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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0호 현장] 독립다큐멘터리 신진작가, 더 반갑게 만나기 위하여 -인디다큐페스티벌 2009 신진작가 포럼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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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0호 / 2009년 4월 22일

 

 

독립다큐멘터리 신진작가, 더 반갑게 만나기 위하여
-인디다큐페스티벌 2009 신진작가 포럼을 다녀와서



권효(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
 
2009년 3월 30일 오후 8시 삼일로 창고극장


어느새 9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벌! 올해 관객이 아닌 한명의 작가로 참여하게 된 나에게 이번 축제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를 배워보겠다고 무턱대고 미디액트에 찾아간 이후 3년 만에, 한편의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실과 보람으로 다가온다면 더 의미 있는 영화제가 되지 않을까?
영화제가 한창 진행되던 3월 30일 오후 8시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발굴과 공동성장을 위한 고민'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제 갓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나와 같은 사람부터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든 기성 작가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아기자기했던 그날의 행사를 들여다본다.






사랑방 토론


이날 포럼은 2009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변성찬님이 사회를 보고 역시 같은 집행위원이자 미디액트 창작지원실에 있는 김수경님이 기획과 준비를 맡아 진행되었다. 또한 신진작가 등장 현황과 교육 현황을 주제로 전체 포럼의 기조발제를 맡기도 하였다. 토론 패널로는 서울영상집단의 공미연 감독님이 그리고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의 박혜미님이 참여하였다.
이번에 처음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게 된 나는 독립다큐멘터리 교육시스템에 대한 제언과 제작교류 활성화에 대한 주제로 발제를 하였고 꾸준히 이주민들을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는 Mahbub Alam(*1)님은 사회운동가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발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장인'인 백종관(*2)님은 웹상에서 독립다큐멘터리의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다큐멘터리는 방송영역에서 많은 돈을 들여야만 제작할 수 있는 형식의 장르가 아닌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사회운동의 ‘도구'로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으로서도 다큐멘터리는 기능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한 영상장르매체로서 장점을 지니는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워낭소리'를 통해 그나마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워낭소리'에만 국한된 관심일 뿐 여전히 많은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영화제 이외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3)
특히 처음 독립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은 신진작가들은 물론이고 기성작가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활동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에게까지 이르는 모두의 고민이다.
이날 포럼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의 단초를 마련하는 첫 자리였다. 비록 많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분들이 참여하지 못해,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발제를 준비한 나로서는 김이 빠졌지만 함께 자리를 한 발제자 분들과 패널 그리고 토론 참여자 분들이 서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사회자님의 말 그대로 ‘사랑방 토론' 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고민들


자리에 함께한 신진작가들, 다큐멘터리를 배우려는 사람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날 포럼에서 서로 크게 공감했던 주제는 바로 다큐멘터리(제작, 교육, 지원) 교류 활성화였다.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웹 공간을 통한 활용에 대한 여러 제언을 내놓았다.
특히 백종관님은 “시간을 쪼개기 힘든 직장인들도 독립다큐멘터리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하려면 아무래도 웹2.0의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한독협에서 웹2.0플랫폼을 이용한 독립영화 웹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도 몇 번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하나의 메타 블로그를 운영하여 (독립다큐)진영의 소식들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4)와 같은 문제의식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지역의 편중과 일상의 치열함, 그리고 재원 마련 등과 같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은 웹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 안에서 끊임없는 교류가 이루어지려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작자들의 역할 보장과 발굴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존의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한 매체로서 독립다큐멘터리가 존재한다면 이를 유지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독립다큐멘터리 네트워크의 구상이 바로 이런 부분에서 요청되는 바일 텐데 토론에 참여한 몇 명의 기성작가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쪽의 생각이 많았다. 오히려 그런 구상보다도 작품 제작 스텝 구성조차 개인의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리고 포럼의 형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고민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거대한 영화제의 틀을 빌려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포럼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라는 권위를 해체하고 발제자와 비발제자 사이의 공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의 토론이 권위적이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했다는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였음을 반증한다.


세 시간이 넘도록 진행되는 포럼 속에서 과연 독립다큐멘터리라고 불리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립다큐멘터리 교육의 역할을 띄고 있는 한겨레 문화센터와 미디액트 이외에도 많은 방송 외주제작 프로덕션들이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 교육(*5)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화 상영을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다큐멘터리와 비독립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차별화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야하며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참여한 신진작가들이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생각을 묻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또한 요청된다고 하겠다.




나가며


기성작가, 신진작가, 그리고 예비작가들의 고민이 함께 공유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아진다면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지원 앞에서 독립다큐멘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포럼 발제자의 ‘영광'을 누리며 참석한 나 역시 혼자만의 생각으로 머물지 않고 깨어질 수 있고 다듬어 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끝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김수경님과 유쾌한 사회진행으로 토론회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준 변성찬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PS. 맥주를 마시며 진행하자는 농담이 오고 갈 정도로 편안하고 재밌는 토론회였다. 그렇기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다. 그 모든 것을 이 글에 다 싫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주
(1) 2009 인디다큐페스티벌 국내신작전 <The Returnee> 연출, 현재 이주노동자방송국인 MWTV에서 활동하고 있다.
(2) 서울독립영화제 2008 촛불섹션 호소런 Well, I have already lost patience 연출
(3) 훌륭한 다큐멘터리가 많이 나옴으로서 저변의 확대와 문화영역으로서의 인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최근에 어느 상업영화 못지않게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그 제목을 사람들이 많이 알 뿐 다큐멘터리 문화에 대한 과심이 높아졌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것은 최근에 대중적으로 급부상한 어느 인디밴드의 성공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은 ‘워낭소리'와 ‘장기하와 얼굴들'은 알아도 독립다큐멘터리, 인디음악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문화 자본주의 아래서 콘텐츠는 상품으로서만 기능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상품 이외 영역으로의 확장은 자본주의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4) 만나서 반갑습니다. 2009 인디다큐페스티벌 Forum 자료집,「독립다큐멘터리 신진작가, 더 반갑게 만나기 위하여」, p17
(5) 물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도제'시스템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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