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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4호 길라잡이] 화려함과 화끈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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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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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4호 / 2008년 9월 1일

 

 

화려함과 화끈거림



외눈
 
모든 매스미디어가 올림픽의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던 며칠 전 나는 TV에서 한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한 선수로 시작된 이 광고는 그의 노력과 투지를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늘어놓는 순간, 메시지가 도착하게 된다. “우리 만수 남대문 열렸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이 광고를 보면서 어쩌면 이 광고가 이번 북경 올림픽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번 올림픽 역시 다른 올림픽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했고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개막식은 나름 웅장했고 올림픽 기간 내내 많은 볼거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화려함에서 조금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우리는 ‘열려있는 남대문'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도 티베트와 위구르족을 비롯한 많은 중국 내 소수 민족들은 끊임없이 탄압을 받고 있고 또한 독립을 외치고 있다. 중국 내 인권 운동가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루머와 함께 실제 많은 수가 구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150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강제 철거당했다는 소식까지 합쳐지면 우리는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다시 위로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54호의 ‘가난은 보이지 않는다. 「상계동올림픽」(1988)을 다시 보며 ' 원고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나라의 밖이 베이징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다면 나라의 안은 6개월을 맞은 이명박 정부로 인해 시끄러웠다. 각종 규제들을 철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던 정부는 말처럼 규제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기업, 가진 자들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기 시작했다.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들은 존폐의 위기에 놓였으며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자유를 구속하는 규제의 덫을 씌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그것이 공공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남대문만 열어놓은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이지 않는 옷을 자기만 입었다고 우기는 임금님의 형색이다. 너무나 얼굴 화끈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정부의 행보는 결국 미디어 환경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 인터넷 규제의 허와 실 ' 그리고 ‘ 방송 규제 완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원고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규제 철폐의 두 얼굴과 그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려고 한다. '영어FM과 공동체라디오' 와 ‘ 허울뿐인 한국의 정보화, 공공의 목소리(Public Voice)를 들어라! -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대한 OECD 장관회의 참가 보고서' 의 경우 ,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과 관련된 문제제기와 정보화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미디어 환경 변화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역시 의미가 있겠다.


사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애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 ( 친기업 정책 이라고 쓰면 될 것을 왜 영어로 말해야하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지만..)를 정면에 내세웠다. 결국 정부는 노동자나 사회의 소수자들과는 친해지고 싶은 생각 (프렌들리할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ACT! 는 여전히 노동자 프렌들리이고 소수자 프렌들리이다. ‘ 장애인 미디어권 요구 1인 시위 100일과 향후의 운동 ' 원고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 이랜드 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긴 『우?소?꿈』을 읽는 것은 나의 소박한 꿈을 응원하는 것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 원고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부라는 자신의 말을 잘 지켜서 칭찬해주어야 하나라는 고민과 함께, 혹시 나도 누구처럼 남대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폼 내며 다니는 것은 아닌지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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