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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5호 길라잡이] 부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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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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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이유 


김주영 (ACT! 편집위원회)

“지금 없는 사람 손 들어봐.”

 

언제인가 학창 시절 소풍을 갔을 때 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선생님께서 던지신 질문이었다.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손을 들라고 하냐며 친구들과 선생님을 비웃었던 그 시절이 액트 55호 원고 목록을 컴퓨터에 띄어놓은 나에게 문득 떠올랐다. 다른 때보다 적은 원고의 양을 보면서, 특히 하나의 글도 기획할 수 없었던 ‘이슈' 꼭지를 보면서 지금 없는 글들은 어디에 간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들아 너희들 다 어디 간 거니? 없는 글들 손들어봐!”

 

사실 편집 위원들과 이번 55호에 대해 편집 회의를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이슈에 글을 실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은 왜 이슈에 실을 글들이 없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너무나 우리 사회가 평안해서 미디어와 관련된 이슈들이 없는 것일까? 대답은 당연히도 “아니다.”였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이 없는 것은 이미 ACT를 통해 제기되었던 이슈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루어졌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싣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근본 뿌리를 없애지 않으면 한없이 퍼져나가는 풀밭의 쑥처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미디어라는 풀밭들을 손대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뿌리를 캐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뿌리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문제는 지원 중단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장 교체라는 이름으로, 사업 재검토라는 이름으로, 자유의 탄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나고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 같다. 그 뿌리를 캐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ACT! 가 앞으로도 계속 적은 양의 글들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이번 호의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의 세 가지 질문」 이나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1년 - 인내는 쓰다. 그런데 그 열매는?」 에서처럼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질 것이며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관한 자료를 한 자리에! : WACC, 커뮤니케이션 권리 포털 개통」 이나 「우루과이, 디지털 전환에서 공동체방송에 주파수 1/3 할당!」 에서처럼 우리나라 밖의 미디어 이슈들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들, 쉽게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비록 글들이 왜 없는지 부재의 이유를 찾으며 고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풍부한 원고들을 가지고 독자들 앞에서 존재의 이유를 밝힐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55호 길라잡이를 마친다.

 

       ...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니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니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네게 달려 갈테니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니...

                            

                                 - 김종환 『존재의 이유』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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