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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1호 이슈]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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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1호 / 2009년 5월 20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용?
 
박민 (미디어발전국민위원)
 
지난 3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출발 당시부터 절름발이 위원회라는 힐난을 받았지만, 여야를 떠나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내는 지혜'를 다짐한 위원들의 의지에 일말의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종국을 향해 가면 갈수록 그 다짐의 공허함을 확인하게 된다.
 
1. 절름발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운영문제로 시한의 반을 보내다
 
출발부터 정치적이었다. 범국민적 반대여론에 직면한 한나라당과 원내의석 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민주당의 소극성이 빚어낸 타협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합의기구냐 논의기구냐, 
논의결과를 입법에 반영하느냐, 단순 자문기구냐를 둘러싼 논쟁이 따라 붙었다. 그래서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첫 회의부터 정쟁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으로 회의 공개여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있다. 회의공개에 반대하는 일부 여당위원들과 전면공개를 주장하는 야당측 추천위원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됐고, 이는 인터넷 생중계 문제, 속기록 공개 문제, 지역공청회 실시 문제, 여론조사 실시 문제 등으로 확대됐다.
회의공개나 지역공청회 문제, 여론조사 실시 등은 사실 논란거리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국민여론수렴을 목적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국민여론을 수렴한다면서 회의내용이 비공개되고, 서울에서만 공청회가 진행되고, 여론수렴의 기본형식 가운데 하나인 여론조사가 부정된다면 이는 위원회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생중계 문제도 마찬가지다. 회의공개를 결정했다면, 어떤 언론사가 어떤 방식으로 회의내용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의 판단에 따른 문제다. 이를 매체에 따라 또는 녹화와 생중계에 따라 선별하는 것은 위원회의 논의대상이 아니다. 결국 위원회 운영을 둘러싼 50여 일간의 지리한 힘겨루기는 위원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명분쌓기용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려는 한나라당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2. 여론다양성, 논란의 전면에
 
사필귀정! 애당초 논란거리가 될 수 없는 사안이었기에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회의의 전면공개와 4개 지역에서 지역공청회 실시로 가닥을 잡았다. 홈페이지 개설과 자료제공, 의견수렴 등도 결정됐다. 하지만 이미 위원회 활동에 대한 관심은 싸늘히 식은 뒤였다.
문제는 운영논란이 아닌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다시 재연됐다.
위원회는 언론관계법 논의와 관련한 총 4개 주제를 선정, 전체회의와 주제별 공청회, 분과회의와 지역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각각의 주제는 신문방송겸영과 다양성, 방송사업진입규제와 공공성, 인터넷규제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IPTV와 지역성 등으로 결정됐다. 다시 말해 언론관계법 논의에서 다양성과 공공성,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지역성을 핵심가치로 규정했다는 말이다. 이를 해당 관련법안의 쟁점사안과 묶어 주제를 선정했고, 그것이 신방겸영, 대기업진입, 인터넷규제 등으로 나뉘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여당측 추천위원들 사이에도 이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령, 한나라당에서는 위원회 출범 이전에 대기업 부분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여당측 추천위원이나 공청회 공술인들은 오히려 신방겸영, 특히 기존 사업자간 겸영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출했다. 이는 다양성과 관련한 논의의 필연적 귀결이기도 하다. 내적 다양성의 영역은 차치하고서라도 외적 다양성(매체 다양성)과 겸영은 상호 모순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신방 겸영과 대기업 진입과 관련한 쟁점은 이제 종편과 보도채널 등 신규영역에 대한 논의로 좁혀졌고, 진입 허용 여부는 한국사회 매체지형과 다양성 지수에 대한 논의로 집중되었다.
또한 인터넷규제와 지역성 관련 부분도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지역성 부분이야 여야 모두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으로 인해 지역성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거니와 인터넷규제에 대해서도 그 포괄적 규제방식이나 규제기관의 성격이 문제이지 큰 틀에서 포털규제나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제공청회가 시작되기 전인 전체회의 토론에서 이미 가닥을 잡은 사안이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한적인 논의 틀이지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합의안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지역공청회가 본격화되고, 4?29 재보선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언론관계법 강행처리를 다짐했고, 민주당도 의견수렴 없는 강행처리는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동시에 각 주제별 논의를 포함하여, 실태조사 및 여론조사 등과 관련해 합의된 조사소위 구성 및 운영도 난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분과에서 상당부분 진척되었던 합의 분위기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여론조사에 대한 절대불가방침을 천명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소위구성과 운영도 사실상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 15일 전체회의가 분기점이 됐다. 결국 야당측 추천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수렴과 관련한 여당측의 반대가 계속된다면 미디어위원회 참여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게 된다.
 
3. 핵심은 조중동 방송과 재벌방송
 
모니터링 의무화 등 포털규제를 포함하여 사이버모욕에 대한 임의처벌법, 실명제 등은 사실 커다란 논점이 되기 어렵다. 여당측 추천위원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을 정도로 입법목적인 표현의 자유와 해당 개정안이 모순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불법정보 등에 대한 범위 및 판단주체, 처리방식을 포함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된 규제조항을 정비하는 수준에서 일정한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조중동 방송과 재벌방송으로 일컬어지는 신문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과 대기업의 방송참여문제다. 한나라당은 당초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들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유발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가 슬그머니 지상파방송 독과점과 여론다양성을 핵심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논리도 정당성 입증이 어려워지자 지금은 규제를 유지하는 쪽에서 관련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선회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유발 효과는 그야말로 경제위기를 빌미로 언론장악이라는 자신들의 의도를 포장하려는 기만책에 불과하다. 이미 보도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신문사나 대기업의 진입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개정안이 가져올 일자리 효과나 경제유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상파독과점론과 여론다양성 논리도 마찬가지다. 지상파가 편향되었으니, 신문사에 보도영역을 허가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훨씬 편향된 사적매체에 공적영역을 내맡기겠다는 논리여서 설득력이 전혀 없다. 당연히 이종매체간 겸영은 매체다양성을 훼손하면 훼손했지,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없다. 시장논리에 의해 훼손될 수밖에 없는 다양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공영방송체제를 부정하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는 다양성 논의도 역시 정당성을 찾기가 어렵다.
다만, 신규채널에 대한 진입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 개정안이 보도영역에 대한 조중동과 재벌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신규채널에 대한 진입대상은 시장영역에서 훼손이 불가피한 공공영역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지역을 포함하여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신규채널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국 개정안에 대한 합리적 논거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자 한나라당측 위원들은 규제의 근거를 규제를 유지하려는 측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대의 근거를 대라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현행 방송 법제를 포함한 규제철학이 우리사회의 오랜 논의의 결과물이었음을 부정하는 셈법이다. 상식적으로도 개정안을 낸 당사자가 개정의 근거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은 조중동 방송과 재벌방송 도입으로 우리사회의 여론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여야 한다.
 
4. 어떻게 해야 하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국민 여론수렴'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구다. 부산과 춘천지역 공청회가 파행에 이른 것은 해당 지역공청회에 임하는 한나라당측 위원들의 태도와 공청회 자체가 안고 있는 여론수렴의 한계 때문이다.
결국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파행을 면하는 길은 당초 출범목표처럼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것이다. 
지역공청회 확대와 공청회 결과에 대한 위원회 논의반영, 매체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포함한 전문가, 국민 의견조사 등이 서둘러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각각 쟁점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여야가 1안, 2안식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출범 당시의 우려처럼 시간 때우기와 명분쌓기용이라는 비난을 스스로 확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해체와 독립적 논의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언론학계 등 중립지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독립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시한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사회에 적용 가능한 다양성 지수가 개발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만이 아닌 우리의 언론환경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영역과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영역 그리고 시민채널 등 공공미디어영역으로의 시장획정과 그에 걸맞은 규제 및 진흥정책, 관련 기구의 역할 정립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제대로 된 기구라면 이러한 제안이 최종 결과물로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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