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0호 길라잡이] 명’자민 ‘박’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길라잡이

by acteditor 2016. 8. 9. 17:34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0호 / 2009년 4월 22일

 

 

 명’자민 ‘박’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박채은(ACT! 편집위원회)
 
‘명'자민 ‘박'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요즘 잘 나가는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비상식적, 폭력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잃어버린 10년 되찾기 프로젝트'가 영 못마땅하던 차에, 영화제목 패러디 하나에 잠시 웃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내 기분이 씁쓸해진다.


지난 1년, 그리고 지금도 시간은 계속 거꾸로 흐른다. 성적순으로 학생과 학교를 일렬종대 줄 세우는 일제고사가 부활했고, 녹색성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시행되고, 도심 한 복판에서 주거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을 사지로 내몬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 30년 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썼던 조세희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난쏘공』을 쓸 때, 미래에는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30년, 한 세대가 지난 일이거든. 어제 봐(용산참사). 반복이지. 크게 보면 똑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법은 더 나빠졌고 더 잔인해졌고, 더 미개해졌고, 더 야만적인 상태로 갔지.”(『여기 사람이 있다』中)


미디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재빠르게 뒤로 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재벌과 거대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무력화하는 미디어악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주요 언론사에 대통령 측근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해 압력을 넣고, 더 나아가 언론인 개개인을 체포 구속하는 지경에까지 갔다. 언론인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 탄압이 이 정도일진데,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라고 위축되지 않겠는가. 미네르바 구속으로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미네르바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이버모욕죄, 인터넷실명제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고, 검열기관이 되어버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네티즌 탄압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휴... 열거하기에도 숨이 찬 이 수많은 일들과 질주하는 속도감에 현기증이 난다.


미친 듯 뒤로 가는 현실과 비교해볼 때, 이번호 ACT!는 사뭇 차분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RTV 죽이기가 이미 자명해진 상황, 공동체라디오의 공적지원이 사실상 모두 끊기고, 공동체라디오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 사실 벼랑 끝에 서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조심스러워 지는 것은 왜일까? 이들에 대한 탄압은 세련되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박할 분명한 명분도 별로 서질 않는다. 우리는 원칙적이고 원론적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저항할 방법은 단 하나, RTV와 공동체라디오가 기대고 있는 공동체와 대중적 지지일 테지만, 아직 그 힘을 조직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는 것도 필요하면 하자.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동안의 실험이 무엇을 남겼는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희망의 끈을 다시 찾아야 할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살피는 일이지 않을까. 희망의 싹은 폐허가 된 용산에서도 다시 피어나고 있다. 용산촛불방송국 <레아>의 실험을 우리가 응원하고 계속 지켜보아야 할 이유는 폭력으로 시간을 거스르려 한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저항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봄이다. 하지만, 봄날의 변덕스러움은 여전하다. 아직은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할 때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