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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2호 미디어꼼꼼보기] 커런트 TV(Current TV)가 보여주는 양방향 미디어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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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2호 / 2009년 6월 29일

 

 

커런트 TV(Current TV)가 보여주는 양방향 미디어의 진수 




김지희 (정보통신 활동가)
 


지난 3월, 미국의 두 기자가 북한 접경지대에서 취재 중 억류되었다. 이들은 최근 북한에서 재판까지 받아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소속은 '커런트 TV (Current TV)'.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커런트 TV'는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24시간 방송 중인 케이블, 위성 채널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설명한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흔하디흔한 방송국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커런트 TV'에는 다른 방송국이 흉내 내기 힘든 독특한 색깔이 숨어있다.


2000년, 미국은 '40년 만의 대접전'이라 불린 대통령 선거를 치뤘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의 당선이 점쳐졌는데, 실제 그는 전국 득표에서 공화당의 부시 후보를 54만 표 이상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고어는 주 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 플로리다 주는 재검표까지 실시했던 치열한 선거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고어와 사업가 하얏트는 기존 방송-특히 CNN-의 편파 보도에 절망하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절망은 특정 정치색에 물들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구현할 미디어를 설립하자는 합의점에 다다랐다. 제1세계 유명 정치가와 사업가의 의기투합이라니, 얼핏 보면 '욱'하는 마음에 저지른 돈지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보수언론권력의 힘이란 건 당대의 주류인 자들의 영향력조차도 훌쩍 뛰어넘는 무엇임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2004년 IndTV를 설립하였고, 2005년에 현재의 '커런트 TV'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 방송국의 정체는 자체 전문 제작시스템과 시청자 참여를 결합한 제작방식, 특히 인터넷과 TV를 결합해 18~34세의 젊은 층을 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채널이었다.


 


'커런트 TV'는 초기부터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고 있었다. 보통의 케이블채널들은 드라마, 영화, 게임, 뉴스 등 방송의 주제와 전문성을 강조하여 시청과 광고를 유도하기 마련이다. 반면 '커런트 TV'는 시청자와의 소통 방식 자체에 주목하였고, TV가 갖는 일방향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였다. 이러한 '커런트 TV'의 양방향성은 크게 4가지 특징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먼저 '커런트 TV'는 위성과 케이블,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이는 시민방송 RTV나 KBS의 열린채널, 유튜브(YouTube)와 같이 시청자를 제작자의 역할로 역전시키고 미디어를 보다 주체적 입장으로 사고하도록 하는 콘텐츠 수급방식을 의미한다. 물론 자체제작프로그램도 존재한다. 위에 언급된 북한 억류 기자들의 경우에도 기업 관련 국제 이슈를 다루는 <뱅가드(Vanguard)>라는 자체 보도 프로그램의 특파원들이다. 이렇듯 시청자 제작프로그램과 직접 제작프로그램을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의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세계 5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과 매일 만나고 있다. 물론 웹사이트(http://www.current.com)를 통해서는 그보다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설왕설래 중이다.


두 번째로 '커런트 TV'는 실질적인 양방향성 구현을 위해 웹사이트에서 방송할 프로그램을 공개 공모하고 시청자가 직접 추천하여 그 결과를 방송 여부에 일부 반영시키고 있다. 보통 기존 신문, 방송국의 웹사이트는 자체 제작물을 한 번 더 배포하는 기능 이상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나 '커런트 TV'는 시청자에게 단순 '이용자'를 넘어 '제작자', 그리고 더 나아가 '편성자'의 역할까지 일부 부여한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로, 2007년에는 에미상 인터렉티브 TV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일지라도 시청자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주지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커런트:뉴스(Current:News)>라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웹사이트에 게시된 뉴스에 대해 매시간 마다 웹사이트 이용자들의 추천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보도한다.

최근엔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트위터(http://www.twitter.com)와 함께 2008년 대선 시기 독보적인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트위터는 일상에 관한 140byte 이내의 단문 메시지를 웹사이트, 문자,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트위터 웹사이트에 보내고, 확인할 수도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일종이다. 2008년 대선 당시 '커런트 TV'와 트위터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단문메시지를 남기면 '커런트 TV'의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통해 실시간 화면 표시되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웹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그들만의 채널을 넘어 외부의 디지털 공간으로 참여를 확대시키고 대중성을 획득하는 모습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트위터와의 대선 공조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외부와의 연계라 할 수 있다. 그 이전인 2006년에는 야후(Yahoo)의 비디오사이트에 채널을 제공받아 '커런트 TV'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게재한 바 있었는데, 당시 야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였다.


  


'커런트 TV'는 분명 대자본을 들여 케이블과 위성망, 멀티미디어 웹사이트까지 갖춘 여러모로 '있는 자가 시작한' 채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채널이 표현의 자유와 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양방향적 소통 기제의 실질적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실제 시청자 제작 콘텐츠에 대한 기획, 외부 디지털공간과의 연계를 통한 소통 확장 방식은 - 설령 '커런트 TV'와 같은 물적 토대를 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 부분적으로 응용하고 실험해볼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인 <커런트:뉴스>가 실시간으로 시청자 추천 뉴스를 모아 케이블에서 방송하듯, 웹사이트에서 이용자가 추천한 뉴스를 공동체라디오나 인터넷 라디오 등에서 방송하는 기획도 고민해 볼만 하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콘텐츠 제작 자체에 힘을 쏟다보니 콘텐츠의 질적 가치를 높일 제반 기획과 배포 공간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가 많다. 게다가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 많은 나머지, 어떠한 공간을 만들든 쉴 새 없이 쏟아내기 바쁘고 대중화시켜내질 못한다. '커런트 TV'는 단순한 추천 기능부터 트위터를 통한 단문메시지, 영상 콘텐츠 제작까지 이용자가 다양한 수위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십분 살려 자신들의 미디어 공간에 표출시킨다. 심지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시청자 제작프로그램의 패턴을 차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짧고, 정신이 없고, 다소 조악해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청자로 하여금 친근감과 참여의 욕구, 광범위한 동질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제는 제작을 넘어 배포를 위한 기획에도 보다 힘을 실을 때다. 이미 가속화되어가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서로를, 그리고 서로의 콘텐츠를 가치 절상시킬 수 있는 온라인 실험과 변형의 축적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창의성을 발현시킬 때다. 더불어, 이젠 외치기도 입 아픈 '대중성'은 친근감과 동질성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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