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0호 Me, Dear 2014.9.22]
Dear, Me.
개미 (ACT!편집위원회)
미디액트에서 위탁받은 사업,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일한지 근 반년이 지났다. 이제 사무실 내 자리 책장도 자료로 꽉 찼고, 곳곳에 포스트잇도 잔뜩 붙어있고, 달력도 센터 일정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것들 투성이(회계처리랄지 중간보고서 검토사항이랄지)에, 정책 관련해서 내부 의견 모을 때는 할 말이 없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행사나 실무처리에 정신없다가 문득 퇴근길에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생각이 들 때도 왕왕 있다.
물론 주변 친구들보다는 내 상황이 상당히 낫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국문과를 나와 게임회사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밤샘이 일상인 친구, 9급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으로 일하지만 하고 싶은 일도 아무것도 없다는 친구, 거대 제약회사에 입사했지만 매일같이 병원들 찾아다니며 영업하느라 굽신대다 결국 때려치우고 만 친구, 여전히 의전원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 그에 비하면 나는 비록 일은 많지만 밤샘 없는 센터에서, 미디어 운동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일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문득 문득 의문이 드는 이유는 “이 길이 내 길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해서인 듯한데, 그건 또 “미디어 운동의 전망이 마을미디어(우리는 마을공동체미디어라고 부르기를 주장하는)에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내가 확신에 찬 대답과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내가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 있으면서도 활동 하나 하나를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사실 행사 차질 없게 하는 데에만 급급한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대학 때도 학생들한테 뭐 알리려고 장터 열면 음식 파는 데에 초집중하다가 본 목적을 깜빡하곤 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나마도 그런 생각 못했는데 얼마 전 미디액트 12주년 기념으로 열었던 ‘전국마을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이 끝나고 아무생각 없던 나에게 누군가 “그 포럼 최근 몇 년간 갔던 미디어 관련 포럼 중 가장 참가자도 많고 생기와 의지 넘치는 자리였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생각 없던 나는 좀 부끄러우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또 하나, 6월 말부터 다니고 있는 현장방문도 근 열 곳을 다니고 난 지금에야 여러 현장의 차이와 고민이 내 안에 쌓이며 무게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맘 한 구석에서 마을미디어는 ‘여유 좀 있는 중산층 시민들의 활동’이기 쉽다는 한계가 크다며 무시해온 건 아닌가 하는 나의 오만함도 부끄럽고, 꼭 어디서 이런 부끄러움을 느끼고 나서야 고민을 시작하는 나도 짜증나고 뭐 그런 수렁에 빠져있는 와중이다.
뒤늦게 떠나는 이번 휴가를 나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내 전망을 그리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비 소식까지 있어 정말 숙소에 가만히 앉아있을 시간은 많을 것 같다......) 늘 실시간으로 내 활동과 미디어 운동 전반의 상황을 갈무리해 차곡차곡 쌓는다는 건 솔직히 무리일 것이다. 뭐 아직 애송이인 내 앞에는 아직도 깨지고 부서질 시행착오가 많이 남아있겠지만, 그만큼 더 배울 것도 새롭게 눈이 트일 일도 많을 거라는 기대를 품으면서 엉망진창인 글은 그만 줄일까 한다.
써놓고 보니 정말 푸념에 치부만 가득한데 이거 정말 실어도 될지 모르겠다. 으어 부끄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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