3월 17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오재환
 
점점 신문 읽기가 버겁다 . 세상에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수록 , 내 삶에만 파묻혀서 이웃들의 상처를 외면해버리지 않으려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귀를 쫑긋 세워야겠지만 , 특히 요즘은 신문이 뭔가 대단한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 차 있어서 , 그 모든 기사들을 읽으며 마음 속 분노를 한껏 불태우다 보면 많이 지친다 .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 내가 신문을 읽으며 만족스러울 만큼 분노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 나는 그냥 내 분노에 취해 있을 뿐이구나 .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 주요 정치 사회 기사의 틈바구니를 안개꽃처럼 가득 메우고 있는 스포츠와 연예기사로 눈을 돌리게 된다 .


애초에 나는 왜 세상을 걱정하고 화를 냈던 걸까 ? 아마도 힘을 가진 사람들이 벌이는 일 때문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더 억눌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 그런데 계속 거대한 사건들에 집중해서 화를 내다보니 , 오히려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 분노의 이유가 됐던 연민을 잊게 되면 , 결국 분노도 방향을 잃고 표류할 텐데 .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도 필요하고 , 그 이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작은 존재들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필요한데 ,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


ACT! 에서도 , 부당한 힘에 저항하는 목소리들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이번 호에 실린 ' 장애인 방송 접근 - 규제 일몰 적용은 철폐되어야 한다 ' 나 '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시즌 2 - 이마리오 감독 인터뷰 ' 와 같은 기사에서처럼 말이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러 가지 사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다뤄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 그래서 좀 아쉬운 게 사실이다 . 그래도 , 그런 아쉬움 때문에 좀 더 작아 보이는 일들의 가치를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 미디어를 이용해서 좀 더 작은 목소리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 ' 우리동네 명랑극장 ' 이나 ' 지역 예술 운동 - 미국의 공동체 중심 퍼포먼스 ' 와 같은 기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으면 한다 .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로 , 앞으로도 한동안은 세상이 많이 답답할 것 같다 . 온갖 크나큰 사건들이 연일 터지고 또 잊혀져 갈 것이며 ,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고 , 힘없는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거대한 논리로 정당화시키려 할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걸까 ? 일단 이 사람들에게 대항하고 , 그들의 잘못이 그냥 덮여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 하지만 , 거기에만 집중하다가 원래 우리가 지켜내려고 했던 작고 소소한 것들을 잊어버려서도 곤란하다 . 우리의 진정한 힘은 그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다들 힘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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