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기후부정의에 맞서는 움직임, 기후정의운동과 만나는 다큐멘터리 두 편

독립 미디어 세미나

by acteditor 2024. 12. 19. 18:46

본문

[ACT! 140호  2025.01.23]

 

기후부정의에 맞서는 움직임,

기후정의운동과 만나는 다큐멘터리 두 편

 

재연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에서 펴낸 기후정의선언운동 가이드북에 따르면, 기후정의선언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는 인식 위에서 기후/비기후운동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허물고 녹색성장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불평등한 사회의 부정의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운동이라 볼 수 있다. 기후 위기 자체가 성장중심적이고 착취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를 근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후정의선언은 하나의 통합된 단체가, 하나의 단일한 선언문을 정립하는 데에 관심이 없으며 다양한 위치에서, 당사자가 직접 운동의 주체가 되어 발화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기후정의선언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 위기를 야기한 성장중심적이고 착취적인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 체제전환을 실현하는 것이다. (*1)

 

널리 알려진 기후정의선언문에는 발리기후정의원칙’, ‘코차밤바 민중협약’, ‘“기후변화 말고 체제변화클리마포럼09 민중선언등이 있으며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기후정의선언운동 가이드북에서 번역본을 살펴볼 수 있다. 기후정의선언운동 가이드북은 기후정의선언에 대한 정의 및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미래를 도모하는 제안까지 두루 파악할 수 있어 기후정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정치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다큐멘터리는 이 같은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을 함께 해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있다.

 

 

 

▲<Woman Hold Up the Sky> 포스터 (이미지 출처: <Woman Hold Up the Sky> 공식 홈페이지)

 

<하늘을 지탱하는 여자 Woman Hold Up the Sky>

감독 Yaba Badoe, Sharon Farr, Nelson Makengo | 2019 | 다큐멘터리 |

 

<하늘을 지탱하는 여자 Woman Hold Up the Sky>는 개발을 위해 남반구에 행해지는 천연자원의 채굴을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으로 두고 이 같은 자연 자원의 착취로 인한 피해가 체제의 가장 아래에 놓인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가중되는 현실을 카메라로 담는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의한 다중의 착취에 놓인 아프리카 여성들은, 그러나 해결의 주체로서 동맹을 구축하고 저항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는 구체적으로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남아프리카에서 가부장제와 착취적 자본주의 체제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기후부정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이 같은 부정의에 맞서는 운동의 주체로 조명한다. 생계의 주체로서 농사일을 하며 땅을 일구는 그녀들이지만 그 땅의 주인은 되지 못한다. 일테면 우간다 불리사(Buliisa) 지역의 여성은 여성이기에 토지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억압적인 가부장제 하에 놓여있는 여성들은 자원 착취의 목적으로 토지를 강탈하려는 집단들의 위협에 더욱 취약한 존재가 된다. 자원 채굴로 인한 식수 오염, 해충의 발생과 같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들이지만, 약속되었던 인프라와 전력 등의 에너지는 그녀들의 몫이 되지 못한다. 이같이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그녀들은 저항의 노래를 부른다. 아무리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도 안으로 성큼 들어가 법적 권리를 요구하며 그 부조리를 극복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아프리카 에코페미니스트 동맹 WoMin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작품의 배경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영화는 침묵 당하고 무시되며 지워지는 아프리칸 여성들의 관점을 공유한다. 그들의 경험과 투쟁은 쓸모없고 부당하며 지속불가능한 경제, 사회, 그리고 개발 패러다임에 대항하는 반란과 도전에 관한 전지구적인 이야기의 일부이다.” (*2)

 

공식 홈페이지: https://womenholdupthesky.co.za/

 

 

 

▲<Faces of Climate Resilience> 포스터 (이미지 출처: IMDB)

 

<기후 회복력의 얼굴들 Faces of Climate Resilience>

감독 Shawn Sebastain | 2022 | 다큐멘터리 |

 

<기후 회복력의 얼굴들 Faces of Climate Resilience>은 뭄바이 지역을 포함하여 인도의 다섯 지역에서 겪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그것에 대처하고 회복하려는 지역민들의 대응 방식을 살펴본다.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기후 회복력의 얼굴은 제삼자의 얼굴이 아닌 바로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얼굴이다. 기후 회복력은 외부의 개입이나 신기술의 도입과 같은 기술전시적인 방식이 아닌,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 사회를 고립시키지 않고 공동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더 나아가 이를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바다로부터 거주지 외각을 보호하던 숲이 기후변화로 인한 사이클론으로 파괴된 탓에 침수의 위협을 수시로 받고 있는 Puri 시의 Tandahara 마을은 매일 스무 명의 여성이 그룹을 구성하여 묘목에 물을 공급하는 등, 숲을 다시 일구는 방식으로 침수의 피해를 해결하고자 한다. Uttarakhand주의 Myka 마을은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인 ‘Mandakini ki Awaaz’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상 변화 및 예보 또는 재난 상황 등의 정보에 쉽게 소외될 수 있는 이들에게 시급한 기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2013년 홍수가 발생했을 때, 지역의 주민들이 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과거로부터 배운 대응책이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급감, 그로 인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alu지역은 목축민들을 위해 쉼터인 쉘터를 제공하고 쉘터에 빗물을 받을 수 있는 물탱크를 설치하여 가축에게 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연의 자생적인 순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비가시화되기 일쑤인 기후부정의 당사자들의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담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순환을 그대로 이용하는 등, 지역의 고유한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회복하려는 주민들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India Climate CollaborativeEdelGive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CEEW(Council on Energy, Environment and Water)Drokpa Films에서 제작되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작품을 시청할 수 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eew.in/faces-of-climate-resilience

 

 

 

*주

1) 기후정의선언운동 가이드북,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2022, 6~27.

https://www.climatejusticealliance.kr/0e37b97f-0e2d-4c75-b73a-a5278f4f65c4

2) <Woman Hold Up the Sky> 공식 홈페이지 https://womenholdupthesky.co.za/about/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