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1호 / 2010년 9월 30일
On Air, 진안 마이 라디오 |
고영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공익적미디어사업단) |
" 여보세요? 진안입니다 !! 우리 또 만나야죠 !! "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그와 더불어 또다시 시작된 여름날의 기억.
올 봄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을 진행하고 있을 무렵, 진안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해 여름, 진안마을축제 기간 동안 치러졌던 진안미니FM에 이은 제2회 진안미니FM에 대한 제안. 그렇다. 지난해 함께 했던 진안미니FM을 과감하게 제1회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게 만들어버린, 그러한 두드림. 2009년 여름에 진행되었던 제1회 진안미니FM에 이어, 진안에서의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뜻밖의 전화도 아니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도 아니었다. 지난해 진안에서 미니FM이 진행된 뒤, 그와 관련된 그 곳에서의 소식들을 접하고 있었고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역시 진안 미니FM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해 진안에서 진행된 미니FM의 경우 방송에 대한 경험이 있는 지역민들이 없었지만 올해는 이미 지난해에 경험한 분들이 있다는 것과 지난해 미니FM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올해는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심, 지난해 한번 경험했던 지역에서의 지난해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과의 두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올해 미니FM은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사실 막상 시작해보니 절대 그렇지만도 않았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외부적으로 2009년 진안 미니FM 때와 2010년 진안 미니FM을 본다면, 미니FM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진안 미니FM이 전주시민미디어센터로서는 6번째 미니FM이었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올 가을에 있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미니FM을 준비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니FM이나 공동체 라디오의 인식에 대해 달라진 환경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다른 지역의 지자체와 단체, 기관 등에서 미니FM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아니, 많아졌다기보다는 문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실로 지난해까지는 미니FM이나 공동체 라디오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대부분 부족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개념을 알고서 문의를 해오고 있다. 둘째, 이건 비단, 기관이나 단체만이 아닌 일반시민, 개인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본 센터에서 이뤄지는 시민 대상 라디오 교육을 할 때면, 공동체 라디오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어서 교육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미니FM을 하기위해 스탭 모집을 할 때면 며칠이 못 가서 교육 정원 접수가 마감되기 일쑤였다. 이건 진안 미니FM을 포함하여 그간 진행 되었던 공동체 라디오를 향한 노력들이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미니FM이나 라디오 교육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중심으로 주위의 입소문을 타고 홍보효과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건, 1년여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이만큼 미니FM이 알려지고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만큼 소통의 창구로서 공동체 라디오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공동체 라디오를 향한 미니FM의 실험은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 2010년 진안 미니FM '마이 라디오'는 1년간의 기다림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공동체 라디오로서의 방향성을 찾는 시간이 되었다.
지역의 대부분이 고산지대라는 특성상 진안에는 라디오가 수신이 잘 되지 않아서 집집마다 라디오가 없거나 라디오를 듣는데 익숙지 않았다. 그래서 2009년도에는 라디오 문화 확산을 염두해 공동체 라디오와 미니FM 홍보에 주력했었는데, 2010년에는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였고 지역의 고민과 지역의 이야기를 방송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2009년 진안 미니FM과 올해 미니FM의 다른 점을 몇 가지 적어 보았다.
첫째, 참여자 부분에 있어서 1회 때는 귀농/귀촌인들의 참여가 절대적이었고 그로인한 귀농 이야기가 많았던 반면에 2회 때는 진안이 고향이거나 진안에 오랜 기간 거주한 지역민들 참여가 많았으며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여기에서 대안은 어느 한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라 교육, 여행, 예술, 문화,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대안을 말한다. 참여자 수에 있어서도 열흘 동안 진행된 동기간의 미니FM 동안 1회 때는 30여명이었던 것에 반해 2회 때는 7-80명에 달했다. 참가자 수의 양적인 증가만큼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둘째, 장소 부분에 있어서 1회 때는 미니FM 스튜디오가 진안 읍내 중심에서 벗어난 한방 약초센터 주차장이었는데 2회 때는 읍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군청 앞 광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미니FM과 함께 하는 진안 마을축제 주행사장이 한방 약초센터에서 군청 앞 광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 군민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져서 홍보 효과도 많았고 군민들의 참여 기회도 많아졌다. 실례로 군청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즉석 초대해서 방송하는 경우도 많았다.
셋째, 내용적인 부분에서 1회 때는 진안에서의 첫 미니FM이라는 부담감과 방송 경험이 처음인 지역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만큼 잘 담아내지 못했다면 2회 때는 1회 때 경험한 분들은 좀 더 심도 있고 준비된 방송을 할 수 있었고 올해 처음 교육을 받은 분들도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만큼 다양한 고민들을 이야기하였다. 예를 들어 이주여성들이 함께한 프로그램만 보아도 지난해에는 라디오 교육을 받은 분이 진행을 하면서 이주여성들은 게스트로만 참여했었는데, 올해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진행도 하고 게스트로 참여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마음 편하게 담을 수 있었다. 방송 중에는 참여한 이주여성들이 각자 고국의 언어로 방송도 함으로써 한 프로그램에 4개 국어가 동시에 오가기도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손님으로 참여했던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이 올해는 직접 제작에 참여, 원고 작성뿐만 아니라 진행도 함께 하였다는 점이 제1회 때와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넷째, 미니FM 후의 움직임에 있어서 제1회의 경우 미니FM이 끝난 후, 방송을 했던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비법인단체 설립이라는 큰 성과를 이뤘으나 그 후 모임이 아쉽게도 잘 이뤄지지 않고 흐지부지해 버렸었다. 그런데 올해 미니FM을 계기로 후속모임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처음보다 많이 체계화 되었고 현재는 진안에서의 소통을 위한 시민단체 결성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이처럼 2010년 진안 미니FM은 여러 부분에 있어서 2009년 진안 미니FM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지역 내 소통을 위한 창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좀 더 필요했다.
우선, 방송이 미니FM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속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방송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가 지난해 방송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의 참여율이 생각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니FM후 후속 모임이나 준비가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지역 내 소통을 위한 꾸준한 관심과도 연관이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미니FM이 단지 축제기간동안만 즐기려 하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후속모임의 매개를 고민하고 있다면 인터넷 방송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듯하다. 지속적인 인터넷 방송 통해 방송에 대한 리듬을 이어갈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방송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꾸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질 것임은 당연지사다.
또한, 지역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방송국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그래서 방송 컨텐츠가, 방송하는 제작자들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본인 혹은 본인 주위의 이야기를 주로 하기 때문에 계층이나 연령대가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자연스레 방송 내용이 어느 한 부분만 집중될 것이고, 그건 지역 전반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 내 어느 한 성향의 사람들이 제작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지역 의견이 한 쪽으로 편향되거나 그 내용이 지역의 전반적인 여론으로 비춰 질 수 있고 그러한 의견들이 전파를 타고 전해져 지역에서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이건 자칫 기존 거대 방송사들의 여론몰이만큼이나 위험해 질 수도 있다. 때문에, 지역의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들이 참여할 수 있게 보다 쉽고 보다 넓게 접근해야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처럼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남았지만, 두 번의 미니FM을 통해 얻은 부분도 있다. 미니FM을 준비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며 그러한 관심을 그냥 관심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하기 위해 구체화 시키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서 발견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도 많아졌다. 고민과 노력을 통해서 마음을 함께 하려는 인적 구성원의 수도 늘어났다. 미니FM, 나아가 공동체 라디오를 준비하기 위해서 인적 구성원의 확대만큼 반갑고 힘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파수 확보와 출력 범위 등 지역 내 방송 환경에 대한 노하우도 쌓이게 되었다. 방송 송출을 위한 장소에 대한 실험도 계속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실험과 경험들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 내에서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소통을 위한 대안으로써 공동체 라디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9년 진안 미니FM을 마치면서 머리와 마음에 남았던 것이 있다. 과연, 2010년에 다시 진안에서 미니FM을 하게 되면 어떠한 모습일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 가야 할지 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2011년 진안의 소리 '마이 라디오'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지 말이다.
진안 군민이 직접 만들고 함께 이야기하는 진안군민의 군민을 위한 방송, 진안의 소리, 마이 라디오(2010년 진안 미니FM의 슬로건, 홍보 타이틀) ! 정말 그 마이 라디오의 바람처럼 공동체 라디오로 향하는 노력들이 지역의 만남의 장소, 지역의 만담의 자리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계속 메아리칠 진안에서의 소리를 기대한다.
진안에서의 공동체 소통에 대한 실험은, 지금도 On Air.
[편집자 주]
하나. 진안의 소리 '마이 라디오'의 '마이'는 진안군의 대표적 명산인 마이산(馬耳山)에서 따온 '마이'와 영어에서의 'my(나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둘. 2009년 진안 미니FM 마이 라디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ct! 65호'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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