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5호 이슈]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전환 의의와 과제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5호 / 2009년 9월 30일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전환 의의와 과제
 
 
최성은(전국공동체라디오협의회)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규사업이 시작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6월 10일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정책을 확정하고 8월 7일 정규사업자 7개사를 선정 발표했다. 시범사업만 햇수로 5년, 정말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정규사업화는 정말 축하할 일이다. 이번 정규사업화로 공동체라디오가 성장할 수 있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또한 법제화는 되었지만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정식적으로 우리 사회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로서 국가와 시장 영역의 방송만 존재했던 국내 방송 시스템에 시민 영역의 방송이 공식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어 미디어 영역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정규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보여준 방통위의 인식과 미흡한 정책을 보면, 앞으로도 지난 5년여의 시범사업 과정에 버금가는 만만치 않은 역경이 있을 거라는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정규화로 공동체라디오의 외형적 지속가능성은 마련되었지만, 내용적으로 정말 지속가능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의 올바른 정착과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번 정규사업정책과 과정에서 드러난 우려스러운 점은 단순히 이번에 선정된 7개 지역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정규사업 정책과 과정은 비록 시범사업자에게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공동체라디오 라디오의 지속가능성과 향후 신규사업자 선정과 활성화차원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기에 몇 가지 쟁점과 과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정책 쟁점

 


먼저 정규사업 정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지역- 신규사업 배제

 


이번 정규사업은 8개 시범사업 지역으로만 한정이 되었다. 물론 시범사업 8개 지역에 대한 정규사업 대상 포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신규사업지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준비해왔던 다른 지역은 언제 정규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방통위는 주파수가 확보된 시범사업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신규사업지역은 주파수 작업을 추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진행 절차에 대해선 수립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방통위의 진행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 또한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2007년 말에 정규사업 도입을 위한 가용주파수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21개 지역의 신청서를 받아놓고도 2년이 가까워 오도록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2~3년 넘게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을 준비해왔던 지역에서는 오랜 준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번 방통위의 결정으로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심사기준 및 항목 - 재정적 능력 우선

 


이번 공동체 라디오 정규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기준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능력을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심사기준과 항목이 공동체라디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방송법상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의 지위가 ‘지상파방송사업'의 일종으로 되어 있어, ‘지상파방송사업'에 관련한 방송법상의 제반 규정이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심사기준의 세부기준과 배점에서 공동체라디오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심사항목 보다는 재정적인 능력이 너무 강조되었다.

 

 

물론 지속가능한 방송을 하기 위해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이 일정부분 담보되어야 하지만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선정하는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얼마나 벌 수 있느냐 보다는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할 수 있는가를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만일 재정적 능력이 최우선으로 한다면 공동체라디오가 기존 방송국과의 별다른 차이 없이 방송이라는 사회적 공기를 가지겠다는 욕심이나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사회적 기능을 간과하는 사업자들이 우선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정규사업자 선정은 시범사업을 해왔던 곳을 대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기간의 실천적 활동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에 너무 치우쳤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라디오의 의의를 잘 살리고 있었다고 평가를 받았던 지역보다는 재정확보 계획을 잘 세운 지역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밖에 심사위원의 선정에서도 시민사회단체분야는 제외되어 있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출력 - 1W 유지

 


방통위는 일단 현행 1W를 유지하고 지역여건에 따라 법적 출력 한계인 10W 이내에서 증강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신규사업을 위한 주파수는 추후 확인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실제 확인 결과 ‘그럴 계획도 없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다'고 한다. 설마 올 12월 까지 대구, 대전, 울산에 영어FM방송을 허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건가?

 

 

 

 방통위가 출력증가의 문제로 삼고 있는 인접 주파수에 혼선과 잡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시범사업기간동안의 경험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 현장테스트를 거쳐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 공동체라디오 법(Local Community Radio Act)을 만들기도 했다. 한데 국내의 경우 방통위가 어디 제대로 된 테스트 한 번 해봤었던가?

 

 

어쩌면 출력의 문제는 기술적인 한계 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영어FM의 경우 1킬로와트(Kw)라는 높은 출력으로 허가하지 않았던가? 진짜 의도는 혹시 공동체라디오를 시민들이 듣지 못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만은 아닌가 묻고 싶다. 공동체라디오에서 정부 비판적인 얘기가 나오고 그걸 많은 사람들이 들을까만 두려워해서 올려줄 수 없다는 건가? 그래서 규제 대상도 아닌 인터넷서비스를 불허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적정한 출력은 재원과 함께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의 핵심적인 현안이었다. 때문에 시범사업 기간 내내 1W 출력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미흡하지만 방송법에 가능한 출력을 명시하고서라도 적정 출력을 보장 하려고 했던 것이다. 시범사업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규사업인데 어찌 1w의 출력이란 말인가? 이런 출력으로는 방송국이라고 이름 짓기도 어렵다. 한시적 미니FM도 1w다. 공동체라디오가 그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기 위해선 출력증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편성 및 심의 - 뉴스, 취재보도 금지

 

 

 

 공동체라디오의 방송분야는 문화전문분야로 한정지어 음악, 문화, 지역소식에 한정된 정보제공으로 제한을 지었다. 언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취재,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은 금지함으로써 공동체라디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지방자치 발전 기여와 지역사회의 의제설정 기능에 제한을 받게 되었다. 단순히 음악이나 틀고 문화나 행사소식만 전하라는 것이다.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뉴스취재보도를 제한하는 이유로는 공동체라디오의 인력 운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뉴스제작팀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동체라디오가 취재보도권을 가질 경우 정부비판적인 시각에서의 영향력을 가질 것을 우려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공동체라디오가 뉴스취재보도가 가능한 종합편성으로 승인이 될 경우 여러 가지 규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가 지역문화발전,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역뉴스를 발굴하고 생산할 수 있는 뉴스취재보도권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반면 영어FM의 경우 종합편성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 까? 영어 FM은 되고 공동체라디오는 안 된다 말인가?

 
 
 
앞으로의 과제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은 어찌됐건 환영할 이다. 그러나 정규사업 정책과 선정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일들을 보면 공동체라디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준 격이다. 미디어 제도는 미디어에 대한 철학과 이념에서 온다. 이번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과정을 보면 미디어를 통제의 개념,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공동체라디오 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공동체라디오의 공익적 기능보다는 단순히 또 다른 상업라디오를 허가해주는 듯 하며, 공동체라디오를 허가해주는 것이 마치 큰 혜택을 주는 듯 인식하고 있다. 또 공동체라디오가 정부 비판적인 기능을 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정규사업으로 공동체라디오의 제도화 과정에 일정부분 의의를 가지겠지만 제도화 과정은 결코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국가와 정책기관은 계속해서 공동체라디오를 통제하려하고, 주류 상업 미디어들은 공동체라디오의 성장을 배척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라디오의 의의를 살리면서 지속가능한 모델과 제도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규화 되었다고 가능한 환경이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라디오 의의를 살리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제도화를 위한 실천과 활동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공동체라디오의 특성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먼저 공동체라디오의 본질과 의의 역할 등을 담은 개념 규정이 있어야 한다. 현재 방송법에는 공동체라디오사업자에 대한 규정을 두어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법률상 별도로 구분되는 영역으로 인지되고 있긴 하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이 지상파방송의 한 종류로 구분되어 세부 규정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을 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공동체라디오가 활성화되어 나라들의 경우 공영 또는 상업 방송과 달리 공동체라디오를 이해할 수 있는 구분된 법령이 제정되어 있다. 공동체라디오를 본질을 살리면서 활성화를 위해선 공동체나, 공동체라디오 개념, 역할, 의의 등 공동체라디오 자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규정이 필요하다. 공동체라디오에 맞는 법적 규정이 없을 경우 상업적인 목적에 휩쓸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진입 규제완화나, 다양한 공적재원 등의 지원, 주파수 확보를 위한 정책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방송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 공동체라디오의 수요를 반영한 주파수 정책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공동체라디오의 인지도와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어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대중적 전략도 이뤄져야 한다. 공동체라디오의 유지와 지속가능을 위해선 제도적 인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인정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공동체라디오는 좌초될 수 밖 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법적요구, 소송 또는 대중적 캠페인과 라디오를 활용한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 지원 등 폭 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들은 정규사업자들 만의 몫은 아니다. 정규사업자 들 뿐만 아니라 공동체라디오를 이해하고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며, 특히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과 함께 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