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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6호 이슈] 레드(RED) 카메라, 한 귀로 듣고 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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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6호 / 2009년 10월 29일

 

레드(RED) 카메라,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장은경(미디액트 창작지원실)

 

 

 

[편집자 주] 얼마 전 미디액트에 새로운 카메라가 입고됐다. 바로 레드 원(RED ONE) 카메라다. 미디액트 창작지원실 장은경님은 고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한 레드 카메라가 ‘영상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레드 카메라의 등장 배경과 특징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앞으로 독립영화 제작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보자. 

 

“판도가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정도의 표현을 해주었던 건 처음 비디오(VHS)가 나왔을 때, 소니에서 VX1000카메라와 함께 DV테이프를 내 놓았을 때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슬슬 이런 표현들이 다시 들려온다. 바로 레드 원(RED ONE)카메라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 팁! 레드 원(RED ONE) 카메라란?

 

● 레드디지털시네마사(Red Digital Cinema Camera Company)에서 2007년에 발매한 첫 카메라
● 슈퍼 35mm 사이즈인 4K 고성능 디지털 동영상 카메라
● 테이프 없이 하드디스크나 플래시 메모리에 영상 저장
● HD-SDI 아웃 단자가 있어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고화질로 출력가능
● 업계 표준의 PL 마운트를 채택하여 기존 필름카메라의 렌즈와 액세서리를 그대로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댑터로 캐논, 니콘과 같은 디지털카메라 렌즈 및 방송용 HD 렌즈 사용가능
● 본체 크기 : 161㎜ x 305㎜ x 132㎜(세로x가로x폭)에 약 4㎏ 

 


레드 원(RED ONE)의 시작

 

 

 

 영상판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는 레드 디지털 시네마(RED Digital Cinema 이하 레드)의 등장은 마치 무협지 주인공처럼 무수한 출생의 비밀과 일화에 둘러싸여 있었다.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캐논(Canon), 파나비전(Panavision)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 행보였다. 명문 정파에 도전장을 내밀 듯 레드에서는 전혀 다른 공약을 걸었다.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이나 쓸법한 수십억짜리 카메라를 몇 십분의 일 가격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동종 업계는 물론 독립영화를 찍는 모든 이들이 긴장했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개인 제작자, 좀 더 확대하여 독립영화 진영이 보유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제 카메라에 있어서는 피터 잭슨과 동등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칼을 들고 있으니 이젠 콘텐츠의 싸움인 것이다. 자본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이 기회에 모두 긴장했다.

 

 

1999년에 설립된 레드디지털시네마사(이하 레드사)의 창설자인 짐 쟈나드(Jim Jannard)는 선글라스나 스포츠 장비의 세계적 브랜드인 오클리(OAKLEY)의 창업자이다. 안정적 사업을 하던 그가 50이 넘은 나이에 디지털 카메라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런 레드사에서 출시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카메라는 믿기지 않는 사양과 가격이었다.

 

 

몇몇 촬영감독이나 업체에 메일이 도착하였다. 슈퍼 35mm 필름 카메라에 대응하는 4K 디지털 카메라를 기존 가격의 1/10 수준으로 출시하겠으니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내용 이였다. 아직 HD라는 개념도 현실화되지 않았던 시절, 이 메일은 선글라스 집 사장님의 허풍으로만 들렸다. 

 


 
중간 업체 없는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

 

 

 

2007년 레드 원 (RED ONE)이 등장하였다. 의외의 판매방식과 의외의 모습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며, 카메라의 형태는 모든 부속을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여 쓰는 방식이었다. 액정과 뷰파인더 심지어 손잡이까지 따로 팔았다. 마치 레고처럼 상황에 따라 각각의 부속을 조립하는 방식은 여러 촬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사 하나조차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는 방식과 직접 판매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이렇게 리셀러(Reseller)를 두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은 기존 제조사의 방식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레드사는 직접 판매를 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높여갔고, 가격을 절감했다. 
 
 


DSLR으로부터의 시작

 

 

레드 카메라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게 디자인 되었다. 수십 개의 버튼과 설정이 필요한 기존의 카메라와는 달리 필름 색깔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아니면 효과를 넣는다거나 하는 그 어떤 특별한 기능이 없다. 버튼을 누르면 찍히는 구조이다. 이런 직관적인 디자인은 레드 카메라의 발전방향 때문이다. 흔히 레드 카메라는 스틸 사진을 찍는 DSLR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일정시간 동안 여러 장 찍힌 사진을 나열하여 보여준다는 본래의 필름 동영상 카메라의 원리를 충실히 재연함으로써 여러 가지 디지털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필름에 조금 더 근접하고자 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태생적 콤플렉스도 극복하였다. 이렇게 누르면 찍히는 구조이기에 파나소닉이나 소니에서 내놓은 일명 “필름 같은 느낌”을 모드별로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에 익숙한 이들이 보기에는 참 밋밋한 카메라일 것이다. 그러나 정성껏 왜곡 없이 찍고 나머지 작업은 후반에서 조정한다는 기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후반 작업의 공정의 까다로움은 사용자에게는 단점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이런 단점이 의외의 판도 변화를 가지고 왔다.

 

 

레드의 시작으로 가장 먼저 민감하게 변화한 것은 후반 작업 편집 소프트웨어 시장이었다. 기존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다루지 않았던 HD이상의 4K를 들고 나온 레드의 등장으로 편집 소프트웨어에서는 레드를 지원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승패가 나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시 2년이 지난 지금 파이널 컷 프로(Final Cut Pro), 아비드(AVID), 프리미어(Premiere) 등의 유명 편집 소프트웨어는 레드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시한 후 새로운 버전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기존 필름 카메라 렌즈를 만들던 회사들은 새로운 판도인 레드에 맞추어 렌즈를 출시했다.
 
 
레드(RED)의 한계와 나아갈 방향

 

 

레드는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효율성을 높여 주기는 하였으나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과 극장 상영에는 아직 제약이 있다. 4K 작업은 아직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2,3년 전 HDV의 편집조차 힘들었던 것이 단 몇 년 만에 극복이 되었듯, 4K의 영역도 곧 정복 될 것이라고 레드사는 낙관하고 있다. 이제 곧 개인PC에서 4K를 재생 가능 하게 하는 레드 로켓(RED Rocket 디베이어 가속보드)을 출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도 하다. 
 
 


 
얼마 전 레드 카메라로 촬영한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였고, 레드 관련 세미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붐빈다. 독립영화, 상업영화, 방송, 광고 진영에서 모두 모이는 것이다. 이제 점점 영상기술의 영역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레드의 등장은 기존 영상 환경에 연속적이지 않은 등장이다. 반칙이라고 보일 정도로 건너뛰어 나왔다. 이것은 무리수를 두어 레드 중심의 영상 환경으로 재편하였다.

 

 

시간, 퀼리티, 가격의 상관관계에서 이제까지는 3개 중 2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레드에서 가격함수를 낮춤으로써 3가지 모두를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철저히 레드 중심의 후반 과정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제작자는 제작 전 과정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독립영화와 다른 영역 간의 차이는 기술이나 자본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오직 콘텐츠의 차이로 구분 될 것이다. 이런 영상 기술의 발전은 필름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고 영화와 방송, 나아가 미디어 전반에 기술 평등을 가져오고 있다. 이 변화는 콘텐츠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평등해진 기술 위에서 누릴 제작의 자유로움을 줄 것이다.

레드를 통해 조금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미디어 운동, 독립영화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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