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6호 이슈와 현장] - 공익 채널 또 절반 축소, 이번에는 종편 자리내주기?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6호 / 2009년 10월 29일



공익채널 또 절반 축소 - 이번에는 종편 자리내주기?
 
이주영(시민방송 RTV 기획실장)

 

 

 

[편집자 주] 지난 9월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사회적 소수자 이익 대변', ‘문화예술 진흥', ‘과학기술 진흥', ‘공교육 보완' 등 현재 6개 분야로 운영하는 공익채널을 2010년부터 ‘사회복지', ‘과학, 문화진흥', ‘교육지원' 등 3개 분야로 통합 운영키로 결정했다. 분야 당 2개씩 선정하던 채널수도 분야 당 3개로 조정된다. 그에 따라 SO가 의무 재전송해야 하는 공익채널 수도 6개에서 3개로 줄어들게 된다. 방통위에서는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과다 송출 의무를 줄이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의무전송 수가 많아 경쟁력 있는 다른 분야의 패널 플랫폼 사업자가 송출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개선책”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익채널을 조정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가와 분석 없이 왜 다시 조정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지원을 위한 끼워 맞추기식 조정을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익채널 축소 정책을 진단하고,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1. 들어가며

 

 

9월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 와 위성방송사업자 2) 가 의무 전송해야 하는 공익채널의 수를 6개에서 3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작년에 6개 분야에 두 개씩 선정하던 것을 3개 분야에 세 개씩 선정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한 것이다. 방송법은 SO와 위성방송사업자에게 방통위가 고시한 공익채널을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방송법 70조 8항) 이에 따라 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각 분야에서 1개 이상의 공익채널을 운영해야 하므로 의무편성 채널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시청자참여,사회적 소수이익 대변 분야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대응 분야와 통합되어 사회복지 분야로 개편되면서 시청자참여라는 용어 역시 빠져 있다. 지난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제기했던 문제들과 개선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2. 10개 분야에서 3개 분야로, 해마다 줄어드는 공익채널

 

 

공익채널 정책이란 방송의 지나친 상업화를 막고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가 도입한 개념으로 다채널 방송 환경임에도 대다수의 채널들이 오락,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시청자의 선택권을 높이려는 의도로 도입된 정책이다.

 

 

방송위의 공익성 채널 정책은 지난 2004년부터 추진되어 2005년 공익성 채널 정책과 관련한 시행 방안이 마련됐고 2006년 첫 시행에 들어갔다. 첫 시행연도인 2005년에는 7월과 12월 모두 9개 분야 17개의 공익성 방송분야 및 해당 채널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6년에는 공익채널 수 과다, 공익성 방송 분야의 적합성, 중복성 등의 문제를 들고 나와 공익성 방송 분야를 8개로 줄였으나 이 과정에서 ‘시청자 참여' 혹은 ‘퍼블릭 액세스 3) ' 분야를 별도의 독립된 분야로 신설되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5년 말 방송위는 돌연 공익성 채널 선정 보류 결정을 내린다. 그 이유는 관련 법령이 마련된 이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익성 채널 정책 중단에 따라 방송위는 2007년 5월까지 모든 일정을 연기하고, 임시적으로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는 그때까지 기존의 공익성 채널 가운데 분야에 상관없이 8개를 의무전송 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계과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방송위의 이런 결정이 결국 방송위가 공익성 정책을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그 후 2007년 방송법이 개정되고 공익채널의 선정 기준과 절차 운용 범위 등을 명시한 방송법 시행령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개된 공익채널 정책은 6개 분야 12개 채널로 다시 한 번 축소되었으며 시청자참여분야는 또다시 사회적 소수 대변 분야와 같이 묶이게 되었다가 결국 2년 뒤인 올해에는 분야가 절반인 3개로 줄어들면서 시청자참여분야도 빠지게 되었다. 
 
  


 
 
이렇듯 공익채널이 꾸준히 축소되어 온 이면에는 공익채널에 대한 의무 편성이 PP들의 방송 송출 기회를 축소시키고 플랫폼 사업자의 채널 편성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SO의 반발에 기인한 바 크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익,공공채널이 너무 많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이어졌고 방통위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의무편성채널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오곤 했다. 심지어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정된 채널 자원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2008.5.28 서울경제신문) 
 
 

앞서 밝혔듯 방송법이 공익채널을 의무 편성하도록 한 취지는 날로 확대되는 유료 방송 시장을 공공의 이익이라는 잣대로 일정하게 규제하지 않을 경우 유료 상업방송 이외의 방송은 살아남을 수 없기에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과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공익채널의 콘텐츠 자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방통위가 시청률 운운 하면서 일방적으로 분야의 수를 줄인 것은 스스로 방송의 공공성을 저버린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의무편성채널 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된다면 의무편성채널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마땅함에도 이러한 제도적 개선의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익채널만 축소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의무편성채널이 너무 많다면 내년 도입이 확실시되는 종편 채널 역시 의무전송채널로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부터 개정하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도 의무전송채널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종편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렇다 할 명분이 없음은 물론 방통위가 공언한 규제 완화 정책에도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3. 공익채널 줄여서 종편 자리 만드나

 

 

사실 공익채널 축소의 이면에는 이러한 종합편성 채널의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통위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즉 미디어법이 아직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 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고 종편 채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2~3개 정도의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종편채널사업자로 재벌과 족벌신문이 유력한 상황에서 의무재전송은 물론 현재 홈쇼핑이 차지하고 있는 5번에서 12번의 채널 앞자리까지 종편에 내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종편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에 2~3개의 자리를 더 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익채널을 줄이는 것으로 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방통위가 SO 등이 의무재전송하는 공익채널 수를 줄이면서 종편이나 보도전문PP에 배정할 수 있는 채널의 여유를 꾀하려 한 것 같다”면서 이번 공익채널 축소가 종편 사업자에 대한 우회적 지원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2009.09.14. PD저널) 결국 방통위는 재벌과 족벌신문들의 사익을 위해 공익채널의 수를 줄였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4. 공익채널 선정의 기준은 심사위원 마음대로?

 

 

공익채널 정책의 문제는 분야 축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채널 선정과정에서 드러나는 심사 기준의 문제와 방통위가 채널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통한 방송의 공익성 구현이라는 애초 공익채널 정책의 목표를 구현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문제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심사 기준의 문제를 살펴보자. 2010년도 공익채널 선정 신청요령에 따르면 심사항목은 신청분야에의 적합성 200점, 공정성,공익성 및 실현 가능성 300점, 운영 계획의 적정성 300점, 공적 책임 의식 및 사업 수행 능력 100점, 시청자 불만 및 민원 처리 현황 100점으로 모두 1,000점 만점이다. 이중 운영계획의 적정성 항목에 있는 전문편성 비율 70점과 본방프로그램 편성비율 100점을 제외한 830점이 비계량으로 되어 있다. 이는 심사위원 재량껏 점수를 줄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크다는 뜻이다. 매해 있어 왔던 선정의 공정성 시비를 가리지 위해서라도 비계량 점수를 계량화 하여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익채널의 선정 기준을 문화적 다원성과 방송 콘텐츠의 다양화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시장 논리인 재무 건전성을 기준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이다. 방통위는 2008년 공익채널 선정 과정에서 실버TV와 일자리방송 등에 선정 조건으로 증자 계획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재무 건전성을 중심으로 선정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일자리 방송은 증자 계획을 올해 6월말까지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익채널 선정이 취소되기도 하였다. 물론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어느 정도의 재정 안정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재무건전성이 공익채널 선정의 주요 기준이 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2006년 당시 ‘각 분야에서 한 채널만 선정하되 필요한 경우 복수 선정할 수 있다'고 공시해 놓고도 분야별로 2개씩을 뽑은 것도 모자라 올해에는 3개 채널로 늘린 것도 선정 기준의 무원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방통위 입장에서야 분야를 3개로 줄이면서 채널을 많이 줄이지 않았다고 생색을 내는 일이 필요했겠지만 이 경우 SO는 분야별 3개의 채널 중 하나만 의무 편성하면 되므로 실질적으로 공익채널의 최종 선정권은 SO가 가지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애초 취지였던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과 방송의 공익성을 보호한다는 공익성 채널 정책의 목표를 구현은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된다.

 

 

또한 공익채널의 대부분은 다수의 SO들이 시청률도 낮고 따라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극 히 제한된 시청자만 볼 수 있는 ‘고급형' 또는 ‘고가형' 상품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공익채널에 선정되더라도 가시청 가구 수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으로 공익성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채널 선택권이 주어지기 위해서 방통위의 좀 더 면밀한 대응과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면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SO들이 공익채널에 우선순위를 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5. 나가며

 


축소 발표 다음날인 9월 15일, 2010년 공익채널을 운영하고자 하는 방송사업자는 말일까지 운영계획서를 내라는 요지의 방통위원회 공지가 뜬다. 시민방송 RTV에서 내라는 것도 참 다양하게 많은 이 서류를 내기 위해 서너 명이서 꼬박 일주일 넘게 달라붙어 있던 작년 이맘때가 얼핏 떠오른다. 200페이지 가까운 운영계획서에다 10여 가지의 부속서류 그것도 모자라 방송프로그램 DVD까지 만들어 내고도 시민방송은 공익채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훗날 나온 공익채널 선정백서를 보니 1000점 만점에 520점으로 커트라인인 650점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걸로 확인되었다. 뭐가 문젠가 살펴봤더니 뭐가 문제랄 것도 없이 골고루 아주 골고루 만점에 반쯤 되는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신청 방송 분야에의 적합성이라는 항목 역시 200점 만점에 109점이다. 시청자참여분야에 유일한 신청자 참여 채널이 신청했는데도 점수가 이 모양이다.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올해 신청서는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이야기를 나눠본다. 어차피 선정될 리는 만무하지만 안 낼 수야 없는 노릇이라 일단 신청서를 내기는 했다만 들러리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 주

 

 

1)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System Operator) : 케이블 TV 사업자 중의 하나로 개별 가정마다 케이블과 컨버터를 설치해 주고, 시청료를 징수하는 사업자이다.

 

2) 위성방송사업자 : 방송할 위성을 임차하고 위성 방송 설비를 갖추는 일을 한다. 또 위성방송 마케팅 및 가입자 관리를 담당하며 수신료를 징수하는 주체가 된다. 채널사용사업자를 선정하며 일반 시청자들이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필요한 안테나와 셋톱박스 설치도 맡는다.

 

3)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 기존 주류 방송에서 소외되어온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 즉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발언의 공간을 제공(Voice of the voiceless)하는 것이 바로 퍼블릭 액세스의 근본이념이다. 이렇듯 퍼블릭 액세스는 매스미디어가 점차 대규모화하고 발전하게 됨에 따라 소수의 자본가나 정치권력에 장악됨으로써 일반대중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