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5호 / 2011년 7월 25일
방방곡곡 시시콜콜 “전미네의 담벼락”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 |
[편집자 주] [ACT!]에서는 이번호부터 ‘방방곡곡 시시콜콜 ? 전미네의 담벼락'(이하 담벼락)이라는 꼭지를 신설했습니다. ‘담벼락'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의 사무국에서 전미네 메일링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지역소식을 모은 것입니다. [ACT!]의 다른 기사들처럼 자세하고 분석적인 글은 아니지만, ‘담벼락'을 통해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릉센터, 정동진독립영화제 기간 중 미니FM 진행
돌아오는 ‘정동진독립영화제' 기간 (8월 5일~7일)에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이하 강릉미디어센터, http://media.doffgen.com/ )에서 강릉문화의집과 연계하여 미니FM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릉미디어센터는 올해로 개관한 지 1년 밖에 안 된 새내기 미디어센터로, 스텝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미디어센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강릉미디어센터에서는 작년에 라디오교육을 처음 진행했고, 교육이 끝 난 이후에도 수료생들이 꾸준히 라디오 제작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http://blog.daum.net/gnradio365 ) 제작된 라디오 방송물은 그동안 인터넷이나, 지역축제 스피커 등을 통해 방송되었고, 최근에는 대구 ‘SCN성서공동체FM'을 통해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전파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도 라디오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이 교육은 처음부터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진행할 미니FM을 염두에 두고 시작되었다고 해요. 수강생들은 청소년부터 은퇴하신 분까지 다양한데요, 사비를 털어서 간식을 사오고 게스트나 방송전문가를 직접 섭외하는 등 라디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하네요.
강릉미디어센터 수료생들의 라디오작품이 강릉지역 내에서 전파를 타는 건 이번 미니FM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정동진 영화제 미니FM을 통해 더 넓은 지역에 방송이 들리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서, 그동안 잘 가꿔온 강릉미디어센터의 공동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재난방송과 공동체라디오' 토론회 열려
한국에서 공동체라디오가 시작된 지 7년 정도가 되었지만, 공동체라디오를 둘러싼 정책적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우선 운영 허가를 받은 정규사업자가 아직 전국에 7개뿐입니다. 하지만 수요 자체가 적은 건 아니라서, 공동체라디오 사업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지역은 30여 곳이나 되고요. 그리고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에 허락된 주파수는 1W인데, 이 출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반경은 1k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방송국의 운영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지게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방송국 운영주체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더라도, 지역 공동체의 소통을 강화하는 공동체라디오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26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지역 재난방송과 공동체라디오' 토론회( http://www.media-net.kr/blog/?p=299 )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토론회에서는 라디오 FMYY의 히비노 준이치 씨가 와서 공동체라디오가 일본의 재난 상황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에 대해서 직접 소개하고, 이것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한국의 공동체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합니다(*주1). 재난 상황이 닥칠 때, 공동체라디오는 재해지역 주민의 생존에 필요한 자세한 정보를 발 빠르게 전하는 (전국이나 광역 단위의 방송이 하기 힘든) 훌륭한 역할을 해 냅니다. 이러한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건, 지역 공동체의 소통 구조를 복원하고, 그 구조를 통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며,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드러내어 그것을 해결할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이 공동체라디오 고유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일상적으로 발휘하는 이러한 기능이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재난방송으로서의 공동체라디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공동체라디오 자체가 가지는 기능에 대해서,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라디오의 일상적 운영이 정책적으로 충실히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공동체라디오가 가지는 중요성과 공동체라디오 정책의 개선점이 잘 드러나서,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부천센터, 다양한 지역 사업 벌여나가
부천영상미디어센터(이하 부천미디어센터)는 그동안에 있었던 운영상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미디어센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입니다. 이전에 부천미디어센터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시민들 및 지역사회와의 접점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에 실무인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역사업팀을 따로 두고, 지역의 시민단체 및 여러 네트워크들을 찾아가서 미디어센터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맞춤형 미디어교육과 독립영화 정기상영회에서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부천미디어센터는 올 상반기 동안 지역의 대안학교, 공부방, 그리고 교육지원청과 같은 유관단체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미디어센터가 지역 시민사회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미디어교육의 수요가 발견되고, 센터는 정해진 사업 계획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또한 최근 몇 달 간 진행된 부천미디어센터의 독립영화 정기상영회는 관객수 면에서도 괄목한 만한 성과를 올렸지만, 이것을 센터 혼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른 단체와 연계하여, 때로는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면서 관객수 못지않게 중요한 성과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 가면서, 부천미디어센터는 지역에서의 기반을 충실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센터의 존립을 위한 안정적인 지지대를 만들어 내고, 지역 공동체에서 미디어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미디어 품앗이‘ 운영
부산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은 작년부터 '미디어 품앗이'( http://www.plogtv.net/category/미디어품앗이 )라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품앗이의 애초 기획은 따로 떨어져 있던 부산 지역의 시민제작자들이 모여서 다른 사람들이 만든 퍼블릭액세스 작품을 보고 제작 과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시민제작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대한 것만큼 확장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후에는 참여자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특강을 듣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작품의 소재로 삼아 공론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을 전환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참여자는 일단 기존에 있던 미디어 활동가들이 주가 되겠지만, 특강의 질을 높이고 대중들에게 충실히 홍보해서 지역 영상관련 학과 학생이나 영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모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또한 다양한 지역 이슈를 미디어를 통해 전할 방법을 논의함으로써, 갈수록 서로 비슷비슷해지는 퍼블릭액세스 작품의 주제를 다양화시키고 퍼블릭액세스가 진정한 지역의 언로가 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부산은 두터운 미디어활동가 층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plogTV(플로그티브이)( http://www.plogtv.net/ )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부산지역의 이슈들을 활발히 알려내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미디어 제작자들을 묶어내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품앗이와 같은 노력이 아닐까 싶네요. 다음 미디어품앗이는 7월 25일에 해운대 난개발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미디어 품앗이가 시민제작자들을, 그리고 지역 현안과 제작자들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 진주 단디TV
단디TV( http://dandi.or.kr/ )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만드는 인터넷방송국입니다. 현재는 정식이 아닌 베타서비스로 운영 중이며, 진주센터에서 직접 제작한 영상들, 진주 시민들이 만든 영상, 이주여성 라디오인 '다문화 주파수를 쏴라' 등의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 개발 지원을 받아서 방송국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고요.
단디TV가 만들어진 배경은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원래 진주에는 지역 케이블(서경방송)에서 운영하는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현재에도 프로그램 자체는 남아있긴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선정해서 틀지 않고 기존에 있던 작품들을 재방송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원활히 운영되고 있지 못한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단디TV가 만들어진 큰 목적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인터넷방송국의 운영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의 안정적 수급을 확보하고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서,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나중에는 케이블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해요.
지금 제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한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대신하여, 단디TV가 그동안 진주에서 개척해 온 시민콘텐츠 유통의 통로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터넷방송국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기존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보다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실험을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됩니다.
*주1 재해와 공동체라디오 관련 참고할 만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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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 일본 공동체 라디오의 재해방송, 어떻게 가능했나?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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