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2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창조성, 그리고 사회 정의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2호 / 2009년 6월 29일

 




커뮤니케이션 권리와 창조성, 그리고 사회 정의






도로시 키드 (Dorothy Kidd, 미국 미디어활동가 및 연구자)

번역: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편집자주] 이 글은 Race, Poverty, & the Environment: a Journal for Social and Environmental Justice 2009 봄 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다음을 참조하세요.
http://www.urbanhabitat.org/node/4530



인터넷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정치적, 경제적 (네트워크의) 힘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선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오바마 정권이 경기 부흥책으로 80억불 이상의 예산을 “정보 격차”의 급속한 해소를 위한 농촌 및 도시 지역에서의 브로드밴드 구축에 할애하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돈의 상당 부분은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아프리카계 및 라틴계 미국인들에게까지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광대역 라인의 90% 정도를 통제하는 케이블 및 통신 대기업들에게 가장 큰 분배금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미디어 활동가와 소비자 단체들로 이루어진 미디어민주주의연대(the Media Democracy Coalition)가 워싱턴에 모여 가장 필요한 곳에 인프라가 제공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풀뿌리 차원에서 온전한 커뮤니케이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21세기 공동체 발전의 비전에 관한 중요한 요소로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바라본다.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관한 폭넓은 시각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그 통합적인 접근은 창조성과 미디어 생산, 사회 정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연결해내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캠페인 및 기관의 내용을 이룬다.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관한 이러한 접근법은 진보적 통신운동 단체인 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APC)가 발전시킨 인터넷권리헌장의 기초를 이룬다.(*주1) 그것은 또한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시민 감시단과 공동체 미디어 활동가들을 함께 묶어주기도 한다. (공동체 미디어 활동가들은 국가의 억압으로부터 공동체 미디어를 보호하고 빈곤 및 소외 계층 공동체에게 미디어 교육을 제공하며 선지적인 법안이 신설, 실행되도록 노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가령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볼리바르 헌법은 미디어 독점을 반대할 뿐 아니라 공동체 미디어를 지원하고 선주민들이 그들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장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 캠페인들의 많은 부분이 1948년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과 연결된다. 세계인권선언은 개인의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넘어 집단적인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제19조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보장한다. 제27조는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며 예술을 향유하고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1970년대, 남반구 국가들의 비동맹운동은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관한 좀 더 급진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그들은 서구 기업들에 의해 지배되는 기존의 시스템이 아니라 좀 더 평등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분배와 그들 자신의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공동체에 기반 한 미디어를 요구했다. UN에서 이루어진 10년간의 논의 끝에 가입국들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의 대범한 권고안들은 영국과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함에 따라 저지당하고 만다. 그리고 UN이 재정을 댄 많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들이 철회된다.


최근까지 미국의 활동가들은 이러한 국제 운동과 조우하는 데 다소 더딘 행보를 보였다. 미국에서 인권은 개인의 시민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권리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프레임 되어왔다. 게다가 미국의 가장 빈곤한 공동체들조차 상대적으로 더 많은 미디어를 누린다는 것과, 이 국제적 캠페인의 다소 추상적이고 낯선 특성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통합적으로 작업한다는 것은 다소 긴급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다가왔다.


1990년대가 되면, 거대 미디어 기업들과 권위주의적 정부의 압도적인 영향력 증대와, 이와 상응하여 대안 및 공동체 기반 미디어들의 부상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권리 운동이 추진된다. 공동체 미디어 제작자들과 사회운동가, 공익 옹호단체들 및 연구자들은 느슨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 정치, 사회적 권리에 대한 국제적 합의 속에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포함시킨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미디어연합(Media Alliance)과 같은 단체들은 이제 정보 격차와 같은 문제를 구조적인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배제에서 나오는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불평등의 가장 최신 형태로 인식한다. 거대 미디어들은 역사적으로 노동자 계급과 이민자, 특히 아프리카계-미국인과 라틴 커뮤니티들을 배제시켜왔다. 이들이 음악, 댄스, 스토리텔링 및 그 외 여러 종류의 예술 분야에서 맡는 강력한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규모 통신 기업들은 이 공동체들을 멀리했고, 이들에게는 그들의 문화물을 생산하고 유통시킬 자본이 역사적으로 부족했다.


미디어민주주의연대에 결합한 멤버 중 하나인 미디어연합(Media Alliance)은 200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Internet4All”이란 캠페인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에 소수 공동체들을 포함시키는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연합의 사무국장 트레이시 로젠버그는 이 캠페인과 이후 캠페인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최근 “21세기를 위한 브로드밴드 정책: 풀뿌리로부터의 생각”(*주2)을 기초한다. 로젠버그는 우리가 기술적 문제의 교정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광대역 인프라 외에도 통신 대기업들에게 망 중립성(인터넷에서의 동등 접근)과 공익 및 공동체 이익에 기반 한 경제 활성화, 케이블 액세스TV나 소출력 FM, 방송 뉴스 등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미디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소수 공동체들을 위한 저렴한 교육 및 디지털 제작, 네트워킹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 정책을 제안한다. 공동체에 기반 한 이니셔티브들의 새로운 물결은 이미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미국 저소득층 유색 인종 커뮤니티들에 실현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Allied Media Projects가 공동체가 개발한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미디어 경제의 일부로서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이 유서 깊은 자동차 도시의 음악 산업과 새롭고 혁신적인 디지털 문화 공동체들을 연결시켜내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주민들은 ?또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창조성(creativity)이야말로 풍부하고 갱신가능한 자원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의 위기에서 우리는 지역 경제의 공백을 공동체 기반 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로컬 이니셔티브들로 채울 기회를 가지고 있다.” Allied Media Projects의 활동가 제니 리는 이렇게 쓴다.


미니애폴리스의 메인스트리트 프로젝트(The Main Street Project)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빈곤, 이주, 농민 공동체들의 정치적 참여 확대와 경제적 발전 기회, 그리고 미디어 정의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견지하면서 농촌 지역에서의 브로드밴드를 조직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이다.”(*주3) 이 프로젝트의 Senior Fellow인 아말리아 딜로니(Amalia Deloney)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브로드밴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사회 정치, 경제, 문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차지한다. 앞으로 브로드밴드는 점점 더 우리 사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에서 핵심적 역할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더 큰 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딜로니는 그녀가 활동하는 선주민 녹색 일자리 TF(Indigenous Peoples Green Jobs Task Force)에서의 활동과 브로드밴드를 연결한다. “우리는 녹색 일자리와 브로드밴드를 경기 활성화 패키지의 서로 독자적인 부분들로 바라보기보다는, 좀 더 유연한 문제 인식과 해결 방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쓴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증대 프로그램(WAP, 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을 받는 [미네소타의] 모든 집들이 새로운 라우터나 안테나도 하나씩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만약 새로운 녹색 일자리 고용 정책이 디지털 포함도 연구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우리의 생태 운동이 브로드밴드 생태운동과 환경 생태운동을 특별히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어떻게 될까?”


커뮤니케이션 권리 작업은 딜로니가 “여러 가지 것들을 함께 심사숙고하는 것(thinking things through together)”에 포함된다. 그녀가 흑인 여성 액티비스트이자 철학자인 안젤라 데이비스로부터 배운 이 방법은 우리에게 좀 더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언뜻 보기에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연결할 것을 요구한다. 경제적 위기와 생태적 위기의 결합, 점점 희귀해지는 고급 정보 및 뉴스와 재능 있는 수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의 등장은 커뮤니케이션과 경제, 사회, 정치적 권리 투쟁의 결합을 매우 시급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


도로시 키드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 미디어연합 지부의 공동의장이자 샌프란시스코대학 미디어학과 부교수이다.




* 주
1. www.apc.org/en/pubs/briefs/all/apc-internet-rights-charter
2. www.media-alliance.org/index.php
http://www.media-alliance.org/downloads/Grassroots%20Internet%20Policy.pdf )
3. 메인스트리트 프로젝트 및 Media Mobilizing Project, 그리고 Access Humboldt는 2009년 4월에 열린 미디어민주주의연대 회의에서 브로드밴드 정책의견서를 공동 작성한다.
http://www.mainstreetproject.org/tools/archives/broadband-policy-making-it-work-for.attachment/attachment/BroadbandPolicy.pdf
이 문서는 2009년 3월 “농촌 지역 브로드밴드 정책 그룹(Rural Broadband Policy Group)”이 FCC에 공동으로 제출한 브로드밴드 및 인터넷 정책 수립의 원칙에 관한 코멘트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Rural Broadband Policy Group은 Center for Rural Strategies, Appalshop, Access Humboldt, the Benton Foundation, the California Center for Rural Policy, the Main Street Project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이 제출한 정책 수립의 원칙은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mnbroadbandcoalition.com/docs/Rural_Broadband_Principles_and_Policy_Recommendations.pdf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