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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5호 현장] 미안하다, 모르겠다-지역미디어운동의 온라인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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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5호 / 2009년 9월 30일

 

 

미안하다, 모르겠다
- 지역미디어운동의 온라인 재발견

 
 
보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

 

 

 

 

 

 

 

 

[편집자 주] 지난 9월 4일부터 이틀 간 대전 유성 유스호스텔에서는, '몰라봐서 미안해'라는 제목을 가지고 지역미디어운동이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샵이 열렸다. 이번 워크샵에서 오갔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최근에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의 새로운 활동가로 합류한 보경이 정리해 주었다.

 


작년 여름, 술과 과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나의 밤낮을 바꿔버렸던 장기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가 있었다. 그 이후 촛불에 대한 평가들이 학계 여러 곳에서 나오기도 하고, 당시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생중계도 하고 기자역할도 하던 사람들은 촛불미디어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MB도 아니고, 광우병 쇠고기도 아니고, 촛불생중계도 아닌, 예전에 내가 잠깐 살았던, 들소리 방송국(이하 들소리)(주1)에 도달했었다.

 

 

들소리는 주 6일 매일 마을의 이슈를 방송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방송은 인터넷의 참세상 페이지를 통해, RTV의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2008년 촛불을 겪으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들소리가 방송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참세상을 택했던 것일까?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 혹은 아프리카 개인방송, 아니면 다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은 왜 안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면 좀 더 쉽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하여 내가 처음으로 했던 생각이었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라는 곳에서 활동한 지 이제 한 달쯤, 그리고 나는 거의 들어오자마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채 워크샵 준비에 참여했다. 온라인플랫폼이라는 것에 관한 워크샵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왜 그냥 있는 것들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라는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그 고민에 ‘그럼 그 플랫폼에는 어떤 영상들이 올라가게 되는 것일까?'가 하는 궁금증이 추가되었다. 아, 하지만 워크샵에 참여하신 분들의 고민과 물음들에 비하면 나의 생각은 한없이 작은 것에 불과했다.
 
 
온라인, 새롭게 주목받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영역은 등장 초기, 새로운 대안적 소통 공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으나 점차 거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상업화, 독점화되어 온라인의 대안적 소통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은 점차 잊혀졌다. 이러한 온라인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2008년 몇 개월에 걸친 촛불집회였으며, 이는 온라인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으로서의 의미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은 꾸준히 매체로서 그 영향력을 높여 가고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큰 이야기꺼리만 하는 매체가 아닌 좀 더 작고 소소한 이야기, 주류미디어에서 관심 갖지 않는 지역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로 점차 그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역 그리고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은 온라인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13회 워크샵 “몰라봐서 미안해”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을 어떻게 이용,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로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역 차원의 온라인(온라인 플랫폼)과 결부된 사례를 들어보고 고민을 함께 나누어 각자의 과제와 공동의 과제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정보통신의 흐름과 온라인에 대한 사고

 


 

워크샵의 1부는 김지희 前 진보네트워크 활동가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아직 학생인 나는 수업이 늦게 끝나 강연을 듣지 못했지만, 자료집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대략 이러하다.

 

 

97년 이후 정보통신은 본격적인 사회운동의 한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는 국내 인터넷의 태동기로 웹사이트의 성격이 상업성을 갖든 아니든 간에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상업서비스는 온라인 사용자, 즉 대중을 발견하고 사고의 전환을 꾀한데 반해 정보통신운동은 ‘이슈가 있을 때만 접근하는' 네트워크로써의 성격을 각인시키고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자신의 URL하에 제작, 결국 고립되기 시작한다. 이후 대중은 인터넷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스스로 소소한 콘텐츠들을 생성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활동가에게 비친 인터넷 사용자, 즉 대중은 일상생활 얘기만 노닥거리며 운동의 고민을 잊어가는 안타까운 존재들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2008년은 사회운동에 있어서 대중의 운동성의 재발견과 사회운동의 존재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해가 되어버렸다. 대중은 그동안 쌓아온 온라인의 노하우를 가지고 운동의 무기를 제조, 참여할 뿐 아니라 운영까지 하는 ‘자발적'인 운동을 하였고 이는 ‘시위 2.0'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들이었다.

 

 

최근의 흐름에 있어서 운동의 참신성이나 대중의 성향 파악과 부흥의 순서, 심지어 토론의 자질까지 사실상 운동의 일부 주도는 대중이 직접 생산, 숙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사회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정보 차단이 시작되면서 전문성이 사라지고 구호만 남아가고 있음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미 운동영역에서 접점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공간들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유로 유동, 축소되어 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정권의 교체에 따라 요동치고, 독립네트워크는 예전에 일개 카페가 수행했던 소규모 사회운동 공동체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제 각 운동의 주체들이 바라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과 정도부터 정돈하면서 대중과 형성하고자 하는 네트워크를 도출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온라인에 대한 지역의 실천 및 고민


강연에 이어진 순서는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과 관련된 실천 사례들을 들어보고, 이어 그와 관련된 질의 및 응답, 그리고 토론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부산의 평상필름과 김해영상미디어센터, 관악FM, 미디어충청 네 지역의 사례가 발표되었는데, 세 지역의 사례는 늦게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김해영상미디어센터의 사례는 발표자분이 못 오셔서 직접 듣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김해영상미디어센터의 발표문을 살펴보면, 급격하고 고도화되는 방송시스템 하에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융합미디어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방송의 주체도 방송국이 아닌 시청자들의 참여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시청자 참여 방송인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기존의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한 퍼블릭 액세스가 주류를 이루면서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며 그조차도 아직까지 매체부족, 제작 장비 지원 부족, 제작비 지원 문제, 불명확한 심의 규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퍼블릭 액세스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미디어 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역미디어센터는 영상,미디어 문화 향유권의 지역별,계층별 불균형성을 극복하고 지역문화의 균등 발전을 추구하며, 영상교육기회와 창작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김해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작물들을 웹 캐스팅을 통해 액세스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김해영상미디어센터의 ‘OKCOM.IN'이다. 이는 대안미디어 즉, 브릿지미디어(Bridge media)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방송이 시청자가주체가 되는 진정한 퍼블릭 액세스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공중파와 케이블, 위성방송으로 나아가기 위한 튼튼한 징검다리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대안미디어라 보인다. 
 
 

제일 먼저 발표된 사례는 얼마 전 쌍용자동차 파업과 관련한 생생한 기사로 그 이름을 알린 [미디어충청]이었다. ‘지역미디어운동과 인터넷 언론'이라는 주제의 [미디어충청]의 발표에서는 왜 인터넷, 지역, 언론을 택한 것인지, 쌍용차 보도와 관련하여 왜, 그리고 어떻게 쌍용차 보도를 했는지, 그리고 1년 9개월째,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에 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미디어충청]의 고민 중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것 때문에 노동기사가 주로 써지면서 창간 시부터 하려 했던 ‘노동과 삶의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는 점, 상근, 현장기자에 대한 훈련 과정이 없어 모든 것을 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 타 언론과 공동 기획, 공동취재와 같은 적극적 제휴를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사의 유통문제 등이 있었다. 
 
 

다음으로 발표된 것은 부산 평상필름의 온라인 플랫폼 준비에 관한 이야기였다. 부산에서는 꾸준히 퍼블릭 액세스를 실천하고 있었으나 시청률과 관심도가 매우 낮았다. 방송 기술이나 제작기술은 점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활로를 모색하다가 크게 신문과 방송이 결합된 형태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는 형태의 공론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기획연구팀과 사업팀, 교육팀 준비위를 구성하여 진행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현재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공간은 온라인밖에 없다고 판단했으나, 온라인 매체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보도의 전체 색깔을 만드는 데스크 구성, 시간과 자금의 문제, 기술적인 수준도 문제점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것은 관악FM의 사례였다. 관악FM이 온라인을 통한 유통, 배급망의 확대를 선택한 것은 ‘인터넷이 대세'라서가 아니라 아는 매체가 그것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비용의 문제, 라디오와 갖는 휘발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 관악FM에 있어서 ‘웹'은 관악FM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다. 수익구조 뿐만 아니라 라디오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신문의 단점들을 보완하는 완충지대이자 최대의 유통, 배급망이라는 것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와의 기사검색제휴 등을 통해 기존의 플랫폼들을 이용함으로써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급증했지만, 결국 부족한 점은 커뮤니티의 형성이었다. 이에 지역민들의 홈페이지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참여'가 가능한 홈페이지로의 변화 가 필요하다고 한다.
 
 
온라인에 대한 각 지역의 실천이 있었고, 고민들도 있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함께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위의 발표에서 보듯이 지역마다의 고민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일단 가장 주된 고민은 목표와 전략에 대한 것이었다.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배포되는 공간으로만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개인적인 콘텐츠를 넘어선 다른 것들이 업로드 되는 공간으로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서, 혹은 처음 장비를 만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들의 내용은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 블로그에 올릴 법한, 그런 이야기가 많으며, 이러한 것들만 가져가는 것은 TV에 액세스를 하기 어려우니까 온라인 공간에 액세스하라고 하는 것 밖에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만들어진 콘텐츠를 모으고, 그것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다른 관점은 의견의 조율이 어려운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저녁밥을 먹고 속을 든든히 채운 후 진행된 종합토론은 오호, 기를 좍좍 빨아들이는 토론이었다. 그것은 물론 주제가 넓은 듯 좁은 듯, 알 수 없어 점점 이야기 거리가 광대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온라인을 선택하는 게 맞냐는 것부터 시작하여, 온라인과 퍼블릭 액세스를 어떻게 함께 갖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가 온라인을 활용해서 진짜 하고 싶은 게-영향력 있는 매체로 가는 것이냐, 아니면 이야기 거리를 들고 쉽게 참여하는 형태냐- 뭔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온라인을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위치'에 놓는 것이 맞냐는 고민이 있기도 했다. 온라인을 어떻게 사용해야 기존의 한계-운동권과 대중의 분리-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도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 하나하나의 주제들이 모두 몇 년씩 토론을 하더라도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시간 반짜리 토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 그건 나에게만 그런 것일까? 


 
토론회가 끝나고 워크샵의 제목을 “몰라봐서 미안해”가 아니라 “미안하다, 모르겠다”라고 바꾸어야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 혹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는 시간낭비를 한 것일까?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미디어 운동과 관련해서 별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내가 보기에는 서로가 하는 고민의 지점이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결국 그런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괴리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온라인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온라인 문화가 불과 10년 만에 눈부시게 발전한 것처럼, 우리의 과제 해결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이 많은 만큼, 처음에 좀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옛 사람들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벌써부터 다음엔 조금 더 나아진 고민을 공유하며 워크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주1) 들소리 방송국: 2006년 6월부터 2007년 4월까지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 존재했던 마을방송국.

 


편집자 주) 관련 사이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관악FM www.radiogfm.net

 

- 미디어충청 www.cmedia.or.kr

 

- 평상필름 www.psfilm.net

 

- OKCOM IN www.okcom.in

 

- 제13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자료집 다운로드

 

http://www.mediact.org/web/media/workshop_view.php?code=Media&mode=View&bbid=
MEDIA_WORKSHOP&type=&page=1&part=&nums=7&numC=&grp=&sfl=&s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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