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액트에서 제안한 독립 미디어 세미나 모임에서 독립 미디어를 위한 정책, 연합 및 네트워크, 각종 플랫폼에 대한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국제다큐멘터리협회(International Documentary Association 이후 ‘IDA’로 줄여서 표기)에 대한 발제가 있었고, 이 발제를 바탕으로 IDA의 주요 활동을 본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 원고는 IDA의 공식 사이트의 내용을 일부 발췌, 번역한 뒤 이해를 위해 요약, 수정한 것임을 밝힌다. 첨부한 링크들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길 추천한다.
1982년 미국에서 설립된 IDA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를 육성,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이며, 다큐멘터리 문화의 포용성과 번영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 현재는 공식적으로 20명 가량의 직원들과 함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 IDA 공식 홈페이지 )
국제다큐멘터리협회(IDA)는 1982년 다큐멘터리 제작자 린다 버젤(Linda Buzzel)과 영화 제작자들의 연합으로 설립되어 다큐멘터리의 영향력 및 범위를 확장하고자 시작되었다. 그 시기 린다 버젤은 성차별적이던 업계로 인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다시금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게 되었고, 다시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들기 위해서 남편 래리와 함께 IDA를 설립하게 되었다. 1982년 IDA의 설립 첫 회의에는 75명의 가입 희망자가 함께했다. (설립자 린다 버젤의 이야기)
40년의 역사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IDA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옹호(Advocacy) 활동, 재정후원 프로그램, 제작자를 위한 자료 제공으로 분야를 한정해 소개하려 한다.
1.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권리 옹호(Advocacy)
IDA의 권리 옹호 활동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를 위한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면제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들은 미국 저작권 청이 부여한 DMCA 면제에 따라 제작 과정에서 공정한 사용을 위해 DVD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IDA와 영화인들, 법률 전문가들의 연합으로 시작된 활동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2010년 전까지는 많은 영화 제작자, 특히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작품에 포함하는 제작자는 저작권법에 의해 DVD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되어있었다. 그러나 규칙 제정 운동을 통해 그들은 DVD에 포함된 자료를 사용하여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고, 2018년에는 모든 영화 제작자로 접근 허가 대상을 확장했다.
그 외에도 IDA는 국제적인 이슈에 맞춰 행동 촉구와 공개 성명을 발표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IDA의 권리 옹호(Advocacy) 활동 문서 )
2. IDA 재정 후원 및 보조금 프로그램
① 재정후원
재정후원 (Fiscal sponsorship) 파트너십은 비영리 자선 단체의 목적과 일치하는 프로젝트 간의 계약 관계다. 이를 통해 후원 조직인 단체는 프로젝트의 모금 감독, 재무 관리 및 기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프로젝트의 제작자는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보조금과 세금 공제 기부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재정 후원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비영리단체의 자금 지원 모델이며, 이는 별도 법인인 후원 조직과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간의 양도자-수혜자 관계다. 많은 개인 기부자, 재단 및 기업은 세금 공제가 가능한 기부금을 위해 이러한 면세 자격을 얻은 기관에 기부하는 성향을 가진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직접 비영리 면세 기관을 설립하지 않고 ID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금 공제 기부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옵션을 확장하게 된다. (IDA의 재정후원을 위한 FAQ )
② IDA의 지원 기금 사업 (Grants)
IDA는 현재 대략 6개의 지원 기금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여성, 논 바이너리 제작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Logan Elevate Grant 펀드, 장애인 커뮤니티의 제작자를 위한 지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는 NAI(논픽션 액세스 이니셔티브) 등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기금 사업은 여러 민간 재단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IDA의 재정후원, 지원 기금 사업 심사는 논 픽션-코어 애플리케이션(nonfiction-core-application)을 통해 정립된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다. 논픽션-코어 애플리케이션은 자금 지원 또는 기타 지원 심사에 사용되는 일련의 질문을 표준화하기 위한 공동 작업이다. (원문 출처 및 표준화된 질문 체크리스트 자료)
③ 기금 및 네트워크 정보 디렉토리
자금 지원과 관련된 마지막 소개로는 보조금, 펠로우십 디렉토리가 있다.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지원사업과 지원 단체, 워크숍 소식들을 정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디렉토리 사이트를 공유 중이다. (IDA의 전체 재정후원 및 보조금 사업 정리)
3.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위한 자료 제공
IDA의 홈페이지에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위한 자료를 모아놓은 아카이브가 있다. 접근성/사업/자금조달/창작/기술/저널리즘으로 카테고리를 나눠놓은 아카이브에는 IDA 자체 자료들과 각종 칼럼, 인터뷰, 가이드북 등이 정리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매거진 역시 뉴스와 인터뷰, 이슈에 대한 자료 공유 등 다큐멘터리 업계에 대한 소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창구이다. (IDA의 창작자를 위한 자료 아카이브)
4. 그 외
그 외에도 IDA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IDA 다큐멘터리 어워드를 제작하여 해마다 최고의 프로젝트를 기념하고, 다큐멘터리 스크리닝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 간의 워크숍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는 행사인 'Getting Real' 컨퍼런스는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언급한 사례 외에도 IDA의 활동은 다양하다. 40년의 역사를 살핀다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IDA처럼 지원 기금, 권리 옹호 활동, 네트워킹 등 여러 활동을 전부 해낼 수 있는 단체를 당장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전에 과연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이들의 제작 환경을 고려한 토대가 있는지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의 지원 사업들과 공공기관은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충분한 기회와 접근권을 제공하고 있을까? 영화산업을 이야기할 때 고려되지 않는 영역은 무엇일까?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공적 담론은 지금처럼 유지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이러한 논의를 이끌어갈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 조직의 성취를 나열한 사례뿐만 아니라,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다큐멘터리를 위한 조직’ 사례도 필수적이다. 그것은 “누구와 어떤 관계 안에서 함께할 것인가?”, “왜 다큐멘터리 문화를 위한 조직이 지속되기 어려울까?” 같은 질문들을 고민하는 일이다. 앞선 사례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는 없는 영역이라 느낀다. 따라서 앞으로는 성취 위주의 사례에서 멈추지 않고, 그 사례들을 생산하기 위해 이뤄졌던 여러 관계들을 알아가야 한다. 그것이 IDA가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문화의 포용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앞으로도 다큐멘터리의 공적 가치에 대한 담론과 관계에서의 다큐멘터리 조직에 대한 노력이 병행되어, 변화의 동력을 성취할 수 있길 바란다.□
글쓴이. 이한결
음악과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며 살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재는 외할머니의 투병으로 시작된 돌봄 관계를 만나는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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