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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7호 이슈와 현장] 2009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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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7호 / 2009년 11월 30일

 



 2009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 
 
<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 >
 
 
조석순애 (여성영상집단 움)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3개년 프로젝트

 


‘여성주의 미디어운동'은 궁극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나와의 소통, 또 다른 여성들과의 소통, 그리고 사회와의 소통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개인이 변화하는 과정이자, 미디어 구조와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이고, 결국에는 사회변화를 추동해 내는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여성주의 미디어운동이 지역에서 싹을 틔우고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성영상집단 움에서는 2007년부터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3개년 프로젝트”(*주1)를 진행해 왔다. 
 
 


 
2007년부터 3년간 진행해 온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3개년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여성미디어활동을 실천해 왔지만 알려지지 않아 서로 존재를 모르거나, 여성미디어활동의 지속적인 전망 마련에 고심하던 활동가들이 다른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미디어운동의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주의 영상 치유, 여성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여성주의 옴니버스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여성주의 미디어활동 모델을 실험하였고, 이를 통해 여성미디어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생산과 지역여성미디어운동의 지속적인 기반 마련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2007년 프로젝트 첫 단계에서는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였다.

 

 

「2007 지역여성미디어활동 현황 조사 보고서」 발간 및 “서울, 대구, 제주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 양성 워크숍” 개최를 통해 여성영상미디어센터 W-ing, 대구여성영상치유방, 제주여성영상치유방을 설립하였으며,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여성미디어운동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발족하였다.

 

 

프로젝트 첫 단계 활동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역여성미디어활동을 위해 지역여성미디어운동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 발굴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2008년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가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네트워크 활성화에 중점을 두었다. “수원, 서울, 대구, 제주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 역량 강화 워크숍” 개최를 통해 수원 영상 해우소 설치 운영 및 대구, 서울 영상 워크숍 운영, 제주여성영상미디어센터 설치 등 지역여성들의 미디어참여를 높일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프로젝트 두 번째 단계를 통해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들의 실천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2008 지역여성미디어운동 네트워크 워크숍 개최를 통해 지역여성미디어활동가들의 교류와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었다.

 


올해 2009년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서는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을 진행하여, 지역여성감독들이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역의 여성주의 영화를 발굴하여, 관객들이 여성주의 영화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

 


2009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으로 탄생한 것은 바로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이다.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은 2009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지원 사업 지원작으로 선정된 제주, 전주, 수원, 대구, 서울 5개 지역의 여성감독들이 여성을 주제로 제작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제목 ‘오이오감'은 五 다섯 오, 異 다를 이, 五 다섯 오, 感 느낄 감으로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다섯 개의 감수성을 뜻한다. 즉 ‘여성을 말하는 다섯 개의 색다른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 오이오감 >은 영화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 감수성을 이야기한다. 
 

 


 
‘맞춤형 영화제작 지원'

 


일반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역'에서 ‘여성감독'이 ‘여성주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거꾸로 하자면, 지역별로 여성미디어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여성제작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지역영상미디어센터 또한 전국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여성감독들이 여성주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여성주의 영화 제작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공감하고,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에 접근하기 위해 실제적인 여성주의 영화 제작과 배급 과정을 경험하였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여성주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었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우선, 지역에서 여성감독들이 여성주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2009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을 실시하였다. 지원작 선정을 위해 우선 지원작 공모, 제작계획서 검토 및 선정 회의, 지원작 발표 등의 과정을 동일하게 거쳤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 사전제작지원'과는 조금은 다른 형태로 진행하였다.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은 지역에서 제작한 여성주의 영화를 발굴하는 것과 관객들이 여성주의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여성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지원금이 지속적으로 마련된다는 안정성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한 기반 마련과 제작자 역량 강화만이 지역 여성영화 제작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지원 사업을 공고하기 한 달 전, 1월부터 지역의 여성미디어활동가 및 제작자들이 여성주의 영화 제작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 제작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15분 이내 단편 제작, 제작기간 3개월일 때 제작비 지원금이 어느 정도면 참여가 가능할지,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배급 과정도 함께 참여할 것인지 등의 사전 욕구 조사를 하였다. 그 이후에 참여 의사가 있는 지역의 제작자 및 제작 단체의 구체적인 제작계획서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5개 지역 지원작을 발표하였다.

 

 

이른바 ‘맞춤식 제작지원 사업'인 것이다. 지원작에게는 사전 제작비 천만 원을 지원하고, 지역영상미디어센터와 연계하여 제작 장비 및 상영공간을 지원하였으며, 제작자 멘토링 워크숍 개최와 지역 순회 상영회 개최, 쇼케이스 시사회 개최, DVD 제작 등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지원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양성평등지역문화 확산 사업으로 일부 사업비를 마련하였고, 지역영상미디어센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제작 장비 및 상영 공간을 후원받기로 하였으며, 더 많은 지역의 상영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영화 제작 전인 3월부터 발로 뛰며 홍보를 시작하였다.

 

 

앞서 이야기한 지역에서 여성영화를 제작하는 것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은 역시 ‘연대와 네트워크' 를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연대와 네트워크 파트너 1 :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 지원 사업 과정에서 지역 내 여성영화 지원 연대 파트너로 지역영상미디어센터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제작에 참여한 5개 지역의 영상미디어센터와 연계하여 제작과정에 필요한 제작 장비와 상영 공간을 지원받도록 하였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후원하여 지역 내 실질적인 지원이 마련될 수 있었다.

 

 

특히 대구, 제주영상미디어센터는 <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프로젝트 >를 인연으로 3년 동안 여성과 관련한 여러 교육과 제작, 상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여성미디어운동을 지원하고 확장시켜내는 역할을 함께 한 파트너이자, 서로의 변화와 성장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연대와 네트워크 파트너 2 : 선배 제작자, 동료 제작자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의 제작과정 동안 제작자 멘토링 워크숍을 두 번 진행하였다. 5개 작품의 감독과 제작 스텝들, 전문가 멘토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작계획서 검토부터 가편집 영상 시사까지 각자의 고민을 풀어내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작자들은 제작자 멘토링 워크숍의 멘토링 과정을 통해 제작하는 동안 해결되지 못한 답답함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얻은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같은 동료 제작자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보내주는 격려와 조언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5개 작품이 모두 다큐멘터리 형식이었고, 영화의 주제 또한 제작자의 경험과 정체성, 감수성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품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대상과의 관계 문제, 시각의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제작자 멘토링 워크숍의 선배와 동료 제작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바로 이 부분을 풀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며,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

 

 

제작자 멘토링 워크숍 과정뿐만 아니라 5개 지역의 감독들이 함께 < 오이오감 >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연대와 네트워크의 과정으로 서로에게 큰 기운이 될 수 있었다. 
 

 


연대와 네트워크 파트너 3 : 지역 상영회 기획단

 

 

< 오이오감 >은 7월부터 10월까지 지역을 찾아가는 상영회를 진행하였다. 서울에서 개최된 < 오이오감 쇼케이스 > 시사회와 제주, 대구, 전주, 수원, 천안 5개 지역 기획 상영회를 시작으로, 지역여성영화제, 인권영화제 상영 및 공동체 상영을 통해 현재까지 18개 지역 1,500명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영으로 함께한 지역은 청주, 제천, 울산, 대구, 부산, 창원, 대전, 전주, 광주, 인천, 안양, 수원, 서울 등으로 지역여성영화제 및 인권영화제,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지역문화단체 및 기관, 지역의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다양하였다. < 오이오감 >을 통해 지역별 기획 상영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지역의 공동체 상영이 조직되면서 지역에서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고, 지역 내 여성영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 오이오감 > 상영을 통해 지역 내에서 ‘비혼 여성' ‘성폭력' ‘역사 속 여성인물' ‘레즈비언 정체성' 등 여성에 둘러싼 다양한 담론과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적극적으로 마련될 수 있었다. 
 

 


연대와 네트워크 파트너 4 : 관객

 

 

< 오이오감 > 을 함께 한 관객들 또한 매우 다양하였다. 지역마다 상영회 분위기가 달랐고, 관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였지만 많은 관객들은 < 오이오감 > 영화 속 여성들을 만나 또 다른 여성의 삶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고, 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감상을 들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지역의 여성감독이 한 자리에 모여 같으면서도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에 반가워했으며, 지역에서 여성감독들이 활발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었다. 
 

 


관객뿐만 아니라 제작자들 또한 상영 공간을 통해 여성영화가 가진 여성들과의 소통의 힘을 경험하였고, 이 경험은 다음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운과 힘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5개 지역 상영회를 제작자가 직접 기획,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제작과정 뿐만 상영 배급에 대한 활동 역량 또한 강화될 수 있었다. 
 

 


 
지역여성영화 제작과 배급 - 연대와 네트워크에서 길을 찾다

 

 

<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 >은 지금도 상영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많은 관객들과 만나 살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라는 이름으로 제작자들과 미디어 활동가들, 관객들과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역을 비행기와 기차, 버스로 옮겨 다니면서 크고 작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물론 여전히 지역에서 여성감독들이 여성주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만만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역에서 여성주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해답을 얻었다. 지역에서 여성주의 영화를 지지하는 수많은 연대와 네트워크 파트너들이 그 해답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상영 공간에서, 다른 활동가들과 연대하는 네트워크 과정에서, 여성주의 미디어환경과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여성미디어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고 정책 생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여성주의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여성들의 변화를 서로 목격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격려해 왔다는 것이다. 그간의 과정들이 쌓여 앞으로 더 많은 싹을 틔울 것이다.

 

 

‘여성을 말하는 다섯 개의 색다른 감수성'이 전하는 목소리가 < 오이오감 >을 넘어 지역에서 영화를 통해 여성주의 소통을 일구어가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 주

 

[지역, 여성, 미디어, 소통 1] 2007, 여성영상집단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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