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63호 이슈] 2009년 대한민국,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에게, "Good Night and Good Luck!"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3호 / 2009년 7월 28일
2009년 대한민국,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에게, "Good Night and Good Luck!" |
나영/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 curiousnyny@gmail.com |
![]() 한편, TV 뉴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오늘 하신 훌륭한 일'을 보도하기 바쁘다. 용산의 철거민들은 ‘테러리스트'가 되고 쌍용 자동차의 노조원들은 ‘살인미수'의 범죄자들이 되었다. ‘PD수첩'의 김은희 작가는 사적인 이메일 내용이 검찰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단체 사무실 압수수색과 이메일 서버 압수도 수시로 자행되고 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은 서울시 전용 광장이 되었다. 용산에서, 대한문에서, 집회가 있는 곳곳에서 이제는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이나 들고 사람을 가격하는 용역 깡패들과 가스총 들고 군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경찰의 역할을 대신한다. 군대에서는 이제 절대로 이명박 대통령 각하의 욕을 하면 안 된다. 영화제에서 ‘12세 관람가'로 상영되었던 영화 ‘반두비'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개봉되어야 했다. 어떤 인디밴드는 공연 중에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공연이 돌연 중단되어야 했고 음란한 머릿속으로 무엇이든 음란하게 해석하는 꼰대 어른들은 수많은 대중가요에 ‘청소년유해매체' 딱지를 붙이기 바쁘다. 그러면서 ‘나라사랑 랩송'을 만들겠단다. 출판계 상황도 만만찮다.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들은 이제 필독서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 1년 반, 2009년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이다. 표현할 수 없었던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 2008년 5월과 6월의 광장은 차라리 행복했다. 많은 이들이 다치고 연행을 당했지만 그곳은 살아있었다. 신선한 물이 콸콸 넘쳐흐르는 계곡에서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처럼 사람들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했다. 농담과 해학으로 공권력과 정권을 비웃고, 노래하고 춤도 췄으며 분노를 담아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나누었던 수많은 물품들과 먹거리, 웃음과 눈물, 분노와 함성, 노래와 토론과 이야기가 살아있었다. 그러나 그 후 1년, 광장은 주인이 파티를 열어야 간신히 구경이나 갈 수 있는 남의 집 앞마당이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이메일조차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편, 6월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임시국회에서는 형식적인 100일 간의 ‘사회적 합의기간'을 보낸 ‘언론악법'을 비롯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집시법 개정(개악)안 등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각종 법안들이 무더기로 상정, 통과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5월 말, 그간 각자의 영역에서 대응해 왔던 문화, 인권, 정보통신 단체들은 파시즘에 가까운 이명박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진행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을 선포하는 6월 22일 기자회견 자리에는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우리만화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작가회의 그리고 IT연맹까지 10개 단체가 참석해서 각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대부분 이미 그간 개별적으로 보도된 바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한 자리에 모여서 발표를 해보니 백서를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불과 1년 사이에 집회?시위에서의 탄압을 비롯하여 언론인, 네티즌,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검열과 탄압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자리였다. 이후 23일부터 26일까지는 매일 저녁 본격적으로 문화행동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예정했던 문화행동을 단 하루도 평온하게 진행할 수가 없었다. 23일, ‘표현의 자유 옹호의 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영화제는 영화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급작스런 경찰의 도발로 긴장 속에 시작되었다. 이 날 벌어졌던 경찰의 도발은 주최 측에 긴장을 주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 분명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한 시민을 수십 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쫓아가더니 순식간에 병력이 대한문 앞과 정동길을 장악했던 것이다. 30여 분 간의 싸움 끝에 병력은 정리가 되었지만 이 날의 사건은 그 후 진행될 정부와 경찰의 탄압을 예고하는 신호탄과 같은 것이었다. ![]() 25일 오전 11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를 위장한 대한문 앞에서는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었고 그 가식을 고발하기 위해 우리는 한껏 목청을 높여 전 날 자행되었던 정부와 공권력의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 날 저녁, ‘언론 악법 저지의 날' 영화제는 평소보다 많은 수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경찰들은 여전히 경고방송을 하면서 영화 상영 후 진행되었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양승동 KBS PD의 발언을 막으려 했지만 대한문 앞에 모인 사람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6일, 마지막 행사인 문화제를 앞두고 낮부터 경찰 병력이 대한문 앞을 장악했다. 행사가 예정되어 있던 저녁 6시 무렵에는 경찰 병력이 완전히 대한문 앞을 봉쇄했고 문화제 진행은 불가능했다. 이 날 경찰 측 책임자가 우리에게 한 답변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두 명 이상 모이면 집회다” “하고 싶으면 당신네 집 앞마당에서 해라. 왜 굳이 남의 땅에서 하려고 하느냐” 도저히 상식 수준에서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경찰과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기에 우리는 또다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제에서 노래하기 위해 준비하고 나왔던 음악인들과 페인팅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었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 자신의 그래픽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던 작가, 퍼포먼스를 준비한 청소년들이 모두 함께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을 규탄했다. 5일 간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은 결국 그것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억눌린 광장'과 ‘비판의 봉쇄'를 반증하게 되는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이 되었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행복을 의심하지만 않으면 전혀 불행할 일이 없는' ‘멋진' 신세계가 묘사된다. 그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결정되지만 신생아로 인큐베이팅 될 때부터 끊임없이 반복되는 ‘조건반사 훈련'과 ‘수면훈련'을 통해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게 된다. 주어진 계급에 따라 평생 고된 일을 반복해야 하더라도 아무도 자신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이상해지면 ‘행복해지는 약'을 먹으면 된다. 이 완벽한 세상에서 고독을 아는 사람, 예술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사람, 혼자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 *주1: ‘굳 나잇 앤 굳 럭'은 2005년에 제작된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미 상원의원 존 메카시가 일으킨 반공 열풍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마저 ‘빨갱이'로 몰려 체포되어 갔던 1950년대 미국에서, 이에 맞서 끝까지 자신들의 소신을 지키며 방송을 진행했던 애드워드 머로우 뉴스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의 마지막 방송에서 그는 정부의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방송 현실을 지적하며 시청자들에게 ‘Good night and good luck'이라는 마지막 멘트를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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