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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0호 읽을거리] 드디어 제대로 된 물건(?)이 등장했다. - 공동체 상영 가이드북을 소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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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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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0호 / 2009년 4월 22일

 

 

 

드디어 제대로 된 물건(?)이 등장했다.
                                         - 공동체 상영 가이드북을 소개하며



김선구 (청주 씨네오딧세이)
 
평소에 영화를 좋아하던 K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영화관에서의 편협한 개봉에 슬슬 넌더리가 나기 시작하던 차였다. 늘 그러하듯이, 주변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모여 서울에서의 화려한 개봉라인에 위로의 소주잔만 기울이던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우리 동네 극장 만들기-공동체 상영 가이드북'이라는 비서(?)를 손에 넣게 되었고, 스스로 영화를 상영하는 부푼 꿈에 젖어들기 시작하였는데...


살짝은 이상한 가상의 이야기로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지역에서 느끼는 심정에는 이야기 속의 K군과 같은 심정으로 가이드북을 읽게 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처음, 가이드북을 접했을 때 주변에 같이 있던 분들과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물건이 등장!”했노라며, 가이드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 당사자들은 이미 지역에서 몇 년 동안 독립영화, 예술영화 상영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행사장에서 자신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수많은 노하우가 가벼운 책에 녹아들었으니. 그간 세월은 헛살았던가.
아니다. 물론 책에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상황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이 글은 가이드에서 누락되거나, 침 튀기며 강조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선배의 별책부록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스펙상 코트 안주머니에 쏙 들어갈 것만 같은 앙증맞은 사이즈, 실 사례 예시까지 들어가며 정돈된 단계별 내용, 깔끔한 편집디자인, 그리고 뭔가 있어 보이는 칼라사진 등. 표지 앞뒤를 살피면서 혹 가격표는 어디 있나 확인하게 만드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터, 이제 그 속을 낱낱이 들여다보자.




모든 책이 그렇듯이, 서두와 결말은 그 책의 핵심!


‘왜 영화를 상영하는가?'는 공동체 상영을 하려는 이유를 짚어가는 과정이다. 영화가 상업적 제도과정에서 탄생·발전을 했던 것처럼 공동체 상영은 그와 비슷한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가 왜 공동체 상영을 하게 되었던가. 누가 우리를 만들었던가.
사실 우리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걷게 되면서 상영을 하게 된 이유는, 자본의 논리에 영향이 있다.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물론 갖고 있지만, 분명히 “산업”이라고 생각했을 때 초기 생산자와 공급자, 소비자의 역할관계에서 소외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말 그대로 생산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고자 공급자에 기댈 수밖에 없고, 공급자는 이윤추구라는 목적에 목말라있기 때문에 극대화된 이윤을 목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는 공급자가 제공하는 것으로 밖에 생산물을 접근할 방법이 없기에 화가 나고. 이런, 영화산업의 세계에서 무엇이 가장 우위에 놓여있을까?
공동체 상영은 어쩌면 이런 구조를 해결해보자 하는 목적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배경에는 처음 상영을 고려해보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비용의 문제이다.
우리의 욕구(좋은 것을 나누려는 욕구)는 저 하늘과 같으나, 실제 우리의 주머니는 솜털과 같이 가볍고, 또한 인간이 갖는 개인의 욕망이 있을 터 어찌 비난·좌절 하겠는가.
우리가 보려고 하는 영화가 있다고 할 때, 우리는 떳떳하게 영화를 봐야만 한다. 생산자인 감독들도 크게는 이 역할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구조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상영회를 주최하는 쪽에서 전부 부담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최종 관객층(수요자)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것은 상영회가 무료상영인지 유료상영인지 그 성격에 대한 판단을 하고나서 얻게 될 미안함을, 미안함이 아닌 당연함으로 알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영회의 서두에 반드시 해야 할 것. 무료상영회로 진행되었을 경우는 반드시 무료상영을 위해 부담하게 되는 노력을 알려야 할 것이며, 유료상영회를 하더라도 유료가 갖는 가치를 알려주길 바란다.
일반관객들이 설명 없이는 어떤 사정도 알 수 없으며, 가치에 대한 의미도 크게 느끼지 않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이드북이 친절한 점은 ‘조목조목' 집어가며 알려준다는 것.


위에서 이야기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이제 실전의 단계만 있을 뿐이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상영회는 어렵지 않겠지만, 외부 관객들에게 소개하는데 있어서 홍보는 작품만큼이나 중요하다. 이것은 특히나 상영회의 달인들도 역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가이드북이 친절한 점은 조모조목 집어가며 알려준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은 발로 뛰는 홍보에는 강하지만 글로 쓰는 홍보부분에 익숙하지 못하다. 글을 쓰는 단계와 방법뿐만 아니라 노하우도 알려준다. 특히나 감사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도 자료는 실제 기자들이 생각하는 기사와는 거리가 좀 먼 것처럼 느끼는 모양이다. 기자들의 시간을 확실하게 절약(?)할 수 있도록 몸소 요약정리해서 내용의 핵심만 뽑아내는 정성을 기울여보자. 기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이처럼 가이드북을 보면서 진행단계를 체크 확인한다면 진행을 빼먹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기계는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상영을 하기 위해선 그에 따르는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야 할 것이다. 가이드는 너무나도 친절하게도 장비에 대한 설명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과거 필름상영이 주를 이루던 시대와는 달리 요즘은 디지털 장비의 발달과 보급으로 인해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상영회를 진행하기 위해 쓰이는 장비 역시 대부분 주위에서 구할 수 있고, 기타 대관시설 등에 완비되어있는 기본설비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약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 있어, 이에 따른 시설관리자가 있고, 섣부른 운용에 대한 눈초리를 감수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상영회가 대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장비운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지켜보면서 확인만 하면 되겠다.
하지만, 기본설비와 운용관리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영회가 있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이해도가 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기계의 오작동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운용자의 실수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기계는 시킨 것(지시한 것)만 하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즉,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케이블 연결에 대해선 가이드북에 나오는 p.106의 <신호 흐름도 설계 예>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즉, 단자의 색깔끼리 연결하고, 입력(input)과 출력(output)만 신경 쓰면 된다.
그래도 크게 실수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조심하자는 얘기일 것이고, 사례를 들어 보자면,
<우리학교>를 상영하던 시기가 7, 8월 이었던 때의 일인데, 상영본을 돌리던 플레이어가 좁은 공간의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고가 났던 일이 있었다. 특히, DVD상영이었던 관계로 랙이라고 할 수 있는 화면영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급조된 선풍기로 실내 환기 및 열을 낮추는 조치를 통해 힘겹게 상영회를 마쳤다.
요즘은 냉난방설비가 갖춰진 조정실이 많기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지만, DVD 상영은 포맷의 특성상 열에 취약한 거 같다. 또한 AVI영상 파일의 경우는 노트북의 성능에서의 영향과 연결방법의 어려움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배급 쪽에서도 DV방식의 테이프포맷 상영을 권하고 있다.
상영회가 이뤄지는 공간은 꼭 한 곳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장소, 다양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설비환경에 대해서 사전 체크가 필요하다. 언제나 완벽한 장비운용을 위해 다양한 길이·종류의 케이블과 젠더를 구비해 놓는 정성이 있으면 어떤 장소도 두려움이 없다.


난 이런 것도 어렵고, 신경 쓸 경황이 없다고 생각이 된다면 지역에 존재하는 영상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이미 전문가이다. 그 시간에 다른 것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단체 간의 네트워크 형성은 덤이다.




현장이 곧, 공동체 상영의 의미


이제, 현장이다. 현장에서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상영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물론 같은 의미겠지만, 주된 것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분위기 형성과 단체 홍보일 것이다.
분위기 형성은 작품선정과 주최단체와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매주 영화를 보는 단체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영화를 보는 목적이 분명할 것이고, 이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보자. 
작품에 관련된 정보를 장내에 게시해본다 라든가, 지역에서의 쟁점사안 홍보, 부대행사를 마련하여 의미를 더욱 살려보는 것도 좋다.
다만, 상영회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또한 자기 단체를 홍보하는 전단, 배너 등 그들은 상영을 기다리면서, 혹 끝나면서 이것들에 대해 관심 깊게 주시할 것이다.


공동체 상영을 왜 하는 것일까? 가이드북에서도 여러 가지 설명을 통해 공동체 상영의 의미를 얘기하고 있으나 그건 커다란 간접적인 의미이고, 내 몸에 부딪기는 실제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해보자.
관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의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만나는 시간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에 품고 가는 생각은 이후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공동체 상영을 어떤 이유로 하는지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갖고 간다면, 그 상영회는 아무리 엉성할지라도 훌륭한 상영회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공동체 상영이 활성화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이드북의 발간은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에 대한 인식이 점점 소비로써 변모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접하고 싶은 영화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문화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가이드북의 발간은 큰 의미를 갖게 한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 아무리 훌륭한 가이드북이더라도 백이면 백 현장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가이드북이 모든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지에 대한 공동체와 상영활동가의 자기 목적들을 분명히 하고
가이드북은 공동체상영의 기획부터 진행, 상영 이후의 평가를 도와주는 든든한 선배이자 동료이자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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