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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2호 Me,Dear] 10년간의 글쓰기가 나에게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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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1. 2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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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2Me, Dear 2015.03.23]

 

10년간의 글쓰기가 나에게 남긴 것들

 

상민(ACT! 편집위원회)

 

 그 때는, 그러니까 10년 전에는 정말로 몰랐다. 내가 글로써 먹고 살게 될 줄이라고는. 나는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노하우나 테크닉도 없고 나는 그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은 나와 별 인연을 맺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에는 항상 우연이 개입된다고 하던가. 별 생각 없이 가입한 만화 커뮤니티의 평론가 주인장은 어느 날 만화 웹진을 만든다고 했고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뭣도 모르고 한번 해보고 싶다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 때 세웠던 내 미래의 초상들, 계획들, 그리고 되고 싶은 것과 생각까지 모든 게 다.


 특히 처음 글을 쓰는 순간이 정말로 고역이었다. 내가 어렵게 글을 써서 보내면 그 중 2/3이 지적을 받아 새롭게 다시 써야 했다. 가뜩이나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이걸 고치고 비판을 받는 것이 그렇게도 곤욕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서도 그나마 나를 계속 글을 쓰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만화 커뮤니티의 주인장이자 웹진의 편집장이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는 자기가 10년 동안 꾸준히 계속 글을 쓴 결과 겨우 지금처럼 글을 쓰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저도 10년 동안 글을 쓰면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가 답변했다. 그럼요. 꾸준하게만 쓴다면.


 그의 말이 나를 계속 감싸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그와 많은 차이를 느꼈고, 결국 많은 다툼과 갈등 끝에 나가고 말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글을 썼다. 그와 싸운 것과 별개로 나는 과학과 공학에는 관심이 많아도 그걸 잘 할 수 있는 것과는 또 별개라는 것을 결국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서 알았기 때문이다. 부모님 몰래 나는 과를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또 많은 다툼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오만가지 일을 다 겪었다. 지금 생각하면 열정 페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기억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등학생으로써 가기 어려웠던 곳들을 마음껏 갈 수 있던 경험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이 없던 것이었지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성인 영화 전문 섹션인 금지구역을 난 그렇게 처음 보았다. 아무도 프레스 카드를 들고 있는 내 나이를 묻지 않았다. (물론 내 얼굴이 많이 노안이어서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많은 부침과 슬럼프, 그리고 포기하고 싶은 일과 느낌을 주기적으로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글을 비롯해 많은 글을 쓰고 있다. 계속 글을 쓰는 경험들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철도 없이 방황하던 나에게 깊고 신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태도를 불어 넣었고, 좀 더 멀리 바라 볼 수 있게 만드는 시각을 가져다주었다. (다만 마감일이 다 되어서야 글을 넘기는 이 지긋지긋한 습관은 고질병인 것 같다.)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나에게 많은 도움과 깨달음을 주었다. 아직도 내 글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에 기쁨과 슬픔을 오가는 약하디 약한 멘탈이지만, 그런 내 약한 멘탈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수줍은 고백을 해본다. 저에게 더 많은 글쓰기를 가져온 <미디어스>, 그리고 <ACT!>와 미디액트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이 함께하고 싶다고. 어쩌면 10년간의 글쓰기가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아닐까. 비록 그 말을 처음한 사람과는 많은 갈등 끝에 헤어졌지만, 그래도 당신에게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말 만큼은 고마웠어요. 물론 정면에서 보기는 여전히 좀 꺼려지지만. 그래도 당신도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10년 전, 나에게 그 때 그 말을 해준 그 순간처럼. □




필자소개 : 성상민

지금은 사라진 만화언론 [만]에 2005년 얼떨결에 객원필진으로 데뷔해 한 10년 이상 팔자에도 없을 줄 알았던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빨리 졸업하려고 다짐했던 경희대학교 사회학과는 2010년 입학한 이래 졸업 학점은 아직 한참 많이도 남았지만 이젠 뭐 언젠간 졸업하겠거니 하고 만다. 지금은 [ACT!]와 [미디어스]를 중심으로 만화, 영화, 미디어 등 각종 문화에 관련된 글을 줄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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