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2호 / 2010년 12월 22일
다섯 살 영시미의 성과와 변화를 위한 과제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개관 5주년 기념 토론회를 중심으로 - |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사무국장)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가 올해로 다섯 살이 되었다. 지난 11월 12일 영시미는 다섯 해 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영시미 5주년을 맞아 그동안 영시미의 활동에 대한 점검의 과정과 특히 최근 들어 공공적 미디어 영역의 위축, 공적지원 확보의 어려움 등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대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센터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고자 마련되었다.
토론회에는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사무국장, 영시미 설립 멤버였고 현재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서정훈 국장, 지역 독립미디어센터로서 최근엔 사회적 기업이 된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박정호 사무국장,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성은 의원 그리고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병원 사무국장이 참석해주었다. 영시미의 장낙인 소장님께서 사회를 맡아주셨다.
다섯 살 영시미의 성과와 한계
먼저 필자의 토론회 발제문을 중심으로 영시미의 지난 5년간의 활동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영시미의 지난 5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단 몇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영시미 운영과 사업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첫째 독립적인 운영구조 확보 vs 안정적인 재원확보의 어려움. 영시미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운영구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영시미는 다른 지역미디어센터와 달리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장소와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대안적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영시미의 독립적 운영구조는 일부 다른 지역미디어센터가 일련의 파행적 사태를 겪었던 것에 비추어볼 때 더욱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립적인 운영구조는 동전의 양면처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전주시와의 운영비 협약을 통해 일정액의 운영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는 전체 운영예산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안정적 공적재원의 미흡은 공모사업에 치중토록 만들고 있으며 이는 센터 활동가들의 업무과중과 계획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둘째, 시민미디어 영역확장 vs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의 어려움. 전주가 영상의 도시라고 하지만 대부분 산업적 관점의 정책이나 활동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일반 시민이나 미디어 소외계층이 배제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영시미는 개관이후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센터를 표방하며 다양한 시민미디어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행해왔다. 이러한 활동은 영시미의 지속적인 활동의 기틀이 되고 있으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적은 예산과 인력,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노후화로 지역의 수요와 최근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셋째. 퍼블릭액세스 환경 구축 vs 퍼블릭액세스 활성화 미흡. 영시미는 개관 이전부터 지역 지상파를 중심으로 퍼블릭액세스프로그램 제작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방송사와의 갈등으로 잠시 액세스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활동이 위축된 적도 있지만, 2010년 현재 지역지상파 TV와 라디오 액세스 프로그램 제작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지상파방송에 액세스 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블릭액세스 구조의 확대에는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양적, 내용적 측면의 확대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영상 콘텐츠의 재생산 주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교육과 퍼블릭액세스와의 연계도 미흡한 측면이 있다.
변화를 위한 과제
필자는 영시미의 지난 5년의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영시미가 지역미디어센터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위한 과제로 다음의 여섯가지를 밝혔다.
첫째. 영시미의 역할 및 전략의 수정. 영시미가 처음 개관할 당시와 5년이 지난 현재는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다. 외형적으로만 봐도 지역미디어센터의 양적증가가 이루어졌으며, 미디어 환경도 변화 되었다. 지역 내 영상관련 정책이나 환경 역시 5년 전에 비해 변화가 생겼다. 이에 따라 초창기 영시미가 수립했던 전략과 역할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지역에 좀 더 충실하고, 그동안 실험해왔던 많은 영역 중에서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영역을 선택해 내실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영시미의 위상과 운영구조 변화 추구. 지역 내 주요 시민사회 단체 연합이 주체가 되어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지지기반을 마련한 것은 영시미의 독립적이고 공공적운영의 기틀이 되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퍼블릭액세스 실현을 위한 전북네트워크의 역할이 많은 부분 약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운영 기반은 유지하되 지역 내 다양한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영시미의 사업과 내용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운영구조와 현재 비영리민간단체로서의 법적위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인 재원 확보 추구. 영시미의 활동 범위가 전주시뿐만 아니라 전북 14개 시·군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전주시뿐만 아니라 도차원의 공적지원 구조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기업이나 지역민의 후원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도 모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포괄할 수 있는 시민미디어 영역 확장. 일반적으로 미디어센터의 교육과 액세스 활동은 주로 전통적인 미디어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캠코더나 카메라를 활용하고 이를 지상파나 케이블방송 플랫폼을 통해 소통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현장중계, 스마트폰?디카를 활용한 영화제작, SNS를 활용한 소통과 컨텐츠 유통 등은 미디어센터 활동의 변화를 고민하게 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이를 어떻게 지역민들의 자기표현의 도구로서, 대안적 소통구조로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에 맞춘 교육과 활동이 병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인적네트워크 복원. 지속가능한 센터를 만들기 위해선 경제적 또는 제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공동체가 미디어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고, 중요한 활동 기반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요인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영시미의 운영과 활동에 지역공동체와 이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개관 초기엔 영시미를 기반으로 하는 제작자 집단, 동호회, 어르신 모임 등 다양한 네트워킹이 이뤄졌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영시미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킹이 약화되고 있다. 미디어교사, 제작자, 회원, 교육 참여자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이들이 센터의 사업이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퍼블릭액세스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져야 한다. 주변화 되어 있는 퍼블릭액세스 활동을 센터의 중심화 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 기획단계에서부터 액세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매체별, 제작주체별 액세스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제작된 액세스물이 더 많이 소통될 수 있도록 배급과 유통 방안에 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제언과 논의
허경국장은 발제문을 통해 영시미 과제에 대한 제언으로 세 가지 조건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지자체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조건 확보를 위해 지난 5년의 운영의 성과를 토대로 지자체와의 관계 재정립을 통한 안정적 운영구조 마련을 시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주민자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역미디어센터의 역할 공론화”와 “지역 차원의 지원?진흥 정책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부조건의 변화로부터 내성강화를 위한 조건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첫째, 개방을 통한 이용자들의 참여도 강화(다양화)와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며, 둘째, 영시미 모델의 의미화?사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경국장은 이용자들의 참여도 강화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선 이용자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진행방식을 마련해야 하며, 가능한 수준에서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미디어센터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수강생, 수료생, 이용자들 간의 네트워킹(친목도모)을 위한 활동을 주요한 업무영역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시미 모델의 의미화?사회화가 필요한 이유로는 최근 중앙정부 지원 없이 지자체 독자적으로 지역미디어센터를 설립?운영하려는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인데, 영시미는 이에 참고할 만한 가장 적절한 모델이며 이런 과정에서 영시미의 존재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영시미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변화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고려하되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블로그, 트위터, 스마트폰, 페이스북 활용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지역적 상황을 고려하여 특화된 주제, 특화된 매체의 독자적 사업 영역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시미의 법적 위상 강화와 관련해, 변화된 현재 영시미에 적합한 운영구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좀 더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것도 영시미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조건 중에 하나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도 영시미의 성장을 위한 아낌없는 제언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나온 제언들을 짧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시미가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있었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영시미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하며, 특히 중간지대 역할을 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며 명확한 과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5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데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없다는 데 대해 아쉬움이 있으며 이는 어쩌면 영시미의 현재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 요인도 있으며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셋째, 독립적 위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독립적 운영구조가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단점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구조는 활동이나 내용들을 점검 받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센터활동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지자체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지자체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며, 영상 장비나 시설들이 시민들이 좀 더 자유롭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영상산업과 관련된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용률이 저조한 상태이다. 이용률을 높이려면 시민들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시민의 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영시미에 대한 전주시의 투자와 지원이 더욱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리 그리고 계획
이번 토론회는 영시미의 5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전망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당초 토론회에 지역 학계, 영시미 강사, 이용자분도 함께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영시미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자 했으나, 개인사정상 참여를 못하게 된 것, 이와 함께 영시미와 함께 한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 또한 좀 더 치밀한 성과정리와 앞으로 과제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부족했다. 이 모두가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필자의 게으름과 치열함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센터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활동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경국장과 토론자들의 제언은 다년간의 미디어운동과 지역 활동을 통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영시미의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다 세밀한 고민의 토대를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토론회로만 마무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토론회에서 논의 되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앞으로 올해의 사업 평가와 내년사업계획에 담아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향후 영시미의 활동방향에 대한 내부의 토론을 거쳐 좀 더 구체화 해보고자 한다. 5년 후, 10년 후 더욱 성장한 영시미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조언과 아이디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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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영시미 개관은 8월 이었으나 내부사정으로 영시미가 해마다 진행하는 만만한 영상제와 병행해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만만한 영상제는 한 해 동안 전주시민미디어 센터의 극영화 제작 및 퍼블릭액세스 지원, 교육지원을 통해 제작한 영상들을 모아 상영회를 하는 행사이다. 올해는 영시미 5주년을 기념 지난 5년동안 센터를 통해 제작된 영상들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을 모아 영시미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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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공적미디어센터의 지속성을 위한 요인에는 사회적(social) 요인, 제도적(institutional) 요인, 경제적(financial or economic)요인이 있음. 자세한 내용은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 로컬클래스 “공공적 영상문화의 전망과 과제, 그리고 대안” 세미나의 필자의 발제문 참조(영시미 홈페이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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