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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기록에 저항하기 위해, 고통을 직시하며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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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12.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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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8호 Me,Dear 2024.01.04.] 

 

기울어진 기록에 저항하기 위해,

고통을 직시하며 기록하기.

 

민아영

 

 

2022 2 2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날 저녁, 귓가에 들리는 심장 박동으로 도통 잠들지 않는 밤이었다. 손바닥엔 땀이 흥건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가를 반복하며 선잠을 자다 2 3일의 아침이 밝아 성신여대역으로 향했다. 2 3 오전 7 30 성신여대역, 장애인 활동가들과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삼삼오오 승강장에 모여있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성신여대역에 도착한 열차 문과 승강장 사이에 걸쳐두고 장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출발하지 않는 열차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난감해하는 사람, 열차를 벗어나 다른 교통수단을 타러 가는 사람, 대다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눈동자를 굴리며 당황스러운 표정들이 역력했다. 상황에서 활동가를 향해 욕설이 한번 오기 시작하더니, 그것은 눈덩이처럼 커져갔고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비장애인 시민의 삶에 들어온 없던, 중증장애인의 등장은 이렇게 과감 했고 거칠었다.

 

▲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메인 스틸컷

 

 

2022 2 3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행동이 막을 올렸고, 2001 시작된 이동할 권리조차 20년간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 대해 시민 모두가 함께 요구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비좁은 지하철 공간에서 온갖 모멸적인 시선과 적대적 표현들을 감내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카메라를 들었기때문에 시선에서 분리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장활동과 영상기록활동, 사이에 있던 나는 어떤 죄책감을 느꼈다. 활동가들은 무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나, 나는 무덤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안과 밖을 오가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함을 알지만, 내게는 하나의 카메라라는 방패가 있어 안도 했고, 빈약한 마음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빈약한 마음으로 생겨난 죄책감이, 죄책감으로 남아있지 않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있겠다. 

 

각종 언론 매체를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이 전국의 화두거리가 되었을 어떤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불쌍한어떤 사연 하나로 치부되는 아니라 시민권 박탈되어 삶을 살지 못했던 차별의 역사를 가진 시민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관점을 바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보도되어진 방식은 출근길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 전장연이었다. 장애인의 삶이 열악하지만, 민폐를 끼친 전장연은 시민으로서 용납되지 못하는 불쾌한 존재로 낙인 찍히는 했다. 영화가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장연이 사회에 불편 끼친 존재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고, 차별에 저항하는 존재로서, 이미 비장애인에게 도래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외침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스틸컷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에서는 삭발하는 장면의 비중을 많이 포함했다. 활동가가 삭발을 하며, 자신이 겪은 차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행위는 굉장히 전략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도 제대로 이해되고 설명된 없는, ‘개인의 비참함정도로 여겨지던 장애인의 삶을 전장연이 전국적으로 많은 화두에 올랐을 시작했던 것은 아주 의도적이었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141일간 177명이 삭발하는 동안, 점점 언론사의 발걸음은 줄어들었고, 말미에는 기자 없는 삭발식을 해왔다. 다시 출근길 지하철을 타겠다고 입장을 발표할 때야 몰려드는 취재진에 비참함을 느끼기도 했다. 비장애인의 기준과 규범으로, 장애인을 기록해온 기울어진 많은 매체 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더욱 장애인의 일상을 알려내고자 했었다. 그래서 삭발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소중한 개인의 역사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상당히 거칠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통이 주는 질문들에 관객 각자가 자신의 답을 찾아보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결국 모두가 나이가 들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해지는 순간에 우리는 어떤 다른 삶의 가능성을 바라볼 있을지. 그리고 전장연이 외치는 이동하고, 교육 받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라는 시민으로서의 권리에 대해서 집중하고, 이들이 겪었던 차별의 고통을 시민들이 직시할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어디서든 만났을 서로를 인지하고 보통의 관계로 인사를 나눌 있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지금의 거친 중증장애인의 등장이, 다음엔 안부를 묻는 만남으로 이어질 있기를 절실히 바라며.□

 

 


글쓴이. 민아영(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장애인권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운동이 개인의 일상에 어떤 의미와 변화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주로 탈시설하여 자립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일상과 그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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