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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 그들이 찾는 극장에 관하여 - 광주극장 100년 관객 아카이브 '상영관' 기획·진행자 이서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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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3.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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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4인터뷰 2023.03.30]

 

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 그들이 찾는 극장에 관하여 

- 광주극장 100년 관객 아카이브 '상영관' 기획·진행자 이서영 인터뷰

 

인터뷰 및 정리 : 김서율 (ACT! 편집위원)  

 

 

광주극장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자 전국에 몇 안 남은 단관극장. 1933년 간판을 올리며 출발하여 세기를 뛰어넘어 어느덧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광주극장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21세기에 접어들며 단관극장들이 멀티플렉스의 등장 속에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었고, 어느새 흔적을 찾기도 어려운 와중에도 한 세기를 통과한 광주극장은 늘 충장로 한 복판에 위치한 그 자리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극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지역민들뿐 아니라 지역 바깥의 사람들에게도 꼭 한번 들려봄직한, 하나의 성지처럼 각인된 장소이기도 하다. 2033년은 그런 광주극장이 100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극장은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조명하는 100년 관객 아카이브 상영관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극장 상영작 100편 관람을 달성한 다섯 명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으며 인터뷰 전문은 광주극장 카페에 게재되었다. ACT!상영관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서영님과 온라인 zoom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며 광주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극장에도 몸을 담았던 편집위원에게도 더욱 반갑고 친근하게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Q.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와 광주극장 100년 관객 아카이브 약칭 <상영관>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린다.

 

광주에서 시를 쓰며 각종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서영이라고 한다. 광주극장에서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약 7년째 근무하고 있다. <상영관> 프로젝트는 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 관하여의 약칭으로, 1세기가 다 되어가는 광주극장의 시간 속에서 함께 해온 관객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초기 기획 때 어떤 이름이 좋을지 다들 궁리하고 있었는데, 당시 사진 촬영과 디자인을 맡아주셨던 이탁준님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다.

 

 

'상영관' 인터뷰 중에서

 

 

Q. <상영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섭외 및 인터뷰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기록해보겠다는 이 기획은 광주극장 김형수 전무님의 오랜 꿈이었다. 2020년 예술인파견지원사업-광주예술로사업과 연계해서 100년 극장과 관객들이라는 테마를 두고 기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개관 100주년에 해당하는 2034년까지, 관객분들께 100편의 영화관람을 달성하게끔 유도하는 쿠폰이 이선미 작가님, 김대선 작가님의 작업으로 제작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바통을 넘겨받아 인터뷰 진행 및 원고작업을 제가 맡게 되었다. 관객 섭외는 선착순으로 관람 쿠폰을 다 채우신 분들부터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광주극장의 일이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겠다며 선뜻 응해주셨던 분들이 많아 순탄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Q. 백 편 관람을 벌써 달성하시고 인터뷰에 임해주신 관객분들이 극장과 영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주시면서 각자 추천하는 영화들을 광주극장에서 상영하는 게 참 뜻 깊은 것 같다. 관객들이 들려주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마주하는 것 같달까. 한 분씩 각자 추천하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광주극장이 100주년이 되는 2035년에는 한데 모아서 다시 쭉 상영하는 기획도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론 관객 자신이 추천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건 관객에게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인터뷰에 임한 분들의 소감이나 추천한 해당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반응이 있다면 어떠했는지.

 

말씀해주신 기획도 참 흥미롭다. 묘하게 인터뷰이들께서 선정해주신 영화들이 그들 각자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는 인상이 들곤 했다. 소감 같은 경우엔 백 편 관람을 달성하셨다는 것 자체에 흐뭇해하시거나, 선정작품 상영에 관객이 얼마나 들까 걱정하시거나 둘 중 하나였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취지 중의 하나가 지금까지 저희에게 보내주신 애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그들 자체를 조명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극장 입장에서 이것저것 고려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관객들의 경우에는 관객이 직접 선정한 영화라는 테마 자체에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스탬프를 더 열심히 찍어가신다거나, sns에서 극장 이야기를 더 활발히 언급하시는 등 했던 것 같다.

 

광주극장

 

Q. 영화 상영은 필름이나 DCP 수급 등 문제도 있기 마련이다. 정식 개봉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더 그렇다. 관객분이 영화 한 편을 선택하시면 그 영화 상영을 일단 추진하는지? 아니면 영화 몇 편을 선정하시면 그 후보군 중에서 상영이 가능한 작품을 트는지?

 

사실 그 부분이 난점이긴 하다. 그래서 관객분께 상영 희망작 리스트를 최대한 많이 받고, 그 중에서 수급이 가능한 작품으로 함께 협의를 해 틀었다. 말해주신 대로 바로 수급이 가능했던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엔 말씀해주신 작품마다 수급이 어려워 4~5순위 희망작으로 상영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선정된 작품이었던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오히려 관객들을 가장 많이 끌어오기도 했다. 어쨌든 최대한 관객분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상영을 하고자 한다.

 

 

Q. 인터뷰이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어에게서 질문과 물의에 대한 답변을 잘 끌어내는 것에 목적을 두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인터뷰이가 밟아온 궤적이나 경험에 한층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이 또한 인터뷰어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묻어나오는 경험 속에서 상호 교감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광주극장이라는 한 공간으로 엮이고 매개되어있기 때문에 더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확실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긴 하다. 1~3회까지는 지금까지 근무하며 오래 교류해왔던 단골분들이라 기존에도 교류가 있었다. 4, 5회의 인터뷰이 같은 경우엔 매표할 때 인사를 주고받는 것 빼곤 특별히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그분들의 내력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거치고 나니 아무래도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어느 정도 보게 되었고, 또 어떤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오시게 되었던 건지 알게 되며 자연히 친근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 이후에 뵐 때마다 더 반가운 느낌이었다.

 

 

Q. 인터뷰에 응하신 분들 중에서 나 또한 광주극장으로 인연이 맺어진 분들이 계신다(웃음). 그분들이 일찌감치 백 편 관람을 달성하시고 임하신 인터뷰를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광주극장에 대한 애정이 한결같으시다는 점에서 마음이 동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를 넘어 광주극장을 종종 혹은 자주 방문했던 인터뷰 전문을 읽는 관객들도 공명하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있다면 어떤지.

 

아직까진 서툰 점이 많은 기획인데도 흥미롭다, 재밌다, 힘내라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선정된 관객분들을 축하해주시는 그런 반응들도 많았다. 실제로도 프로젝트 잘 보고 있다며 응원해주신 극장 단골 기자님도 계셨고, 모쪼록 따뜻한 응원을 많이 받았다. 그런 반응들 속에서 상영관의 연재 방식을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보게 되는 것 같다.

 

 

Q. <상영관>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특별히 보람찼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시기나, 기획 단계나, 인터뷰 진행 전후 모두 좋다.

 

뭔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기억에 남는 한마디 한마디의 문장 단위 답변들이 많았던 것 같다. 4회 인터뷰이였던 윤승하 관객분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사람은 어떻게 보면 자기가 경험한 세계 안에서만 다른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 세계를 넓히는 과정처럼 느껴진다며, 그래서 영화보기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인터뷰작업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이지 않을까. 또 그걸 얼마나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을까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던 것 같고. 모쪼록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일상이나 작업 속에서도 새롭게 반영되기도 했다.

 

 

Q. 현재까지 관객 다섯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여 광주극장 카페에 게재해왔다. 혹시 다른 플랫폼이나 지면 등을 활용할 계획도 있는지?

 

오픈링크, 무가지 형태의 지역신문, 독립 매거진과의 연계, 아니면 아예 ISBN을 내고 출판하는 방식까지 개인적으로 고려해보고 있는 것은 많은데 예산확보나 지원사업 연계에 대해 극장 내부에서 협의를 해보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해오던 대로 온라인 아카이빙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상영관' 프로젝트 인터뷰 진행자 이서영

 

Q. 서영님도 광주극장에 오래 몸담아 오셨다. 광주극장이라는 장소에 얽힌 기억, 경험, 인상, 이러한 곳에서 일을 하고 영화를 본다는 것에 관한 서영님의 느낌이나 생각 등도 궁금하다. 그리고 극장에서 백 편 관람을 달성한 관객으로서 인터뷰에 임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느낌이실지, 무슨 영화를 선정할지도 궁금하다.

 

사실 극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예술영화의 세계를 잘 알지는 못했다. 속칭 시네필의 세계와는 무관한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문창과를 졸업했으니 타르코프스키, 고다르 등 유명 감독들의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접했다기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들이고 봐야 하니까 본다는 식으로 접근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극장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로,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영화와 삶이 밀접한 곳에서 함께 흘러가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우 가까워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 떠오르는 영화는 허우 샤오시엔의 <연연풍진>(1986)이다. 사람의 시간, 극장의 시간을 함께 회고할 때 이 영화가 자연히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 대만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무렵에 신진아 프로그래머께서 보고 가라며 추천해주신 작품이었다. 확실히 그 작품을 보고 나서 철도길이 깔린 대만의 풍경과 허우 샤오시엔의 극장 등을 접하니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다. 20대의 핵심적인 시절을 극장에서 보냈는데, 문득 뒤돌아볼 때 그 영화와 닮아있는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Q. 광주극장에서 일하면서 광주 지역 문학예술단체이자 문학동인 무크지 공통점’(commonpoint.kr)에서 활동하며 시와 미술 비평, 르포에세이 등을 쓰는 등 문화 비평, 창작 활동도 겸해오셨다. 문장 웹진 검은 구전과 흘러넘치는 바다나 비릿 4, 5.18 프로젝트, 시각예술작가님의 개인전에 서문을 작성하시는 등 활동 반경을 다양하게 넓혀가면서 작업을 꾀하시는 것 같다. 영화 또한 설치, 전시 미술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하거나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과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는데 문학을 기반으로 광주라는 지역, 광주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난 인연들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는 작업을 서영님 또한 구상하는 듯하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실 예정인지.

 

아무래도 올해 일 년간은 광주를 기반으로 계속 활동할 것 같다. 광주극장, 국군광주병원, 의재 허백련 생가 등을 배경으로 삼아 기획된 시산문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적 요소를 넣되 지역이라는 의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각종 협업과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예술과 기술을 연계한 기획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느슨하게 연계되는 다원화 작업 등을 시도해보고 싶다.

 

 

Q. 앞으로도 100편 관람을 달성하고 스탬프를 찍으신 분들에 관한 인터뷰는 계속되는지? 이에 관해서 추가로 염두해두고 있는 게 있나. 이외에 기획하고 계시는 다른 프로젝트나 목표 및 방향도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올해도 기록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독립서점, 빵집, 전시공간 등과 재밌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고, 실제로 극장에서도 고려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광주극장이라는 이름이 어디에 놓이든 새롭게, 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길 바라며 그런 가능성들을 발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Q.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린다.

 

덕분에 그동안 미루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또 비대면 형식으로나마 오랜만에 서율님과 대화할 수 있어 즐거웠다. 흥미로운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ACT! 의 행보 역시 응원하며 지켜보도록 하겠다.

 

 

 

<상영관> 인터뷰 목록

 

상영관 : 항상영화를보는사람들에관하여_01_정애화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5459

 

상영관 : 항상영화를보는사람들에관하여_02_박정수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5543

 

상영관 : 항상영화를보는사람들에관하여_03_신조준한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5610

 

상영관 : 항상영화를보는사람들에관하여_04_윤승하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5665

 

상영관 : 항상영화를보는사람들에관하여_05_최재웅

https://cafe.naver.com/cinemagwangju/15816

 

광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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