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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1호 읽을거리] 도쿄 고엔지, ‘아마추어의 반란’ _ 변두리의 급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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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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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1호 / 2009년 5월 20일

 

 

도쿄 고엔지, ‘아마추어의 반란’ _ 변두리의 급진성
<가난뱅이의 역습>
 
문화연대 활동가 송수연
 
지난 봄, 지인의 소개로 도쿄의 변두리 고엔지 기타나카 거리를 방문했다. 기타나카 거리는 벼룩시장 축제로 유명한 장소이다. 작은 가게들이 거리와 골목을 이루는 기타나카 거리에서 지인은 ‘소인의 난(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가게로 일행을 안내하고 있었다. 거리에 무엇인가 수상한 기운이 들어 확인해 보니, 7개의 가게가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시작한 인물은 마쓰모토 하지메이다. 2005년 1호점을 시작으로 그동안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된 사람들이 동일한 가게의 이름을 연속적으로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아마추어의 반란'은 기타나카 거리의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보통의 가게와는 달랐다. ‘아마추어의 반란'의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매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고 지역주민과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의 기능을 함께 갖는다. 가게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대안적인 문화 활동과 이벤트 등을 기획한다. 또한 사회와 지역에 개입하는 유머스럽고 활기찬 시위들을 작당모의하기도 한다. 가게를 거점으로 지역에서의 연대를 실천하고 사회에 대한 작은 반란과 전복을 꿈꾼다. 이들의 반란과 전복의 방식은 유모와 축제이다. 가게에 라디오 스튜디오를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라이브로 ‘아마추어의 반란' 라디오를 진행하고, 주간 소식지 아마추어의 반란을 매주 무가지로 발행한다. 또한 기발한 시위를 기획하고 퍼포먼스와 축제처럼 즐긴다. 따라서 ‘아마추어의 반란'은 가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고엔지 지역의 젊은 가난뱅이들의 커뮤니티이자 하위집단으로 볼 수 있다. 가난뱅이 젊은 세대들은 느슨한 연대체 중심에는 작지만 활기찬 가게가 있는 것이다.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가게를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는 지점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안공간, 공공예술, 커뮤니티 운동, 문화행동 등의 다양한 내용들을 접속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게는 단순한 물건 매매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사건을 만들어 가는 지역의 대안 공간이자, 역습을 꿈꾸는 동네의 공공 아지트이자 놀이터이다. 그리고 공공공간을 점유하는 유머스러운 시위는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문화행동이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사실은 가게라는 공간을 통해 연대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기획자도 예술가도 운동가도 아닌 지역의 오합지졸이자 사회의 아마추어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난뱅이라고 말한다. 멋대로 사는 그러나 주체적으로 자기 실천의 전략을 가진 지역의 가난뱅이들이다. 이 변두리 인생을 가진 가난뱅이들의 오합지졸의 힘이 모여 지역에서 끊임없는 소란을 일으킨다. 이들의 소란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사회에 대한 대항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침묵하지 않고 무감해 하지 않으며 공공장소를 점유해서 천연덕스럽게 찌개를 끓이고,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난장판을 끊임없이 만들어 간다. 그래서 ‘아마추어의 반란'의 활동들은 창의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운동의 전략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우울한 청춘에 활기를 준다.


수상하고 유쾌한 마쯔모토 하지메의 활동이 다큐멘터리에 이어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의 제목은 <가난뱅이의 역습> 이다. 도서출판 이루를 통해 출판된 책에는 사회에 기발한 방식으로 반란과 소란을 일으키며 공짜로 살아가는 일본 젊은이의 노하우와 반란들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소인의 난'이 마츠모토 하지메를 주인공으로 가게의 운영과 다양한 시위를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면, 책은 마쓰모토 하지메가 호세 대학시절부터 경험한 불온하고 재미있었던 자신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정리한 것이다. 가난뱅이의 생활기술, 아마추어 반란의 활동들,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시위와 투쟁들, 그리고 지역에서 소소한 가게를 거점으로 멋대로 살아가는 마쯔모토 하지메의 주변 친구들과 연대의 활동들을 만날 수 있다.
삶과 운동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방법론에 대한 열망이었을까? 최근 출판을 겸해 방문한 저자 마쯔모토 하지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뜨거웠다. 마쯔모토의 활동을 그대로 우리의 현실에 적응하기에 무리는 있겟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쓰모토 하지메의 활동에 전염되어 즐거운 혁명을 위한 상상력과 발상들이 스쳐 지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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