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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4호 이슈] 유아와 미디어 그리고 교육의 만남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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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유아와 미디어 그리고 교육의 만남을 꿈꾸며
 
 
이정아(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시청자지원팀)

 

 

 

 

 

놀고 배우고 만드는 [유아미디어교육]

 

 

2009년 6월 29일. 꿈꾸었던 유아미디어교육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직접, 유아를 위한 미디어교육을 하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펴낸 책입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유아미디어교육을 시작한지 1년 반 - 미디어를 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사회환경 속에서 생애 첫 미디어교육이라 할 유아미디어교육은 사실상 평생 가져갈 미디어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제가 즐겨쓰게 된 ‘세 살 미디어 버릇 평생간다'는 말처럼 말이죠.

 


 

 교재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유아미디어 교육은 「미디어로 놀고, 배우고, 만드는」 ‘미디어 창작 교육'에 중점을 둔 유아미디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유아대상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미디어에 대해 ‘가르치는 것'에 주목하였다면 미디어를 활용하여 ‘창작'하는 활동에 의미를 부여해 유아에게 있어서 미디어는 가정 생활과 여가 생활, 문화 생활의 중심으로서 ‘생활 문화'와 ‘놀이 문화'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갖는데 주목했습니다. ‘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치기'보다 유아에게 있어서 미디어가 자신의 생활의 일부로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그들 스스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며, 무엇을 보고, 읽고, 들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8년, 2009년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가서 짧게는 5차시로 길게는 8차시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시범 교육을 진행하였던 그동안의 교육 결과물들을 순서와 상관없이 매체별로 묶어 유아교육 지도자들이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꺼내어 활용할 수 있도록 매체의 특성을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소단원을 구성하여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 1부. 사진과 나 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카메라렌즈를 통해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연습, 찬찬히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내는 시간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사물이나 사람, 주변 환경을 ‘깊게 바라보기'를 연습하고 이를 통해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했습니다.

 

 

 


□ 2부. 텔레비전과 나에 대한 성찰

 

텔레비전의 시청습관에 따라 텔레비전이 보물상자 일 수도 있고 바보상자 일 수도 있음을 이해하도록 하는 텔레비전 생각지도 만들기, 유아 스스로 텔레비전 이용정도와 시청태도를 ‘선택' 하도록 하는 텔레비전 일기쓰기 등을 통해 텔레비전에 대해 그들 스스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텔레비전의 영향에 대해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며,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의미부여를 했습니다.

 

 

 

 

□ 3부. 만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만화영화의 제작과정을 경험해 보는 과정을 통해서 만화 속 상상, 허구, 현실을 구분해 보도록 했습니다. 특히 만화영화 속에서 사용된 특별한 색을 찾아보고 그 색이 전달하는 의미를 유추해보도록 하는 경험을 통해 색에 깃든 의사소통의 의미를 살펴보는 경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 4부. 광고를 내용으로 다뤘습니다.

 

올바른 정보를 주는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를 보는 눈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 그렇지만 광고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생각들, 살아있는 지식, 미적인 생생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유아들이 광고를 보면서 이런 요소들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고 상상력을 자극받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매일 아주 가까운 생활 곳곳의 미디어 속에서 만나는 광고가 창의력을 길러주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 5부. UCC 만들기 과정 경험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특별한 영상을 만드는 UCC에 대해 알아보고 제작과정을 경험해 보도록 하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뉴스 만들기 :유아들을 동화 속 캐릭터로 분장하도록 한 다음 뉴스 제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에코(ECO)드라마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소품을 활용하여 짤막한 이야기를 만드는 UCC를 제작해 보도록 했고,

그림자 애니메이션 :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재미있는 그림자놀이에 이야기를 담아 UCC로 제작해 보았습니다. 
 

 

 

 

□ 6부. 미디어야 넌 누구니?

 

미디어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여러 가지 놀이와 게임을 통해 미디어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활동인 소통(communication)의 도구임을 알도록 했습니다.

 

 

□ 7부. 미디어 그리고 복합장르


복합장르는 미디어 교육에 있어서의 통합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와 미술, 미디어와 자연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상상력 키우기, 창의력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 내용입니다.

 

 

 


함께 해요, 유아미디어교육

 

 

유아미디어교육의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이 교재는 3가지 유형으로 배부가 되었습니다. 먼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비롯하여 미디액트 등 전국의 미디어교육기관에 발송을 하였고, 다음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특성상 광주, 전남, 전북 지역의 미디어교육을 우선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전남, 전북, 광주지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600곳에 배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아이에게 유아미디어교육을 가르치고 싶으신 부모님들을 위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주신 가정으로 발송을 해드렸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전국각지에서 신청을 해 주셨습니다. 전국의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이 책을 통해서 유아미디어교육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조금이라도 알아가고 실천해 간다면 저에게는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이 교재는 참고로 유아가 직접 보는 책이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님과 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선생님과 부모를 위한 지침서인 셈입니다.)

 

 

유아와 미디어와 교육의 만남을 꿈꾸며

 

 

지난 7월 31일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2009 미디어교육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이곳에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교재발간을 기점으로 장애인미디어교육 등과 함께 유아미디어교육이 한 주제로 참여하게 되었고, 광주센터의 사례가 섹션의 하나로 토론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었던 부분이 교재가 아동발달단계에 맞는지, 다소 어렵게 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필자도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대목입니다.
유아를 위한 미디어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고 교육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유아의 발달단계에 맞는 미디어교육이 뭘까 하는 것입니다. 미디어교육의 역사가 깊은 외국의 경우 연령별 미디어교육의 영역이 연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3세 유아에게는 어떠한 미디어교육이 가능한지, 4세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연구,정리되어진 것이 없습니다. 청소년미디어교육이나 장애인미디어교육도 그렇지만 특히 유아미디어교육은, 생애 첫 미디어교육으로서 그 영향이 인생 전반에 걸쳐질 것이기 때문에 유아의 발달상황에 맞는 미디어교육이 어떤 내용이 가능한지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유아와 미디어와 교육이 만나야 한다는 것은 곧 유아전문가와 미디어전문가, 교육전문가가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굳이 영역을 나눈다면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유아미디어교육을 실행하고 교재를 편찬한 사람들은 필자를 비롯해서 미디어 전문가들입니다. 실제 교육을 하면서 이 부분은 어렵겠구나, 이렇게하면 되겠구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내용들을 교재에 실었지만 유아에게 적당한 내용과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정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나 절실했습니다.
유아전문가와 미디어전문가 그리고 교육전문가가 만나야 한다는 것은 다시 유아관련기관과 미디어관련기관, 교육관련기관이 함께 유아미디어교육을 연구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유아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너무도 부러웠던 사례가 캐나다의 머핀프로젝트(*1)입니다.

 

 

 

 

유아들에게 성공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 모두가 노력하는 캐나다의 모습은 우리 나라의 미디어교육을 반성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은 계층별, 연령별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통합적이지 못하고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미디어교육이기에, 인생이라는 새로운 도화지에 이제 막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이기에 우리 사회가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서 제대로된 교육을 펼쳐가야 할 것입니다.

 


 

[놀고 배우고 만드는 유아미디어교육] 교재가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유아미디어교육은 앞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보다 교원 직무연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유치원 교사가 현장에서 직접 미디어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드리고, 또 한편으로는 유아미디어교육의 성장을 위해서 3월에 열었던 유아미디어교육 연구발표회를 앞으로도 꾸준히 열어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유아미디어교육에 뜻이 있는 미디어전문가, 유아전문가, 교육전문가가 함께 고민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서 이것을 토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교재를 받아본 많은 분들이 방법을 묻고, 강연 요청을 하고 계십니다. 모든 곳에 제가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집필에 함께 참여한 교사 선생님들이 기꺼이 현장으로 달려가고 계십니다. 유아미디어교육을 위해 사명감으로 임해주시는 이유진, 김경주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1) 유아들을 위한 전문 미디어 교육 장려 프로그램인 미디어 머핀(Muffin)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머핀 빵처럼 미디어에 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핀란드 헬싱키 대 커뮤니케이션 강사인 엘리나 케라넨 (Elina Keranen) 은 미디어교육을 국가전략에 포함시킬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자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핀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7세에서 16세 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장려 프로젝트 ‘미디어 머핀'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 머핀'은 미디어 교육자들의 네트워크 결성과 어린이 영화제작 지원, 게임 디자인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최신 디지털 기술보다는 영상 미디어, 라디오, 음악, 인쇄매체 등을 활용한 교육에 집중된다. 미디어 머핀 프로젝트는 유아들을 위한 미디어교육 교재와 훈련강좌 등도 제공하고 있으며 "2006년 기준 핀란드에서 교사 1200여 명이 미디어 머핀 교육을 받았으며 미디어 머핀 교재 9000여 개가 나왔다" "심지어 탐페레대학교 등에서는 미디어 머핀 연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해 강의하기도 했다"고 엘리나 케라넨은 설명했다. 결국 미디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 정책과 함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 유아미디어교육 교재 http://www.comc-gj.or.kr:81/files/kids.pdf
*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유아미디어교육
http://club.cyworld.com/club/main/club_main.asp?club_id=52487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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