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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2호 현장] 그녀와의 -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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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2호 / 2009년 6월 29일

 

 

그녀와의 -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 인터뷰 






최가영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그녀가 영시미에 굴러들어왔다. 말 그대로 우리에게 ‘막 굴러'들어왔다. 그리고 1년 후에는 국장님의 정책분야 확장이라는 목표를 좇기 위해 ‘세미나'를 준비하려 분주히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것이 ‘로컬세미나 : 전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세미나를 기획한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주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데 이것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했다. 도대체 전주의 시민들은, 영화-영상관계자는 지금의 전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했다. 세미나는 ‘세미나의 탈을 쓴 치열한 대화모임'을 표방하며 발제와 토론은 전주 지역 영상관련단체의 ‘실무진'들로 구성했다. 이 세미나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영화제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전주에는 전주영상위원회,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전북독립영화협회,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전주종합촬영소, 전주국제영화제 등의 단체가 있다. 이 중에서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네 단체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정해졌다. 전라북도 지원으로 제작지원사업-인큐베이션 사업-을 하고 있는 ‘전주영상위원회'의 김영현,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올해 5월에 개관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신동환, 전북독립영화제와 씨네마떼끄 활동과 공동체상영을 하고 있는 ‘전북독립영화협회'의 함경록 이 세 분이 발제자로, 제작지원과 공동체 상영을 펼치고 있는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제작지원팀 ‘강지이'와 전주종합촬영소 팀장이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인 ‘백정민', 그리고 이은상 감독이 토론자를 맡았다.


그녀는 이 세미나와 관련된 액트의 원고 제안을 받고 글을 작성하려 하였으나 본인의 영화를 찍으려 ‘홀연히' 2개월 동안 사라짐으로 인해, 곁에서 지켜 본 내가 인터뷰를 통해 원고를 완성하기로 했다. 나는 그녀가 없어서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이마를 부여잡고 궁시렁대며 고민을 하나씩 해결하는 모습이며, 영시미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식신을 자처하며 다른 사람의 밥을 넘보는 모습들까지도 나는 보고 싶다. 이 인터뷰는 2개월 간의 잠시 떨어짐 직전에 진행 되었으며, 그녀에게 바치는 나의 애정이고 헌사이다.




강지이와 진행한 세미나의 재구성 1. 사전 조사 : 세미나 전 한 달


전주의 지역상황
지역에 내려와 보니까 내가 10년 전에 떠난 전주가 아니었어요. 지역에 영상위원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활발하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영시미에서 일하고 세미나 준비를 하면서 단편이나 장편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봤더니 전주를 영화의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정책들이 상업영화에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다들 불만이 많은데, 이 괴리감이 맞나 싶더라고요. 영상위원회 분들을 만나보면 단편영화 지원에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바깥사람들은 분명히 닫혔을 거라 생각하고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사람들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섭외하는 과정에서 그런 벽이 느껴져서, 왜 그런 고정관념을 갖게 됐나, 만나서 얘기를 해봤냐고 물어보면 안 만나봤다는 대답만 들려오는 거예요. 그럼 만나서 얘기를 해 보자, 방안퉁수처럼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 때 이런이런 지원이 필요하고 이런 제도는 이렇게 수정하고 보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자고 한 거죠.


세미나를 실무자로 구성하게 된 계기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이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실무자니까. 독협은 독립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당연히 들어오셔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함경록씨는 사무차장이자 지역감독님이기도 하시니 영화를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 수정보완 됐으면 좋겠는 것들을 말씀해 주실 거란 생각이 들어서 발제를 부탁드렸어요. 영상위원회의 김영현는 지역에서 인큐베이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담당자예요. 이게 제작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영화과 재학생, 졸업생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죠. 이런 제작지원으로 탄생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곳이 전북디지털독립영화관이기 때문에, 이곳의 프로그래머 신동환씨를 모셨어요. 이 분은 독립영화만 전문적으로 상영하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영화관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 것인지 궁금해요. 토론자의 경우는, 지역 감독을 섭외하면 지금 전주의 영화 제작 토대에 대한 모니터링 겸 비판적인 제안을 해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작년 전북독립영화제 때 예심 심사위원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 ‘아파트'의 이은상 감독님과, ‘애심-그의 노래'를 만든 백정민 감독님을 모셨는데, 좋은 구성이었던 것 같아요. 백정민 감독님은 전주종합촬영소 팀장님으로 계시는데, 한 번도 안 뵌 상태에서 패널을 해달라고 제의했는데 흔쾌하게 하겠노라고 해 주셨죠. 사실 발제자로 나선 분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으신데 불편하지 않으시겠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촬영소 팀장이 아니라 독립영화 감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서 이야기를 하는 데 거리낌은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백정민 감독은 세미나에서 화려하게 다양한 의문들과 질문들을 패기 있게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토론자로 참여했어요. 영시미 제작지원팀을 하면서 느낀 것도 있었고, 하여튼 저희가 이 세미나를 준비했으니까요. 그냥 제가 가지고 있던 건의사항과 질문사항을 말씀드렸어요.


토론자 사전모임
발제문을 받아본 후에, 토론자들과 함께 준비모임을 가졌어요. 처음에 발제자가 보내온 발제문을 보고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놀랐죠. 사실 제가 발제를 부탁드리면서 논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여러분의 사업을 마음껏 홍보하라'고 말해서 그런 발제문이 나왔던 것 같아요. 발제문에 담겨 있는 내용보다 더 치열한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준비모임이 더 중요해졌죠. 준비모임에서 토론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고, 주로 어떤 단체에 질문하고 싶은지를 미리 물어봤는데, 이 덕분에 세미나가 이러이러하게 돌아가겠구나 하는 걸 예측할 수 있었고, 세미나를 값지게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녹취록으로 구성한 세미나 당일 :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시작됐다.


전주영상위원회 인큐베이션(제작지원) 사업


백정민(감독) : 모든 지원사업들의 포커스가 주류 영화에 맞춰져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관객과 만나는 자리 없이 사장되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이제 인큐베이션 사업이 탈바꿈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은상(감독) : 저는 지금까지 전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전주의 메리트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분명 독협이나 영상위, 영시미의 책임도 있습니다. 인큐베이션 사업은 시기의 일관성이 없어 지원도 못해보는 상황이 생깁니다. 올해부터 전라북도에 주소지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했는데 행정적인 업무에 치우치다 보니 역효과가 난 것 같습니다. 실제 거주는 하는데 주소지가 다른 도시로 되어있는 사람은 지원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김영현(영상위원회) : 인큐베이션 사업은 전라북도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도내거주자를 대상으로 해야 했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의 감독을 양성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감독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주민등록상 주소 거주지가 전라북도 내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도내 영화과 학생 중에 현 주소지는 다른 곳이지만 활동은 전주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주지라는 것은 지역 감독의 보호수단이어 완화 시킬 수 없습니다. 도내 영화과 재학 중인 학생을 위해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누어 공모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백정민(감독) : 인큐베이션 사업이 감독 양성이라면 이 사업의 발전 형태가 중앙 진출만이 올바른 건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중앙에 있는 분들이 지역으로 찾아오게 하는 게 더 맞지 않습니까.


김영현(영상위원회) : 중앙과 지역은 수준 차이는 아니지만 여건이나 환경 부분에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떤 감독이 중앙에서 무엇을 얻어왔다면 그것을 다시 지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역할


백정민(감독) : 독협에 바라는 점은, 지역의 영화감독 뿐 아니라 지역 독립영화 자체를 활성활 할 수 있는 사업을 강구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강지이(영시미 제작지원) : 독협에서 인적 인프라를 구성하기 위한 사업을 올해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자기희생만 강요하고 먹을 게 없다면 과연 인프라 구성에 지역 감독들이 참여할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함경록(전북독협) : 지금까지 독협에서 한 활동이 개별 행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불만이 있었는데, 그 불만을 해소하려고 독협에 들어왔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시작한 것이 감독들 간의 커뮤니티이고, 그 이름이 ‘품앗이'입니다. 감독에게 필요한 것-장비, 배우, 스태프를 어디에서 구하는지-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열린 채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 제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품앗이를 통해 중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백정민(감독) : 우수한 영화 인력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북독협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협은 감독들이 노크를 했으면 어떤 답변을 줄 수 있는 협회로서 존재해야 하지, 중매 역할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함경록(전북독협) : 가장 문제인 부분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소통구조가 없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로 움직이는 것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목표가 있습니다.


강지이(영시미 제작지원) : 함경록 감독이 쓰신 발제문 중에 ‘서로 바쁘지만 외롭다.'라는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연계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배급, 상영의 통로를 독협과 연계해 충분히 고민하고, 인력풀을 형성하기 위해 인큐베이션 참가자들끼리 교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참석하신 다른 단체들은 연계 방안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영현(영상위원회) : 서로 연계하는 것은 저도 정말 원합니다. 사업내용 중 겹치는 부분에서 뭉칠 것은 뭉치고 분리할 것은 분리해야 합니다. 전주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제작지원을 받고 상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합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 대한 기대와 활성화에 대한 고민


백정민(감독)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다양성영화를 상영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며, 다양성영화의 범주에 지역 영화가 포함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다양성영화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역의 감독들에게 이 상영공간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지이(영시미 제작지원) : 디지털 독립영화관이 전주에 생긴다는 것은 저희에게 좋은 소식입니다. 단편 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우선적으로 상영하겠다는 기획의도가 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영화가 창작되지 않는다면 독립영화관 활성화는 어려워지고 애초의 설립의도는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영시미에서는 독립영화 정기상영회를 3년째, 만만한 영상제를 매 해 개최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를 위한 상영공간으로 이용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신동환(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 지역에서 만든 영화가 다양성 영화에 포함이 되느냐의 문제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독립영화, 지역영화 정기상영회를 각각 월 1회씩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야 하고, 여러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이 공간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시네필을 위한 영화상영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영시미의 상영회 같은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니 잘 활용해주십시오.


백정민(감독) :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자리(상영)를 만드는 것은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데, 지역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영작을 선정할지 궁금합니다.


신동환(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 감독이 만든 영화들이 잘 되고 못 된 것은 관객이 판단할 몫입니다. 독립영화관은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지역에서 사장되는 영화들,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영화관에 비해 관객은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수익창출이 되고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영화란 무엇인가


객석질문 : ‘로컬시네마(전주의 지역영화를 상영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한 섹션)'를 보고 왔는데 전주 출신이 만들었다 뿐이지 영화 내용 자체가 지역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역영화라고 하면 어떻게 다른지, 관객 입장에서 말씀해주십시오.


강지이(영시미 제작지원) : 공간은 감독이 표현하는 의도에 맞춰 비춰지는 것입니다. 무엇이 지역영화인지에 대해 지역 로케이션을 활용한 영화를 지역영화라고 해야 할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영화를 말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 지역에서 영화를 하고 있을 뿐이지, ‘지역영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영화에 대한 평가가 서울과 지역에서 다를 것인가를 돌려 표현한 것입니다. 지역영화를 정의내릴 때, 저희 센터는 ‘생산'에 방점을 뒀습니다.


백정민(감독) : 전주의 소재거리가 많이 있는데, 그런 소재를 받아들일 때 그것이 지역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제 정신에는 얼마든지 담겨 있는 ‘Made in 전주'가 있습니다. 이미지, 정서, 로케이션에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마지막 말들


신동환(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 여러분이 이 공간을 활용해줘야 활성화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참여가 있어야 발전이 된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김영현(영상위원회) : 인큐베이션 사업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것이 단위사업이라 정권에 따라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은 요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많은 이야깃거리를 얻어가는 자리여서 좋았습니다.


함경록(전북독협) : 지역에서 함께 영화를 하자는 것이고 어떤 피드백이든 환영합니다.


백정민(감독) :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참여했습니다. 영상위원회나 독립영화상영관이나 독협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에 고민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지이(영시미 제작지원) : 제작 주체가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전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다른 지역보다 독특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영화를 수월하게 만들고 상영할 수 있고, 단편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지 않을까합니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영화를 배우고 만드는 모든 분들이 이런 제도를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강지이와 진행한 세미나의 재구성 2. 이후 : 현재


세미나에 대한 인상
세미나 때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진솔한 태도를 보여주셨고, 건의를 해 달라, 반영을 하고 싶다, 이런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막상 자리를 마련해 놓으니 서로 대화가 되잖아요. 대화가 되는 대상에게 시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거죠.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 재료는 다 있는데, 재료가 만나질 않는 거죠. 이번 세미나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들 뭔가 이 시간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의미 있게 평가하는 것 같아서 저도 뿌듯했고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저도 마련되어 있는 제도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이런 제도들을 지역사람들이, 감독들이 잘 이용하며 좋을 텐데 잘 알지조차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여하튼 영상위원회와 전북디지털독립영화관이 있어서 제작지원을 받고 상영도 할 수 있잖아요. 이런 환경이 지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서프라이즈에요. 물론 문제도 없지 않지만, 전주시에서 독립영화 쪽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는 거잖아요.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전주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이런 지원제도들이 있을 때 지역 독립영화 제작에 불이 확 붙어야 하는데, 지역감독들은 서울로 갈 생각만 하니 안타까워요. 그런데 저도 그 나이 때였다면 지역의 이점들을 못 봤을 거예요. 지금 나는 30대이고 돌아돌아 다시 전주로 왔잖아요. 그러고 나니 지역이 달라 보여요. 여기는 내 정서가 있는 곳이고, 여기에서 제작지원을 해주다가 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니까 그렇죠. 전주는 내가 10년 전에 떠났을 때와는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지역 영화'에 대한 연구
이 지역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전주를 샘플로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역 영화를 연구하는 담당 연구원과 통화한 적이 있어요. 근데 그 분이 하는 얘기에서 초점이 되는 것은 오로지 다양성영화, 예술영화에 대한 ‘상영'이었어요. 제작에 대해서는 어떤 움직임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 제작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연구 자체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요. 세미나 때 얘기한 것 중에 후회한 게 있는데, 전북독립영화협회에서 나온 ‘뽀마드'라는 잡지에서 ‘지역영화는 없다'라는 내용을 보고 그걸 얘기했거든요. ‘지역영화' 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영화들이 가진 특성에 대해서 ‘감독의 개인차일 뿐이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지역 영화라는 말에 사람들이 굉장히 민감해요. 그래서 지역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영화인은 있어요. 그리고 전주에만 지역영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해요. 각 지역에 영화인들이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 연구를 좀 해주세요. 다른 나라의 사례도 좀 알려주시고. 완전히 영화의 메카가 되어가고 있는 부산도 다른 나라의 어떤 도시를 모델로 해서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모델로 삼을 만한 곳이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전주의 경우는 이런 일례가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모델이 되어야 하는 것 같고, 모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렇게 모델이 되는 지역에 대한 연구들이 좀 활발해지고, 지역에서의 성과들을 하나로 묶어내 봤으면 좋겠어요. 지역영화는 안 보이는 개념이지만, 지역영화인은 살아있어요.


세미나 이후
세미나 자체보다는 그 이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논의들이 어떻게 전북 독립영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다양한 지원사업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중요하죠. 세미나 이후의 문제는 이미 제 손을 떠났기 때문에, 어떤 단체든지 사업이든지 향상시킬 수 있는 거름이 된 것으로 족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앞으로도 이 일을 맡고 있는 한 관련된 일에 계속 협력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전주 영상위원회와 영시미가 사실 사업을 통해서 협력할 일은 없지만 다른 것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역할을 해야죠. 앞으로는 지역에서 하는 사업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해져야 할 거예요. 지속적으로 이런 영향들이 끼쳐질 수 있도록 하는 건 사실 영시미만의 몫이 아니고 지역민의 몫이에요. 세미나를 직접적으로 듣거나 티브이나 라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지역 대학생들, 영화과 학생들이 가지는 몫인 거죠.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어떤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에 대해서 각자의 고민을 해야 할 거예요. 세미나라는 건 판을 벌려 한 번 논 것뿐이고, 그 이후는 개개인의 몫으로 남는 거죠. 아마 1년 후에는 전북디지털독립영화관이 지역 독립영화 상영의 통로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세미나를 통해 영상위원회에 건의됐던 내용이 어떻게 됐는지도 봐야 할 거고요. 이런 일을 위해서 영시미에서 할 역할이 있다면 해야 되겠죠. 세미나에서 나왔던 얘기들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좀 아쉬웠던 것은 제한된 시간 때문에 관객 분들에게 질문을 많이 못 했다는 거예요. 오신 그분들이 영화 전공자인지 아닌지, 지역에서 어떻게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이 궁금한지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궁금한데 질문하지 않고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먼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제한된 시간 상 어쩔 수가 없었네요. 움직이실 분들은 그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느끼셨다면.


통틀어 ‘지역'
지역에 내려왔을 때 느낀 것이, 지역에서 오히려 변화의 조짐이 빨리 나온다는 거예요. 지역에서 이주여성 미디어교육 얘기가 나왔을 때와 서울에서 같은 얘기가 나왔을 때의 반응이 달라요. 다문화라는 것이 이제 촌마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의제가 된 거에요. 지역은 이미 다문화 사회고, 훨씬 첨예한 사회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지역에서 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내가 느꼈던 서울은 그냥 거대한 덩어리인데, 지역은 그 덩어리를 이루는 모세혈관이에요. 지역이 이렇게 민감한 곳이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껴요. 서울에서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지역의 모세혈관은 계속 뛰고 있다는 거죠. 이 모세혈관들이 건강해야지, 서울도 중앙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오히려 지역의 움직임이 활성화 되면 독립영화 의제에 새로운 화두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인터뷰의 변
지역 영화 제작 환경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하는 것은,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각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개개인의 몫이 정해져 있듯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몫이 돌아가 있다. 지역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것이 거대한 바람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인가, 조용히 잦아들 것인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 안에서 누군가는 그것을 짚어내고, 어떤 방향이 알맞은 것인가에 대해서 다수의 의견을 구하고 합일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세미나에 참석한, 이 글을 마지막까지 읽은 개개인의 몫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도 역시 동감하고 있다. 전주는 현재, 이렇다. 무척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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