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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2호 현장] 대구에서 퍼블릭액세스 활동하기 참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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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2호 / 2009년 6월 29일

 

 

대구에서 퍼블릭액세스 활동하기 참 힘들죠?






김영숙 (대구MBC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위원,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 사무국장)
 
퍼블릭액세스 채널 운영위원회 회의


지난주에 이어 모니터 보고서가 책상 위에 날라 왔다. 이번 주 시청률이 4.2%나 나왔다. 지난주 방송한 모니터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본다. 몇 주 전부터 계속 진행자 문제가 거론되었는데 또 지적받았다. 시청률에 신경 쓰며 만들어가는 액세스 채널은 아닌데도 지역방송 채널에서 꽤 높은 시청률이 나온 날은 기분이 좋다. 너무 이른 아침 시간대라 “누가 볼까?” 내심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씩 위로가 되었다.(사실 시청률은 액세스 채널이 편성된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시간대의 특성상 출근 시간대라는 이유도 상당히 영향이 있으리라.)


솔직하게 말하면 대구MBC 퍼블릭액세스 채널이 생기고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컸다.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다른 지역 액세스 채널을 소개하고 작품을 이야기할 때 대구에도 마산이나 부산처럼 액세스 채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존재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시민단체 활동에 발 묶여 있는 나의 조건과 다양한 지역미디어활동가들의 조건과 제작 역량 속에서 ‘액세스 채널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고 다양한 색깔이 가능할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상파 방송은 절대 방송 펑크가 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2009년 4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대구MBC 시청자액세스 채널 「열린TV 희망세상」을 시작했다. 3개월의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한 달에 한번 편안히 올라온 테잎을 보고 토론하고 편성만 신경 쓰면 된다는 막연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최소 한 달 동안 액세스물 편성표를 짜기 위해 올라온 테잎을 보고 지역이슈와 시기적절한 기획물 소재를 이야기 나누고 제작 주체를 찾아야 하고 거기다 매주 한 번 꼴로 열리는 운영위원회는 상당한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미디어활동가 되기


대구에서 퍼블릭액세스 채널에 대한 꿈을 꾸었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4년 노동자영상기획 ‘눈'과 미디액트의 기획으로 대구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미디어교육이 진행되었다.(개인적으로 2002년 영상을 배우고 싶어 서울 미디액트 주말 1박 2일 특강을 오가며 배웠던 교육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나는 교육생 후보순위 3위였다.) 이 교육은 2004년의 교육후속모임으로 이어져 현재까지 활동 중인 ‘대구영상공동체 이후' 모임으로 이어졌다. 이후 2005년도 대구MBC가 미디어센터를 준비하면서 대구지역 언론단체, 대구영상공동체 ‘이후'와 함께 공동교육기획을 해 두 번째 미디어교육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2005년도 교육생들은 후속모임으로 기존 제작주체와 계속적인 소통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단기적인 교육에 그치고 말았다.


2006년~2007년도는 대구지역에서 미디어센터 설립과 관련된 다양한 흐름이 붐을 이룬 시대가 아닌가 싶다. 대구MBC 시청자미디어센터가 2006년 10월 개소하고 문화관광부와 대구시가 공동운영하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이 2007년 4월 개소를 했다. 하지만 미디어센터의 출발은 대구지역 미디어활동가들과 단체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함께 많은 우려감과 절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준비과정에서 빗어진 소장 선임 및 운영을 둘러싼 갈등과 운영위원회의 파행 등 여러 가지 갈등상황은 변화하는 대구지역 미디어환경과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많은 시민들과 미디어를 통한 소통, 액세스활동을 기대했던 미디어활동가들에게 행정 권력의 일방성, 그 실체를 맛보게 했다.


미디어센터 운영과정에 시민참여방식을 확대하고자 했던 지역 미디어단체, 활동가들의 노력은 당시 우리의 지역적인 역량과 관계성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시민들의 다양한 영상미디어 활동 공간, 자유로운 장비대여와 공간사용을 기대했던 지역미디어센터는 미디어활동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멀어져 갔다. 대구에서 새로운 미디어운동,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꿈은 늘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기만 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첫사랑처럼 가슴만 아련했다.




퍼블릭 액세스의 새로운 실험을 꿈꾸며


대구지역 퍼블릭액세스를 향한 꿈은 늘 새로운 실험으로 시도되었다. 대구영상공동체 ‘이후'는 2005년을 시작으로 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통한 액세스활동주체를 발굴하는 교육과 실천을 시작했고 우리는 퍼블릭액세스를 공동체 미디어활성화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나갔다. 풀뿌리자치운동을 실천하는 동구주민회는 주민공동체 미디어교육을 시작하였고, 여성단체는 이주여성 미디어교육, 여성미디어활동가들은 여성영상상영회, RTV 지역프로젝트 참여, 퍼블릭액세스 활동 활성화를 위한 십시일반 프로젝트, 노동자 영상제작 교육까지 4여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교육과 함께 다양한 액세스 활동, 영상 후속모임이 생겨났다. 동네 주민들과의 미디어교육은 주민영상동아리와 풀뿌리영상제로, 이주여성 미디어교육은 이주여성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미디어교육과 상영회로, 여성영상상영회는 
대구여성영상공동체 ‘핀다'팀의 탄생을, 주말을 반납하고 매주 모여 액세스 제작물을 만들던 십시일반 프로젝트, RTV 액세스를 준비하며 연속 제작한 대구건설노동자 영상프로젝트 노동자VS노가다까지…. 교육과정을 통해 제작된 영상물은 지역케이블방송이나 RTV에 액세스되어 방송되기도 하고 영상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지난 3~4년 간 대구지역의 활동은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 미디어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 미디어권리 확장을 위한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상을 그리면서 함께 토론하고 실천하고, 때로는 각자의 공동체에서 실천해 나가면서 서로를 성장시키고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퍼블릭액세스는 공동체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등 우리의 질문과 거창한 물음들은 늘 대구지역에서 퍼블릭액세스 활성화하기 위한 우리의 소통도구를 찾는 과정이었다.




대구에도 퍼블릭액세스 채널이 생긴다네….


퍼블릭액세스 채널이 생긴다는 소식은 2008년 하반기쯤 대구MBC 담당PD를 통해서 전해졌다. 당시 지역에서 미디어활동을 하던 단체와 활동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액세스를 실현하고 있었지만 대구MBC 미디어센터 역할에 기대를 접으면서 대구에도 공중파방송에 액세스채널이 생겨야 한다는 적극적인 사고와 노력을 하지 않고 있던 때였다. 2008년 하반기부터 대구MBC 담당PD와 적극적으로 미디어단체와 활동가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채널운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상을 그려가고 있었다.


이후 운영위원회 준비모임이 구성되고, 운영규정(안)을 검토하고, 방송채널 편성일이 구체화 하면서 대구지역 제작주체들과의 두 차례 공동간담회를 열었다. 2009년 4월 11일 액세스 채널 ‘열린TV 희망세상'이 기대를 안고 출발하였다.


어느덧 ‘열린 TV 희망세상'이 시작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아직 평가를 하고,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짧은 3개월이 일 년처럼 무거운 세월의 무게로 운영위원들을 짓누르고 있다. 애초 지역의 다양한 제작주체들이 액세스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하겠다는 의지에 반해 작품수급 상황은 현실에서 점점 힘겨운 일이 되고 있다. 제작지원단, 제작지원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나갈 주체도 없이 출발한 액세스 채널은 점점 더 운영위원들의 역할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액세스 채널이 운영되면서 현실분석이 필요하고 해결해 나가야할 다양한 지역적인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 지역 미디어활동가와의 소통 부재, 대구지역 제작환경과 역량 정도, 대구MBC 미디어센터의 역할, 방송국과 운영위원회의 역할 범위, 다양한 제작물의 수급과 제작활성화를 위한 교육과 제작지원 시스템 문제, 의제의 중심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액세스 채널에 대한 이해와 제작참여 확대, 퍼블릭액세스 채널의 가치 만들기… 등 고민을 풀어가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든 것이 숙제처럼 눈앞에 놓여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물음을 던진다. 지금 대구에서 퍼블릭액세스를 통한 새로운 실험과 공동체 만들기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의제를 알리고 소통하고자 하는 단체는 있는지, 미디어활동가는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우리에게 액세스 채널은 소중하고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대구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공중파 액세스 채널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갈 가치와 실천을 어떻게 조직하고 실험해 나갈 것인지 물음을 던진다.
대구에서는 지난 4~5년 간 똑같은 물음을 안고 평가와 분석을 하기보다 작은 실천으로, 퍼블릭액세스 활동을 지역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길 찾기를 해왔다. 이제 우리의 이 물음들이 좀 더 확장되어 퍼블릭액세스물 제작에 참여하는 대구지역의 미디어활동가를 넘어 시민, 단체, 지역공동체와 함께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퍼블릭액세스의 새로운 길 찾기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길 찾기는 여전히 더 나은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지 않은가.□




대구MBC 시청자방송 ‘열린TV 희망세상' 홈페이지
http://www.dgmbc.com/TV/OpenTV/OpenTV_index.jsp


대구영상공체 이후 홈페이지
http://ichange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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