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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4호 이슈]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 포럼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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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 포럼 참가기
 
박규민 (ACT! 편집위원회)

 

 

 

2006년 5월 미디액트에서 하는 장애인 미디어교사 양성 과정에 참여하였다. 미디어가 좋아서 관심 있어서 무턱대고 찾아간 워크숍이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워크숍이었는데 특히 둘째 날 장애 유형별로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한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모둠을 나누어 여러 장애 유형의 사례를 다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 워크숍이 지금까지 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아닐까 한다.

 

 

2007년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장미네)가 출범하기 전,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교육을 장애 유형별로 모아보고 분석 작업도 함께 하였다. 그 때 자림학교 미디어교육의 사례를 보며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함께 하는 세상'에서도 영화 제작 교육을 할 계획도 보았다. 차츰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이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8년에는 장미네 통합 상영회에서 [봉천 9동]을 보고 IPTV 체험도 실시하였다.

 


 

 얼마 전 7월 23일 전주 영시미에서는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 포럼이 열렸다. 여러 미디어 교사와 특수학급 교사들이 참여하였다. 나 또한 전문 미디어교육자나 특수교사는 아니지만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의 발제문과 이후에 이어진 토론회를 통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의 지점들을 나누고 싶어 이 포럼에 참여하였다.

 

 

서울둔촌고와 전주 자림학교 특수학급에서의 미디어 교육, 그리고 자립생활 ‘함께 하는 세상'의 사례를 들으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현장에 참여한 참여자로서 나의 생각들을 긍정적인 부분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적어보려 한다.

 

 

미디어교육의 주요한 커리큘럼은 크게 ‘나'로부터 시작하여 자기를 표현하고 이 표현한 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나눈 것을 바탕으로 상영회를 하고 평가를 하는 것이 공통된 특징인 것 같다. 이것은 교육을 받는 대상과 연령, 그리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상관없이 큰 틀에서 짜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상과 연령, 교육 기간, 참여자 수, 어느 장비를 쓰느냐에 따라 그 구체적인 교육안이 잡히게 되고 내용도 생산되는 것 같다. 장애인미디어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표현하고 다시 이 표현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나눈 내용들을 모아 평가나 상영회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 중 지적 장애인은 어떠한가? 다른 장애 유형과는 달리 흔히들 지적 장애인은 표현력이 부족하고 논리적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고정적으로 안고 있는 지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아닐까 싶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데 말이다. [봉천 9동]과 [잘했어요],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한 영상들을 보면서 더 그러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봉천 9동]의 경우 세차 일을 하면서 오로지 여자 친구 사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어느 한 지적 장애인의 이야기이다. 미팅 자리에서도 거절당하고 지친 몸으로 일을 하다 우연치 않게 찾아든 기회 아닌 행운의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미디어교육을 하기 전

 


교육 참여자들이 미디어 교육을 하기 전 일반적으로 지적장애인에 대하여 언어 표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잘 못할 거야. 소용없어.”와 같은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성과 언어 그리고 동작성이 부족하다는 측면만 바라본 사람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어떤 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잘 수행했을 때 “잘 했어요”라고 칭찬을 해준다면 다음 과제에도 또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그 과제를 수행할 것이다. 비장애인 언어 표현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런 표현 방법은 틀렸어'하며 표현을 교사의 입장에서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자. 윤리적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언어성으로 자기표현이 부족하여 ‘나'를 표현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나 또한 ‘나'를 표현하여 보라고 한다면 쉽게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하여 같이 이야기해본다면 바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쉽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왜' 그것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갖고 싶은지도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 쉽게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정서 장애와 지적 장애가 혼합된 친구들이 자유롭게 광우병에 대한 영상을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뉴스를 봐야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예들이 언어성과 사회성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림학교 사례에서도 이 부분을 잘 지적해준 것 같다. 미디어 교육을 하기 전 단계로 탐색기에서의 성향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디어 교육의 체험 단계로 미디어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나 복지관 시설에서는 미디어 센터와 끊임없는 대화와 공유를 통하여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미디어교육 과정

 


교사와 학생 간에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고 교사들도 지적 장애인들의 성향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면 미디어 교육은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수동적으로 행동하기만 했던 것들이 좋아하는 TV 프로를 보고 이야기하고 디카나 캠코더로 좋아하는 것을 찍고 자기가 찍은 것을 보여주며 만족해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어떠할까? 부모님들의 인지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학교에서 미디어 교육을 받고 능동적으로 행동하여도 부모님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미디어 교육 후의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2006년에 나온 가이드북이 있다. 이것을 보면 조금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 교육목표와 방향 설정이 비교적 잘 구성되어 있다. 교육 개념과 이후에 대한 것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할 과제인 것 같다.

 


미디어교육 후 토론과 과제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이 영향을 미쳐 이것이 미디어교육 치료로 갈 수 있느냐의 질문이 오고갔다. 배경미 선생님께서는 “누가 교육을 하든 그것이 치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오랜 교육 끝에 자발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전시를 하고 사람들에게 영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동기가 생긴다고 하셨다.

 

 

 

 

‘교육'과 ‘치료', 이 단어들은 서로 개념도 다르다. 그러나 분리되지 않고 맞물려 있다고 본다. 즉 교육 활동을 통하여 자기 주체성이 생기고 자아실현의 가능성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교육을 통한 치유의 효과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치유의 효과가 미디어 교육의 전부라 할 순 없겠지만 나 또한 사진 촬영을 통하여 미디어와 가까이 할 수 있고 영상매체에 대한 자신도 생겨났다. 사진이 라디오 매체만이 아닌 다른 매체로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되었던 것 같다. 바로 작은 치유 과정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교육'과 ‘치료'의 개념의 차이는 있더라도 최고 목적은 “발전적 성장”이라는 ‘변화'라는 것이다. 미디어 교육과 치료를 구분하고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지 더 많은 담론이 필요하겠다.

 

 

3~4년 동안의 미디어교육을 통하여 고민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교육 개념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개념화하기는 어려워도 교육한 내용들을 활발히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토론의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

 

 

둔촌고의 사례에서 나온 것처럼 4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와 AND와 END의 차이, 토론회에서 오정훈 실장님께서 하신 말씀 “언제까지? 오랫동안 한다. 더 해야 한다. 언제나 해야 한다. 늘 지속적인 교육으로”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지속 가능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지적 장애인 미디어교육에만 제한된 표현은 아니겠지만 너무도 좋은 지적이라 보인다.

 

 

특수학급에서의 미디어교육, 졸업 후 대학, 복지관, 자립 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겠다. 서울 시내 53개 특수학급 중 10개 학교에서 제작을 중심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도 전체 학급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에서 이제 미디어에 대해 준비를 해나가고 있으니 전국적으로는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길게 가는 교육과 함께 많은 학교와 지역에서 교육을 다양하게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확산시켜야하는 정책도 필요하겠다. 지금까지 교육을 해왔던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모니터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디어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학교, 관심 있어 하는 교사들을 양성하는 과정도 필요하겠다. 특수교사와 미디어교사와의 정기적 모임을 가지며 특수교사는 미디어교육에 대해, 미디어교사는 특수교육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물론 교사들만의 모임만으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작은 모임에서 출발하여 후에 특수교육원과 미디어센터, 장애인 미디어교육에 관심 있는 교수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논의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와 함께 공유하는 것도 장미네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 하겠다. 정책 연구팀 혹은 교육팀을 구성하여 교육 모니터링, 장애인 미디어교사양성 과정, 전환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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