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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0호 이슈] 왜 우리는 공동체라디오를 원하는가 - 방통위 <공동체라디오 시범방송 평가>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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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0호 / 2009년 4월 22일

 

 

왜 우리는 공동체라디오를 원하는가
- 방통위 <공동체라디오 시범방송 평가>의 재구성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전국공동체라디오협의회)
 
지난 2008년 12월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시일이 지나긴 했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 가고자 한다. 물론 평가 연구를 진행하기까지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싶지만 이번 글에서는 논외로 하고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1. 공동체라디오의 정체성


먼저 공동체라디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공동체라디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라디오 방향과 제도 등을 정립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가연구 결과에는 공동체라디오 성격을 지역매체,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방송, 참여매체로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졌다. 바로 비영리적 매체라는 것이다. 물론 공동체라디오가 공익적인 대안미디어라는 대전제를 했지만 단순히 공익적인 것과 비영리적인 것은 다르다. 방송은 특성상 공익적인 것이며 공영방송이나 상업방송도 공익을 지향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적이다” 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는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며 상업방송과 공동체라디오방송을 확실하게 구분 짓는 요소로서, 방송국의 소유와 운영, 존재가치, 제도적 지원 등 공동체라디오의 역할과 규제와 제도를 규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예를 들어 기성 방송국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제일가치는 시청률 또는 청취율이다. 시청률과 청취율이 높지 않다면 그 프로그램은 생존이 어렵다. 왜냐면 광고를 붙여서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라디오는 다르다. 비록 청취율이 낮다 해도 지역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소소하거나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물론 공동체라디오도 일정부분 운영을 위해 수익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성 상업방송과 달리 사주나 내부구성원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창출된 이익을 이용한다. 이처럼 공동체라디오의 성격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기존 방송(상업, 공영)과 달리 지역민에 의해 운영되고 소유되는 비영리적 매체라는 것은 공동체라디오가 활성화되고 제도화되어 있는 여러 국가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사항이다. 2007년 9월 유럽의회가 EU회원국이 공동체미디어 현황을 조사 연구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공동체미디어를 “비영리적이며 공동체가 소유하거나, 공동체에 복무하는 미디어”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체미디어에 있어 비영리적인 것이란 핵심적 가치이다.




2. 공동체라디오의 의미


둘째, 공동체라디오의 의미 문제. 이는 시범사업 평가연구서가 나온 배경과 연관되어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방송통신위원회가 2008년 8월 공동체라디오시범사업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의결하면서 기존 시범사업에 대한 전면평가와 함께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정규사업 허가 기본계획을 당해 12월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을 “일단 넘기고 금년 말까지 필요한 문제를 점검하자.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 했다(김현아, 2008.8,17, 아이뉴스 24)) 평가 보고서는 “지역성을 구현하는 대안매체가 공동체라디오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동체라디오의 지역매체로서의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케이블TV, DMB, IP-TV를 통해 지역성 구현이 가능하기에 지역매체로서 공동체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특수성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해석하기에 따라 지역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있는데 꼭 공동체라디오가 필요 한가 라는 논리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체의 특수성과 한국의 매체환경 특히 지역상황을 간과한 것이다.
먼저 라디오는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이다. 인터넷은 그 특성상 로컬리티 보다는 글로벌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을 근거로 한 공동체형성 보다는 비슷한 의견이나 취향을 가진 동호회나 집단적 성격의 공동체성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매체수용에 대한 인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 인터넷, 지역 TV, 지역 라디오 중 라디오가 가장 지역적인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Ofcom(2004). Radio-Preparing for the future) 또한 라디오는 그 특성상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매체이며 보편적 서비스가 가능하다. 수신기를 구하기도 쉽고 또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쉽게 얘기 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IP-TV, 케이블 방송 등 뉴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소수자(장애인, 이주여성, 노인, 성적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의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이 많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또는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케이블 TV나 DMB, IP-TV의 경우 유료매체로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지역매체 환경 역시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기존의 지역성을 살린다는 취지하에 도입된 지역민영방송을 포함한 지역방송사들은 뉴미디어 다채널의 발전으로 위기가 가중되면서 지역성 실현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포기하고 있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방송의 광역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방송에 비해 상업적 성격이 강한 뉴미디어들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성은 포기하거나 애초부터 지역성 대한 규제나 고민자체가 미비하다. 케이블 TV의 경우 초기 지역기반의 독립 SO 형태에서는 지역성을 살리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최근 케이블의 MSO화가 가속화 되면서 지역성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방송법에서는 케이블TV로 하여금 지역채널 운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MSO 계열사들이 프로그램을 순환 편성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지역채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박민(2007), 지역방송의 지역성 연구; 전북지역 MSO와 독립케이블방송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전북대석사학위 논문) 지역성을 담보한 컨텐츠가 있다고 해도 지자체나 특정 단체의 홍보성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DMB와 IP-TV 역시 지역성에 대한 고민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현 정부 들어 케이블 방송을 비롯하여 뉴미디어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지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인터넷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역시 통제하고 있는 추세여서 지역성을 담아내기고, 지역민이 참여하기는 더욱 어려운 구조이다.
또한 주파수를 시민들이 이용한다는 것은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인터넷이나 기성방송의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제한적 참여와는 그 의미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므로 간략하게 넘어가겠다.)




3. 공적지원


셋째, 공적지원 문제. 보고서는 자생적인 생존능력을 갖춘 사업자를 정규사업자로 전환한 후 한시적으로 지원하여 공동체라디오 산업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공적지원의 필요성과 재원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우선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보고서의 주장대로 라면 정규사업 전환 시 가장 우선 되는 것이 재정 능력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적인 능력은 미흡하지만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곳은 정규사업의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는 말인가? 반복해서 얘기 하지만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허가해 달라는 것은 또 하나의 지역 상업라디오 방송을 허가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 능력을 우선시 한다면 자칫 공동체라디오의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또 다른 지역 상업라디오 방송을 허가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상업방송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창출하는 것이지 적은 규모의 상업적 방송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는 일부 주체의 경우 공동체라디오를 지역 주민과 상업 방송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다른 목소리를 담는 새로운 서비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상업 방송 사업 진입을 위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 만일 재정적 능력을 우선시 할 경우 이런 주체들에 의해 공동체라디오가 운영될 수 있으며, 진정 공동체라디오가 필요한 주체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주지하다시피 공적영역이다. 그렇다면 공적영역에서의 자생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건 스스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가 아니고 스스로 공익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는가 일 것이다.


다음으로 공적지원의 필요성과 공적지원의 방법. 보고서는 공동체라디오가 아직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우므로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시적 지원의 근거로 주파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파수를 할당하는 사업을 허가했는데, 거기에 지속적으로 일정액을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신규공동체라디오사업자를 추가로 허가할 경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동체라디오의 의미를 기존의 상업방송과 동일하게 여기고 출발하는데서 오는 오류이다. 공동체라디오는 기호품 또는 유료방송 같은 선호나 사적재원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닌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할 서비스이므로 마땅히 공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공동체라디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안정적인 공적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는 것은 지역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인데, 지역성은 방송정책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이며,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매체이므로 공적지원을 한다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다만 방법상에 있어 현행 시범사업자에게 지원되는 것과 같이 모든 공동체라디오에 일괄 지원, 일률적 배분 보다는 영국의 커뮤니티 라디오 펀드 같은 기금조성과 기금 지원 원칙에 따라 공모를 통해 기금을 배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방송발전기금이 있어 공동체라디오 지원에 대한 명문화가 된다면 방송발전기금내에서 지원이 가능하겠지만 이보다는 별도의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방송발전기금의 배분은 주로 서울 또는 전국 규모의 사업에만 지원되어 왔고, 지역 매체에 대한 지원은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역방송발전기금 이나 지역 컨텐츠 진흥 기금의 형태로 일정수준 지역의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적재원 지원내용도 영국의 커뮤니티 라디오 펀드의 경우와 같이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 또는 채택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설립 지원, 장비지원, 상근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등의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




4. 재원마련 문제


넷째, 재원마련 문제. 보고서는 재원마련에 있어서는 광고의 도입, 회원모집, 지방자치 단체의 지원확대 등 자체적인 재원마련을 통한 공동체라디오의 자립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방송에서 재원은 방송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유럽의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에 대한 비교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수신료를 포함한 공적재원의 비율이 높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광고기반의 상업방송에 비해 프로그램의 우수성이 높게 나오고 있다. 공동체라디오의 성격상 프로그램의 우수성, 다양성이 핵심성이다. 상업적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다양성이 훼손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라디오가 본래의 의미를 살리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적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지속가능한 공동체라디오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재원구조를 가져야 하나 다양한 재원구조 중 공적지원의 비율이 높아야 하며 다양한 재원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5. 정리


이상 간략하게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의 문제를 몇 가지 짚어봤다. 이외에도 광고의 허용, 주파수 배분, 허가기준 등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나 이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얘기를 하겠다. 또한 보고서에는 지난 2008년 12월에 있었던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발족이 갖는 의미가 공동체라디오들이 자체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여 공동체라디오 사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했으나, 이는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올바른 정착과 활성화를 위한 것임을 밝힌다.
곧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책방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정책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예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라디오가 갖는 의미를 살리면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방안 모색이 아니라 공동체라디오가 갖는 의미를 살리고, 공동체라디오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정책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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