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59호 미디어인터내셔널] 록빠 미디어 프로젝트, 다람살라에 뿌리고 온 작은 씨앗 : 티벳 활동가들과 함께 한 4일간의 미디어교육기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9호 / 2009년 3월 17일

 

 

록빠 미디어 프로젝트, 다람살라에 뿌리고 온 작은 씨앗
: 티벳 활동가들과 함께 한 4일간의 미디어교육기


황다경(미디액트 미디어교육교사)

 
2008년 3월 10일, 티베트 지역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이 티베트에 집중되었다. 한국에서도 평소 티베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티베트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중국 대사관 항의 방문, 따시델레-티베트 평화 콘서트, 평화 행진, 거리서명운동, 광화문 촛불 문화제, 인사동 티베트 벼룩시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활동들을 기록하여 <한국에는 티베트의 친구들이 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지난 8월, KBS1 <열린 채널>에 액세스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티베트 문제에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KBS에 액세스 되면서 우리는 소정의 방송 채택료를 받게 되었고 이 돈으로 티베트인들 역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영상 관련 기자재를 구입해 기부하기로 했다. 티베트의 문제는 전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작 티베트인들 스스로의 목소리보다 서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고, 그 역시 지난 유혈사태와 같은 큰 사건이 없으면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영상을 제작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 또 누가 제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아이들을 위한 탁아소 Rogpa(*주1) 의 활동을 하고 있는 페마씨를 소개받아 Rogpa Media Project 를 기획하게 되었다.


Rogpa Media Project 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티베트 난민촌)에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티베트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교육 대상을 정하는 것이었는데, Rogpa Media Project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바로 교육 이후의 지속적인 활동을 담보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 학생, 활동가 등 여러 대상들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고 있는 활동가들이라면 교육 이후에도 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티베트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였다. 또한 활동가들이라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다른 티베트인들에게 그들이 배운 것을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렇게 대상 선정을 하고, 교육의 기간과 내용 등 세세한 것들을 준비하면서 가장 실질적인 문제였던 기금 마련에 들어갔다.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 오정훈 실장님의 도움을 받아 기획서를 몇 차례 수정하면서 단체를 소개받아 몇 군데 기금 신청을 했다. 하지만 12월 중순이 되도록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계획한 교육 기간은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 이 기간이 지나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우리들의 일정도 여의치 않아 프로젝트 실행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런 저런 논의 끝에 자비를 들여 사전답사 차원의 짧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보다 사전답사에 더 비중을 두어 현지 단체들의 상황, 참여자들의 수준 및 필요사항, 교육 제반 환경 등을 보다 세밀하게 조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애초의 프로젝트를 다시 기획, 기금 마련을 하기로 한 것이다.


2009년 1월 10일. 다람살라에 도착한 우리들은 프로젝트의 진행을 도와주기로 한 Rogpa의 도움을 받아 현지 각 단체들을 방문하여 프로젝트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고 단체의 활동가들로부터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대부분 단체들은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교육 시간과 장비의 한계 때문에 인원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tudents for Free Tibet, Tibetan Women Association, Contact Magazine, National Democracy of Free Tibet, Rogpa, Raise Tibetan Flag Campaign 등 6개 단체에서 총 7명의 활동가가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은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총 4차시에 걸쳐 ‘Who am I Project'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우리 역시 활동가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활동가들이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프로그램에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다들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보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당신들한테는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그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모두 새롭고 흥분되는 경험'이라며 눈을 빛냈다. 편집수업을 할 때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물어가며 자신들의 작품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완성하였다. 참여자들이 만든 작품에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소개와 티베트의 독립에 대한 염원, 티베트 여성으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것들, 망명지 인도에서의 새로운 생활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 등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시간. 다 함께 만든 작품을 보고 난 후, 이번 교육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교육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영상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도 있고 배우고도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그들에게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너무 짧아 아쉽다면서 다음에는 더 길게, 충분한 장비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촬영이나 편집과 관련되어 정리된 교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 다음에 정식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를 위한 의견들을 아끼지 않고 내주었다. 그리고 꼭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면서 준비할 때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여러모로 부족했던 짧은 교육은 열정적인 참여자들 덕분에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해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에서 일단 ‘물꼬라도 트자'고 조금은 무리해서 진행한 교육은 성과도 있었지만 분명히 한계도 있었다.
성과라고 한다면,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전 답사' 개념의 과정을 진행한 덕분에 현지의 여러 제반 사항, 단체들의 사정 및 활동가들의 교육에 대한 욕구, 교육을 연계하여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의 발견까지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고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후 진행될 본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인력 및 기금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사전 답사' 와 ‘사전 교육'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이제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가지고 다시 한 번 Rogpa Media Project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교육 과정을 스케치한 영상을 편집하여 액세스하고 교육의 결과물들을 정리하여 기금 마련을 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현지에서 영상 제작 일을 하는 티베트인 한 분을 소개 받았는데 그 분이 우리의 교육에 큰 관심을 보여, 다음 프로젝트는 온전히 한국에서 모든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가지 않고 현지의 인력과 자원을 연계하여 진행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고 있다. 또한 KBS에서 받은 방송채택료로 카메라와 노트북 등의 장비를 현지에 기증하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원하면 장비를 대여하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장비의 관리와 프로젝트의 후속 관리는 Rogpa에서 해주기로 했는데, Rogpa는 교육 내용과 자료들을 모아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육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현지에 자리를 잡게 되면,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다람살라에 거주하는 일반 티베트 주민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 프로젝트라 돈도 많이 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작은 활동이 계기가 돼서 많은 티베트 사람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들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


* 록빠 미디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고, 함께 하길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앞으로 진행 될 교육의 구체적인 그림들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황다경 hekrud@gmail.com


* 주
1. Rogpa는 티베트 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민 단체로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난민촌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일하는 가정을 위한 <무료 탁아시설 - Rogpa 탁아소>를 중심으로 티베트인 스스로 티베트 난민 사회를 돕자는 ‘1루피 프로젝트', 자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인 ‘Rogpa 바자회'를 비롯해 티베트 난민들과 함께 하는 작고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다람살라의 Rogpa는 티베트인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운영을 하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